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3)
꿈꾸는 재벌 13화(13/249)
13. 돈이 문제지
“어이쿠. 일찍 도착하셨네요.”
박훈 검사는 능글맞게 웃으며 앉았다.
그것을 본 이민식 전무는 애써 화를 참으며 웃었다.
“박 검사님이 늦은 겁니다. 10분이나.”
“아. 그런가요? 제가 일이 많아서요. 그런데 또 신경 쓸 일이 생기니 더 늦을 수밖에요.”
삼두 종합무역의 일 때문에 늦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그것을 못 알아들을 이민식 전무가 아니었다.
“일만 제대로 한다면 늦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제대로 해야죠. 오늘 음식이 좋은 것 같습니다.”
밥 먹고 대화하자는 의미였다.
박훈 검사는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부터 먹기 시작했다.
이민식 전무는 박훈 검사를 그냥 둘 생각이었다. 지금 박훈 검사에게 일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초조하게 보일 것이다.
주도권을 빼앗긴다.
“많이 드시죠. 모자란 것 있으면 말하시고.”
“이거는요?”
박훈 검사가 새끼손가락을 펴고 흔들었다.
“하는 것 봐서요.”
박훈 검사는 일 이야기를 제대로 한 다음에 해 주겠다는 것을 알았다.
“뭐, 전무님 생각이 그러시다면요.”
박훈 검사는 며칠 굶은 것처럼 먹기 시작했다.
사실 며칠 동안 제대로 식사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런 고급 음식은 쉽게 먹지 못한다.
이민식 전무도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대화 없이 거의 20분 정도 음식을 먹자 박훈 검사가 젓가락을 내려놨다.
“어후. 잘 먹었다. 이런 곳에 자주 좀 불러 주시죠.”
“일만 잘되면 얼마든지 불러 드리죠.”
“하하. 그럼, 일을 잘해야겠군요. 그런데…….”
박훈 검사가 표정을 일부러 굳혔다.
“귀찮은 곳이 붙은 것 같더군요.”
“귀찮은 곳?”
“법무법인 송이요.”
이민식 전무는 웃었다.
미리 손을 써 두기 잘한 것 같았다.
“아시다시피 법무법인 송이 붙으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죠. 제가 아무리 죄가 있다고 기소해도 판사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법무법인 송의 인맥 이야기다.
“뭐 그렇다고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죠. 더 강하게 기소하면 판사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돈 많이 달라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송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검사님.”
“벌써 손을 쓰신 겁니까?”
박훈 검사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법무법인 송은 손을 떼기로 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검사님만 잘해 주시면 됩니다.”
“뭐…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검찰에서 바로 수사 진행하면 되겠네요. 그런데 경찰을 배제하고 수사하려면 설득할 곳이 많아서.”
욕심 많은 놈이라고 생각하며 이민식 전무는 말했다.
“전진웅 부장검사님하고도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박훈 검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의 상관인 전진웅 부장검사와 이야기가 끝났다면 굳이 이런 자리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전진웅 부장검사가 불러서 말하면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민식 전무는 자신에게 연락해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다 준비해 놓으셨군요. 그런데 왜 저를…….”
“실질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박 검사님 아닙니까. 힘들게 일하는 검사님에게 이 정도는 해야죠.”
박훈 검사는 얼마 못 받을 것을 예상했다.
그래도 아예 안 받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래서 태도를 바꿨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민식 전무는 박훈 검사의 태도가 바뀐 것을 보며 웃었다.
이제야 누가 갑인지 확실하게 안 것 같아서였다.
“최선을 다해 주신다니 감사하네요. 물론, 그냥 말로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민식 전무가 준비한 봉투를 꺼냈다.
“여러 곳으로 돌린 것이라 좀 지저분합니다.”
박훈 검사는 봉투를 받아 열어 봤다.
안에는 수표가 들어 있었다.
꾸깃꾸깃하고 이민식 전무의 말대로 지저분했다.
“하하. 많이 지저분하네요.”
여러 사람이 사용한 수표다.
그래서 지저분했다. 하지만 추적이 불가능했다.
그것도 10만 원짜리다.
“1백 장입니다. 잘 끝나면 1백 장 정도 더 준비할 생각입니다.”
박훈 입장에서 2천만 원이면 엄청난 돈이었다.
잘 받아도 몇백만 원일 줄 알았다.
“이거 생각보다 중요한 일인 것 같네요. 진짜 중요한 기업 비밀이었나 봅니다.”
“중요한 기업 비밀이었다기보다는 본보기를 보여 줄 생각입니다.”
“본보기요?”
“함부로 삼두 그룹의 사업을 가져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 줘야죠.”
“아. 그렇군요.”
박훈 검사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에 연루된 사람이 이민식 전무에게 밉보인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박훈 검사의 생각은 어느 정도 맞았다.
이민식 전무는 삼두 종합무역에 어쩔 수 없이 흡수되는 상황에 전리품으로 이번 일을 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감히 협박으로 3억 원을 더 뜯어낸 이선수의 일을 망치려는 의도도 있었다.
