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42)
꿈꾸는 재벌 142화(142/249)
142. 장난질
김우정 회장은 무작정 미국 GM 본사로 날아갔다.
스미스 회장과의 약속을 잡기 힘들어서였다.
막무가내로 찾아가 스미스 회장을 기다렸다.
마침내 외부 일정을 끝내고 돌아온 스미스 회장과 만날 수 있었다.
* * *
“이렇게 약속도 하지 않고 찾아오면 곤란합니다. 프레지던트 김.”
“미안합니다. 하지만 약속을 잡아주지 않으니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어떻게 보면 자존심이 상할 일이었다.
하지만 김우정 회장은 자존심보다 그룹이 먼저였다.
“약속하지 않았으니 시간을 조금밖에 내줄 수 없어요. 한… 10분?”
그래도 10분이라는 시간을 벌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찾아온 겁니까?”
스미스 회장의 물음에 김우정 회장은 솔직하게 말했다.
“GM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스미스 회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도움이라니요?”
스미스 회장의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태평 자동차는 원래 GM과 50대 50의 지분을 가진 합작 회사였다.
GM의 자동차 기술을 가져다가 태평 자동차에서 자동차를 생산한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의견 충돌로 김우정 회장은 GM과의 결별을 결심했다.
그래서 1992년 GM에게서 지분을 전부 사들였다.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나요? 또 어떤 도움을 줘야 하죠?”
“다른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태평 자동차에 투자해 줬으면 합니다.”
“투자요?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이사진을 설득할 자신이 없군요.”
“투자가 힘들다면 지분을 다시 GM에서 사들이는 것은 어떤가요.”
스미스 회장은 조금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IMF 상황을 알기 때문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서 생각보다 작은 돈으로 태평 자동차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전처럼 50%를 사라는 건가요?”
김우정 회장은 한 고비 넘겼다고 생각했다.
스미스 회장이 관심을 보였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50%까지는 주기 싫었다.
예전처럼 GM의 간섭이 심해질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스미스 회장은 잠시 생각했다.
아시아의 생산 기지가 아쉽기는 했다.
그리고 현재 GM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상황이었다.
또한, 실적 부진의 책임을 이 상황을 이용해 넘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분 인수 금액은 얼마로 생각합니까.”
김우정 회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건부 매각까지는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였다.
“20억 달러입니다.”
스미스 회장은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너무 많군요. 적당한 인수 금액은 검토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절대 많은 돈이 아닙니다. 스미스 회장.”
“그건 당신 생각이고요. 인수 금액을 검토하게 해 볼 테니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김우정 회장은 다시 초조해졌다.
“언제까지 검토가 가능할까요?”
“아무리 빨라도 한 달은 걸릴 겁니다.”
한 달이면 너무 늦는다고 생각했다.
상황은 더 나빠질 테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될까요?”
“인수 금액만 맞는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됩니다.”
“그럼 GM이 태평 자동차 지분 인수를 한다는 것은 확정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스미스 회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확실하다는 말을 내 입에서 듣고 싶은 것 같군요. 이 상황을 이용할 생각인가요?”
“솔직하게 그렇습니다.”
스미스 회장은 태평 자동차의 상황이 더 안 좋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김우정 회장이 이렇게 찾아온 것부터 안 좋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안 됩니다. GM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GM이 태평 자동차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뉴스만 내보내도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것을 노렸지만, 스미스 회장이 거절했다.
그렇다고 그냥 할 수는 없었다.
스미스 회장이 괘씸하다고 생각해 지분 인수를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검토 기간을 줄여 주세요.”
스미스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빠르게 검토하겠습니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스미스 회장이 말한 10분이 지났다.
김우정 회장은 그래도 희망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김우정 회장이 돌아간 뒤 스미스 회장은 한국 태평 자동차와 협력했던 직원과 재무팀 등을 불렀다.
그리고 태평 자동차뿐만 아니라 한국의 상황까지 정확하게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최대한 빠르게.
* * *
스미스 회장은 며칠 만에 태평 자동차 때문에 이사회를 열었다.
그리고 파악한 자료를 이사들에게 보여 줬다.
“자료를 보면 알겠지만, 태평 자동차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사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IMF 때문에 태평 자동차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결과가 있어서였다.
