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82)
꿈꾸는 재벌 183화(182/249)
183. 업계 1위가 아니었어?
이선수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하는 것보다 만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김성웅 사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하면 거절할 것이 분명했다.
이선수와 직접 만나서 담판을 지어야 했다.
그가 본 이선수는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었으니까.
“치사하게 생각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한우리 전 총리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자신의 일이었다.
이선수의 전화번호는 알고 있었다.
혹시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들렸다.
“컬러링?”
이선수가 운명인가 싶었다.
하지만 운명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걸 용기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김성웅 사장에게 전화했다.
이번에는 숲속의 새소리가 들렸다.
신호가 꽤 오래 갔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걸어야 하는 순간.
[박 수석께서 전화를 다 주시고.]“안녕하십니까.”
[안녕은 합니다. 박 수석께서 일만 만들지 않으면요.]흠칫.
“하하. 제가 무슨 일을 만든다고 하십니까.”
[카드사 부실 경고 때문에 전화한 것 아닙니까?]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알게 될 일을 거짓말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떻게 알기는요. 경고를 했더니 전화가 왔으니까요.]“그럼 제가 왜 전화를 했는지 아시겠군요.”
김성웅 사장은 딱 잘라 말했다.
[회장님 일정이 꽉 차 있습니다.]박찬우 경제수석은 치사하다고 생각한 말을 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리고 해상유전에 관해 상의 드릴 것도 있습니다.”
[으음.]이건 김성웅 사장도 쉽게 안 된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해상유전 지분으로 거래를 했어도 박찬우 경제수석에게 어느 정도 빚을 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가 더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여 줬다.
그 덕분에 항공순양함과 수직이착륙 전투기 그리고 무기까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빨리 보낼 수 있었다.
[회장님에게 말씀은 드려 보죠. 하지만 무리한 요구는 안 될 겁니다.]“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거짓말 안 하려는 박찬우 경제수석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 *
김성웅 사장에게 박찬우 경제수석의 일을 보고 받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거론한 이상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깔끔하게 정리를 해야 이렇게 만나자고 할 수 없을 테니까.
이번에는 그냥 드림 그룹 본사로 오게 했다.
* * *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이선수 회장님.”
“어서 오세요.”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게 했다.
박찬우 경제수석은 소파에 앉자마자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렇게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락이라니요. 필요에 의해서 만나는 건데요. 그래.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해상유전에 관해 말할 것이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그전에…….”
나는 손을 들어 박찬우 경제수석의 말을 끊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부터 해결하죠.”
박찬우 경제수석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카드사 이야기를 먼저 한 다음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로 협상하려 했는데.
이선수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화를 먼저 하자고 한다면 어쩔 수 없었다.
자화자찬이 되겠지만.
“해상유전으로 거래를 하기는 했지만, 제 도움이 꽤 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아예 처음부터 직진으로 나오네.
“그래서요?”
“시간상 어려웠던 일들도 다 해결됐지요. 몇몇 경우는 국가정보원과 군의 도움을 받아 은폐한 것도 있습니다.”
알고 있다.
고철로 팔아야 할 항공순양함을 무기가 그대로 달린 상태로 팔았다.
그 대금은 군이 미납한 무기 대금에서 상계했다.
“적극적으로 움직여 준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을 원하는 겁니까? 그것만 해 주면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은 더는 거론 안 하는 건가요?”
박찬우 경제수석은 이선수가 직설적으로 나오는 것이 더 반가웠다.
빙빙 돌려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보다 낫다.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하겠습니다. 미쳐 살펴보지 못한 카드사의 부실을 경고해 주신 것에 관해서입니다.”
“감사는 받죠. 그래서 카드사 부실을 해결해 달라는 건가요? 그건 못 합니다. 나라에서 할 일이죠.”
“알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의 부실을 이선수 회장님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모든 카드사의 부실을 다 해결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 충격을 감소시켰으면 합니다.”
박찬우 경제수석도 카드사 부실 예상 보고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무려 90조 원에 가까운 부실이 날 수도 있었다.
빚이 빚을 불러 눈덩이처럼 불어나서였다.
아무리 이선수라고 해도 90조 원에 달하는 돈을 쓸 리가 없었다.
거의 8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이니까.
왜 이렇게 큰돈이 됐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카드 1천만 장 시대라고 한다.
