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75)
꿈꾸는 재벌 176화(175/249)
176. 위험하지 않아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쿠데타 소식이 들린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소식은 알 수 없었다.
“쿠데타 세력은 현재 계엄령을 선포하고 케이프타운을 완전 봉쇄했습니다.”
김성웅 사장이 최대한 빠르게 남아프리카 공화국 상황을 알아내 보고했다.
“타릴 움바카 중장의 쿠데타를 반대하는 세력이 있기는 합니다만… 대부분 중립입니다.”
군대의 퍼레이드 행사 때문에 정부 각료 대부분과 중요 정치인이 모여 있다가 당해서였다.
쉽게 말해 반대하는 세력을 이끌 핵심적인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질처럼 잡혀 있으니 더욱 움직일 수 없었다.
“나머지 두 수도인 프레토리아와 볼룸폰테인도 쿠데타 세력에게 점령당하기 직전입니다.”
최신 무기를 보유한 데다가 육군참모총장인 타릴 움바카 중장이 쿠데타 수장이니 저항할 군대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ANC 소속의 지역 자치군이 저항할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 국민회의 ANC는 남아프리카 전역에서 지지를 받고 있었다.
수장인 그웬 만샤테가 인질로 잡혔다 해도 쿠데타를 인정하지 못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내전의 대륙인가.
“남은 두 수도를 쿠데타 세력이 점령하게 되면 대대적인 숙청이 먼저 일어날 것 같습니다.”
“숙청이요?”
“네. 타릴 움바카 중장은 평소에도 백인을 처벌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말해 왔습니다. 쿠데타의 명분이 인종차별법은 폐지됐지만, 변하지 않는 인종차별을 없애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명분 없는 쿠데타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타릴 움바카 중장을 따르는 이들은 백인의 인종차별에 불만이 많은 이들이었다.
경험도 했었고.
“어차피 쿠데타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잖아요.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중요합니다.”
“네. 최선을 다해 소식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곧 어떻게 됐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회장님.”
아직 쿠데타 세력도 넬슨 만델라 대통령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발표하지 않고 있었다.
무사히 탈출했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 * *
남아프리카 공화국 쿠데타가 일어난 지 한 달.
남아프리카 공화국 주요 도시는 모두 쿠데타 세력이 장악했다.
그리고 백인에 대한 숙청이 시작됐다.
모든 재산을 몰수하고 체포해서 감옥에 가뒀다.
하지만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기도 했다.
체포 과정에서 반항했다는 이유로 재판도 받지 않고 사살하거나 칼로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트럭에 줄로 묶어 끌고 다니기도.
물건을 약탈하는 행위도 있었다.
그것을 막는 이들은 없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혼란 속에 빠져들 때 UN 안전보장 이사회가 열렸다.
쿠데타 세력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규탄하고 군사적 개입을 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군사적 개입은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 * *
“회장님! 넬슨 만델라 대통령 찾았습니다!”
김성웅 사장이 급하게 들어와 한 말이었다.
“진짜요? 어디에 있다고 합니까?”
“케이프타운을 빠져나와 북부 도시로 향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케이프타운에 있었대요?”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쿠데타 당일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경호원과 군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총구를 타릴 움바카 중장을 향해 겨눴다.
하지만 총을 쏘지는 못했다.
누가 봐도 장갑차와 중화기로 무장한 쿠데타 군이 유리했으니까.
누군가 총을 한 방이라고 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유혈사태가 일어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긴장감이 맴돌고 타릴 움바카 중장이 항복하라고 소리칠 때.
연막탄이 터졌다.
그리고 서로 총격전이 시작됐다.
“연막탄으로 시선을 가리고 용병들이 간신히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경호대장을 데리고 피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연락이 안 됐나요?”
“피신하기는 했지만, 준비된 안가로 바로 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한참을 숨어 있다가 안가까지 간신히 갔지만, 쿠데타 군의 검문검색이 심한 데다가 수색까지 해서 계속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빠져나왔대요?”
“저항 세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수도에 병력이 분산되자 케이프타운 곳곳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때 여러 수단을 동원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쿠데타가 일어난 지 거의 4달 만이다.
어떤 수단을 동원했든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무사하다는 것이 중요했다.
“사람을 더 보내야 하지 않나요?”
“그렇지 않아도 중간지대에 구출 헬기를 보낸다고 합니다. 공군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지금 헬기를 막을 방법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공군과 해군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네요.”
