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58)
꿈꾸는 재벌 158화(158/249)
158. 해체합시다
“미친놈들 아니야? 김 사장 당신은 그걸 그냥 받아들여?”
아시아 항공 김동우 사장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서…….”
“문제가 없으면 문제를 만들면 되잖아. 회계 장부가 없어질 수도 있고 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아시아 항공 역시 공시를 하는 기업이었다.
공시란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매년 재무제표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000년 회계 자료는 아직 취합하지 않았으니 없어졌다고 할 수도 없었다.
“아니면 협조를 하지 말든지.”
“그건 그렇게 조치했습니다.”
외부 감사를 받더라도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결국, 다 찾아내겠지만.
“그런데 문제는…….”
“무슨 문제!”
“아직 처리하지 못한 미수금과 미지급금이…….”
박구삼 회장은 책상 위의 물건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차마 던지지는 못했다.
부들부들.
팔에 너무 힘을 줘서 그런지 떨리기까지 했다.
“그룹으로 들어간 자금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거야?”
“죄송합니다.”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적은 돈도 아니고 무려 3천억 원이나 되는 돈이었다.
지난번 대한 통운 주식 자금으로 아시아 항공에서 3천억 원을 가져다 썼다.
일부는 차입금 형태였다.
하지만 대부분 받은 돈을 받지 못한 것처럼 하거나 준 돈을 안 준 것처럼 꾸며 놨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조금씩 분산해서 처리할 예정이었다.
“지금 죄송하다는 말만 하면 끝난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건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아니야!”
방법이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2,500억 정도만 채워 놓는다면 어떻게 해서든 외부 감사에서 문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대한 통운 인수에 성공하고 그룹이 분리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서든 다시 채워 넣었을 것이다.
“지금 그걸 방법이라고 말하는 거야?”
휘익.
꽝!
결국 박구삼 회장은 전화기를 던졌다.
“그 돈 있으면 외부 감사건 뭐건 상관없어. 그 돈이 없으니까 김 사장 당신이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잖아!”
김동우 사장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금영 건설 자금이라도 일부를 돌려서…….”
박구삼 회장이 또 소리쳤다.
“지금 장난해? 건설에 돈이 없는 것 몰라?”
“죄송합니다.”
국토부에서 아시아 항공의 인수는 어렵다 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좋아했었다.
그런데 대주주의 권한을 이용해 외부 감사를 요청할 줄은 몰랐다.
아시아 항공을 경영할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나올 것이 분명했다.
“그러시면… 이선수 회장을 만나 보시는 것은 어떠신지…….”
김동우 사장은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내가? 왜?”
“이선수 회장과 이야기만 잘되면 이 모든 일이 없는 것처럼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회장님과 이선수 회장이 손을 잡으면 아시아 항공은 든든한 아군을 얻게 되는 겁니다.”
화를 내려던 박구삼 회장은 김동우 사장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끝까지 아시아 항공을 인수 못 하게 방해한다면 이선수 회장도 골치아플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만 믿고 있을 수가 없었다.
* * *
박구삼 회장은 어렵게 박구찬 금영 석유화학 대표를 찾아갔다.
이제는 부회장이 아닌 회장으로 불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이렇게 찾아오네.”
“비아냥거리고 싶냐? 형이 어려운데?”
“그러니까 대한 통운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 꼴이 뭐야.”
“할 말이 없다.”
박구삼 회장은 이선수를 만나기 전 박구찬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자존심은 잠시 내려놨다.
아시아 항공을 잃는 것보다 나으니까.
“왜 찾아왔어?”
“왜기는… 돈 좀 잠시 쓰자.”
박구찬 회장은 피식 웃었다.
“돈? 어디 돈 맡겨 놨어?”
“네가 계열 분리하면서 정리만 안 했어도 아시아 항공은 큰 문제가 없었어.”
“그것부터가 문제였다는 생각은 안 들어? 다른 계열사에게 돈을 빌려서 메꾸고 다시 돌려주고…….”
“다 하는 일이야.”
“다 하는 일이라고 해도 무리는 하지 말아야지.”
“계속 비아냥거릴 거냐?”
“나도 안 그러고 싶지만…….”
박구삼 회장은 동생인 박구찬 회장의 표정을 보고 알았다.
“너 안 도와줄 생각이구나.”
“정확하게 말해서는 같이 망할 생각이 없다는 거지.”
“같이 망하다니?”
박구찬 회장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형은 아직도 모르겠어?”
