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46)
꿈꾸는 재벌 146화(146/249)
146. 자꾸 바뀌는 상황
“이런 식으로 통보를 하네요.”
내 말에 김성웅 사장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박찬우 경제수석이 이렇게 결정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침 신문에 실리고 TV 뉴스에 나온 것이 있었다.
[태평 자동차 매각 결정.] [채권단도 매각에 찬성. 일부 채무를 변제해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 뉴스보다 먼저 알기는 했다.
현재 드림 텔레콤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NAVER 뉴스 덕분이었다.
지금은 언론사들과 연계해 뉴스를 내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정확한 뉴스만 내보내 신뢰도를 많이 쌓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얼마 안 있으면 사업을 별도로 분리할 계획이긴 했다.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는 중이었다.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용은.
“국내에 자동차 회사만 입찰 가능하다라…….”
태평 자동차를 제외한 자동차 회사는 기하 자동차, 대현 자동차 그리고 쌍웅 자동차뿐이었다.
그것은 곧 드림 그룹, 대현 그룹 그리고 삼두 그룹만 입찰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건 김우정 회장이 정하지 않았을 것 같네요.”
지난번 만났을 때 김우정 회장은 태평 자동차를 드림 그룹에 매각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현 그룹과 삼두 그룹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처럼 바뀌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채권단이 그냥 채무를 변제해 준다고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겁니다.”
“확실한 것 같네요.”
박찬우 경제수석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왜 웃으십니까?”
“바뀌지 않는 것도 있는 것 같아서요.”
“어떤 것이?”
기하 자동차를 인수한 이유는 태평 자동차를 인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나 때문에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바뀔 줄 알았다.
그런데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에게만 태평 자동차를 인수할 기회를 준다는 것.
“결국은 우리가 태평 자동차를 인수한다는 것이요.”
그냥 둘러댔다.
“하하. 맞습니다. 대현이든 삼두든 덤비라고 하죠.”
김성웅 사장은 자신 있었다.
현재 드림 그룹의 자금 흐름은 한국 최고라고 생각해서였다.
IMF가 일어나기 전부터 드림 그룹은 부채를 줄이고 현금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덕분에 부채가 있는 계열사는 몇 곳 없었다.
부채 비율도 자기 자본의 100%를 넘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 아쉽습니다. 회장님.”
“뭐가요?”
“태평 자동차를 최대한 싸게 인수하려던 계획이 틀어졌지 않습니까.”
“그건 어쩔 수 없죠. 그래도 2조 원 이내라면 이익입니다.”
딱 10억 달러다.
“2조 원을 넘기면요?”
“삼두 그룹도 대현 그룹도 2조 원을 넘기지는 않을 겁니다.”
그들이 미래를 알고 있지 않는 한 절대 그럴 수 없다.
아무리 계산해도 향후 10년 동안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할 테니까.
“하기는 2조 원도 많이 쳐주는 것이기는 합니다.”
김성웅 사장도 태평 자동차의 현재 실상을 알고 있었다.
“태평 자동차 매각 입찰에 참여할 준비를 하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성웅 사장은 삼두 그룹이나 대현 그룹보다 우세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모르는 자료도 이미 확보했으니까.
* * *
태평 자동차 매각 소식에 삼두 그룹 이민욱 부회장은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태평 자동차를 포기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태평 자동차를 인수하기 위해 준비하려 했던 자금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계획을 세우는 중이었다.
“태평 자동차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 자금 집행을 동결합니다.”
이민욱 부회장의 말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원래 태평 자동차를 인수하려고 한 것을 알아서였다.
하지만 인수 자금의 규모를 알아야 했다.
“부회장님. 태평 자동차 인수에 얼마나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민욱 부회장은 이 질문을 한 임원을 한심하게 바라봤다.
“그것을 지금 나에게 묻는 건가? 태평 자동차 인수에 얼마나 들어갈지는 당신들이 분석해서 내게 알려 줘야 하는 것 아니야?”
분위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임원은 그저 이민욱 부회장이 가이드 라인을 잡아 주기만을 원했을 뿐이었다.
“이번 태평 자동차 매각에 참여할 기업이 어느 곳인지! 채무 변제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그렇다면 얼마를 써야 태평 자동차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것을 알아오고 분석해.”
