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51)
꿈꾸는 재벌 151화(151/249)
151. 새로운 경쟁자
대한 통운이 왜 이상하게 매물로 나오는 것을 아느냐 하면.
꿈에서 택배 상하차도 했었기 때문이었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가리지 않고 해야 했다.
하지만 며칠 버티지 못하고 앓아누웠다.
어떤 면에서는 공사 현장의 단순 노동보다 더 힘들었다.
쉬지 않고 택배 물건을 옮겨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힘들게 일한 일당을 제때 못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알았다.
대한 통운이 법정 관리에 들어가게 된 것을.
하지만 대한 통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같은 동산 그룹 계열사인 동산건설산업에 과도한 지급보증을 해 준 것이 문제였다.
IMF 여파로 동산 그룹 자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도 문제였다.
“택배라면? 대한 통운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김성웅 사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현재 동산 그룹은 워크아웃 중이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대한 통운은 계열 분리를 준비하는 중입니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요?”
김성웅 사장은 마치 내가 물어보기라도 할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룹 분석팀의 보고서를 읽었습니다. 희한한 일이다 싶어서요. 모 회사인 동산 그룹은 부도 직전인데 대한 통운은 계열 분리를 해서 나가려고 하지 않습니까.”
평범한 일이 아니기는 했다.
모 기업과 함께 무너져 매물로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볼까요?”
“그렇게 해 주세요.”
나도 전체적인 것만 알지 자세한 내부 사정까지는 몰랐다.
* * *
김성웅 사장이 대한 통운에 관해 알아보는 동안 나도 그냥 있지는 않았다.
대한 통운의 자료를 받아서 봤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리고 그것만 있지 않았다.
싱가포르 이정석 선배와 통화하고 서류도 이메일로 받았다.
푸틴의 총리 취임 이후 러시아의 원유와 가스는 드림 컴퍼니와 5개의 회사가 독점하기 시작했다.
독점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장악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존에 원유와 가스를 취급하는 회사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몇몇은 모스크바의 정치인과 마피아까지 연관되어 있었다.
그런 회사는 최소한의 이익만 남기는 수준으로 물량을 줬다.
물론, 푸틴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푸틴도 전체로 보면 얼마 안 되는 양으로 다른 정치인과 마피아를 적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거기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도시 건설.
해운운송회사 인수.
“끝도 없네.”
눈이 조금 아파서 손가락으로 눈 주위를 눌렀다.
너무 집중하고 봐서 그랬다.
“후우. 조금 천천히 가야 하나?”
남들은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기업 인수를 1년에 최소 1번 이상 했다.
내 욕심인가 싶었다.
하지만.
“욕심이면 어때. 가지고 싶은 것은 가져야지.”
그래야 한국 최고의 기업이 된다.
남 주기 아까운 것은 내가 가진다.
“뭐를 가지고 싶은데요?”
“어? 안 잤어?”
이정은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다.
“간식 좀 가져왔어요.”
“어떻게 알고?”
이정은은 별채에서 가족과 머물고 있다.
항상 저녁은 같이 먹은 다음 별채로 간다.
“서재에 불이 켜져 있길래요. 너무 오래 일하는 거 아니에요?”
이정은이 책상에 간식과 커피를 내려놨다.
“조금만 보는 거야. 조금만…….”
“이게 조금이에요?”
책상 위에는 각종 서류가 쌓여 있었다.
거기에 이메일로 온 서류까지 검토 중이니.
“조금이지. 이걸 내가 다 한 건 아니잖아.”
“오빠가 다 한 건 아니지만, 이걸 작성한 사람은 수십 명이에요. 오빠는 한 명이고요.”
“수십 명까지는 아니고…….”
이정은이 나를 흘겨본다.
“수백 명은 되지 않을까? 하하.”
빨리 화제 전환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내 것만 가져왔어?”
“저는 내일 아침 일찍 출장가야 해서요.”
“정은이도 무리하지 마.”
“무리 안 해요.”
말은 이렇게 했어도 무리하는 것은 맞았다.
이선수와의 저녁은 어떻게 해서든 같이 먹고 싶었다.
“이리 와 봐.”
나는 이정은의 손을 잡아 끌었다.
“왜 이래요.”
“왜 이러긴… 내 여자에게서 힐링 좀 받으려고 한다.”
