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59)
꿈꾸는 재벌 159화(159/249)
159. 허락을 받는 사람들
오래간만에 점심을 다른 사람과 하고 있었다.
대부분 김성우 사장이나 임강민 대표와 함께했었는데.
저녁은 당연히 집에서 먹으니 약속을 잡지 않았고.
“이 회장, 금영 석유화학은 우리 선견 그룹이 손 좀 볼까?”
선견 그룹 최현종 회장이었다.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옆에 앉은 엘아이 그룹 고한평 회장이 반응했다.
“최 회장 말을 그냥 흘려듣지 말아요. 이 회장. 금영 그룹이 완전히 해체됐다고 하지만, 동생인 박구찬이 앙심을 품고 있을지도 몰라요.”
내가 이 두 양반과 오래간만에 점심 식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빅파이 컴퍼니 때문이었다.
아시아 항공을 빅파이 컴퍼니가 인수하기로 결정났다.
금영 그룹 박구삼 회장의 횡령과 배임이 인정돼서였다.
동시에 금영 건설도 부도가 났다.
이건 내가 시기를 약간 앞당긴 것뿐이었다.
금영 건설이 부도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그동안 숨겼던 문제들이 드러났다.
금영 건설은 청산 절차를 밟을 것 같았다.
어쨌든 빅파이 컴퍼니의 대주주인 두 양반이 금영 그룹 일을 의논도 하지 않았다고 투덜거리길래 점심 식사로 달래는 중이었다.
“고 회장 말이 맞아. 이 회장은 가끔 보면 사람이 너무 좋아.”
“이 회장은 금영 석유화학을 건드릴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내가 좀 움직여도 될까?”
“고 회장이? 왜?”
“엘아이 그룹도 석유화학에 손 좀 대려고.”
“계열사 있잖아.”
“좋은 먹잇감이 있는데 그냥 두고 보는 것은 아니지. 그리고 이 회장 덕분에 그룹 재무구조도 좋아졌고.”
엘아이 그룹의 매출이 늘어났다. 당연히 이익도 늘어났다.
고한평 회장의 말대로 어떻게 보면 이선수 덕분이기도 했다.
자의가 아닌 타의지만, 그룹 계열사를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철도와 지하철 광고도 생각보다 효과가 좋더라고.”
최현종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보고 받았어. 매출이 전년 대비 15%나 올랐다고 해.”
매출이 올라서 좋은 것 같은 표정을 짓던 최현종 회장이 살짝 눈을 흘겼다.
“석유화학에 진출하면 우리 그룹하고 업종이 완전히 겹치는데…….”
“겹치면 뭐하나 한국 최고의 정유회사는 선견 그룹인데.”
두 양반이 알아서 사업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
분위기로 봐서는 금영 석유화학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다.
고한평 회장이 지나가는 말처럼 하는 것 같아 보여도 빈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이미 금영 석유화학을 인수할 준비 중일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일을 선견 그룹이 조금 거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겠지.
“듣기 좋군. 우리 사이좋게 석유화학 사업을 나눠서 해 볼까? 고 회장?”
“그럴까?”
합의가 된 것이다.
금영 석유화학은 엘아이 그룹과 선견 그룹의 합작으로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지. 하지만 우리 이 회장 의견도 중요하지 않겠소?”
나를 왜 쳐다보는 것인지.
“제 의견이 왜 중요합니까? 두 분이 하시기로 한 것 아닌가요?”
내 말에 최현종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 시작한 사람은 이 회장 아닌가. 그리고 이 회장이 우리 선견 정유의 목줄을 꽉 쥐고 있는데 중요하지.”
“목줄이라니요. 그냥 거래처일 뿐입니다.”
드림 컴퍼니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선견 정유는 계속 드림 컴퍼니와 원유 거래를 하고 있었다.
“그 거래처가 안정적으로 원유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면서 가격도 적절하니까 그렇지.”
러시아의 원유 대부분을 취급하게 됐다.
여러 회사와도 적절하게 협상을 잘 끝냈다.
이정석 선배가 고생을 많이 했다.
그 덕분에 거래할 수 있는 원유가 더 많아졌다.
선견 그룹이 소모하는 양 정도는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 회장이 원유 거래를 틀어 버리면 석유화학 사업 안 하느니 못 하지.”
“그건 맞는 말이요. 이 회장.”
마치 내 허락을 구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건 별개의 사업입니다. 그러니 두 분이 알아서 하세요.”
내 말에 최현종 회장이 웃었다.
“그럼 허락한 것으로 생각하지.”
