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38)
꿈꾸는 재벌 138화(138/249)
138. 원하는 대로
기하 자동차의 자동차 판매 전략에 한국이 들썩였다.
“120개월 무이자 할부 진짜야? 120개월이면 10년이잖아.”
“나 이번에 차 바꿔야 했는데… 차값이 3천만 원이면 1년에 3백만 원이고… 월에 25만 원씩만 내면 되네.”
풀 할부로 차를 샀을 때 25만 원이다.
1천만 원을 내고 나머지 2천만 원을 120개월 무이자 할부로 하면 17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이 판매 전략을 더 반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트럭 자영업자였다.
오래되고 낡은 트럭을 하루하루 고쳐 가며 탈 수밖에 없었다.
새 트럭을 사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그런데 그런 부담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택시 회사도 반겼다.
30만 이상 뛴 택시를 고쳐 가며 운영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택시 회사 대부분 대현 자동차를 샀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하 자동차도 선택해 보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들은 점점 더 기하 자동차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대현 자동차보다 작게는 5백만 원에서 크게는 1천 5백만 원까지 가격 차이가 나서였다.
생활을 위해 차량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그냥 기하 자동차를 선택했다.
성능이 비슷하면서 디자인도 그렇게 나쁘지 않으니 더 좋아했다.
* * *
꽝!
정주헌 사장은 책상을 부술 것처럼 주먹으로 내리쳤다.
“미친 것 아냐?”
정주헌 사장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기하 자동차의 영업 전략은 이익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
자동차 개발에 들어간 돈과 직원 월급 등을 할부로 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부러 그런 거야.”
당연했다.
현재 한국 1위 자동차 판매 기업은 대현 자동차였다.
누가 봐도 대현 자동차를 노린 판매 전략이었다.
하지만 대현 자동차만 노렸다고 해서 다른 자동차 회사도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나오다니…….”
현재 대현 그룹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보유한 곳이 대현 자동차였다.
대현 우주항공의 F-35 프로젝트 대부분의 자금을 대현 자동차에서 끌어오기로 되어 있었다.
다른 계열사는 자금이 있어도 가져오기 힘들었다.
정주헌 사장의 형제들이 꽉 쥐고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어느 업종이나 비슷하겠지만, 시장 점유율이 중요한 것이 자동차 산업이었다.
다음번 자동차도 이전 자동차 회사의 것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서였다.
지금 당장 판매율이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도 문제였다.
기하 자동차에 문의 전화가 빗발치듯 걸려오는 것을 확인했다.
어설프게 대응했다가는 대현 자동차의 입지가 줄어들 수도 있었다.
어쩌면 대현 자동차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정주헌 사장은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화기를 들어 비서에게 지시했다.
“대현 자동차 임원들 다 들어오라고 해.”
대현 자동차의 입지가 줄어들면 대현 그룹 내의 자신의 입지 역시 줄어든다.
대현 그룹 회장 자리도 멀어진다.
대현 자동차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 * *
“회장님 반응이 아주 뜨겁습니다.”
김성웅 사장의 표정을 말과 다르게 안 좋았다.
“그런데 너무 뜨거워서 데일 것 같습니다.”
그가 왜 이렇게 말하는지 안다.
“너무 폭발적인 반응이기는 하네요.”
말 그대로 폭탄이 폭발하듯 폭발했다.
뭐가?
주문이.
트럭 같은 경우 벌써 2만 대가 넘었다.
승용차 부분에서도 차종 상관없이 1만 대를 넘겼다.
더군다나 기하 자동차의 주력인 SUV와 RV는 3만 대가 넘어갔다.
기하 자동차 생산 라인을 24시간 풀 가동해도 올해 안에 고객에게 인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SUV와 RV는 재고가 있다는 것 정도였다.
“아무래도 예상외로 적자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장사꾼이 손해 보고 판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철저하게 몇 대를 팔았을 때 적자가 날 수 있는지 계산해 놨다.
그런데 그 계산을 뛰어넘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원래는 지금의 3분의 2 정도 되는 반응이 최대라고 예상했는데.
“어쩔 수 없죠. 채권을 돌리는 수밖에요.”
120개월 할부의 권리를 금융사에게 할인해서 파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자금 유동성을 지킬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 기하 자동차의 채권을 살 수 있는 금융사가 있을까요?”
기하 자동차의 차량 가격을 평균 3천만 원이라고 하자.
현재 6만 대 정도 계약이 됐다.
1조 8천억 원이나 된다.
솔직하게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대현 그룹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없으면 싱가포르 은행에 팔아도 됩니다.”
“그렇게 하면 되겠군요.”
