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73)
꿈꾸는 재벌 174화(173/249)
174. 좋은 말로 하면 들읍시다
이선수의 수상한 싱가포르 모임.
푸틴 총리는 드림 컴퍼니에 설치한 도청 장치가 무력화됐다는 것부터가 의심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선수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쿠데타에 개입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동안 이선수는 러시아의 그 어떤 일에도 개입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러시아의 원유와 가스 등을 맡기는 일이 힘들지 않았다.
돈만 제대로 받으면 됐으니까.
하지만 러시아의 일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다른 일에도 개입할 수 있다고 여겨질 것이다.
경계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고.
“경고를 해야 하나?”
만약에 이선수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쿠데타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상황이라면?
이선수와 처음으로 거리감이 생기는 일이 될 수 있었다.
거대한 댐도 작은 균열 때문에 무너지니까.
푸틴 총리는 꽤 오래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쿠데타 초기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괜찮겠지.”
쿠데타는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이선수가 개입한다 해도 막을 수 없다.
“쿠데타가 성공한 후에는 뭐를 해도 상관없지 않나?”
명분이었다.
러시아 정보부가 계획한 쿠데타였다.
일단 성공하면 러시아 정보부의 임무는 끝난 것이다.
그 후에 쿠데타 세력이 어떻게 되든 러시아 정보부는 책임이 없다.
쿠데타 세력이 무능한 것이니까.
물론, 무능한 쿠데타 세력을 지원한 책임 정도는 물어야겠지만.
“친구로서 그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겠지.”
푸틴 총리는 생각보다 이선수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이선수를 친구로 생각한다 해도 엄청난 돈이 걸린 일이었다.
이선수 모르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하는지 보고 받고 있었다.
이선수가 어떤 선택을 할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약속을 지킨 대가라고 생각하게 친구!”
푸틴 총리는 마치 이선수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말했다.
만약, 이선수가 돈을 조금이라도 빼돌렸다면 이런 신뢰도 없었을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를 위해 많은 일을 했어도 그저 이선수 자신을 위해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이선수가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충실하게 돈을 보내는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래도 약간의 도움은 상관없겠지.”
푸틴 총리는 종이를 꺼내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이선수의 사업체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는 지시였다.
어느 정도 편의를 봐 주라는 것까지.
* * *
남아프리카 공화국 북부 도시를 책임지는 강민호 지사장은 암호 통신문을 받았다.
지사장이 된 이후로 암호 통신문을 받을 일은 없었다.
더는 용병이 아닌 드림 컴퍼니 직원이어서였다.
조용히 자신의 방에서 암호 통신문을 해독한 강민호 지사장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쿠데타 위험. 군대 매수. 보안 철저. 작전 준비.]긴 암호 통신문이지만, 내용은 간단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지는 않았다.
강민호 지사장이 용병일 때 많이 했던 일 중 하나였으니까.
“곧 누가 찾아오겠네.”
작전 준비 때문이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아는 누군가가 올 것이다.
자신은 미리 조심스럽게 준비하며 기다리면 된다.
강민호 지사장은 암호 통신문을 불태우고 창문으로 갔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잘 계획된 도시가 보였다.
잘 포장된 도로.
깨끗한 거리.
낮은 건물이지만, 새로 지어서 튼튼해 보이는.
상하수도는 물론, 전기까지.
도시가 완벽하게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북부 도시에 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차별도 없고, 누구나 원하면 이제는 배울 기회까지 있었으니까.
“지켜야 할 것 같네.”
강민호 지사장은 이곳이 마치 제2의 고향 같았다.
그동안 자신을 따르는 믿을 만한 사람들을 모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믿을 만한 사람 중에는 납치 감금 사건의 주동자인 벤다 족 하나다 부크가 있었다.
* * *
박찬우 경제수석은 이선수의 식사 초대가 좋기도 하면서 걱정이었다.
이선수가 먼저 식사 초대를 하다니.
기대보다는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그래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 덕분에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 10분 전.
식당 문이 열리고 이선수가 들어왔다.
벌떡.
“이선수 회장님.”
“일찍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일정이 없어서요.”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 나라의 경제수석이 안 바쁠 리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조용한 식당으로 정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식당 안에는 이선수와 박찬우 경제수석 그리고 경호원뿐이었다.
“식사 먼저 하시죠.”
이선수가 앉자 박찬우 경제수석도 앉았다.
곧 한정식이 나왔다.
거창한 코스 요리는 아니었다.