이제 한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고비가 있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 그가 가장 중요한 고비였다.
* * *
투두두두두.
수송 헬기 한 대가 광산지대에 착륙했다.
공격 헬기 두 대는 경호하듯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수송 헬기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피폐한 모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경호원으로 위장한 용병들이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대통령 각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자신에게 인사하는 사람을 보고 반가웠다.
“일리 보든 대령!”
자신이 직접 임명하고 북부 도시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경호대장은 탈출 과정에서 뒤를 책임지겠다며 남았다.
아마 죽었을 것이다.
그 뒤로 넬슨 만델라 대통령 주변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자신을 구출해 주기는 했지만,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남아프리카 공화국 군인이 눈앞에 있었다.
“여기는 이곳을 책임지는 강민호 지사장입니다.”
“대통령 각하 이곳은 안전합니다.”
“그래 보이는 것 같군요.”
총격전이 일어나는 케이프타운과는 다르게 평온한 분위기였다.
거기에 무기를 든 사람들도 꽤 많았다.
더군다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도 몇 대 없는 공격 헬기가 5대나 있었다.
러시아제 헬하운드.
“쉬실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숨고 도망치느라 피곤하고 지쳤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도 조금은 쉬고 싶었다.
“부탁합니다.”
“가시죠.”
강민호 지사장을 따라 별도로 마련된 숙소로 움직였다.
구출에 성공한 용병들 역시 그들을 위한 숙소로 갔다.
용병들의 표정은 좋았다.
힘들었어도 구출에 성공했으니 특별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 *
꼬박 하루를 푹 쉬고 잘 먹으니 어느 정도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그동안 계속 생각해 왔던 의문이 있었다.
‘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구출했는가?’
‘어떻게 쿠데타가 일어날 줄 알았다는 듯이 용병을 자신의 주변에 심었는가?’
‘이들은 자신을 구출해서 어떤 것을 얻으려는 것일까?’
하지만 생각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대화를 해 봐야겠지.”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강민호 지사장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 * *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상황을 알고 싶군요.”
“그러실 것 같아서 일리 보든 대령과 함께 왔습니다.”
일리 보든 대령이 앞으로 나섰다.
“쿠데타 세력의 수장은 타릴 움바카 중장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수도 세 곳은 모두…….”
세 곳의 수도가 점령당하고 일부 지역 세력이 저항하는 중이다.
하지만 중심점이 없이 각자 따로 저항하는 것이라 쿠데타 세력에 계속 밀린다.
백인 숙청에 들어간 것까지.
“현재 제가 아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대통령 각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한숨이 나왔다.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알았어요. 그런데 일리 보든 대령.”
“네. 대통령 각하.”
“당신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충성하나요?”
다른 의미도 있는 질문이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명령에도 따를 것이냐는.
일리 보든 대령도 알고 있었다.
“당연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충성합니다. 그리고 제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것입니다.”
“임무라면? 쿠데타 세력을 진압하는 것도 포함인가요?”
“죄송하지만, 현재 북부 도시를 경비하는 군대만으로 쿠데타 세력을 진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부 도시를 완벽하게 지켜낼 수는 있습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다.
“그렇군요.”
이럴 것 같았다.
일리 보든 대령이 강민호 지사장에게 하는 행동을 봤다.
마치 윗사람을 대하는 것같이 조심스러웠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보다 더.
“강민호 지사장.”
“네. 대통령 각하.”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드림 컴퍼니는 원하는 것이 뭔가요?”
“그것은 제가 말씀드릴 것이 아닙니다. 이선수 회장님이 직접 말씀하실 것입니다.”
“이선수 회장이 이곳에 있나요?”
“아닙니다. 위성전화로 통화할 예정입니다.”
이 위험한 곳에 이선수가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언제 통화할 수 있나요?”
“곧 통화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선수 회장님이 전화하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이곳은 정말 안전한가요?”
“안전합니다. 쿠데타 세력은 대통령 각하께서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알아도 상관없었다.
최소 사단 병력 이상은 몰려와야 북부 도시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것도 전차를 포함해서.
하지만 쿠데타 세력은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사단 병력이면 2만 명이다.
쿠데타 세력 대부분을 동원해야 했다.
아니면 애매하게 협조하는 군대를 동원하든가.
그런 군대는 오합지졸이었다.
몇 대 없는 전차는 낡았고 장갑차 역시 운송 수단에 불과했다.