약간의 번거로움은 있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IMF 덕분에 규제 완화가 되어서였다.
“대현 자동차는 어떤 것 같아요?”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 같습니다. 판매율이 떨어진 것도 모자라서 신차도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대현 자동차가 야심 차게 내놓은 대형 럭셔리 세단 에이스가 주목받지 못했다.
당연히 신형 중형차도 주목받지 못했다.
“대현 그룹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주헌 사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입니다.”
김성웅 사장은 대현 그룹의 후계 구도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정영 회장이 개입할까요?”
“개입하더라도 대현 자동차를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장 큰 변수가 정영 회장이었다.
아무리 후계 구도 때문에 다른 형제들이 대현 자동차를 돕지 않으려고 해도 정영 회장이 나서면 어쩔 수 없다.
아직 대현 그룹의 주인은 정영 회장이기 때문이다.
* * *
정주헌 사장은 정영 회장을 만나고 있었다.
“후욱. 기래. 대현 자동차를 선택하겠다는 거네?”
“죄송합니다.”
정영 회장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서였다.
“내래 아직 더 살아서 이 꼴을 정리해야 하…….”
말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정영 회장의 건강 악화는 대현 그룹 내에서도 일부만 아는 사실이었다.
“기래도 내래 아쉽디 않아. 열심히 살았거든.”
아무것도 없이 피난민으로 내려와 맨손으로 대현 그룹을 일궈 냈다.
삼두 그룹의 성장과는 달랐다.
그만큼 치열하게 싸우며 대현 그룹을 키웠다.
“알아서 하라.”
정영 회장은 대현 그룹을 자신의 손에서 놔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아쉬운 것은 대현 그룹을 휘어잡을 자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죽으면 대현 그룹은 분해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정영 회장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곧 자신의 건강 악화 사실도 모든 이들이 알게 될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겠습니다.”
정주헌 사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 *
[대현 자동차 120개월 무이자 할부에 동참하다.] [10년 15만km 무상 보증.] [구형 모델 파격 할인. 최대 30%.]정주헌 사장이 선택한 것은 대현 자동차였다.
대현 자동차의 자금을 대현 우주항공에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대외적으로는 밝히지 않았다.
대현 자동차는 기하 자동차와는 다르게 여유 자금이 넉넉했다.
그리고 자동차 재고나 생산 여력도 기하 자동차보다 나은 수준이었다.
신형 모델은 할인을 하지 않았다.
한국 자동차 1위 기업이라는 위치 때문이었다.
대신 무상 보증 기간을 늘렸다.
대현 자동차의 판매량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대현 우주항공을 계속 놔둘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적자가 누적될 것이다.
가치는 더욱더 떨어질 것이고.
정주헌 사장은 대현 우주항공을 매각할 계획이었다.
* * *
정주헌 사장이 대현 우주항공을 매각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삼두 그룹 이민욱 부회장을 만나 농담처럼 말해 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핀잔만 들었다.
기하 자동차가 날뛴다고 대현 자동차까지 날뛰어야 하느냐고.
이민욱 부회장이 이렇게 반응한 이유가 있었다.
쌍웅 자동차.
이제는 삼두 자동차로 회사명을 바꿨다.
기하 자동차와 대현 자동차 때문에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회사명까지 바꾼 삼두 자동차가 피해를 보는 중이었다.
이민욱 부회장과의 만남은 소득 없이 끝났다.
욕만 먹었다.
* * *
이민욱 부회장과 만난 후 정주헌 사장은 태평 그룹 김우정 회장을 만났다.
전략을 바꿔 대현 우주항공의 지분을 일부 넘기고 공동 경영하자는 제안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김우정 회장은 일언지하 거절했다.
정주헌 사장은 대현 그룹이 준 6천억 원의 여유 자금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 돈은 태평 자동차에 들어갔다.
기하 자동차와 대현 자동차의 싸움 때문이기도 했지만, 워낙 적자 상태가 오래되어서이기도 했다.
태평 그룹까지 거절한 이상 더는 대현 우주항공을 인수할 기업이 없었다.
남은 곳은 한 곳뿐이었다.
* * *
대현 그룹 정주헌 사장이 대현 우주항공 매각 의사를 알렸다.
예상보다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의도대로 대현 우주항공을 인수할 기회가 생겼다.
정주헌 사장과 매각 관련 만남을 가졌다.
* * *
“이렇게 둘이서만 만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선수 회장님.”
“그렇네요.”
아주 깍듯하네.
전에는 안 그러더니.
“우리 시간 질질 끌지 말고 빠르고 깔끔하게 끝냈으면 합니다.”
웃기고 있네.