“뭐를 모른다고 하는 거냐?”
“이선수 회장과 아직도 싸우고 싶은 거야?”
“내가 싸우고 싶어서 싸우는 것이 아니야. 이선수 회장이 시작한 거야.”
아직도 박구삼 회장은 자신이 먼저 시작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잘 생각해 봐. 드림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의 그룹이 어떤 곳이 있는지.”
동생의 말에 박구삼 회장은 머릿속에 떠올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삼두 그룹이었다.
그리고 대현 그룹.
“표정을 보니까 어느 정도 이해한 것 같네. 만약에 떠올린 그 그룹과 싸운다면 어떨 것 같아?”
“…….”
“그래. 그게 정상이야. 쉽게 말할 수 없어. 이선수 회장은 이제 그런 존재야. 하나의 금영 그룹일 때도 어려운 상대였어. 하물며 지금은?”
절대 상대가 될 수 없다.
“지금은 나도 눈치를 봐야 해. 알고 보니 이선수 회장이 원유를 꽉 쥐고 있더라고. 선견 정유에서 움직이려 하고 있어.”
어떻게 알게 됐는지 선견 그룹과 엘아이 그룹도 금영 석유화학 그룹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빅파이 컴퍼니가 아시아 항공 주식을 사면서 당연히 시작된 것일지도 몰랐다.
“선견 정유가 가격 싸움을 시작하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가격 싸움을 시작해야 해. 즉, 돈이 묶이는 거지.”
박구찬 회장은 형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니까 내 도움은 바라지 마. 나는 외부 일정이 있어서 나가야 해. 잘 쉬다가 가.”
박구찬 회장은 일부러 자리를 피했다.
한참을 멍하니 있던 박구삼 회장은 정신을 차렸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박구삼 회장은 이선수를 만나 결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 * *
박구삼 회장이 만나자는 요청을 했다.
당연히 만나 줘야지.
뭐라 말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명동의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다.
외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룸을 잡아 놨다나?
약속한 룸에 도착했다.
임강민 대표가 벨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
박구삼 회장은 아니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시죠.”
임강민 대표가 먼저 들어가며 살폈다.
혹시나 모를 위협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임강민 대표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나와 김성웅 사장이 들어갔다.
“이선수 회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나이도 한참이나 더 많은 박구삼 회장이 아주 깎듯하게 인사했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이렇게 만남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앉으시죠.”
무슨 꿍꿍이일까?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 박구삼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마실 것이라도?”
“괜찮습니다. 말했듯이 시간을 얼마 못 냅니다. 10분입니다.”
고작 10분이라니.
박구삼 회장은 굴욕적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선수가 안 된다는데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었으니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아시아 항공을 왜 인수하시려고 하십니까?”
“그걸 왜 나에게 묻습니까?”
“이선수 회장님 뜻이 아니라는 겁니까?”
내 뜻은 맞지.
하지만 말은 다르게 할 수 있다.
“빅파이 컴퍼니에서 하는 일을 일일이 내가 결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선수 회장님의 의중이 들어갔겠죠.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좋게좋게 끝내는 것이 어떠십니까? 좋게 끝난다면 이번 일을 나 박구삼의 이름을 걸고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그냥 웃음이 났다.
“왜 웃으십니까?”
“박구삼이란 이름의 비중이 얼마나 되길래 이렇게 말하나 싶어서요. 좋게 끝나지 않는다면 잊을 겁니까?”
“그렇게까지 말하셔야겠습니까? 진짜 끝까지 가자는 건가요?”
“끝까지 가자고 한다면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미 사재 출연을 조건으로 국토부와 협의 중입니다.”
이건 사실이었다.
지금 박구삼 회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어차피 국토부에서 승인을 안 해 주면 아시아 항공은 인수 못 합니다.”
“왜 인수한다고 생각하죠? 주식으로 경영권 확보도 가능합니다.”
“우리 말장난하지 맙시다. 빅파이 컴퍼니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은 곧 인수로 여겨집니다. 승인이 안 나요.”
맞는 말이다.
“그런가요? 그럼 언제까지나 국토부가 박구삼 회장님 편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하나요?”
박구삼 회장이 우려되는 점이었다.
이선수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국토부가 생각을 바꿀지도 몰랐다.
그만한 힘이 있으니까.
“외부 감사를 방해하려고 별짓을 다하더군요. 감출 것이 있다는 것인데… 그게 국토부의 생각을 바꾸게 할 겁니다.”
