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56)
꿈꾸는 재벌 156화(156/249)
156. 발을 걸려고 하는 놈이 있다
[드림 대한 통운 물류 업계의 개혁을 외치다.] [중소기업은 다 죽으라는 말이냐! 반발이 나오는 이유.] [소비자는 찬성. 중간 유통업자는 반대?]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대기업의 횡포인가?] [대기업의 횡포라며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는 이들.]요즘 한국이 시끄러웠다.
“너무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 같아 힘드네.”
“오빠. 전 사장님도 잘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퇴근 후 서재에서 뉴스를 보고 있는데 이정은이 간식을 가지고 왔다.
요즘은 이런 것이 일상이었다.
솔직히 좋았다.
집에 돌아왔을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어 준다는 것.
“잘하려고 그러는 것은 알겠는데… [비전 2000]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좀…….”
대한 유통은 드림 유통과 합병했다.
그래서 드림 대한 유통이 됐다.
구조조정도 했다.
철저하게 감사해서 비리와 횡령이 확인되면 경중에 따라 해고부터 고소까지 했다.
물론, 민사소송도 같이.
덕분에 법무법인 무송이 죽어 나간다는 소리도.
어쨌든 내부 단속을 어느 정도 한 전진훈 사장은 그동안 준비한 것을 [비전 2000]이란 이름으로 발표했다.
유통 구조 개혁의 내용을 담았다.
“조용히 진행해도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내 말에 이정은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죠. 오히려 대대적으로 홍보해야죠.”
“왜?”
“드림 그룹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을 어느 세월에 알려요. 이렇게 세상 사람이 다 알도록 해야 알죠. 일일이 찾아가서 설명한다 해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죠.”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정은에게 그냥 푸념하고 싶었다.
김성웅 사장에게는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없다.
“역시 대단해.”
“뭐가요?”
“대가리가 단단하다고.”
“…….”
순간 적막이.
“오빠.”
“어?”
“어디 가서 그런 말을 농담이라고 하지 마요.”
“안 재밌어?”
“재미있겠어요?”
“안 재미있구나. 그래도 대단해.”
나는 엄지를 올렸다.
그러자 이정은이 웃었다.
“내가 못 말려. 그래요. 내 머리 단단해요.”
“머리 단단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경영인이 다 된 것 같아서 대단하다고… 보는 시야가 달라졌잖아.”
이정은이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내가 원래 보는 눈은 좋았어요. 그러니까 오빠를 만났죠.”
사람 기분 좋게 하네.
“내가 눈에 확 띄게 생긴 것은 아니고?”
“솔직하게 말해서…….”
왜 말끝을 흐려?
“잘생기긴 했어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네.
“어쨌든 우리 오빠도 대단해요.”
나는 일부러 눈을 가늘게 떴다.
“내 머리가 단단하다고?”
“풋.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요!”
“아니면?”
“대한 통운 인수한 것이 그냥 기업 확장 때문이 아니잖아요.”
이건 맞는 말이다.
돈 많이 벌면 뭐하냐고.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 되지.
그러기 위해서 돈 버는 것 아닌가?
“남들은 어떻게 해서든 확장해서 이익 볼 생각만 하잖아요.”
“나도 그런 생각인지 어떻게 알아?”
“피이. 그럼 전진훈 사장이 저렇게 발표했겠어요?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 다리 역할만 충실하게 하겠다고요.”
“말로만 그럴 수도 있잖아.”
“내가 오빠를 몰라요? 전진훈 사장이 말로만 그렇게 하면 해임해서라도 바꿀 사람이면서.”
나는 다시 눈을 가늘게 떴다.
“왜 눈을 또 그렇게 떠요? 뭐 잘못 말했어요?”
“아니, 나를 너무 잘 아는 것 같아서. 아무래도 안 되겠어. 죽어 줘야겠어.”
“네?”
나는 일어나서 이정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를 간지럽혔다.
“꺄악. 하지 마요.”
“싫어.”
“하지 마요. 앗.”
이정은이 피하다가 발이 꼬였는지 넘어지려 했다.
나는 다급하게 그녀의 몸을 잡았다.
“괜찮아?”
“…….”
이정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 품에 안겨 있는 듯한 모습이서 그런 것 같았다.
“좋은데?”
“누가 봐요.”
“서재에 누가 있다고.”
“그래도요.”
“이러고 좀 있자.”
