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48)
꿈꾸는 재벌 148화(148/249)
148. 마지막에 웃는 사람
[기하 자동차 20점 만점.]김우정 회장의 말을 들은 이민욱 부회장은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다.
쌍웅 자동차가 5점 밑으로만 안 받으면 된다.
이민욱 부회장은 김우정 회장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봤다.
표정과 눈빛.
[쌍웅 자동차는 3점입니다.]이민욱 부회장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결과입니다! 3점이라니요? 어떤 근거로 3점을 주는 겁니까!”
기하 자동차 65점 대 쌍웅 자동차 80점에서.
기하 자동차 85점 대 쌍웅 자동차 83점이 된 것이다.
[심사위원단 평가입니다.]“김우정 회장님 단독 평가가 아니고요?”
이민욱 부회장의 질문에 김우정 회장은 심사위원들을 보며 말했다.
[심사위원 중에 이 결과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분 있나요?]절대 있을 리가 없다.
“없습니다.”
“심사위원 모두는 같은 결론을 낸 것입니다.”
이렇게 나온다고 해서 이민욱 부회장이 그냥 ‘네. 알겠습니다.’ 할 리가 없었다.
“입찰 가격에서 무려 1조 원이나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이걸 납득하라는 겁니까?”
김우정 회장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심사 기준에 따라 점수를 준 것뿐입니다.]“그러니까 그 심사 기준을 정확하게 알려 주십시오.”
김우정 회장은 이민욱 부회장이 그냥 물러서지 않을 것을 알았다.
더는 소란스러운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
[태평 그룹에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이 심사 기준입니다.]이 말은 태평 해양조선을 5천억 원에 인수하는 것이 태평 자동차를 2조 5천억 원에 인수하는 것보다 더 이익이라는 것이다.
이민욱 부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삼두 그룹이 태평 해양조선을 똑같이 5천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하면 점수가 달라지는 겁니까?”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대놓고 태평 해양조선을 인수하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민욱 부회장은 태평 해양조선을 인수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태평 해양조선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덜컥 인수하겠다고 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떠안을지 몰라서였다.
지금 조선업계가 환율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어려운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인도하지 못한 선박이 많아지는 것도.
[그럼 최종 점수를 발표하겠습니다.]원래는 진행자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우정 회장이 직접 하려고 했다.
이민욱 부회장이 소리쳤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우리에게도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발표를 하려다 멈춘 김우정 회장이 물었다.
[어떤 시간을 달라는 것입니까?]“태평 해양조선을 삼두 그룹에서 인수할지 검토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김우정 회장으로서는 좋은 일이긴 했다.
삼두 그룹이 태평 해양조선까지 인수하면 1조 원을 더 얻게 된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시간을 줄 수 없었다.
첫 번째는 삼두 그룹은 어차피 태평 해양조선을 인수할 가능성이 낮았다.
태평 해양조선의 실상을 파악하면 태평 해양조선의 엄청난 부실을 감당해야 하니까.
두 번째로는 이선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민욱 부회장에게 시간을 주면 이선수가 태평 해양조선의 인수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미안하지만, 시간은 더 못 줍니다.]너무나도 단호한 김우정 회장의 말에 이민욱 부회장은 태평 자동차 인수에 실패한 것을 알았다.
태평 자동차 인수만 실패한 것이 아니다.
삼두 그룹은 자동차 산업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환건 회장의 신임을 잃게 된다.
후계자 자리를 단단하게 만들기는커녕 흔들리게 했다.
이민욱 부회장이 어떤 생각을 하든 상관없이 김우정 회장은 태평 자동차 인수자를 발표했다.
[기하 자동차가 85점. 쌍웅 자동차가 83점으로 최종 인수 대상자는 기하 자동차가 됐음을 선포합니다.]김우정 회장이 마이크를 놓고 내게 다가왔다.
“이선수 회장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태평 자동차 인수는 끝났으니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 좀 할까요?”
태평 해양조선 인수 이야기겠지.
“그러시죠. 하지만 먼저 이민욱 부회장과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래요?”
김우정 회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뭐라 하지 않았다.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중인 이민욱 부회장에게 다가갔다.
내가 그의 앞에 서자 그는 정신을 차리고 나를 봤다.
“놀리려고 온 겁니까?”
“설마요. 제안을 하려고 온 겁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허… 제안? 이 상황에?”
“네. 제안이요.”
“어떤 제안인지 정말 궁금하군요. 지금 상황에 내가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겠죠?”
자존심이 상했네.
하지만 미리 말해 놔야 할 것 같았다.
“그건 알아서 결정하시고…….”
“하… 어디 들어나 봅시다.”
“쌍웅 자동차 매각할 생각이면 기하 자동차가 인수하겠습니다.”
“…….”
이민욱 부회장은 또 당황했다.
이선수가 쌍웅 자동차 매각 이야기를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해서였다.