이정은이 내 무릎에 앉았다.
앉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녀도 싫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랬다면 손을 뿌리치거나 무릎에 앉지 않았을 테니까.
“좋다.”
“뭐… 뭐가요.”
“향기가 좋다고.”
“그것만요?”
“설마 그것만 있겠어? 정은이니까 좋은 거지.”
“마치 다른 여자도 앉혀 봤다는 것처럼 말하네요?”
경고가 온다.
말 잘해야 한다.
“내가? 설마. 나에게는 정은이뿐이야.”
웃네.
“그냥 이렇게 있고 싶다.”
그녀의 몸에 머리를 기댔다.
그녀는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듯 만졌다.
“힘들죠.”
“아니, 안 힘들어.”
지금 이 순간은 정말 안 힘들었다.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오빠.”
“응?”
“딱 1년만 기다려 줘요.”
나는 기댄 머리를 뗐다.
“1년? 뭐를?”
“1년이면 회사도 안정되게 돌아갈 것 같아요.”
“그렇겠지.”
이정은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안다.
그렇게 일하는데 회사가 안정되지 않으면 말이 안 된다.
“그때 우리…….”
“우리 뭐?”
이정은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정말 눈치없어.”
나는 웃었다.
“왜 웃어요?”
“눈치없게 행동하는 것도 어렵다 싶어서.”
“내가 무슨 말 할지 알아요?”
“알지. 하지만 말하지 않을 거야. 200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 비워놔.”
“작년 크리스마스는 제대로 못 보내서 그래요?”
나는 또 웃었다.
“눈치 없는 것은 내가 아닌 것 같은데?”
이정은도 웃었다.
“설마요. 오빠가 왜 그날 비워 놓으라고 했는지 짐작하고 있어요.”
“진짜?”
“미리 스포하자면… 내 대답은 항상 같아요.”
“어떻게 같은데?”
“그건 비밀!”
이정은이 무릎에서 일어났다.
“그건 스포가 아니잖아.”
“스포에요. 잘 생각해 봐요.”
이정은이 서재 문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다시 몸을 돌려 빠르게 다가왔다.
“어?”
이정은이 허리를 숙여 내 이마에 뽀뽀를 했다.
“대답 됐죠?”
다시 가려는 이정은의 팔을 잡았다.
“아니, 이 정도는 돼야 대답이지.”
다시 이정은을 무릎에 앉였다.
그리고 그녀와 눈을 맞췄다.
* * *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이십니다. 회장님.”
“그런가요?”
솔직히 기분이 좋다.
일도 잘 풀리는 것 같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또 확인한 것 같아서였다.
“여기 대한 통운 보고서입니다.”
김성웅 사장이 보고서를 내 앞에 내려놨다.
보고서를 펼쳤다.
내가 다 볼 때까지 김성웅 사장은 가만히 있었다.
“계열 분리는 확실한가 보네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내가 아는 사실이 보고서에 있었다.
“동산건설에 지급보증한 금액이 좀 큽니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 대금이 있는데도 무리한 사업 확장 때문에 문제가 된 거군요.”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무려 4,000km의 송수관을 만드는 공사였다.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5차에 걸쳐 하는 공사였다.
그런데 1차 입찰에서 동산건설이 세계 유수의 회사들을 제치고 약 40억 달러에 수주했다.
1차 공사를 무사히 끝낸 동산건설은 2차 공사까지 56억 달러에 따 낸다.
하지만 이런 것도 IMF와 무리한 김포 매립지 개발의 손실을 감당할 수 없었다.
1998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청산해 어떻게 해서든 동산 그룹을 살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빛을 보지 못했다.
“계열을 분리해서 나가도 결국, 동산건설의 빛을 갚아 줘야 하니.”
그래서 지급 보증이라는 것이 무섭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보증해 준 사람이 사고를 치면 같이 망한다.
“인수 시기는 언제가 좋을 것 같아요?”
내 물음에 김성웅 사장이 대답했다.
“결국, 동산건설 때문에 대한 통운도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때 적극적인 주식 매수와 채권 매입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한 통운은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와는 다른 상황이었다.
인수한 기업 대부분은 아예 통째로 매각했다.
대한 통운이 계열 분리가 되어 독립하니 매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경영권 확보가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네요.”