이정석이 잘못되면 가스프롬과의 일도 잘못될 것이 분명하다는 착각 때문이었다.
“그럼 술 한잔하셔야죠.”
이민식 전무는 종업원을 불러 준비된 사람들을 들어오게 했다.
박훈 검사의 표정은 더 환해졌다.
* * *
임강민 대표가 주먹 쥔 것을 본 강무송 변호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항상 그렇지. 폭력적인 방법으로 나오는 거.”
“그 폭력적인 방법 덕분에 지켜낸 것은 기억 못 하나 보지?”
임강민 대표와 강무송 변호사의 대화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강무송 변호사의 허름한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임강민 대표는 다짜고짜 소리쳤었다.
‘야! 변호 좀 맡아라.’
강무송 변호사는 서류를 보고 있다 머리만 들어 확인하더니 임강민 대표가 아닌 나에게 어떤 소송이냐고 물었다.
삼두 종합건설이 고소한 사건이라는 대답에 바쁘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이다.
두 사람이 서로 노려본다.
이러다가 싸움 날 것 같았다.
“임 대표님 우리는 싸우러 온 것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하지만 강무송 변호사는 무조건 사장님 의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강무송 변호사의 표정이 바뀌었다.
약간 놀란 것 같았다.
“여기서 그걸 사용하겠다고?”
“그래.”
“진짜? 단 한 번이야.”
“진짜야. 그리고 이번이 아니면 언제 쓸지 모를 것 같고.”
“하아.”
강무송 변호사는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임강민 대표와 약속한 것이 있다.
그렇다고 바로 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이 의뢰인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냐?”
“중요한 사람이지.”
“어떻게 중요한 사람인데?”
임강민 대표는 또 주먹을 쥐었다.
“누구 때문에 망해 가는 회사 살려 주신 분이다. 이 자식아.”
말투는 싸울 것 같다. 하지만 분위기는 정말 친한 친구 사이 같아 보였다.
“단순히 회사 때문에 그 약속을 사용하겠다는 거냐?”
“진짜 화나게 하네. 네가 아무런 힘도 없는 의뢰인들이 중요하듯 나는 나를 믿고 따라 주는 직원이 중요하다. 나를 믿고 지금까지 견딘 직원을 그냥 버리란 말이냐?”
강무송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 가끔은 묘하게 설득력 있는 말을 한단 말이야.”
“가끔?”
“무슨 말인지 알았어. 하지만 이번은 안 되겠네.”
임강민 대표는 진짜 화가 났다.
꽝.
우르르.
책상을 주먹으로 치는 바람에 서류가 바닥에 떨어졌다.
“너 이런 놈이었냐? 네가 한 말을 지키지 않는 양아치야?”
“좀 말을 끝까지 들어라.”
“무슨 말!”
“내가 약속한 것은 네게 일이 생겼을 때 모든 것에 우선해서 도와준다는 것이었어.”
재개발지역 보호 의뢰는 5천만 원 정도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24시간 순찰에 용역이 대규모로 움직이면 슈퍼 가드 역시 가용할 수 있는 직원은 물론, 다른 회사 직원까지 고용해야 했다.
그래서 강무송 변호사는 임강민 대표에게 일이 생겼을 때 도와준다는 약속까지 한 것이다.
“이건 네 일이 아니잖아!”
“진짜 그럴 거냐? 네가 그러고도 친구냐?”
“친구니까 이 정도까지 들어준 거야. 진짜 바쁘다. 가라.”
재개발지역을 지키면서 두 사람은 나이가 같은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용역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내게 한 약속 사장님에게 넘겨도?”
그냥 두고 보려고 했다.
임강민 대표가 잘 설득하면 되니까.
하지만 이제는 나서야 할 것 같았다.
“임강민 대표님 제가 말하겠습니다.”
“사장님…….”
임강민 대표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호기롭게 자신이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나섰다가 안 됐기 때문이었다.
“괜찮습니다.”
강무송 변호사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무슨 말을 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됩니다.”
“과연 그럴까요?”
강무송 변호사가 웃었다.
절대로 될 수 없다는 웃음이다.
“이거 안 보이나요? 일이 산더미입니다. 그리고 경호 업체를 고용할 정도로 부자시면 이곳 말고 다른 곳에 의뢰할 수도 있지 않나요?”
“삼두 종합무역과 소송이라는 것을 들었지 않습니까.”
“저 말고도 삼두 그룹과 싸워 줄 변호사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강무송 변호사는 서류를 손바닥으로 소리 나게 쳤다.
“이 사람들은 저 아니면 싸워 줄 수 없습니다. 돈이 없거든요.”
돈이 없다라.
정답이네.
다른 의미에서의 정답이긴 하지만.
“그렇군요. 돈이 없군요.”
“네. 그러니까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가세요. 제발.”
“변호사님도 돈이 없군요.”