“아! 물론, 매각할 생각이 없다면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건 알아 두면 좋겠네요.”
뭐를?
그런 표정으로 이민욱 부회장은 이선수를 쳐다봤다.
“한국에서 쌍웅 자동차를 인수할 기업은 기하 자동차뿐이라는 것이죠.”
맞는 말이다.
대현 자동차는 왕자의 난 때문에 신경도 못 쓸 것이다.
기하 자동차가 아니면 쌍웅 자동차를 인수할 기업을 찾기 힘들다.
아니면 외국 기업에 매각하거나.
“기하 자동차가 생각하는 인수 가격은 구조 조정 없이 1백억입니다.”
장난하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선수의 말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헐값에 팔아야 할 겁니다. 이제 쌍웅 자동차는 기하 태평 자동차와 경쟁이 안 될 테니까요.”
무엇이든 손절할 때 미련 없이 손절해야 한다.
이민욱 부회장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선수에게 그 어떤 말도 하기 싫었다.
구겨진 자존심 때문에.
“그럼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시죠.”
나는 일그러진 표정의 이민욱 부회장을 두고 김우정 회장에게로 갔다.
* * *
김우정 회장의 집무실로 갔다.
“여기는 처음이죠?”
“그렇습니다.”
김우정 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어때요?”
사무실이 어떠냐고 묻는 것이겠지.
“아늑합니다.”
“아늑하다라… 최근에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태평 그룹의 위기에 그 어떤 곳에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이선수의 말대로 아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요.”
“어떤 것이요?”
“이민욱 부회장에게 쌍웅 자동차를 1백억 원에 사겠다고 한 것… 진심입니까?”
근처에 있었으니 안 들을 수가 없었다.
“그것을 왜 궁금해하시죠?”
“1백억 원이라는 금액을 책정한 이유가 궁금해서요.”
나는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말했다.
“5천억 원을 손해 보게 했으니까요. 조금이라도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고나 할까요?”
김우정 회장은 5천억 원의 손해가 무엇일까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이선수가 태평 자동차를 1조 원에 인수하려고 한 것을 알았다.
“절묘하군요.”
“절묘하다니요?”
“이선수 회장이 태평 자동차 인수 금액을 1조 원으로 썼다면 태평 해양조선을 인수한다 했어도 이길 수 없었을 겁니다.”
이선수가 1조 5천억 원을 썼기에 입찰가격 점수를 35점 준 것이다.
만약 1조 원을 썼다면 아무리 많이 줘도 25점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쌍웅 자동차가 심사위원 평가 점수를 0점 받고 기하 자동차가 20점을 받아도 이선수는 태평 자동차를 인수할 수 없었다.
기하 자동차는 다 합쳐도 75점이니까.
이미 80점인 쌍웅 자동차를 절대 이길 수 없다.
“이선수 회장은 여기까지 계산한 것입니까?”
“어느 정도는요?”
그냥 1조 5천억 원을 쓴 것이 아니다.
이민욱 부회장이 2조 원 넘게 쓸 것을 예상했다.
그런데 1조 원을 쓰면 김우정 회장은 분명 점수를 낮게 줄 것이 분명했다.
“그렇군요. 그런데 더 기다리면 쌍웅 자동차를 거저 인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양반 보시게.
1백억 원도 거저인데…….
더 싸게 가지려다가는 탈이 나지.
“그건 모르죠.”
해외 기업에 팔 수도 있다.
이것도 어느 정도 계산하고 이민욱 부회장에게 말한 것이다.
“그건 그렇고… 앞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 운영할 계획입니까?”
그걸 왜 당신이 궁금해해.
경영은 내가 알아서 해.
하지만 엄청나게 궁금해하는 표정을 보니 조금은 말해 줘야 할 것 같았다.
“국민이 믿고 사는 그런 자동차를 만들어 팔 생각입니다. 가격에 맞는 수준으로요.”
김우정 회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가격에 맞는 수준이라면?”
이런 것까지 말해 줘야 하나?
“경차는 경차답게 더 싸게… 중형차는 고개가 끄덕일 수준으로… 대형 고급 승용차는 억 소리가 나게 비싸게요.”
내 말에 김우정 회장이 웃었다.
“하하. 명확하네요.”
뭐가?
이걸 알아들었어?
“서민들이 살 수밖에 없는 경차는 싸게 팔고…….”
내가 이 양반을 과소평가했나 보다.
알아들은 것 같았다.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에게는 부담이 안 될 정도로 팔고… 가격을 생각하지 않는 부유층에게는 비싸게 판다는 것이네요.”
“맞습니다.”
“이러다가 진짜 기하 자동차가 한국 시장을 장악하겠습니다.”
“당연히 장악할 생각입니다.”
너무나도 당당하고 뻔뻔하게 말하는 이선수를 보며 김우정 회장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이선수가 말했다.
