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41)
꿈꾸는 재벌 141화(141/249)
141. 거래 완료
움찔.
분명 반응했다.
“도청까지는 아니고… 한국에 있는 대사관에서 친구의 일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어.”
푸틴과 옐친 대통령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이정석이 납치된 일 이후에 이선수를 더 신경 쓰기 시작했다.
이선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래서 KGB 출신의 요원으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한국으로 보냈다.
모두 아시아계로 겉모습만 봐서는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너무 관심 있게 살펴보는 것 아니야?”
“친구의 일에 관심 가지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잖아.”
맞는 말이기는 했다.
하지만 친구도 친구 나름이다.
국가 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친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남아프리카의 일을 생각해 보면 난 친구의 안전을 신경 쓸 수밖에 없어.”
푸틴은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남아프리카 일에 도움을 준 것은 정말 고맙게 생각해.”
푸틴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러시아 대사를 움직여 주지 않았다면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쉽게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생명인 납치 사건에서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당연히 도와야지. 친구의 중요한 파트너가 납치됐다는데.”
이정석에게 문제가 생기면 가스와 원유 판매에도 문제가 생긴다.
푸틴은 자신이 받는 돈을 생각해서라도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금 더 업해 줄 생각은 없어?”
뭐를 업해 줘.
돈 이야기라면.
“없어.”
단호하게 잘랐다.
“하하.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고철 안 살 거야?”
“당연히 사야지.”
생산 설비도 그렇지만, 거기에 딸려오는 기술자나 설계도 같은 것이 더 중요했다.
진짜 고철만 사 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데 괜찮겠어?”
내가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의 전투기 기술을 온전히 가져가도 되는 것이냐였다.
푸틴도 이해한 것 같았다.
“괜찮아. 지금 친구가 개발하는 전투기는 이미 미국이나 중국도 다 아는 기술이야. 비밀이지만, 비밀이 아닌 것이지.”
한국형 수직 이착륙 전투기를 개발 제작하는 것이다.
차세대 신형 전투기의 기술이 아니었다.
미국이나 러시아에게는 큰 위협이 되는 기술이 아니었다.
“우리가 그 기술을 가지고 가서 더 나은 전투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친구의 능력이잖아.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않아.”
기술과 군사력 차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미국이나 러시아의 전투기 기술을 따라가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두고 봐. 10년 안에 러시아도 깜짝 놀랄 전투기를 만들어 낼 테니까.”
“하하. 그렇게 해. 우리 러시아와 전쟁만 안 한다면 상관없어.”
푸틴은 한국과 전쟁할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중국과 북한이 동맹이기는 해도 상황이 달랐다.
중국은 점점 더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강력한 적이 될 수도 있었다.
북한은 너무 폐쇄적이었다.
안에서부터 망할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 정리하자. 기존 거래는 그대로 가는 거야. 절반은 내가 알아서 옐친 대통령께 드리지.”
“그렇게 해.”
“새로운 거래는 10% 올려서 30%야. 이것도 내가 알아서 드리도록 하지.”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하자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푸틴이 일어나 방 한쪽에 있는 보드카와 잔을 챙겨왔다.
그리고 옐친 대통령에게 먼저 한 잔 따랐다.
자신의 잔을 채우고 나와 이정석 선배의 잔도 채웠다.
“우리의 거래를 위해.”
옐친 대통령도 한마디 했다.
“좋은 거래이기를 바라며.”
나도 한마디 할까 하다가 그냥 잔만 들었다.
* * *
옐친 대통령과의 만남은 방 안에서가 끝이었다.
푸틴 역시 다시 파티장으로 가야 해서 더는 대화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직접 만나는 것은 피하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약점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푸틴이 총리가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모스크바에서 그의 정치적 입지가 탄탄하지 않았다.
대신 언제든지 직통으로 통화할 수는 있는 번호는 받았다.
또한, 전투기 제작 회사 이름과 위치 그리고 한국으로 가져가기 위한 편의를 봐주는 외교부 직원까지.
덕분에 이정석 선배만 일이 더 많아졌다.
아무리 고철이라는 명목으로 전투기 제작 설비를 가져온다고 하지만, 한국으로 곧바로 보낼 수는 없어서였다.
