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45)
꿈꾸는 재벌 145화(145/249)
145. 태평 자동차
김성웅 사장이 또 사진을 가져왔다.
테일러 이사와 박철진 그리고 고광민의 사진이었다.
“박철진과 고광민이 테일러 이사를 찾아갔고, 호텔에서 나올 때의 표정이나 행동을 봐서는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김성웅 사장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그래서 청와대에 확인한 결과 고광민이 사직했습니다.”
“그 말은 GM에게 태평 자동차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것인가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고광민은 박철진의 돈을 받고 GM의 일을 해 줬으니까요. 고광민이 사직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잘린 것입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박찬우 경제수석이 왜 연락이 없을까요?”
“저도 박찬우 경제수석이 왜 가만히 있는지 그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조건을 제시했다.
그것 때문에 GM과 결별하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연락이 왔어야 했다.
“조금 기다려 보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그래 보죠.”
태평 자동차가 부도나기 전까지 기다린다고 했었다.
아직 시간은 있었다.
* * *
김우정 회장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
GM의 장난 때문에 태평 그룹의 더 위험해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태평 자동차가 가장 위험했다.
“방법은 없는 건가?”
문제가 되는 것은 태평 자동차가 보증한 태평 조선산업의 채권이었다.
태평 조선산업역시 태평 자동차의 채권을 보증했다.
하지만 태평 조선산업이 보증한 금액이 더 컸다.
서로 상계해도 태평 조선산업이 4천억 원이나 되는 돈을 더 갚아 줘야 했다.
“태평 자동차를 인수해 줄 기업은…….”
그동안 그냥 있지만은 않았다.
정부가 지원해 줄 가능성이 없으니 태평 자동차를 인수할 기업을 찾았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곳은 한 곳뿐이었다.
“드림 그룹뿐인가?”
삼두 그룹은 절대 그냥 인수해 줄 리가 없었다.
대현 그룹 역시.
경쟁에 붙여 가장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했다.
하지만 태평 자동차의 상황상 그 어느 곳도 인수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자금의 한계가 있으니까.
“이선수 회장과 담판을 지어야겠어.”
지금 한국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그룹은 드림 그룹이었다.
엘아이 그룹, 선견 그룹과 컨소시엄으로 만든 빅파이 컴퍼니 역시 드림 그룹의 계열사나 마찬가지다.
김우정 회장은 이선수가 태평 자동차의 미래 가치를 알아봐 줄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까지 드림 그룹이 인수한 회사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 *
김우정 회장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솔직하게 김우정 회장에게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박찬우 경제수석에게서 아직 연락이 안 온 상황이다.
김우정 회장을 먼저 만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 사실을 박찬우 경제수석이 알게 되면 더 확실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김우정 회장과 만나기로 했다.
드림 그룹 본사에서.
* * *
“이렇게 빨리 만나 줘서 고맙소. 이선수 회장.”
“급하신 것 같아서요.”
내 말에 김우정 회장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내가 어느 정도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을 느껴서겠지.
“솔직하게 급하긴 합니다.”
“어떤 것이요?”
대충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모르는 척했다.
그것을 김우정 회장도 아는 것 같았다.
“알고 있지 않소. GM이 1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가 철회하는 바람에 태평 자동차는 물론, 태평 그룹 전체에 피해가 있다는 것을.”
하기는 뉴스를 아예 안 본다면 몰라도 모를 수 없다.
더군다나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모른다면 그 기업을 경영할 자격이 없다.
경영을 제대로 못 할 것이 분명하니까.
“그래서 돈을 빌리러 오신 겁니까?”
김우정 회장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 빌려 주겠소? 얼마나 필요할지 알고?”
그냥 말해 본 것이었다.
김우정 회장이 돈을 빌릴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아니네.
“그렇다면 왜 만나자고 하신 겁니까?”
“이선수 회장은 태평 자동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소?”
“어떻게 생각하냐니요?”
태평 자동차를 인수하라는 것 같기는 한데.
정확한 의도를 아직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태평 자동차의 미래를 말하는 거요.”
나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김우정 회장의 의도가 어느 정도 파악돼서였다.
“태평 자동차의 미래를 왜 저에게 묻습니까?”
“그냥 미래가 아니라… 태평 자동차가 위기를 넘긴다면 그 가치가 얼마나 될지 묻는 거요.”
위기를 넘기면?
내가 아는 것은 태평 자동차가 현재 개발 중인 경차 마이즈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팔린다는 것이다.
태평 자동차를 인수한 GM은 생각지도 못한 이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경차 시장이 꽤 큰 유럽에서도 통했다.
하지만 이건 아직 아무도 모른다.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요?”
내 반문에 김우정 회장이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선수 회장은 태평 자동차의 가치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봅니다. 태평 자동차는 이번 위기만 넘기면…….”
김우정 회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깜짝 놀랄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했다.
경차에 집중해 유럽을 먼저 공략한 다음 중형차로 더 영역을 넓혀 가겠다는 것.
