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28)
꿈꾸는 재벌 128화(128/249)
128. 투자하고 싶습니다
이정석 선배가 감금 당했다.
인질이 된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임강민 대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 돈은 더블로 준다고 해. 무기는 알아서 가져오고. 그런 것도 해결 못 해?”
용병을 추가로 고용하고 구출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강민호 팀장은 현장 상황을 더 파악하며 수시로 연락하고 있었다.
벤다족에게서 이정석 선배와 드림 컴퍼니 직원들을 구출하려면 지형을 알아야 했다.
그리고 왜 벤다족이 이정석 선배와 드림 컴퍼니 직원들을 감금했는지 이유도.
왜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한국 대사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걸린다.
한국 대사관이 상황 파악하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협조를 요청했다고 해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부가 바로 움직이는 것도 아닐 것이다.
“회장님. 강민호 팀장에게서 추가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임강민 대표였다.
“선배를 감금한 이유를 알아냈나요?”
“그렇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전 광산 소유자가 임금을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밀린 임금을 인수하는…….”
광산 인부로 벤다족을 고용해 일을 시키고 임금을 주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광산 주인이 임금을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또한, 선배가 산 다이아몬드 광산은 폐광 직전이었다.
다이아몬드가 나오긴 해도 채산성이 맞지 않았다.
더 황당한 것은 이런 광산이 3개나 된다는 것이다.
광산 한 곳에서 일하는 벤다족의 인원은 약 150명이다.
광산이 세 곳이니 450명이었다.
광산 근처에 아예 마을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가족까지 생각하면 2천여 명이 넘었다.
“밀린 임금과 일종의 퇴직금인 보상금을 주지 않으면 이정석 대표와 직원들을 풀어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밀린 임금과 퇴직금만 해결해 주면 되는 건가요?”
“그게… 좀…….”
임강민 대표는 확신하지 못했다.
“다른 문제도 있는 건가요?”
“이런 경우 대부분 가격을 계속 올립니다. 아무래도 아마추어다 보니…….”
임강민 대표는 벤다족이 보상금을 계속 올릴 것이라는 이유를 말해 줬다.
돈만 원하는 전문적인 납치범이었다면 훨씬 쉽다.
그들은 목표액을 정해 놓고 일한다.
상대방을 봐 가면서 저울질 한다는 것이다.
너무 과하면 협상이 오래 걸리는 데다가 문제가 생겨 인질이 죽기라도 한다면 다음부터는 인질을 이용한 몸값 협상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벤다족같이 억울하다며 보상을 원하는 이들은 더 까다로웠다.
처음 불렀던 금액이 나중에는 적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였다.
욕심이 커지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팀을 투입해서 이정석 사장과 직원들을 구출해 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민간인인 벤다족에게 용병팀까지 투입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간인이라고 해도 AK-47 같은 자동소총으로 무장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무기 중 하나가 AK-47 자동소총이었다.
어린아이도 들고 있을 정도로.
어쨌든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이들이다.
그리고 총알은 눈이 없다.
“그 경우도 생각해 보죠. 그럼 벤다족과 대화가 되는 건가요?”
너무 자세하게 알아온 것 같았다.
“그건 아닙니다. 강만호 팀장이 벤다족 마을에서 얻은 정보입니다. 누가 중심인지는 파악 중입니다.”
“이정석 선배 위치는요?”
“광산에 있다는 것만 알아냈습니다. 어느 광산인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세 곳 모두 팀을 투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알았어요. 임 대표님 나름대로 준비해 주세요.”
임강민 대표는 이선수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회장님께서도 준비하실 생각이십니까?”
“네.”
임강민 대표가 준 위성전화기로 푸틴과 연락할 생각이었다.
* * *
푸틴과 바로 연락되지는 않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아닌 모스크바에 있어서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직통 전화가 따로 없기도 했다.
모든 전화는 일차적으로 수행 비서를 통해야 했다.
수행 비서에게 급한 일이 있다며 푸틴과 통화하게 해 달라고 했다.