그리고 김우정 회장이 원한 20억 달러가 아닌 10억 달러면 충분하다는 판단도.
“이번에는 지분만 인수하는 것으로 끝낼 생각이 없습니다. 경영권도 가져올 생각입니다.”
태평 자동차를 완전히 GM 한국 지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스미스, 태평 자동차가 10억 달러를 받아들일까요?”
이사 중 한 명이었다.
스미스 회장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 태평 그룹은 태평 자동차만 문제가 아닙니다. 10억 달러라는 돈은 태평 그룹의 생명을 연장해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겁니다.”
스미스 회장의 말에 다른 이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굳이 태평 그룹의 생명을 연장해 줄 필요가 있나요?”
“무슨 말인가요? 테일러 이사?”
“태평 그룹의 생명이 끝나면 태평 자동차는 더 싸게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대부분의 이사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우리가 필요한 것은 아시아의 생산기지입니다. 굳이 지금 10억 달러나 주면서 지분을 인수하고 부채까지 떠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스미스 회장이 물었다.
“그럼 태평 자동차가 부도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전부를 인수하자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것이 더 이익일 테니까요.”
“그러다가 태평 자동차를 인수하지 못하면요? 그 책임은 누가 지죠?”
이번에는 테일러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제가 책임지죠. 대신 태평 자동차는 제게 맡겨 줬으면 합니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스미스 회장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잘만 하면 강력한 경쟁자인 테일러 이사의 입지가 줄어들 수도 있었다.
태평 자동차 인수에 실패하면.
그리고 GM의 이익을 생각하면 테일러 이사의 말대로 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었다.
“자신 있나요?”
“자신 있습니다.”
테일러 이사는 그냥 자신 있어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연인지 몰라도 자신이 자금을 투자한 기업 사냥꾼에게 한국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는 태평 그룹도 있었다.
“다른 이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테일러 이사에게 맡겨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는 것이 낫죠. 안 되면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원래 방법으로 할 수도 있으니까요.”
대부분 찬성하는 것 같았다.
“좋아요. 테일러 이사에게 태평 자동차 건을 맡기죠.”
김우정 회장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 * *
“그건 너무 적습니다.”
김우정 회장은 테일러 이사가 지분 인수 담당자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스미스 회장을 만난지 20일 만이었다.
그리고 테일러 이사와 통화 중이었다.
[10억 달러면 한국 화폐로 2조 원입니다. 우리가 조사한 것에 따르면 충분하더군요.]태평 자동차만 생각하면 충분했다.
하지만 태평 그룹을 생각하면 부족했다.
일부를 상호보증한 부채 상환에 사용할 생각이었다.
[또한, GM이 태평 자동차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알려지면 주가는 물론, 태평 자동차 상황도 좋아지지 않습니까.]김우정 회장이 사용하려던 방법이었다.
[10억 달러가 어렵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지분 인수는 포기하겠습니다.]김우정 회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쉽지만, 테일러 이사의 제안대로 해야만 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대신 공식적으로 태평 자동차 지분 인수를 발표해 주시죠.”
[당연합니다.]“곧 만나죠.”
[내가 한국으로 가겠습니다.]“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김우정 회장은 주먹을 쥐었다.
원하는 20억 달러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목표인 10억 달러는 확보할 수 있어서였다.
스미스 회장을 만날 때 일부러 20억 달러를 부른 것이었다.
김우정 회장은 비서를 불렀다.
“홍보 이사 오라고 해요.”
대대적으로 홍보할 생각이었다.
* * *
[GM 태평 자동차 지분 인수하기로.] [10억 달러의 투자. 태평 자동차 기사회생하나?]“회장님, 죄송합니다.”
김성웅 사장은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요.”
그는 괜찮지 않았다. 이선수가 분명 태평 그룹이 다른 곳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것을 놓쳤다.
“설마 김우정 회장이 GM에 손 벌릴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래도 죄송합니다.”
이선수의 말대로였다.
김우정 회장이 미국 출장 간 것은 알았다.
하지만 너무 빨리 돌아왔다.
설마 GM과 결별하다시피 한 태평 그룹이 다시 GM과 만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진짜로 죄송할 필요 없어요.”
이선수가 너무 태연하게 말하자 김성웅 사장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혹시 무언가 아시고 계십니까?”
“네.”
GM이 태평 자동차를 인수한 것을 알고 있다.