이 말은 태평 자동차를 무조건 인수하겠다는 것과 같았다.
이민욱 부회장의 의지가 보였다.
* * *
대현 자동차 정주헌 사장도 임원급 회의를 열었다.
상황이 달라져서였다.
“태평 자동차 채무를 1조 원 정도 감면해 주는 것은 물론, 남은 채무는…….”
어떻게 알았는지 임원 중 한 명이 태평 자동차의 매각 조건을 보고하고 있었다.
보고를 다 들은 정주헌 사장은 물었다.
“최저 입찰 가격이 1조 원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확실해?”
보고를 한 임원이 대답했다.
“확실합니다. 박찬우 경제수석이 김우정 회장을 만나 확정지었습니다.”
태평 자동차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청와대에 있었다.
그것도 박찬우 경제수석 밑에.
태평 자동차 매각 소식에 정주헌 사장은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어느 정도 채무를 탕감해 주는지 궁금해서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쉽게 알아낸 것이다.
청와대에 있는 직원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곧 다 알게 될 사실이니까.
하지만 대현 자동차는 아니었다.
태평 자동차의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면서까지 인수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받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달라지지…….”
정주헌 사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기하 자동차를 빼앗겼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한국의 거대한 자동차 회사를 만들 기회를 빼앗긴 것이다.
그 결과 지금 기하 자동차의 차량 가격 인하와 할부 정책으로 타격을 입었다.
“태평 자동차 매각 입찰팀을 만든다. 삼두 그룹과 드림 그룹의 동향 살펴!”
빅딜 정책을 주도하려던 상황과는 또 다른 상황이었다.
대현 그룹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자동차였다.
“얼마가 됐든 태평 자동차를 인수한다. 그것에 집중해.”
자금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현 우주항공은 이익이 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계속 적자만 나는 기업을 지속할 수 없다.
하지만 자동차는 달랐다.
시장을 장악하면 지금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결국 이익이 된다.
그룹 계열사에서 충분히 자금을 가져올 수 있었다.
명분이 있으니까.
또한, 정영 회장이 허락할 테니까.
“태평 자동차 인수에 성공하면 기하 자동차와 2강 체제가 된다. 그때 쌍웅 자동차도 인수하는 것까지 생각해 놔!”
정주헌 사장은 삼두 그룹의 쌍웅 자동차 상황까지 정확하게 예측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삼두 그룹도 계속 적자만 나는 쌍웅 자동차를 가지고 있을 수 없을 테니까.
이선수와 싸우면서 더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었다.
대현 그룹도 태평 자동차 인수를 결정한 순간이었다.
* * *
드디어 태평 자동차의 매각 조건이 확실하게 밝혀졌다.
“그렇게 좋은 조건은 아니네요.”
부채의 40% 감면.
1조 원 가까이 되는 금액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그렇다고 나쁜 조건은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회장님.”
“다들 태평 자동차 인수에 관심을 보일 정도네요.”
어떻게 보면 교묘했다.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이 태평 자동차 인수를 생각해 볼 정도는 됐다.
그리고 태평 자동차 매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른 현실이 될 것 같았다.
“최소 입찰 금액이 1조 원이면 태평 그룹도 살리겠다는 것 같은데요.”
부채 탕감을 해도 더 작은 입찰 가격을 써 낼 수 있다.
하지만 최소 입찰 금액을 정해 놓으면 안 된다.
1조 원은 태평 그룹의 숨통을 더 틔워 놓을 것이 분명했다.
“정부의 최종 의도가 그런 것 같습니다.”
“정부가 아니라 박찬우 경제수석의 의도겠죠.”
어떻게 보면 박찬우 경제수석은 자신의 위치에서 일을 잘하는 것이었다.
태평 자동차의 부도로 시작될 태평 그룹의 부도를 완전히 180도 바꿔 놓을 상황을 만든 것이다.
“문제는 삼두 그룹이나 대현 그룹이 무리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회장님.”
김성웅 사장의 말대로였다.
지금은 그룹 내에서 능력 있는 이들을 뽑아 분석을 맡긴다.
언제까지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그룹의 각종 사업 역시 내가 사사건건 개입할 수 없다.
막대한 자료와 분석을 통해 최선의 결론을 이끌어 낸다.