비서는 당장은 어렵고 회의가 끝나는 대로 푸틴에게 내게서 전화가 왔음을 전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전화가 왔다.
나는 이정석 선배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납치되어 인질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푸틴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러시아 대사관으로 가라고 했다.
내가 푸틴에게 요청한 도움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을 만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어서였다.
* * *
푸틴과 통화한 후 임강민 대표에게 통화 내용을 말했다.
“괜찮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벤다족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와 이정석 선배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떠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벤다족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
범죄자가 되면 자신들은 물론, 가족까지 어려워진다.
“그런데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이 쉽게 만나 줄까요?”
“그건 푸틴이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까 믿어야죠. 러시아 대사관으로 가면 결과를 알게 될 겁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을 만나는 것보다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가 더 어려운 일이었다.
“러시아 대사관으로 가죠.”
“네. 회장님.”
나와 임강민 대표 그리고 4명이 지프를 타고 러시아 대사관으로 향했다.
* * *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는 갑작스러운 보고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가 군대를 보내겠다고 한 것이 사실입니까?”
외교부 장관격인 국제관계협력부 그레이 판도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러시아 대사가 갑자기 통보했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러시아의 기업인이 납치 감금되어 있다는 이유입니다.”
넬슨 만델라는 머리가 아팠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첫 번째 흑인 대통령.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그였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가난이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부는 상위 5%인 백인이 쥐고 있었다.
나머지 95%의 대부분이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가난했다.
그리고 부패한 공무원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천연 자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누가 납치했다는 겁니까?”
“그건 직접 대통령님을 만나서 이야기하겠다고 합니다. 러시아 군대의 파병을 승인하면 12시간 내로 보내겠다고 합니다.”
“12시간 내로라면 이미 준비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러시아가 군대를 파병할 정도로 중요한 기업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요청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러시아의 요청을 들어주는 순간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군대를 파병한다고 나설 것이 분명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다른 나라의 군대가 대놓고 주둔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러시아 대사를 만나야겠어요.”
“불러들이겠습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러시아의 요청을 승낙할 수 없으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해결하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 * *
러시아 대사관에 도착했다.
“반갑습니다. 주남아공 대사 유리첸프입니다.”
넉넉한 몸집의 남자였다.
웃는 얼굴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났는데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이라니.
“이선수입니다.”
“들었던 대로 러시아어가 유창하시군요.”
“감사합니다.”
이런 인사나 나눌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남아공 대통령과의 면담은 어떻게…….”
“그렇지 않아도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언제입니까?”
“지금 당장 가면 됩니다.”
이렇게 빨리?
“가시죠.”
유리첸프 대사가 먼저 일어났다.
이미 대사 전용 차량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차를 탔다.
임강민 대표는 경호 차량에 탔다.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차량 안에서 유리첸프 대사에게 물었다.
“어떻게 빨리 대통령을 만날 수 있게 된 건가요?”
유리첸프 대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러시아 기업인이 납치되었으니 군대를 파병한다고 했습니다. 12시간 안에 특수부대를 투입할 준비를 끝냈습니다.”
“러시아 기업인이요? 잘못된 정보를 들었나 봅니다.”
거짓말했다는 것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알게 되면 역효과가 날 것 같았다.
“잘못된 정보라니요?”
유리첸프 대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선수의 말대로 잘못된 정보라면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지금 납치된 사람은 한국 국적과 싱가포르 국적인 사업가입니다.”
내 말을 들은 유리첸프 대사가 웃었다.
“아! 그것 때문에 잘못된 정보라고 한 것인가요?”
“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러시아 기업인이 아니지 않습니까.”
“러시아 기업인이 맞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러시아의 원유와 가스를 판매하니까요.”
억지 아닌가?
“저 역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입니다. 드림 컴퍼니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이 양반도 눈빛이 심상치 않게 변하네.
왜 이렇게 반짝여.
“푸틴 총리의 지시로 이미 러시아 특수부대가 날아오는 중입니다.”
그냥 한 말이 아니었어?
“만약의 경우 러시아 함대가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푸틴과 통화할 때 이런 말은 듣지 못했다.