고한평 회장도 웃었다.
“허락한 것으로 알겠어요. 이 회장. 이런. 우리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있군요. 어서 먹죠.”
내가 제일 많이 먹었다.
두 양반은 금영 석유화학 어떻게 할지 말하느라 거의 먹지 않았고.
“많이 드세요.”
언제 또 이렇게 식사할지 모르니까.
“그럽시다. 우리 이렇게 종종 식사 자리 좀 가집시다. 이 회장 얼굴보기 힘들어요.”
내 얼굴 왜 보려고 합니까.
“그러게요. 이 회장 우리 그냥 한 달에 한 번씩 점심 아니면 조식? 이런 모임 갖는 것이 어떨까?”
안 한다고 하면 바로 삐치겠지?
“상황 봐서요.”
“그래? 알았어. 내가 무조건 이 회장 시간에 맞추지.”
“나도 일정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이 회장 시간에 맞추지요.”
한국말 못 알아듣나?
상황 봐서란 말은 완곡한 거절입니다.
이 양반들아.
“고 회장 월말쯤은 이 회장도 바쁠 테니 중간쯤 어때?”
“그거 괜찮은 생각이네. 15일에서 20일 사이에 만나면 되겠어.”
듣다 보니 어이가 없네.
“두 분 이건 제 허락 안 받으시나요?”
최현종 회장과 고한평 회장이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최현종 회장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했다.
“밥 한 번 먹자는 건데 꼭 허락을 받아야 하나? 그냥 먹으면 되지.”
“암요.”
“두 분 이럴 때는 서로 의견이 아주 잘 맞으시는 것 같습니다.”
두 양반이 당연하다는 듯이 웃는다.
그리고 최현종 회장이 나를 보며 말했다.
“이 회장… 세상은 혼자서 살 수 없어. 이 회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은 알아.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언젠가는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 있어날 수도 있어.”
나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주변에는 나를 돕는 이들이 많았다.
이정석 선배, 김성웅 사장, 임강민 대표 등등.
하지만 최현종 회장의 말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이 만나야 오해가 생겨도 풀 수 있는 것 아닌가. 어려운 일이 닥치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오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당사자에게 직접 듣지 않는 한 다르게 들릴 수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한 달에 한 번 밥 먹는 것인데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응?”
이제는 달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한평 회장은 기대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두 분 이러다가 밥 다 못 드시겠습니다. 알았습니다. 점심이나 조식 둘 중 하나 정해서 매월 중순쯤에 만나도록 하죠.”
내 말에 두 양반이 활짝 웃었다.
“진짜인가?”
“정말로 하겠다는 거요?”
“네. 그렇게 하시죠.”
너무 좋아하네.
“식사들 마저 하세요.”
“그러지.”
“이 회장도 어서 먹어요.”
사실 어느 정도는 두 양반이 고마웠다.
선견 그룹과 엘아이 그룹의 첫 만남은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었다.
중간에도 그랬고.
하지만 두 양반은 어느 순간부터 나를 지지해 주고 있었다.
밥이 생각보다 맛있네.
기분이 좋아져서인가 싶었다.
* * *
두 양반과의 식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엘아이 그룹과 선견 그룹이 움직였다.
금영 석유화학을 엘아이 그룹이 인수하기 위해서였다.
꽤 공격적이었다.
선견 그룹과 겹치는 사업 분야는 가격 경쟁에 들어갔다.
엘아이 그룹은 석유화학 분야 회사를 사들였다.
문제는 금영 석유화학의 거래처란 것이다.
일방적으로 금영 석유화학과의 거래를 끊자 금영 석유화학은 제품을 제대로 생산할 수 없었다.
가격 경쟁이 붙은 상황에 제품까지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니 매출은 떨어지고 주가에 반영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금영 그룹과 분리된 지 얼마 안 됐다는 것이다.
금영 그룹과 분리하느라 계열사 간 빌려줬던 자금을 정리했다.
자금 유동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금영 석유화학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 * *
토독. 토독.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생각에 잠긴 사람이 있었다.
급기야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뿐이어서였다.
“다 잘되고 있었는데… 덕분에…….”
고민하는 사람은 박찬우 경제수석이었다.
“하지만 너무 빨리 문제를 만드는 것도 있으니…….”
박찬우 경제수석이 중얼거리듯 말하는 사람은 이선수였다.
태평 자동차와 태평 해양조선을 이선수가 개입하면서 태평 그룹의 상황이 달라졌다.
그룹이 해체될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것만으로 한국 경제가 휘청이지 않을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대한 통운 인수로 일어난 일이 또 문제가 됐다.