된장찌개에 각종 나물 그리고 불고기 정도였다.
간단한 집밥이라고나 할까?
“요즘 청와대는 어떤가요?”
“정신없습니다. IMF를 졸업했다고 해서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회장님은 어떠신가요?”
“저도 정신 없습니다. 일이 계속 생기네요.”
소소하게 일상을 물어보며 식사를 했다.
약간의 탐색전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두 사람 모두 밥 한 그룻을 다 비웠다.
식탁이 치워지고 후식으로 수정과가 나왔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경호원들이 밖으로 나갔다.
이제 식당 안에 남은 사람은 이선수와 박찬우 경제수석뿐이었다.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군요. 이 회장님.”
“어떻게 보면 그렇습니다.”
후룩.
박찬우 경제수석은 수정과를 한 모금 마셨다.
입이 마르는 느낌 때문이었다.
이선수가 어떤 말을 할지.
“어떤 일입니까?”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박찬우 경제수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선수가 이런 부탁을 할 리가 없어서였다.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일이 있나요?”
“있습니다. 항공순양함의 퇴역을 조금 앞당기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형 수직이착륙기 10대를 싱가포르에 판매하고 싶고요.”
박찬우 경제수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국방부 소관 아닙니까. 전 경제수석입니다.”
“압니다. 하지만 현재 김중대 대통령님의 신임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IMF 조기 졸업.
김중대 대통령의 업적처럼 남아 버렸다.
김중대 대통령에게 IMF 조기 졸업의 1등 공신은 누구일까?
당연히 경제 정책을 조절하는 경제수석이었다.
“국방부에서 합당하다고 판단되어 보고한다면 그대로 될 겁니다. 이건 제가 끼어들 일이 아닌 것 같군요.”
박찬우 경제수석다웠다.
“조금 급하게 진행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분명 문제를 제기할 누군가가 나올 겁니다.”
박찬우 경제수석은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이선수가 일한 방식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면 그것을 막아 달라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냥 약간 편을 들어달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그것 아닌가요?”
박찬우 경제수석도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김중대 대통령이 신임하는 것도.
자신이 나서면 그 누구도 쉽게 반대하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렇겠죠.”
좋은 말로 하려니까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하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경제적인 일도 아니고…….”
꼭 좋은 말로 하면 못 알아 들어요.
“그럼 경제적인 일로 만들어 드리죠.”
순간 박찬우 경제수석은 왜인지 모르게 한기가 느껴졌다.
이선수에게 너무 매몰차게 거절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빅파이 컴퍼니의 빅딜 사업이 중단될 겁니다.”
“이 회장님!”
빅파이 컴퍼니는 아직도 빅딜 사업을 하는 중이었다.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자금이 부족하거나 경영진의 경영 부족으로 성장하지 못한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했다.
그 덕분에 꽤 많은 기업이 되살아났다.
“빅파이 컴퍼니의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해야 될 것 같아서요.”
“빅파이 컴퍼니의 돈이 왜 다른 곳에 사용되야 합니까? 이 회장님이 말씀하신 것은 경제적인 것이 아닙니다. 국방 사업입니다.”
“그러니까요. 다른 곳에서 구해야죠.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아직 안 끝났어.
“드림 그룹의 해외 자금도 당분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국내 자금을 외국으로 내보내야 할 것 같네요.”
꿀꺽.
박찬우 경제수석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얼마나…….”
“달러로 따지면 100억 달러 정도?”
어이가 없었다.
이건 명백한 협박이었다.
얼마 전에 100억 달러를 바꿔서 싱가포르로 보냈다.
그런데 100억 달러를 더 해외로 보내겠단다.
한국의 외환 보유고가 확 줄어든다.
다시 위기설이 나돌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가 흔들린다.
환율은 오를 것이고 심하면 국제 신용등급까지 영향을 끼칠지도.
“다른 곳에서 100억 달러쯤은 충당할 수 있습니다.”
한 번쯤 강하게 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요? 한 번만 그럴 것이라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만?”
“진짜 이러실 겁니까?”
“네. 그럴 겁니다.”
박찬우 경제수석은 이선수가 진짜 말한 대로 한다면 꽤 골치 아픈 상황이 될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선수 회장은 말한 대로 하는 성격이었다.
“반대만 하지 않으면 됩니까?”
반쯤 넘어왔네.
채찍을 휘둘렀으니까 이제 당근을 줄 때인가?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한다면요?”