“그래서 사재 출연을 조건으로 한 겁니다. 생각 안 바꿀 겁니다.”
팽팽하네.
“이선수 회장님, 아시아 항공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곳은 우리 금영 그룹입니다. 좋게 가시죠.”
피식.
“좋게 갈 수가 없습니다.”
“왜죠?”
“싸움을 시작한 사람은 박구삼 회장님이니까요.”
박구삼 회장은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싸움을 시작해요? 하하. 대한 통운을 인수하려고 하는 순간에 끼어든 것이 먼저 아닌가요?”
“대한 통운은 경쟁 아니었나요?”
“비겁한 수로 흔들어서 인수해 놓고서는…….”
어째 이럴 것 같더라니.
“그래서 국회의원 등 떠밀고 악의적인 기사 내고 시위까지 지원합니까?”
덜컥.
설마 아니기를 바랐는데 이선수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비겁한 수를 쓴 것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서로 비겁하다고 여긴다면 결론은 한 가지뿐이죠.”
두근. 두근.
박구삼 회장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긴장해서였다.
“그러지 말고…….”
“아시아 항공은 빅파이 컴퍼니가 인수할 겁니다.”
“이선수 회장님… 내가 말을 잘못했어요. 다시 생각해 봅시다.”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시간이 됐군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구삼 회장이 벌떡 일어나 내 소매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임강민 대표가 빠르게 움직여 그의 팔목을 잡아서였다.
“아악. 놔!”
임강민 대표는 팔목을 놓지 않았다.
“어디 회장님 몸에 함부로 손을 대려고.”
“임 대표님, 우리 나가면 놔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회장님.”
나와 김성웅 사장이 호텔 방을 나갔다. 그러자 임강민 대표가 박구삼 회장의 손목을 놓고 따라 나왔다.
나는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며 김성웅 사장에게 말했다.
“만나고 보니 더 확실해지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금영 그룹 해체합니다.”
박구삼 회장이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털어 놨더라면 아시아 항공만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준비하겠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금영 그룹이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이라고.
* * *
“고소장?”
법무팀장이 찾아왔다.
그리고 박구삼 회장에게 고소장을 보여 줬다.
“횡령 및 배임이라니. 누가? 내가?”
“증인과 증거가 너무 확실해서… 곧 검찰에서 소환장이 날아올 것 같습니다. 구속 수사는 일단 막았습니다.”
박구삼 회장만 고소당한 것이 아니었다.
“아시아 항공 김동우 사장은 구속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왜 횡령과 배임이냐고!”
“안치수 회계팀장이 내부고발을 했습니다.”
“…….”
이건 이선수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박구삼 회장의 방해 속에서 외부 감사를 끝내려면 꽤 오래 걸릴 줄 알았다.
그런데 아시아 항공 안치수 회계팀장이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내부 고발까지 했다.
정신을 차린 박구삼 회장은 법무팀장에게 물었다.
“그놈이 왜?”
“더는 회사가 망가지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아시아 항공은 더 좋은 주인을 만나야 성장할 수 있다고…….”
“미친 새끼가! 지금까지 월급 주고 키워 줬더니… 나를 배신해?”
법무팀장은 박구삼 회장의 이런 생각을 보며 자신도 금영 그룹을 떠나야 할 때가 온 것을 알았다.
박구삼 회장은 자신도 키우는 개처럼 생각할 테니까.
그리고 금영 그룹은 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벌컥.
회장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뛰어들어왔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금영 건설 박찬욱 사장이었다.
“또 뭐가!”
그는 박구삼 회장이 소집한 회의 때문에 그룹 본사에 와 있었다.
“만기 어음이 연장되지 않았습니다.”
“무슨 말이야!”
“할인한 어음이 돌아왔습니다.”
건설사 중에는 가끔 자금이 부족할 때 어음을 발행해 사채시장 같은 곳에서 할인한다.
그리고 만기일이 되면은 수수료를 주고 더 연장할 때도 있었다.
자금 사정이 안 좋은 금영 건설은 이런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그게 왜?”
“저도 잘…….”
박구삼 회장은 금영 건설이 부도날 것을 알았다.
그나마 남은 회사 중에 아시아 항공과 금영 건설이 가장 굵직했다.
나머지 회사는 아시아 항공과 금영 건설의 계열사나 마찬가지였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박구삼 회장의 모습을 본 법무팀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금영 그룹은 진짜 끝난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