싱가포르를 거쳐서 한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며칠 모스크바에서 더 머물며 일을 처리했다.
하지만 푸틴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싱가포르로 떠나는 날 멀리서 얼굴만 서로 볼 수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푸틴과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착각일까?
* * *
싱가포르에 도착해 이정석 선배와 앞으로의 일을 더 의논했다.
푸틴과 옐친 대통령이 가스와 원유의 거래를 준다고 해서 바로 가져올 수 없어서였다.
이정석 선배가 준비한 회사들이 드림 컴퍼니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해야 했다.
바지 회사 격인 러시아 회사 몇 곳도 인수해야 했다.
그렇다고 그냥 바지 회사는 아니었다.
기존에 가스와 원유를 거래하는 회사였으니까.
대부분의 직원은 그대로 고용하고 경영진만 바뀌는 방식이었다.
어느 정도 일을 마무리 지은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푸틴의 총리 취임식을 위해 한국을 떠난 지 20일 만이었다.
* * *
“한국에 그냥 가져올 수는 없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회장님.”
김성웅 사장에게 러시아 전투기 제작 회사의 설비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것에 관해 말했다.
하지만 가스나 원유 거래는 말하지 않았다.
이건 드림 그룹의 일이 아니니까.
섭섭해해도 어쩔 수 없었다.
“정부 그리고 국가정보원과 협력해야 합니다.”
안기부는 명칭을 국가정보원으로 바꿨다.
당연히 국가정보원으로 바뀌면서 수장도 바뀌었다.
“미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충분한 설명도 필요합니다.”
솔직하게 이건 예전부터 조금 짜증 나는 일이긴 했다.
내 나라의 일인데 다른 나라의 눈치를 봐야 하니까.
“가장 우려되는 일은 중국과 일본입니다.”
“두 나라는 왜요?”
김성웅 사장은 어색하게 웃었다.
“중국은 한국이 항공순양함을 가져간 것에 불만이 많습니다.”
원래 우크라이나에서 가져온 항공순양함은 중국이 가져가려 한 것이다.
먼저 낚아챈 것이다.
“일본은요?”
“일본은 한국의 국방력이 커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독도를 한 예로 들 수 있겠군요.”
지금도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한다.
영원히 주장할 것 같긴 했다.
일본이 망해도 그럴 것 같은데.
“중국과 일본이 훼방을 놓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 봤자 항의뿐이지 않나요?”
김성웅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항공순양함 때는 중국과 일본이 항의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 실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실력을 행사한다니요?”
“테러입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테러요? 설마요.”
“회장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고철로 위장한 전투기 제작 설비를 실은 배가 우연한 사고로 침몰할 수도 있습니다.”
김성웅 사장의 말이 진짜라면 국가정보원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솔직하게 러시아 전투기 제작 설비를 고철로 위장하는 이유는 주변국들의 항의나 견제 때문이 아닙니까.”
그것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온전한 제작 설비를 판매한다는 것을 숨기려고 하는 이유가 더 컸다.
자신들의 기술을 팔아먹는 것이니까.
다 아는 사실이지만, 드러나지만 않으면 된다.
드러나지 않은 일로 러시아에 항의해 봤자 러시아는 콧방귀 뀌며 그런 일이 없다고 할 테니까.
그리고 중국이나 일본이 고철을 파괴했다고 해서 항의할 수도 없다.
고철이니까.
“기술자하고 설계도 같은 것은 슈퍼 가드에 맡겨야겠네요.”
“그것도 괜찮습니다. 경험 많은 직원이 많으니까요.”
설비 운송도 슈퍼 가드에 맡기면 되지 않나 싶었다.
내 생각을 아는 듯 김성웅 사장이 말했다.
“제작 설비의 경우 합법적으로 무기를 휴대한 정부 소속 요원이 배치되어야 합니다. 위장으로 다른 중요한 물건을 같이 수송하게 될 겁니다.”
김성웅 사장이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슈퍼 가드는 용병을 고용하는 것이다.
“어째 이런 일은 회사 인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국방력을 높이는 기술은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방해하려고 하니까요.”
“알겠어요. 김 사장님이 정부와 협력해서 수송을 잘하게 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현 우주항공은 제대로 인수가 끝났나요?”