“태평 자동차 인수는 결정났으니 태평 해양해운 인수에 관해 이야기하시죠. 그것 때문에 따로 만나는 것 아닌가요?”
김우정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런데 태평 해양해운을 인수하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한 겁니까?”
“태평 그룹에 숨겨진 폭탄이니까요.”
김우정 회장은 이선수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솔직히 이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을 어떻게 확신했습니까?”
“드림 그룹의 정보력을 얕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건 둘러댄 말이다.
태평 해양조선이 자기자본 잠식에 부채까지 많은 것은 꿈 때문에 아는 것이다.
태평 그룹이 분해되면서 태평 해양조선의 일까지 다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태평 그룹이 분해되지 않았으니 아직 모른다.
“이제는 드림 그룹도 삼두나 대현과 비슷한… 아니, 더 뛰어난 정보력을 지녔군요.”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은 정계와 재계 그리고 사회 곳곳에 있는 인맥 덕분에 뛰어난 정보력을 자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정부와 불편한 관계인 삼두 그룹은 그 정보력에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대현 그룹이야 정영 회장의 죽음으로 왕자의 난 때문에 정신없으니.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입니다만… 태평 해양조선 인수는 조건부입니다.”
내 말에 김우정 회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와서 말을 번복하는 겁니까? 태평 자동차를 인수했다고 해서요?”
“번복이 아닙니다. 5천억 원에 인수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숨겨진 부채가 있다면 달라져야겠죠?”
김우정 회장은 할 말이 없었다.
“표정을 보니 숨겨진 부채가 있군요.”
미안하지만, 처음부터 5천억 원에 살 생각은 없었답니다.
“이제 와서 거짓말해 봐야 소용이 없겠군요. 맞습니다.”
“장부 조작인가요?”
“…….”
정확한가 보네.
그러니 드러나지 않고 있었겠지.
김우정 회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5천억 원이 아니면 얼마에 인수할 생각입니까?”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해야지.
“김 회장님은 얼마에 파실 생각이십니까?”
김우정 회장은 난감했다.
잘못 말했다가는 태평 해양조선을 이선수에게 넘기지 못해서였다.
태평 해양조선까지 해결되면 태평 그룹은 위기를 완전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하게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회장.”
어렵다면 쉽게 해 주면 되지.
“태평 자동차를 1조 5천억 원에 매각한 것만으로 만족하시죠.”
“지금 그 말은 태평 해양조선을 그냥 넘기라는 건가요?”
“맞습니다.”
“그건 안 되는 일이오.”
김우정 회장은 조금이라도 받고 싶었다.
그 조금이 천억 단위라 문제이긴 하지만.
“제가 알기로 지금 태평 해양조선에서 발주 받고 건조가 끝났지만, 인도하지 못한 배가 2척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생각만 하면 쓰라릴 정도였다.
배만 제대로 인도하고 대금을 받았다면 태평 해양조선은 폭탄이 아니라 구원의 물줄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 자재 대금만 해도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
“거기에 숨겨 놓은 부실 채권까지 합치면 5천억 원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김 회장님이시라면 5천억 원으로 해결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절대 없다.
“그만큼의 리스크를 지겠다는 겁니다. 빅파이 컴퍼니가요.”
김우정 회장의 눈이 커졌다.
“드림 그룹이 아니라 빅파이 컴퍼니가 인수하는 겁니까?”
“부실을 생각하면 빅파이 컴퍼니가 인수하는 것이 맞습니다. 자본금 규모가 큰 데다가 바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있으니까요.”
김우정 회장은 이선수의 말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았다.
“좋습니다. 하지만 얼마라도 받아야 체면이 섭니다. 1백억 원이라도…….”
쌍웅 자동차를 1백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했더니 태평 해양조선도 똑같이 받으려 하네.
“1억 이상은 안 됩니다.”
“그건… 너무한 금액입니다.”
“우리 솔직해져 보죠. 태평 해양조선 돈 주고 넘겨야 할 상황 아닌가요?”
김우정 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렇다면 이렇게 하시죠.”
“어떻게요?”
“처음에 제안한 것처럼 5천억 원 인수로 하면서 특약 사항으로 과도한 부채가 확인되면 부채만큼 인수 금액을 감면하는 것으로요.”
“그럼 아예 못 받을 텐데요?”
“마지막에는 최소 금액을 1억 원으로 정하면 됩니다.”
잔머리는 최고네.
“그렇게 하죠.”
김우정 회장은 이제야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선수가 왜 미래도 보이지 않는 태평 해양조선을 인수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계속 적자일 텐데.
그래도 묻지 않았다.
지금은 태평 그룹이 살아남으려면 이선수에게 태평 해양조선을 넘겨야 하니까.
“잘 부탁합니다. 이선수 회장.”
저 의미심장한 미소.
태평 해양조선을 잘 넘겼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2년만 지나도 배가 아플 것이다.
조선업계 최대의 호황기가 올 것이니까.
나도 의미심장하게 웃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