사실은 더 많이 발급됐지만.
카드 한 장당 100만 원씩 현금서비스를 받았다면.
10조 원이다.
“어떻게 감소시킵니까? 부실이 터지기 시작하면 감당할 수 없을 텐데요.”
그래서 엘아이 그룹 고한평 회장에게 경고한 것이다.
가장 많은 실적을 올리는 카드사가 결국, 가장 많은 부실을 낼 테니까.
“업계 1위와 2위 중 하나를 빅파이 컴퍼니에서 인수하는 것입니다. 회장님.”
“또 빅딜이군요.”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업계 1위와 2위라면 부실 규모도 상당할 텐데요. 몇조 원은 그냥 부실로 잡힐 겁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에 대한 보상치고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안 드나요?”
“알고 있습니다. 해상유전 지분을 다 포기해도 안 될 수 있다는 것을요.”
해상유전 지분을 포기하려는 건가?
이렇게 되면 말이 조금 다르지.
“그냥 인수만 하시라는 것이 아닙니다. 최대한 피해를 덜 볼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어떻게요?”
“분명 부실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많은 빚을 진 국민은 신용불량자가 되어 돈을 아예 못 갚게 되겠죠.”
당연한 일 아닌가?
“원금이라도 회수할 수 있게 건실한 신용불량자는 회생할 기회를 줄 생각입니다.”
신용회복이잖아.
내가 알기로 이건 2003년 이후에나 생기는 제도다.
“이자는 탕감해 주겠다는 건가요?”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부실로 모든 것을 다 잃느냐? 아니면 원금이라도 몇 년에 걸쳐 회수할 수 있느냐? 그 선택입니다. 물론, 쉽게 회생할 기회를 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박찬우 경제수석은 계획을 줄줄이 말했다.
내가 아는 신용회복 제도 방법과 거의 비슷했다.
법원의 판결을 받는 것까지.
“이렇게 되면 피해는 적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신용카드사는 이번 위기만 넘기면 이익을 가져다줄 충분한 여력이 있습니다.”
이건 나도 동의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카드 발급과 버는 돈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것 때문에 생긴 문제다.
정말 급할 때 은행보다 카드가 더 나을 때도 있다.
“회장님 덕분에 어렵게 살린 한국 경제입니다. 다시 무너지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또 띄우네.
어쩌면 그렇게 크게 부실을 떠안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미안하지만, 엘아이 카드가 업계 1위니까.
고한평 회장이 어느 정도 부실을 예상하고 대비했을 것이다.
빅파이 컴퍼니가 인수한다고 하면 이해해 줄 수도 있다.
엘아이 그룹도 지분이 있으니까.
“그건 좀 아쉽네요.”
이선수의 말에 박찬우 경제수석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선수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였다.
“네. 너무 아쉽습니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지요. 회장님.”
너무 좋아하네.
더 좋아하게 만들어 줘야겠지.
어차피 할 것 2위 인수한다고 하는 것보다 1위 인수한다고 하는 것이 낫다.
“그럼 업계 1위 카드사를 인수하면 되는 겁니까?”
“정말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박찬우 경제수석은 2위만 해 줘도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위라니.
더 많은 위험부담을 이선수가 떠안고 가겠다는 것 아닌가.
너무 고마웠다.
“그래야죠.”
“너무 감사합니다. 회장님… 역시 한국 경제는 회장님이 없으면 안 됩니다.”
이건 진짜 너무 띄워 주는 것이다.
나 역시 한국 경제의 한 축일 뿐이다.
기둥 하나로 버티는 나라 경제가 어디 있다고.
“그럼 카드사 인수를 쉽게 하실 수 있게 사전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 드림 그룹에서 직접 협상하겠습니다. 부실 가능성을 알게 되면 협상 안 할 수 없을 겁니다.”
엘아이 카드를 인수하는데 정부에서 나서면 고한평 회장이 섭섭해할지 모른다.
“아닙니다. 이렇게 한국 경제를 위해 힘써 주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지요. 삼두 그룹이 쉽게 내놓을 리도 없고요.”
응?
잘못 들었나?
“지금 카드 업계 1위는 엘아이 카드가 아니었나요?”