내가 러시아와 싱가포르에 가 있는 동안 마무리는 김성웅 사장이 했다.
“빅파이 컴퍼니에 최종 인수됐습니다. 그리고 비비 인더스트리와 기술 협약 약정도 끝냈습니다.”
전투기 기술은 비비 인더스트리가 제공하고 생산은 대현 우주항공이 한다.
“회사명은요.”
“드림 우주항공으로 변경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빅파이 우주항공으로 안 한다고 항의 안 해요?”
“고 회장님하고 최 회장님 말씀이십니까?”
“네.”
“두 분은 아무런 말도 없으셨습니다.”
“혹시 모르는 것 아니에요?”
“알고 있습니다.”
이상하네.
항의할 만한데.
“그리고 한 가지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가요?”
“태평 그룹이 위험할 것 같습니다.”
나는 눈을 반짝일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기회가 왔다.
원래대로라면 벌써 위험했어야 했다.
하지만 빅딜 때문에 태평 그룹에 6천억 원이라는 돈이 들어가서 그런지 조금 더 버틴 것 같았다.
“왜 그렇게 판단한 거죠?”
“먼저 태평 건설의 부도가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하기는 재벌 그룹치고 IMF 때문에 건설 계열사가 안 위험한 곳은 없었다.
물론, 드림 건설은 제외하고.
“순환 출자와 계열사 간 채무 보증이 심한 태평 그룹입니다. 하나가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연속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확한 분석이었다.
지금도 태평 그룹 김우정 회장은 사업을 더 확장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겠지.
“태평 자동차가 매물로 나오면 경쟁자는 어디일까요?”
내가 태평 자동차를 인수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김성웅 사장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대현 자동차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 경쟁자는 삼두 그룹이 아닐까 싶은데요?”
김성웅 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마지막 경쟁자요?”
“네. 태평 그룹이 태평 자동차를 이용해 그룹을 살리려는 시도를 할지도 몰라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김성웅 사장이 아는 한 그랬다.
“태평 자동차를 조금 더 조사해 주세요.”
김성웅 사장은 이선수가 또 무언가를 아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이선수의 말대로 하다 보면 알게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회장님.”
내가 꿨던 꿈과는 다른 상황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씩 시기와 사실이 달라지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꿈이라도 꾸면 좋을 텐데.
* * *
“방법이 없나?”
김우정 회장은 고민에 빠졌다.
팔기 싫은 태평 중공업을 생각지도 않은 6천억 원이라는 금액에 팔게 됐다.
덕분에 자금 유동성에 숨통이 틔었다.
하지만 숨통만 틔웠을 뿐이었다.
매월 나가는 엄청난 이자와 적자에 따른 고정 비용 때문에 6천억 원이라는 돈도 깨진 독에서 물이 새듯 사라지고 있었다.
“정부가 내 제안을 받아들여 주기만 했으면…….”
김우정 회장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IMF를 빨리 벗어나는 방법은 수출을 많이 해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방법이 낫다고.
그렇게 하려면 정부가 어느 정도 지원을 해 줘야 했다.
대출 이자를 유예해 주거나.
대출을 늘려주거나.
조금만 도와준다면 김우정 회장은 빠르게 수출을 늘려 달러를 벌어 올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태평 그룹은 국내보다 해외에 더 집중했다.
대현 자동차도 아직 제대로 만들지 못한 유럽 자동차 판매망도 태평 자동차는 만들었다.
“대금만 제대로 들어왔어도.”
태평 건설이 동남아 국가에서 수주한 건설 현장이 문제가 됐다.
건설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환율의 급등으로 태평 건설 계열사의 부담이 더 커졌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최소 2배에서 3배까지 뛴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또한, 대출 이자도 너무 높았다.
그리고 이제 정부는 김우정 회장의 의견을 듣지도 않았다.
태평 그룹을 지원하면 다른 그룹도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김우정 회장은 수화기를 들었다.
“GM 스미스 회장과 약속을 잡아줘요.”
김우정 회장은 미국으로 가서 GM 존 F 스미스 회장과 담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국내가 안 된다면 미국 GM의 도움이라도 받을 생각이었다.
최악의 경우 태평 자동차를 조건부 매각할 생각도 있었다.
일단 태평 그룹부터 살려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