강무송 변호사는 어이가 없었다.
“네. 돈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무장도 없이 혼자 일하죠. 가세요.”
“다른 보조 변호사도 없고요.”
강무송 변호사는 슬슬 짜증 났다.
“네. 없어요. 좀 가라고요!”
소리까지 지르네.
“변호사 뽑으면 되잖아요.”
“지금까지 무슨 말을 들은 겁니까! 돈 없다고요.”
“그러니까 제 의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강무송 변호사는 이선수를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봤다.
생각 같아서는 욕하며 사무실에서 밀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임강민 대표가 있는 한 그럴 수 없었다.
임강민 대표는 친구라도 예외 없이 경호 업무를 철저하게 할 것이 분명했다.
팔이 꺾여 넘어지는 것은 자신이 분명했다.
“그래요? 착수금으로 한 1억 주시려나?”
강무송 변호사는 이선수가 절대로 1억 원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누가 이런 허름한 변호사 사무실에 와서 1억 원이나 주고 변호를 맡길까.
“10억 드리죠.”
“그럴 줄 알았… 얼마요?”
“10억입니다.”
“…….”
강무송 변호사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원래 법무법인 송에 착수금으로 5억 줬습니다. 법무법인 송이 계약을 파기하면서 위약금으로 5억 받았고요. 그래서 10억을 주는 겁니다.”
“잠… 잠시만요. 착수금의 의미를 정확하게 아시는 건가요?”
“일을 끝내지 못해도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라고 말하려는 건가요?”
“맞습니다. 소송에서 져도 10억은 못 돌려드릴 수 있습니다.”
“진짜 죄라면 소송에서 지겠죠. 그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삼두 종합무역에서 고소한 것이 죄라면 회사 다니다가 나와서 회사 차리는 사람 대부분은 죄를 짓는 것이다.
그들은 회사 다닐 때 습득했던 업무나 인맥 등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삼두 그룹입니다. 어려운 싸움이 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님이 필요합니다. 죄가 없다고 생각되면 끝까지 싸워 줄 수 있는.”
강무송 변호사는 자신의 가슴에 묘한 울림을 느꼈다.
그동안 자신이 사람들에게 했던 말을 들어서였다.
재벌 그룹을 상대로 소송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을 설득해야 했다.
‘죄가 없는 사람이 왜 더 겁을 먹어야 합니까! 저는 죄가 없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그것이 법을 배운 사람의 의무니까요!’
그래도 설득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다.
설득됐다 해도 오래 걸리는 소송과 재벌 그룹의 협박과 회유에 넘어가 중도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
“끝까지는 싸워 줄 수 있습니다.”
넘어왔네.
“하지만 상대는 재벌 그룹입니다. 법조계에도 영향력을 발휘하죠.”
이미 그 힘을 많이 느꼈다.
그들에게 불리한 증거가 나오면 재판 기일을 미뤄 대응할 수 있게 해 준다.
반대의 경우는 재판 기일을 절대 미뤄 주지 않았다.
“시간만 오래 걸리고 이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게 하는 것도 변호사님만 가능한 일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변호사는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10억 원은 착수금이라고 했습니다.”
강무송 변호사는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더 주시겠다는 건가요?”
“네. 10억 원으로 변호사 몇 명 더 뽑고 사무장도 구하고 학생들 지원까지 하면 얼마 남지도 않을 것 아닙니까.”
강무송 변호사는 깜짝 놀랐다.
“제가 학생 지원하는 것을 어떻게…….”
미래에 승소하는 10년 소송을 온전히 혼자 하지 않았다.
돈이 없어 공부 못 하는 학생을 여력이 되는 대로 후원했다.
그중에 변호사가 된 학생도 있었다.
“그럴 것 같았는데 역시군요.”
“…….”
강무송 변호사는 이선수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하는 소송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비용이 꽤 드는 일도 많을 것 같네요.”
이선수의 말대로였다.
폐수 같은 경우 한국에서는 제대로 검사해 주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해외에서 해야 했다.
“그런데 변호사는 구할 수 있나요?”
이건 또 다른 이야기다.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변호사를 더 못 구하면 필요 없는 돈이다.
“저를 도와주는 변호사 몇몇이 있긴 합니다. 여력만 된다면 그들을 데려오고 싶습니다.”
10억 원을 착수금으로 받는다면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정말 시간만 보내고 소송에서는 질 수도 있습니다. 몇 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상관없습니다. 그 시간이 더 중요해서요.”
삼두 그룹이 힘을 써도 움직이지 않는 힘이 필요했다.
그런 힘을 만들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염치 불고하고 의뢰를 맡아도 될까요?”
10억 원이라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잘못된 일의 변호를 하라는 것도 아니다.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꼭 이기라는 것도 아니다.
10억 원만 있으면 지금 소송 중인 일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수십 명의 소송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그렇게 하려고 온 겁니다. 계약서 작성하시죠.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강무송 변호사는 계약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선수에게 물어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