지금은 위기를 넘길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김우정 회장은 자신이 평소 주장하는 것처럼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말했다.
“이선수 회장… 난 자신 있소. 태평 자동차는 그럴만한 저력이 있어요.”
나는 그렇다고 대답해 줄 수 없었다.
왜냐.
김우정 회장의 말이 맞다고 하는 순간 나는 태평 자동차를 비싼 가격에 인수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부채였다.
그 많은 부채를 다 떠안을 수는 없었다.
“김 회장님…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물어보시오.”
“태평 자동차가 현재 보유한 부채보다 미래의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하십니까?”
“…….”
김우정 회장은 순간 대답할 수가 없었다.
부채는 현재 보유한 것이고 미래의 가치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이다.
“현재 태평 자동차의 부채를 다 갚으려면 몇 년이나 걸릴까요?”
김우정 회장은 어렵게 대답했다.
“5년… 아니, 3년이면 충분해요.”
“그건 김 회장님 예상이지 않나요? GM 실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GM은 그 부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요?”
“그건 아니오.”
김우정 회장이 강하게 반발했다.
“GM은 태평 자동차의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장난친 거요.”
“왜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했을까요?”
“그거야 당연히…….”
김우정 회장은 이유를 말하려다가 멈췄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태평 자동차를 싸게 인수해야 어느 정도 수지타산이 맞아서 아닌가요?”
“…….”
이번에도 김우정 회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선수가 이런 시선으로 태평 자동차를 보고 있다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은 소용이 없어서였다.
그래서 직설적으로 이선수에게 물었다.
“이선수 회장은 태평 자동차에 투자하거나… 인수할 의향은 없는 거요?”
“투자는 이익이 있을 때 하는 것입니다. 이익이 날지 안 날지 모르는 부채가 많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요?”
투자는 거절.
하지만 인수에 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우정 회장은 조금의 기대를 품고 다시 물었다.
“인수할 의향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았소.”
“김 회장님은 싸게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을 비싸게 인수할 수 있나요?”
김우정 회장은 이선수가 태평 자동차가 부도날 때까지 기다리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드림 그룹이 태평 자동차를 인수하게 되면 대현 자동차와 싸움에서 유리해질 거요.”
“지금도 그렇게 불리하지는 않습니다만?”
“그건 가격과 할부 정책 때문이지 않소. 아직 대현 자동차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사실이고.”
이건 정확한 분석이었다.
“기하 자동차에서 생산하지 않는 차종을 태평 자동차는 가지고 있소.”
준중형 세단 같은 것이다.
기하 자동차도 개발 중이었다.
“물론, 겹치는 차종은 선택해서 단종시키거나 해야겠지요.”
중형 세단 중에 겹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기하 자동차와 태평 자동차가 합쳐지면 대현 자동차를 충분히 상대할 차종이 확보되는 것이오.”
이것도 맞다.
“만약에 대현 그룹에서 태평 자동차를 인수한다면 한국 자동차 시장은 어떻게 될 것 같소.”
거의 대현 자동차의 독점이 되겠지.
원래는 대현 자동차가 기하 자동차를 인수해 한국 자동차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내가 기하 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달라졌지만.
“태평 자동차가 부도나고 매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대현 자동차는 무조건 인수하려고 할 것이오.”
태평 자동차의 모든 부채를 떠안은 것이 아니라면 대현 자동차도 태평 자동차를 욕심낼 수 있을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상관없었다.
돈으로 하는 경쟁이라면 질 자신이 없었다.
“그때 가서 어렵게 태평 자동차를 인수하지 말고 지금 하는 것은 어떻소. 부채는 태평 그룹에서 어느 정도 책임지겠소.”
김우정 회장은 태평 자동차 매각 대금으로 부채를 갚을 생각이었다.
상호 보증한 부채가 상당했기 때문에 태평 자동차의 부채만 해결해도 태평 그룹 전체의 부담이 줄어든다.
“부채를 책임지겠다라…….”
아직 박찬우 경제수석에게 연락이 안 왔다.
어느 정도는 김우정 회장에게 여지를 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부채를 책임지겠다고 하면 조금은 흥미가 생긴다.
“얼마나 책임지실 겁니까?”
“인수 금액이 얼마냐에 따라 다릅니다.”
“얼마를 생각하는지요?”
김우정 회장은 바로 대답했다.
“GM이 제시한 10억 달러요.”
현재 환율로 2조 원이라.
솔직하게 말해서 큰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니었다.
김우정 회장의 말대로 미래 가치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 절반인 5억 달러나 그 아래 가격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데 굳이 지금 1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생각 좀 해 봐야 할 것 같군요.”
일부러 약간의 여지를 뒀다.
“시간을 오래 줄 수는 없어요. 이선수 회장.”
“알겠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연락 드리죠.”
“기다리죠.”
김우정 회장과의 대화는 여기서 끝이었다.