지분 인수가 아닌 온전한 인수를.
그것도 태평 그룹 김우정 회장을 뒤통수치다시피 하면서.
“어떤 것을…….”
“GM은 지금 장난치고 있는 겁니다. 태평 자동차를 완벽하게 인수하려고요.”
“설마요.”
“왜 지난번에 전투기 설비 이야기하셨죠? 그때는 제가 설마하는 표현을 했고요.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이제야 이해가 됐다.
그래도 의문이 남았다.
“회장님은 GM이 그렇게 할 것을 확신하십니까?”
확신한다.
하지만 왜 확신하는지 이유를 말해 줄 수는 없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대신 다르게 말할 수 있다.
“미국에 꽤 괜찮은 소식통이 있어요. 그곳을 통해 들었습니다.”
김성웅 사장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선수가 모토로라와 아마존에 투자해 엄청난 돈을 번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미국에 이선수를 돕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
“지금은 기다려야죠. GM이 뒤통수를 칠 때까지요.”
김성웅 사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태평 그룹이 무너질 때군요.”
“아마도요.”
태평 그룹은 하나만 무너져도 전체가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GM만 믿고 있다가 배신 당하면 다른 방법을 찾을 시간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GM 직원이 한국에 입국하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김성웅 사장은 그냥 감시하라는 것으로 생각했다.
“GM 직원이 정부 관계자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이선수의 말을 듣자 김성웅 사장은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더 철저히 감시하겠습니다.”
* * *
테일러 이사는 태평 그룹에 알린 일정보다 일찍 한국에 입국했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서였다.
호텔에 짐을 푼 그를 누군가 찾아왔다.
“테일러!”
“제임스!”
테일러 이사가 반갑게 맞이했다.
제임스 박.
한국명 박철진.
로비스트였다.
한국도 로비스트가 있다.
물론, 한국은 로비가 미국처럼 합법이 아니다.
그래서 중개인 또는 브로커다.
반갑게 그를 맞이한 테일러 이사는 바로 물었다.
“한국 정부와 이야기는 됐어?”
“정부까지는 아니고 경제부처 공무원 정도까지는 됐어.”
테일러 이사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로 되겠어?
박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
“충분해. 보고서를 작성하면 그것을 최고위층에 올리는 사람이야.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정부도 그 보고서를 신뢰해.”
“확실하지?”
“확실해. 내가 이번 일만 하는 것이 아니야.”
테일러가 박철진을 믿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한국의 저평가된 기업을 저렴하게 사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예정된 대로 발표나 해.”
테일러 이사가 씨익 웃었다.
“며칠 뒤 직원들이 오면 태평 그룹과 만난 후 그때 할 거야.”
“그동안 한국 관광이나 하든지.”
“그럴까 해.”
“그럼 제대로 됐을 때 수수료나 이야기할까?”
“왜 이러실까. 1백만 달러로 정해진 것을 알면서.”
박철진이 피식 웃었다.
“상황이 달라졌잖아. 태평 자동차에 10억 달러 투자할 예정이었다면서?”
뉴스로 나왔으니 알 수밖에 없었다.
“절반도 안 되는 돈으로 살 수도 있을 거야. 5억 달러나 아끼게 해 줬는데.”
테일러 이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2백만 달러 그 이상은 안 돼.”
“2백만 달러에 5억 달러 밑이면 2백만 달러 더.”
박철진은 손을 내밀었다.
“딜?”
테일러 이사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손을 잡았다.
“딜.”
테일러 이사의 작업이 조용하기 시작되고 있었다.
* * *
“우연히 테일러 이사가 입국한 것을 잡았습니다.”
김성웅 사장은 사진까지 가져왔다.
내가 보기에 우연이 아니다.
모든 인맥을 동원해 감시했을 것이다.
“호텔에서 만난 사람은 제임스 박. 한국명 박철진입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이중 국적자입니다. 한국과 미국을 다니면서 로비를 합니다.”
“역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맞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박철진이 접촉한 사람들을 확인 중입니다.”
확인 안 해도 어떤 수작인지 알 수 있다.
“불법 로비로 엮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대로 두세요.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해야 방심할 거잖아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뒤통수는 GM만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GM의 뒤통수를 확실하게 칠 생각이었다.
어디 남의 나라에 와서 장난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