급한 것은 정주헌 사장이지 내가 아니다.
이렇게 나오는 것을 봐서는.
이미 정주헌 사장은 협상의 우위에 있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는 아주 여유 있게 다리를 꼬았다.
움찔하는 것이 못마땅해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참아야지 어쩌겠어.
“빠르고 깔끔하게요? 어떻게 하면 빠르고 깔끔하게 끝낼 수 있을까요?”
정주헌 사장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태평 중공업을 인수한 가격인 6천억 원에 대현 우주항공을 매각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태평 중공업의 지금 가치는 2천억도 안 됩니다.”
정주헌 회장은 이선수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당연히 반론도 준비했다.
“태평 중공업의 가치만 놓고 봤을 때는 그렇겠죠. 하지만 삼두 항공과 원래 대현 우주항공의 가치를 합치면 1조 원의 가치는 있습니다.”
1조 원의 가치가 있는 것을 무려 4천억 원이나 깎아 준다는 듯한 표정이네.
솔직하게 맞는 말이기는 했다.
1조 원의 가치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값 주고 살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6천억 원에 다른 곳에 파시면 되겠네요.”
팔 곳이 없으니까 나를 찾아온 것이다.
“이선수 회장님 왜 이러십니까. 대현 우주항공이 필요하시지 않습니까.”
정주헌 사장은 이선수가 대현 우주항공을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비비 인더스트리는 항공기를 생산할 곳이 필요했다.
“대현 우주항공이 아니면 싱가포르 회사와 전투기를 개발해도 생산을 어디서 합니까.”
급소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급소가 맞다. 하지만 방어가 가능한 급소는 급소가 아니다.
“2천억 원에 러시아에서 생산 설비를 일체 수입하기로 했습니다.”
정주헌 사장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러… 러시아에서요?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전투기 생산 회사 하나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고철 가격으로 생산 설비를 가져올 겁니다.”
실제 계약은 고철 매입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뭐 아직 계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든지 계약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드림 그룹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실 텐데요.”
“…….”
정주헌 사장은 알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가스와 원유를 가져다가 판다.
그리고 러시아의 무기를 한국에 수입했다.
어지간한 배경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투기 생산 설비도 가져오는 것이 어렵지 않을 수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2천억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대현 우주항공을 인수할 생각은 있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자산만 팔아도 2천억 원이 넘어갑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대현 우주항공의 자산을 팔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두 번째로 자산을 파는 시간만큼 적자는 계속 누적된다.
세 번째로 정부의 압박이 있을 것이다.
“뭐 부도가 나도 괜찮겠네요. 대현 우주항공의 시설이 고철 가격에 나올 테니까요.”
정주헌 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원래 공장 같은 시설과 설비를 할 때는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부도나 폐업으로 팔 때는 고철 가격으로 매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새로 사려면 수십억 원이나 하는 설비가 톤당 1백만 원으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대현 그룹을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군요.”
일부러 강하게 나오는 것 같았다.
“솔직하게 대현 그룹을 우습게 생각할 수는 없죠. 하지만 지금은 우습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선수 회장!”
화까지 낸다.
그런 그에게 한마디면 충분했다.
“정영 회장님 건강이 안 좋으시다면서요.”
“…….”
너무 놀라네.
생각하지도 못한 말을 해서겠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는다면…….”
이맘때쯤 정영 회장의 건강 악화설이 터지고 얼마 안 있어 사망한 것을 기억해 내서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정영 회장님이 이런 일을 그냥 두고 보실 성격이 아니지 않나요? 그런데 정영 회장님이 개입한 흔적이 없더군요. 최근에는 회사 출근도 안 하셨다고요.”
정주헌 사장은 이를 악물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정영 회장이라는 그늘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정주헌 사장은 자신이 얼마나 아버지인 정영 회장을 의지하고 있었는지도 알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생각도 바뀔지 모릅니다. 진짜 대현 우주항공이 파산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정주헌 사장은 이선수가 진짜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3천억 원…….”
“2천 5백억. 아니면 오늘 만남은 없었던 것으로 하죠.”
정주헌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렇게 하시죠.”
왜 갑자기 빅딜을 한다고 해서 어렵게 만드나.
시간이 더 걸리기는 했지만, 어떻게 보면 괜찮은 것도 있었다.
대현 그룹이 하나로 모아서 정리까지 한 다음 싸게 파는 것이니까.
“잘 생각하셨습니다.”
나는 다리를 풀었다.
약속대로 대현 우주항공을 인수했다.
고한평 회장과 최현종 회장이 찾아온다고 하면 거절할 생각이었다.
어디 멀리 도망이라도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