* * *
박찬우 경제수석은 태평 자동차의 부도를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준비했다.
김중대 대통령에게 보고할 보고서도 다시 작성했다.
그러느라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김중대 대통령은 태평 자동차의 부도 때문에 태평 그룹까지 연쇄 부도를 염려했다.
박찬우 경제수석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도 솔직하게 밝혔다.
그래서 태평 자동차가 부도 나기 전에 매각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매각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면 태평 그룹 전체 부도는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서였다.
지금은 태평 자동차가 먼저였다.
박찬우 경제수석은 태평 자동차의 조건부 매각을 김중대 대통령에게 허락 받았다.
하지만 김중대 대통령에게 허락 받았다고 해서 마음대로 태평 자동차를 매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우정 회장이 정부의 제안을 승낙해야 가능했다.
그래서 박찬우 경제수석은 김우정 회장을 청와대에서 보자고 연락했다.
* * *
부들부들.
김우정 회장은 손을 떨고 있었다.
그 손에는 서류가 쥐어져 있었다.
“지금 태평 자동차를 강제 매각하라는 겁니까?”
“태평 자동차가 버틸 수 있는 최대 시간은 3주입니다. 아닌가요?”
GM의 테일러 이사가 가져다준 내부 자료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부도가 나서 헐값에 태평 자동차를 파는 것보다 최대한 많이 받는 것이 태평 그룹에 더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만.”
김우정 회장은 화를 가라앉혔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이선수에게 했던 제안과 비슷했다.
“그냥 매각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주 채권 은행 중 산업 은행과 민국 은행, 한신 은행이 최대 40%까지 채권을 감면해 줄 겁니다.”
세 은행이 태평 자동차에 빌려준 돈은 2조 3천억 원이나 됐다.
이익이 안 나니 이자 낼 돈을 또 빌리는 악순환 때문에 채권이 늘어난 것이다.
“자본 잠식은 서류상으로 감추고 있었더군요. 이것도 일단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대출을 받으려면 자본 잠식 상태라는 것을 감춰야 했다.
회계 장부 조작은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죄였다.
“하지만 매각 시에는 제대로 밝혀야 합니다.”
밝히고 싶지 않아도 밝혀진다.
실사라는 것이 괜히 있지 않는다.
김우정 회장은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박찬우 경제수석이 내부 정보를 너무 많이 알아서였다.
“또한, 5년 동안 채권 은행은 이자를 받지 않을 겁니다.”
엄청난 조건이었다.
2조 3천억 원의 40%면 9,200억 원이다.
그것을 감면해 준다.
그리고 이자도 5년 동안 면제해 준다.
하지만 이건 인수하는 기업에게 주는 혜택이었다.
“이 조건을 그냥 태평 자동차에게 줄 수는 없습니까?”
박찬우 경제수석은 고개를 저었다.
“미련을 버리시죠. 그 조건대로 해 준다 해도 태평 자동차가 부도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자금이 부족하니까요.”
“…….”
“매각을 선택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검찰과 국세청이 동시에 조사를 시작할 겁니다.”
회계 장부 조작이 바로 드러날 것이 분명했다.
김우정 회장은 기소되고 감옥까지 갈 수도 있었다.
태평 자동차는 정부의 의도대로 매각될 테고.
하지만 김우정 회장은 아직 미련이 남아 있었다.
이선수가 태평 자동차를 1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하는 것이 더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박 수석님… 사실 드림 그룹과 매각 협상 중입니다. 좋은 조건으로 매각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부가 이 조건까지 해 준다면…….”
김우정 회장의 말에 박찬우 경제수석은 놀랐다.
벌써 이선수가 김우정 회장과 접촉하다니.
하지만 이선수는 분명 부도날 때라고 했었다.
그것을 기억해 낸 박찬우 경제수석은 김우정 회장에게 물었다.
“이선수 회장이 먼저 만나자고 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내가 먼저 만나자고 했습니다.”
후우.
박찬우 경제수석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선수가 주도적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허락까지 받은 이 상황에 이선수가 또 주도적으로 움직인다면 곤란한 상황이 된다.
박찬우 경제수석은 지금 이 자리에서 김우정 회장과 태평 자동차 매각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선수가 끼어들 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조건은 공개 매각일 때 가능합니다. 특정 기업을 위해서 해 줄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일 바로 검찰과 국세청 조사를 시작할까요?”
김우정 회장은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매각하겠다고 할 생각은 없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최저 매각 가격을 정하겠습니다.”
박찬우 경제수석은 김우정 회장이 이런 조건을 말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1조 원입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딱 5억 달러였다.
“1조 원은 너무 적어요.”
“최저 매각 가격 아닙니까. 나머지는 입찰하는 기업에게 달려 있겠죠.”
“그래도…….”
“그리고 아무 기업에게나 입찰 자격을 주지 않을 겁니다.”
박찬우 경제수석은 돈만 있다고 태평 자동차를 인수할 수 없게 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