동산 그룹이 생각보다 빠르게 무너졌다.
동산 건설이 과도한 투자로 문제를 일으켰지만, 해외 건설 수주나 시공 능력은 꽤 괜찮았다.
잘만 하면 회생시킬 수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동산 그룹은 법정관리에 들어갔었으니까.
하지만 금영 그룹은 달랐다.
무너지지 않아도 되는 금영 그룹이 무너진 것이다.
“그냥 아시아 항공 인수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박 회장이 엉뚱한 생각을 해서는…….”
중소기업 특별법에 관해 나중에 들었다.
금영 그룹 박구삼 회장이 뒤에서 조정한 것을.
어설프게 복수하겠다고 움직였다가 금영 그룹의 부실만 드러났다.
박구삼 회장은 아직 불구속 상태이지만,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박구삼 회장이 이런 상황이니 그 어떤 대응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금영 건설의 부실도 드러나 부도나는 것도 당연했다.
문제는 여기였다.
“건설 시장은 물론… 경제에도 타격이…….”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시장의 흐름대로 흘러가게 놔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동산 건설과 금영 건설이 이대로 쓰러지면 되살아나는 한국 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팡!
박찬우 경제수석은 책상을 손바닥으로 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한 가지뿐이어서였다.
“고민만 해 봤자 답도 안 나오는 것을…….”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드림 그룹 김성웅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가지 않아 받았다.
“김성웅 사장님?”
[경제수석께서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전화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박찬우 경제수석은 할 수밖에 없었다.
“부탁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거절합니다.]바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누가 이렇게 쉽게 청와대 경제수석의 부탁이란 말을 거절할 수 있을까.
마음을 다스리며 말했다.
“어떤 부탁을 할지 알고 바로 거절을 하시는 겁니까.”
[회장님을 만나고 싶다는 부탁 아닙니까?]박찬우 경제수석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 정도면 경제수석도 할 수 있는 일이니 부탁할 일이 없을 테고… 내가 결정하지 못할 일이니 부탁하려는 것일 테니… 당연히 회장님뿐이지 않겠소?]“그렇군요. 당연한 것을 물었군요.”
“김 사장님 잠시만요.”
[하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오. 박 경제수석 당신이 지난번에 한 일을 잊은 거요?]“태평 자동차 일이라면 사과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뭐요?]“그것이 나라나 드림 그룹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사람 거참… 빈말이라도 미안하다고 할 수 없소?]“그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선수 회장님을 만나야 하는 이유는 나라를 위해서입니다.”
[당신에게는 나라를 위한 일이겠지만, 회장님에게는 아닐 수 있소. 귀찮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부탁입니다. 김 사장님.”
[하아.]박찬우 경제수석이 너무 저자세로 나오니 김성웅 사장도 단칼에 자를 수가 없었다.
박찬우 경제수석도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이어서였다.
그리고 이선수 팬클럽 회원 중 한 명이었고.
[말씀은 드려 보겠소. 하지만 결과는 장담 못 합니다.]“감사합니다. 김 사장님.”
[연락 기다려요.]전화가 끊겼다.
박찬우 경제수석은 이선수가 만나 주지 않으면 드림 그룹에 찾아갈 생각도 하고 있었다.
* * *
“박찬우 경제수석이 나를 만나고 싶다라…….”
“그냥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회장님.”
나는 김성웅 사장의 표정을 봤다.
만나 줬으면 하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말했길래 김성웅 사장이 호의를 보일까?
“이유는요?”
“아직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회장님께서 만나실 것인지가 더 중요해서요.”
하기는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또 무슨 부탁을 하려는지 몰라도… 박찬우 경제수석 성격이면 어떻게 해서든 만나려고 하겠죠?”
“막을 수 있습니다.”
“귀찮은 일이잖아요.”
“그래도 회장님께서 태평 자동차 일로 싫어하신다면.”
김성웅 사장이 오해하는 것이 있네.
“태평 자동차 일로 박찬우 경제수석을 싫어하지는 않아요. 그 양반 나름대로 일처리한 것일 테니까요. 조금 어렵게 돌아간 것은 어쩔 수 없죠.”
“그러시다면…….”
“만나 보죠.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네요.”
“알겠습니다.”
김성웅 사장은 박찬우 경제수석에게 연락했다.
* * *
드림 그룹 회장실에서 박찬우 경제수석을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그가 찾아왔다.
회장실 문이 열리고 들어오자마자 그는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이선수 회장님 감사합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만나 주는 것만으로 허리를 90도로 숙일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