총만 든 군인만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중국처럼 몇십만 명의 인해전술이 아닌 이상 시체만 쌓일 것이다.
전체 7만 5천 명인 군대에서 얼마나 올 수 있을까.
“알았어요. 이선수 회장과 통화를 빨리하고 싶군요.”
이선수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야 자신도 결정할 수 있었다.
* * *
“이건 미친 짓입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그래도…….”
“김 사장님은 한국에 남아서 잘 처리해 주세요.”
“사모님이 아시면 정말 큰일 납니다.”
다른 것은 안 무서워도 아내는 무서웠다.
“그러니까 몰래 가는 거잖아요. 별로 위험하지도 않다면서요.”
“그건 그거고요. 회장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한국이 개입하기 더 쉽겠죠.”
“전 사모님이 물어봐도 모릅니다.”
“싱가포르 출장 간 것으로 알아요. 그러니까 잘 부탁해요.”
나는 임강민 대표와 함께 전용기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싱가포르가 맞기는 했다. 하지만 경유지였다.
최종 목적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북부 도시였다.
곧 전용기가 날아올랐다.
* * *
위험하지 않다고 한 이유.
항공순양함 때문이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쿠데타 소식이 알려지면서 나는 항공순양함을 더 빨리 가져가겠다고 요청했다.
박찬우 경제수석도 바보는 아니었다.
내가 항공순양함을 원하는 이유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때문인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김중대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알고 보니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안면이 있는 데다가 두 양반은 어느 정도 유대감이 있었다.
두 양반 모두 감옥 생활 끝에 대통령이 된 것.
항공순양함의 무기 해체가 중단됐다.
다시 장착해 그대로 고철처럼 판매됐다.
비비 인더스트리에서 항공순양함 운영 요원을 충원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부만 해도 됐다.
극비 임무로 해군 수십 명을 전역시켜 배치해서였다.
그리고 지금 항공순양함에 탑재된 수직이착륙 전투기 4대가 전용기를 호위하고 있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해안이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공군 레이더에 당연히 포착됐다.
경고 메시지가 왔다.
하지만 북부 도시로 가는 드림 컴퍼니 비행기라고 하니 곧 영공 통과가 허락됐다.
러시아의 입김 때문이겠지.
그리고 실제 공중전이 일어나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공군의 패배가 확실했다.
낡은 기종만 보유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공군은 ‘어?’하는 사이에 멀리서 날아온 미사일에 격추될 테니까.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해군 역시 항공순양함을 경계만 할 뿐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원래 항공모함은 호위함을 두고 움직인다.
왜 항공순양함이겠는가?
호위함 없이 전투가 가능해서 순양함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물론, 남아프리카 공화국 영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보급 컨테이너선이 있기는 했다.
내가 탄 전용기는 무사히 북부 도시 근처에 건설된 비행장에 착륙했다.
* * *
“회장님 이 위험한 곳까지…….”
강민호 지사장의 표정이 볼 만했다.
“강 지사장이 있잖아요.”
“그래도… 이곳은 전쟁터나 다름없습니다. 회장님.”
“안전하게 지켜 줄 것이잖아요.”
“전쟁터에 안전이란 없습니다. 회장님.”
“걱정시켜서 미안하지만, 협상만 하고 바로 떠날 겁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이곳에 있다는 것만 밝혀지기 전에 떠나면 된다.
“가죠.”
강민호 지사장은 내 옆에 있는 임강민 대표를 째려봤다.
불만이 많은 듯한 표정으로.
임강민 대표는 어색하게 웃었다.
“회장님 고집을 누가 말리나. 자네는 자네 할 일을 해.”
“하아. 알겠습니다.”
강민호 지사장은 이선수를 특수 장갑차에 태웠다.
원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태우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특수 장갑차와 경호대는 광산으로 출발했다.
* * *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초조했다.
전화 통화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나 싶어서였다.
벌써 3일이나 지났다.
자신을 초조하게 만든 후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작전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식사 시간도 아닌데?
문이 열리고 강민호 지사장이 들어왔다.
“드디어 전화 통화가 되는 겁니까?”
어색한 표정의 강민호 지사장 뒤로 다른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이선수 회장?”
“오래간만입니다. 대통령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믿을 수가 없었다.
저 멀리 다른 나라에 있다고 했던 이선수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쿠데타가 일어난 나라에.
위험을 무릅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