포근한 느낌이었다.
이정은도 몸에 힘을 빼고 내게 제대로 안겼다.
“좋아요?”
“응.”
꼬집.
“아! 왜 꼬집어.”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이제 자야죠. 내일을 위해서요.”
“이러고 그냥 간다고?”
“네.”
이정은이 웃었다.
저 웃음은 나를 놀리는 것 같았다.
애를 태우는 건가?
“진짜 갈 거야?”
“오빠도 나도 내일 바쁘잖아요. 내일 한우리 전 총리께서 방문하신다면서요.”
“그건 그거고…….”
“쉬세요.”
이정은이 빈 그릇을 챙겨서 나갔다.
순간 ‘12월까지 기다리지 말고 앞당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드림 그룹은 영세 상인 죽이는 정책을 철폐하라!]] [[철폐하라! 철폐하라!]]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망하게 하는 일을 철폐하라!]] [[철폐하라! 철폐하라!]]“시끄럽네요. 이 회장.”
“그러게요. 여기까지 찾아와서 농성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드림 그룹 본사 앞에는 중간 유통상인들이 몰려와서 농성 중이었다.
어디서 봤는지 스피커까지 가지고 왔다.
덕분에 10명 정도만 농성하는데도 회장실까지 들릴 정도였다.
“그런데 왜 오신 겁니까?”
그룹 고문이긴 하지만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
전화 통화 정도만 했지.
“밖에 있는 사람들 때문이에요.”
“밖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요?”
“맞아요.”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더 자세하게 말해 주시죠.”
“지금까지 이 회장은 대기업을 상대로 일했어요. 때로는 정부를 상대로도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지금은 중소기업을 상대한다는 건가요?”
“맞아요. 솔직하게 조금 우려가 되는군요.”
이건 웃기는 일이다.
“왜 우려가 된다는 것이죠?”
“대기업이 모든 산업을 장악하면 결국 중소기업이 설 자리가 없어지니까요.”
중소기업론인가?
누가 주장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기업 위주의 성장보다는 중소기업 위주의 성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를 지탱하는 허리가 튼튼해야 한다며.
“그건 왜곡이군요.”
“왜곡이요?”
“왜 이번 일이 중소기업이 설 자리가 없게 하는 대기업의 장악이라고 생각합니까?”
“지금 밖에서 소리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니까요.”
“그래요? 그럼 왜 다른 대기업에게는 이런 말을 하지 않습니까? 제가 알기로 꽤 많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습니다만?”
이래서 웃기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는 말 못 하고 여기와서 말하는 것이.
“그래서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법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법이요?”
“네. 대기업이 일정 부분에는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법이요.”
이걸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그런 법을 만들어 봤자 헛짓이다.
피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대기업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약, 그것이 걸렸다.
그러면 소송으로 갈 것이다.
지루한 법정 싸움 동안 중소기업은 여러 가지 이유로 망하겠지.
“시장에 법을 적용해서 개입하면 그 결과가 좋을 것으로 생각하나 봅니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대화가 평행선으로 진행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일을 저들이 원하는 것처럼 철회하라는 겁니까?”
말이 좋게 나올 수가 없었다.
이건 간섭이니까.
“그건 내가 선택할 일이 아닙니다. 이선수 회장.”
철회하라는 말과 같다고 느껴졌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왜죠?”
“왜라니요? 그럴 필요성을 못 느껴서입니다. 저들도 우리와 경쟁하면 되니까요.”
“경쟁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왜 안 된다고 생각하죠? 대기업은 돈이 많으니까 자본력으로 밀어붙이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러니까 안 되는 겁니다. 법을 만들려면 저들이 제대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다들 어떤 말을 하는지 모릅니까?”
소비자 대부분이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유통 단계가 줄어들고 가격이 낮아지니까.
그런데 그것을 모르고…….
잠깐만 한우리 고문이 이런 여론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아니라고 해도 그는 정치인이다.
여론에 민감했다.
지금 나에게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
“혹시 지금 저를 떠보는 겁니까?”
“떠보다니요?”
“지금까지 했던 말과는 다른 말과 행동을 하시는 것 같아서입니다. 아닌가요?”
한우리 고문이 씨익 웃었다.
“떠보는 것까지는 아니고 궁금했습니다. 우리 이선수 회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요. 그리고 진짜로 법을 만들려 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냥 솔직하게 물어보면 되지 이렇게 해야 합니까?”