하지만 마지막 결정은 내가 한다.
태평 자동차 인수 같은 것을.
“입찰 금액을 2조 원까지 쓸 수 있다는 거네요.”
내 예상이 빗나가는 분석이었다.
“더 높게 쓸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분석한 이유는요?”
“삼두 그룹의 경우 자동차 사업의 확장을 위해서는 태평 자동차가 꼭 필요합니다. 태평 자동차를 인수하지 못하면 자동차 사업에서 철수해야 합니다.”
“확장이냐? 철수냐? 이 결정을 태평 자동차의 인수에 걸겠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삼두 그룹이라면 할 만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룹 긴축과 선택적인 사업으로 삼두 그룹은 내실을 다졌다.
삼두 전자의 매출은 역대 최고를 찍는 중이었다.
그뿐인가.
삼두 종합무역은 수출을 더 많이 해서 달러를 확보하는 중이었다.
삼두 생명도 성장세가 컸다.
사람들은 IMF의 불안한 상황에 대한 대비로 보험을 많이 들었다.
“대현 그룹은 보나마나 시장 장악을 생각하겠죠.”
“그렇습니다. 태평 자동차의 점유율까지 가져와서 국내 점유율을 높여 기하 자동차의 수익성 악화를 시도할 것입니다.”
대현 그룹의 판단은 어느 정도 맞긴 했다.
원래 기하 자동차를 인수해서 국내 점유율을 높여 독점 기업처럼 되어 버리니까.
지금 대현 그룹은 기하 자동차 대신 태평 자동차를 인수해 같은 효과를 내려고 하는 것이다.
“흐음.”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삼두 그룹이나 대현 그룹이 작정하고 나서면 태평 자동차 인수 금액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른다.
2조 원을 가볍게 넘길지도.
“그리고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이 정보 수집에 적극적입니다.”
“적극적이요?”
“네. 모든 라인을 동원해 우리 그룹 내 상황을 파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김성웅 사장은 이런 시도가 있으면 일부러 어느 정도 정보를 주라고 해 놨다.
대신 이런 시도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했다.
작은 정보를 주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하려는 의도였다.
김성웅 사장의 그 의도는 생각보다 잘 먹혔다.
그 덕분에 장난질하는 몇몇 거래처도 적발해 낼 수 있었다.
“쉽지 않겠네요.”
모든 정보가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이 태평 자동차 인수에 진심이라는 것을 알려 줬다.
“입찰 금액을 조금 더 높일까요?”
김성웅 사장의 말대로 입찰 금액을 높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입찰 금액은 최대 1조 5천억 원입니다.”
“회장님… 설마 태평 자동차를 포기하시려는 것입니까?”
나는 웃으며 말했다.
“설마요. 태평 자동차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삼두 그룹이나 대현 그룹은 2조 원이 넘는 금액을 써 낼 수 있습니다.”
“맞아요. 그런데 매각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곳은 어디죠?”
김성웅 사장은 너무 당연한 질문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선수의 질문이니 대답했다.
“태평 그룹입니다.”
“정확하게 말해서 김우정 회장이죠.”
“네.”
“1조 5천억 원을 써도 김우정 회장의 마음에 든다면 되는 것 아닌가요?”
김성웅 사장은 이선수에게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웃으며 말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계획이십니까? 저 몰래 하시지 마시고 알려 주시죠.”
“당연히 알려 줘야죠. 김 사장님 없으면 안 되는 계획인데요.”
정확하게 말해서 김성웅 사장도 알 수밖에 없는 계획이었다.
“어쨌든 태평 자동차는 무조건 가져옵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 전에 밀레니엄 대비는 충분하죠?”
“충분합니다.”
1999년 12월 31일에서 2000년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 모든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킬 것이라는 루머가 떠돌았다.
나야 안 그럴 것을 알지만, 대부분 아니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20세기가 끝나고 21세기가 시작된다.
태평 자동차 인수로 시작되는 21세기가 될 것이다.
* * *
밀레니엄 오류는 없었다.
무사히 2000년 1월 1일을 맞이했다.
그리고 2000년 1월이 다 끝나기 전에 한국 경제계의 거목 중 한 명이 죽었다.
대현 그룹의 정영 회장이었다.
상황이 또 달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