“아닙니다. 삼두 카드입니다. 최근 2개월 사이 삼두 카드가 계속 1위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엘아이 카드가 아직도 업계 1위인 줄 알았다.
조금 더 알아보고 한다고 할 것을 그랬나 보다.
지금 와서 업계 2위로 내려간 엘아이 카드를 인수하겠다고 하면 안 되겠지?
슬며시 말해 볼까?
“현금서비스 한도를 줄이고 신용도를 더 엄격하게 따져서 적용하겠습니다. 삼두 카드는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때 빅파이 컴퍼니에서 인수 의사를 내비치시면 됩니다.”
말하지 못하겠다.
이거 의도하지 않게 또 삼두 그룹 계열사를 가져오게 생겼다.
“삼두 그룹에서 매각하지 않으면요?”
“그럼 더 좋지요. 삼두 그룹에서 책임져야 할 테니까요. 하지만 삼두 그룹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겁니다. 삼두 카드를 부도내고 두 손 들면 들었지.”
솔직하게 연대 보증만 안 되어 있다면 대부분 그렇게 할 것이다.
계열사 하나 때문에 그룹 전체가 피해를 보는 것보다 나으니까.
IMF 이후 재벌 그룹들은 그룹 구조를 많이 바꿨다.
특히나 삼두 그룹은 계열사 간 보증이 거의 없는 독립 업체처럼 운영하고 있었다.
IMF 때 계열사 하나만 삐끗해도 망하거나 위험했던 그룹이 많았으니까.
“그래도 많은 카드사가 문을 닫을 겁니다. 회장님. 수많은 신용불량자가 나올 것이고요. 그것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꽤 괜찮은 말을 하네.
“그래도 업계 1위가 빅파이 컴퍼니의 인수로 인해 버티고 2위는 구조조정으로 버틴다면 그 충격은 많이 줄어들 겁니다.”
나에게 보고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김중대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지 않나?
“알았습니다. 이제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을 다시는 꺼내지 않는 겁니다.”
“물론입니다. 회장님. 저도 사람입니다.”
때로는 짐승이 되지도 않나?
“곧 정식 발표가 나올 겁니다. 회장님께서는 준비만 해 주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러죠. 그럼 오늘 이야기는 끝이죠?”
박찬우 경제수석은 이선수와 더 있고 싶어 아쉬웠다.
하지만 결과가 잘 나와서 그럴 수 없었다.
이선수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한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
“네. 회장님. 다음번에는 편한 자리에서 한번 뵙고 싶습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박찬우 경제수석이 씨익 웃었다.
“어차피 1년 조금 남았습니다.”
김중대 대통령의 임기였다.
김중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박찬우 수석도 물러나야 했다.
“그때는 경제수석이 아니라 인간 박찬우로 뵙겠습니다. 왜 저를 안 만나시려 하는지 아니까요.”
인간 박찬우라면 만나 줄 수 있기는 했다.
이해관계가 얽힐 일이 거의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럼…….”
박찬우 경제수석은 벌떡 일어나서 인사하고는 돌아갔다.
* * *
[카드사 부실 위험성에 정부 칼을 빼 들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금액 한도 줄여야 해.] [현금서비스가 많으면 신용 등급을 내리기로. 신용 등급이 내려가면 대출이 힘들어진다.]정부가 나서기 시작했다.
카드사들은 이제야 심각성을 깨닫고 부실 관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렇다고 모든 카드사가 늦은 것은 아니었다.
* * *
“거봐! 내 말대로 됐잖아!”
“죄송합니다. 회장님.”
엘아이 카드 심섭인 사장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한다고 했는데도… 부실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지.”
부실 대비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없었다.
“얼마나 되나?”
“3조 원 정도입니다.”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6조 원이 넘어갔을 것이다.
“아프구먼. 그래도 그동안의 수익으로 버틸 수는 있지 않나?”
“그렇긴 합니다.”
“그럼 됐어. 하하.”
갑자기 고한평 회장이 웃기 시작했다.
“왜 웃으십니까?”
“1위 했다고 좋아했을 삼두 카드 생각하니 웃겨서 그런다. 심 사장.”
심섭인 사장도 슬며시 웃었다.
지금쯤 삼두 카드는 뒤집어졌을 것이다.
현금서비스를 더 늘리고 한도도 늘려 줬으니까.
그만큼 부실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