그리고 푸틴은 아직 총리에 취임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유리첸프 대사는 푸틴을 총리라고 부른다.
총리 취임은 확정이라는 것.
“푸틴 총리가 단독으로 러시아 함대를 움직일 수 있나요?”
“그럴 리가요. 옐친 대통령께서도 상황을 봐서 움직이는 것으로 승낙하셨습니다.”
옐친 대통령까지.
아무래도 옐친 대통령은 120억 달러의 위력 덕분에 호의적인 것 같았다.
“제가 잘못된 정보를 들은 것 같지는 않으니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어느새 차는 대통령 관저에 도착하고 있었다.
* * *
넬슨 만델라 대통령.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일지도 모른다.
나야 워낙 많이 들어봤고.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지만, 비운의 대통령이기도 했다.
결국, 쿠데타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으니까.
이것도 어쩌면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그건 나중 이야기고.
“대사. 같이 온 사람은 누군가요?”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물었다.
분명히 유리첸프 대사만 만나는 것으로 들었는데.
“납치된 기업인과 관련된 사람입니다.”
두 사람 모두 영어로 대화해서 그런지 알아들었다.
나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에게 말했다.
“사우스 코리아의 이선수입니다.”
“사우스 코리아? 코리아?”
“맞습니다. 코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1950년 한국 6.25 전쟁 때 유엔 참전국으로 공군부대를 파병했었다.
한 개 전투비행대대 정도였지만, 도움을 준 것은 확실했다.
“대사. 러시아 기업인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사우스 코리아 국적이면서도 러시아 국적이기도 합니다.”
유리첸프 대사는 처음부터 이렇게 말할 계획이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신원 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기껏해야 러시아 대사관에 묻는 것뿐이다.
“또한, 러시아의 경제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원래 생각대로 밀고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알겠어요. 그런 중요한 사람이라면 안전하게 데려와야죠. 우리 군과 경찰이 그 사람을 안전하게 데려올 겁니다. 러시아 군대의 파병은 안 됩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안전하지 못한 경우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러시아의 보복을 염두에 둬야 할 겁니다.”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흑해 함대가 남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얼굴빛이 변했다.
흑인인 그의 얼굴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이번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찾아내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그때까지 러시아의 군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떠나지 않을 겁니다.”
“그것을 유엔이나 미국이 가만히 두고 볼 것으로 생각하나요?”
“두고 보지 않겠죠. 하지만 제재를 시작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제재가 시작될 때쯤이면 우리 러시아는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은 다음일 겁니다.”
이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푸틴에게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만나게 해 달라고만 했다.
협박하라는 부탁은 안 했다.
끼어들어야할 것 같았다.
“유리첸프 대사님.”
“네. 이선수 회장님.”
유리첸프 대사가 너무 공손하게 대답하자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조금 놀랐다.
자신이 알기에 한국은 아직도 전쟁 중인 나라였다.
러시아의 대사인 유리첸프가 이렇게 존중해 줄 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그런데 한국의 대사도 아닌 일개 기업인에게 이렇게 하다니.
“도움 주신 것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님께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입니다. 협박이 아니라.”
유리첸프 대사가 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유리첸프 대사의 의도대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리첸프 대사가 아닌 이선수가 진짜 실세라는 것도.
“사우스 코리아에서 온 이선수… 어떤 것을 도와주면 되나요.”
유리첸프 대사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았다.
그의 협박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쉽게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도와준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희토류 광산을 얻어야 하니까.
“정부군을 동원해 벤다족 마을을 통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벤다족이면… 다이아몬드 광산인가요?”
“맞습니다.”
“정부군을 동원하기만 하면 되나요? 구출은요?”
“정부군이 마을을 장악하면 알아서 인질을 풀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하지만 예상과 다르다면요?”
“그래서 대통령님의 한 가지 허락이 더 필요합니다.”
“어떤 허락입니까?”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이선수가 어떤 과도한 조건을 말할지 몰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뭐가 됐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안 좋은 것이 될 테니까.
“50억 달러를 벤다족 마을과 광산 개발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리고 유리첸프 대사도 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