“더 솔직한 이 회장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 그랬어요. 더 들려 줄 수 있나요?”
아직 부족하다는 거네.
좋아.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거래는 돈으로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뢰가 합쳐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한우리 고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통 구조가 생산자는 돈을 못 벌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며, 중간 유통 회사만 돈을 벌게 되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아닌 곳도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살아남겠죠. 그동안 생산자도 돈을 벌었고 신뢰도 쌓았으니까요.”
“그러니까 드림 그룹은 그 구조를 깨고 생산자는 돈을 벌고 소비자는 싸게 사게 하겠다는 거네요. 드림 그룹은 돈을 벌 생각이 없고요.”
“돈 벌 생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당연히 돈 벌어야죠. 하지만 유통 구조를 줄이면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한우리 고문은 이선수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돈 벌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도.
“그럼 법을 어떻게 만들었으면 좋겠나요?”
“그걸 왜 저에게 묻습니까? 법은 국회에서 만들어야죠.”
“그냥 이선수 회장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잘 만드세요. 제발.”
제발은 나도 모르게 나왔다.
“제발이라는 말이 가시처럼 느껴집니다.”
“가시니까요.”
돌려 말할 생각 없다.
“그렇군요. 결국, 이선수 회장은 나와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으로 봐야 하겠네요.”
“한우리 고문님과만 한 약속이 아닙니다.”
나 자신과도 한 약속이었다.
“알았어요. 이번 법은 상정하지 않을 겁니다.”
“상정하지 않겠다니요?”
“솔직하게 말해서 누군가 드림 그룹의 일을 계기로 법을 만들려고 해요.”
이 말은…….
“드림 그룹을 노린다는 건가요?”
“노린다고 노려질 드림 그룹인가요? 방해하려는 것이겠죠?”
헛웃음이 나온다.
“누가요? 누가 그런 일을 합니까?”
“그건 말해 줄 수 없어요. 어쨌든 몇몇 의원이 움직이더군요.”
말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알아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선수 회장에게 확인하고 싶었어요. 내 선택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그래서 답은요?”
“대답했잖아요. 법안은 상정되지 않을 겁니다.”
한우리 고문이 일어났다.
“오래간만에 이선수 회장 얼굴 봐서 좋았어요.”
“벌써 가시려고 합니까?”
몇 마디 더 해 주고 싶은데.
알아서 도망가는 느낌이었다.
“하하. 더 있다가는 이선수 회장에게 한 소리 들을 것 같아서요. 다음에는 내가 밥 살게요.”
내가 더 잡기도 전에 한우리 고문은 문으로 몸을 돌렸다.
문앞까지 배웅만 해 줬다.
한우리 고문이 가자 김성웅 사장이 들어왔다.
“어떻게, 대화는 잘하셨습니까?”
“대화요? 저 양반 떠보려고 온 겁니다.”
“떠보다니요? 어떤 것을…….”
“와서는…….”
나는 한우리 고문과 한 대화를 다 말해 줬다.
그것을 들은 김성웅 사장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한 고문님… 그렇게 안 봤는데… 회장님을 못 믿다니……. 그리고 국회의원 움직인 놈이 누군지 알아보겠습니다.”
“가능해요?”
그렇지 않아도 슬쩍 물어보려 했었다.
“가능합니다. 법안 만드는 의원이 누군지 알아낸 다음 그 의원을 지원하는 곳이 어딘지 알아내면 됩니다.”
김성웅 사장이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도 두리번거렸다.
“알아내면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다니요?”
“다음 선거에 나오지 못하게 할까요? 그리고 배후는…….”
“일단 알아만 두죠.”
“알겠습니다. 회장님.”
배후가 정말로 있다면 그냥 둘 생각이 없기는 했다.
* * *
“나만 피해 볼 수는 없지.”
금영 그룹 박구삼 회장은 웃고 있었다.
국회의원을 움직인 사람은 박구삼 회장이었다.
“이선수 회장… 얼마나 잘되는지 보자고.”
금영 그룹도 국회의원 몇 명을 지원했다.
그렇다고 해서 국회의원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명분이 좋았다.
살짝 등만 떠밀어 주면 됐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 지원 약속까지.
금영 그룹이 드러날 일이 없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우리 고문과 김성웅 때문에 자신이 뒤에서 움직인 것이 드러날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