“그건 안 됩니다. 말씀드렸듯이 경제적인 일과 관련이 없습니다. 국방부에서 결정하면 반대는 하지 않겠습니다.”
“왜 경제적인 일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시죠?”
“당연한 것 아닙니까. 항공순양함과 수직이착륙 전투기가 왜 경제적인 일과 상관 있습니까?”
“해양 유전의 지분을 얻을 수 있다 해도 그럴까요?”
박찬우 경제수석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해… 해양 유전의 지분을요?”
“자세히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의 결과는 해양 유전과 관련 있습니다.”
달콤한 당근이다.
“진짜입니까?”
해양 유전의 경우 대부분 국책 사업이다.
나라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또는, 거대 원유 기업이 꽉 잡고 있었다.
절대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았다.
한국도 여러 나라에 해양 유전 관련해서 투자했다.
하지만 그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제가 언제 거짓말하던가요?”
아니다.
박찬우 경제수석도 이건 확실하게 믿을 수 있었다.
“해양 유전이면 규모가 얼마나…….”
“지금 모든 패를 알려달라는 건가요?”
솔직히 나도 모른다.
이정석 선배가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거짓말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해양 유전의 지분을 주면 되는 것 아닌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저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 아닙니까.”
다 넘어왔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군요. 뭐 박찬우 경제수석의 생각은 알았습니다. 반대 안 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죠.”
슬그머니 밀어내면?
“저기… 이 회장님?”
다가올 수밖에 없다.
“못 믿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닙니다. 해양 유전 지분 진짜로 얻을 수 있는 것입니까?”
“못 믿어서 물어보는 것처럼 들립니다.”
“절대 아닙니다. 얼마나 얻을 수 있는지…….”
“5% 정도 생각합니다.”
“너무 적습니다.”
“도둑놈 심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됐습니다. 뭐 시간이 더 걸릴 뿐이지 솔직히 말해서 박찬우 경제수석님의 반대만 없으면 될 일이기도 합니다.”
국방부와도 이야기가 끝났다.
항공순양함을 고철로 빨리 파는 대신에 한국형 항공순양함의 건조를 더 빨리 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국방부는 지금까지 드림 그룹에 빚진 것이 많아서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10% 주시면 완전히 적극적으로 제가 움직여 보겠습니다.”
정말 탐이 났다.
자원이 제대로 없는 한국에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곳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10% 가지고는 안 된다.
하지만 대대적으로 홍보할 만한 것이긴 했다.
이번 정권의 또 다른 업적.
“4%.”
“8%로 하시죠.”
“3%.”
“6%! 제가 직접 대통령님 만나서 상황 설명을 하고 원하시는 대로 이루어지게 하겠습니다.”
더 낮췄다가는 안 될 것 같았다.
“좋습니다. 6%로 하죠.”
“그럼 계약서 쓰시죠.”
응?
“저도 회장님에게 배운 것이 있습니다. 서로 확실하게 해야죠.”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그렇게 하시죠.”
박찬우 경제수석이 적극적으로 도우면 더 빨리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쿠데타가 일어날지 모른다.
항공순양함에 운영 요원 채우고 싱가포르에 들렀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가려면 아무리 빨라도 3달은 걸린다.
조금 더 무리하면 2달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그것도 폐기가 결정된 때부터.
* * *
탈리 움바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쿠데타를 준비하는 장군이었다.
별을 세 개나 단 육군참모총장.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실질적으로 군대를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군인의 수는 7만 5천명 정도였다.
그중 대부분이 육군이었다.
해군과 공군은 거의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었다.
“파앙 총장. 공군은 가만히 있으면 돼.”
그런데 탈리 움바카 중장 앞에 공군 참모총장인 파앙 음스망이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공군은 그 어떤 편에도 서지 않을 겁니다.”
최소한의 의리였다.
그가 거절한다면 공군은 순식간에 육군에 의해 정리될 것이 분명했다.
부하들에게 죽으라고 할 수 없었다.
몇 대 없는 고물 전투기로 저항해 봤자 소용이 없으니까.
“좋아. 약속대로 공군은 건드리지 않겠어. 하지만 파앙 총장은 잠시 이곳에 있어 줘야겠어.”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하 타릴 움바카 중장은 공군의 수장을 인질로 가둬 두려 했다.
“그러시죠.”
타릴 움바카 중장은 두 달 뒤에 자신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지도자가 될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이선수가 예상한 것보다 쿠데타는 빠르게 일어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