“그래도 그 방법이 낫습니다. 지금은 딱히 방법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김성웅 사장의 말대로였다.
“그럼 대한 통운을 예의 주시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며 여기저기 벌여 놓은 일이나 챙겨야 할 것 같았다.
* * *
금영 그룹.
한국 여객 항공사를 소유한 그룹이다.
건설과 석유화학 부문의 주력 계열사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금영 그룹의 박구삼 회장은 다른 계열사보다 아시아 항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대한 통운의 계열 분리는 아시아 항공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기회처럼 여겨졌다.
* * *
“결국, 대한 통운은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
“네. 형님.”
박구삼 회장의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금영 그룹의 석유화학 부문을 책임지는 박구찬 부회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꼭 대한 통운을 가져야겠습니까?”
“기회잖아.”
“아직 그룹이 안정화되지 않았어요.”
금영 그룹도 IMF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한국 기업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예외라면 드림 그룹뿐이었다.
“충분히 안정됐어.”
박구삼 회장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었다.
환율도 점점 내려가고 석유화학 부문도 생각보다 매출이 잘 나왔다.
금영 건설도 긴축 재정으로 털 것 다 털어내니 재무구조가 튼튼해졌다.
“대한 통운을 인수하면 항공 물류뿐만 아니라 국내 물류와 해양 물류까지 가능해. 더 나아가 내륙과 해상 운송도.”
박구삼 회장의 야심은 아시아 항공을 중심으로 거대한 물류망을 만드는 것이었다.
물류망을 완성하게 되면 금영 그룹이 더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의 물류망을 꽉 쥐고 흔들 수 있기도 하지만, 홈쇼핑 같은 소비재 산업에 진출할 수도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빠르지 않나 싶어서 그래요.”
“전혀 빠르지 않아. 누군가 먼저 건드리기 전에 우리가 선점해야 해.”
“대한 통운을 누군가 관심 있어 할 것으로 생각하는 건가요?”
“당연하지. 내가 생각한 것의 반만 생각해도 대한 통운은 참 맛있는 기업으로 여겨질 거야.”
조금은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박구삼 회장은 이선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류의 장악.
“그래도 대한 통운에 문제가 생길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박구삼 회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문제가 생기면 더 달려들 놈들이 있을 거다.”
두 사람도 대한 통운이 동산건설에 막대한 지급 보증을 해 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대화가 가능한 것이었다.
“뭐 형님 결정이니 따르겠지만…….”
박구찬 부회장은 불만이었지만 참았다.
“나중에 봐라. 한국의 물류를 손아귀에 넣은 우리 금영 그룹이 어떻게 발전할지.”
“알았어요. 알았어. 주식 매입 시작하면 되는 거요?”
“그래.”
두 사람도 대한 통운의 경영권 인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채권까지 매입할 여력은 없었다.
일정 부분 주식을 매입해 발언권을 확보한 다음 금영 그룹과 대한 통운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해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경영권을 확보한 다음 조금씩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해 완전하게 금영 그룹의 것으로 만들면 되니까.
“3천억 원 날리는 것 아닌가 모르겠소.”
“안 날려.”
금영 그룹이 대한 통운의 주식 매입을 위해 준비한 돈이었다.
현재 대한 통운의 주식 가격은 주당 30,000원이었다.
1천만 주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평균 단가가 더 올라갈 수 있었다.
그래서 최대 1천만 주가 목표였다.
“알았수.”
금영 그룹이 대한 통운의 주식 매입을 시작했다.
* * *
김상영 사장은 대한 통운의 주식 거래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조사한 후 이선수에게 보고했다.
“누군가 대한 통운의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교묘하게 분산 매입을 하고 있지만, 확실합니다.”
대한 통운을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계열 분리가 결정되면서 대한 통운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예상한 것보다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대한 통운의 주식이 나오는 대로 누군가 매입했기 때문이었다.
“누군지 파악은 안 되고요?”
“분산 매입이라 파악이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경쟁자가 생긴 것 같았다.
“거래량도 상당하네요. 벌써 3백만 주나…….”
경쟁자가 얼마나 주식을 매입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대한 통운의 경영권을 가지려면 3백만 주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사장님.”
“네. 회장님.”
“돈 싸움 좀 해야겠네요.”
경쟁자의 돈을 빠르게 고갈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면 튀어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