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83)
꿈꾸는 재벌 184화(183/249)
184. 선전포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지금 상황이 그랬으니까.
삼두 카드 이민종 사장은 미칠 것 같았다.
“왜! 갑자기 지금 와서 규제를 하고 지랄이야!”
정부의 발표가 있음 다음 부랴부랴 부실 단속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부실이 안 될 고객까지 부실 위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정부가 카드 현금서비스 제재만 하지 않았어도 부실 금액은 3조 원을 넘지 않았다.
그것도 채권 회수팀과 법적인 조치로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었다.
또한, 늘어나는 영업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었다.
“이걸 어떻게 감당하라고…….”
부실 금액이 최소 두 배인 6조 원이 되게 생겼다.
최대가 아닌 최소다.
얼마나 더 늘어날지 모른다.
“이걸 어떻게 보고해…….”
이민욱 부회장이 카드사 부실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했다.
정부 정책에 따른 피해 여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삐.
[사장님. 부회장님 비서실에서 연락입니다. 1시간 후 들어오시라고 합니다.]이민종 사장은 사형 선고를 듣는 것 같았다.
* * *
1시간 후.
이민욱 부회장은 삼두 카드 부실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이민종 사장이 서 있었다.
보고서를 보면서 이민욱 부회장이 말했다.
“왜 서 있고 그러냐? 너답지 않게?”
이민종 사장은 항상 자신이 보고서를 보고 있을 때마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사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게. 형.”
“형이라고 부르지 마라. 너는 불리할 때마다 형이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형.”
“보고서 다 보고 대화하자. 소파 가서 앉아 있어.”
이민종 사장은 담담한 이민욱 부회장의 말투가 더 두려웠다.
아주 냉정하게 판단하겠다는 의미처럼 느껴져서였다.
이민종 사장은 소파에 가서 앉지 않았다.
그러자 이민욱 부회장은 그를 놔두고 보고서를 마저 읽기 시작했다.
탁.
보고서를 덮은 이민욱 부회장.
그의 표정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하는 것 같았다.
“지난번에 엘아이 카드 제치고 1위 했다고 좋아하지 않았나? 이민종 사장?”
아예 선을 긋겠다는 것을 안 이민종 사장은 평소와는 다르게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업계 1위 했다고 그렇게 자랑하더니… 결국, 모래 위에 쌓은 성인 건가?”
“그건 아닙니다. 정부가 갑자기 규제를 발표해서 이렇게 된 것입니다.”
탕!
이민욱 부회장이 책상을 내리쳤다.
움찔.
“이것 봐요. 이민종 사장. 정부의 규제가 아니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부실이 쌓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 아닌가?”
“그건 정말 아닙니다.”
“확신해?”
“네. 확신합니다.”
드르륵.
탁.
이민욱 부회장이 책상 서랍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서 던졌다.
“그런데 왜 우리 삼두 경제연구소는 물론, 정부와 엘아이 경제연구소까지 다른 결론을 냈을까?”
이민종 사장은 서류를 들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다.
몇 개월 전 자신이 받아 봤던 보고서와는 정반대의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정부와 엘아이 경제연구소의 자료까지 있었다.
“좋아. 그럴 수 있다고 해. 그런데 문제는 삼두 카드가 이번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느냐야. 해결 방법은?”
“자금만 조금 있으면 됩니다.”
“얼마나?”
“3조 원 정도입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그 3조 원 어디서 마련할 건데.”
“회사채를 발행하면 됩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화를 꾸욱 참았다.
“부실 기업의 회사채를 누가 살까? 그리고 3조 원이나 되는 회사채를 다 팔 수나 있어?”
“그것이…….”
이민욱 부회장은 이민종 사장이 어떤 말을 할지 알 것 같았다.
“그룹 계열사에게 팔 생각이라면 안 하는 것이 나을 거야.”
계열사 간 지원 방법 중 하나였다.
이민종 사장은 다급하게 말했다.
“형. 그룹 계열사가 안 도와주면 누가 도와줘.”
“형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 이민종 사장.”
이민종 사장은 이를 악 물고 말했다.
“그럼 삼두 카드를 버릴 생각이십니까?”
“누가 삼두 카드를 버린다고 했어?”
“지원을 안 해 준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룹 지원은 안 해 준다고 했지. 다른 곳에서 지원이 될 거야.”
이민종 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지원을 해 줍니까.”
“정부.”
이민욱 부회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그를 보며 이민종 사장은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일을 만든 곳이 정부입니다. 그런데 왜 정부가 지원을 해 줍니까?”
이민욱 부회장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업계 1위인 삼두 카드가 무너지면 수많은 실업자는 물론, 신용불량자까지 생겨난다. 그렇게 되면 간신히 살아난 한국 경제는 다시 죽을 수 있어.”
이민종 사장은 이제야 이해했다.
“그렇다면 가능하겠군요.”
“쯧. 정부는 절대 삼두 카드를 버리지 못한다. 인수할 회사도 없으니까.”
두 사람 모두 수조 원의 부실을 낸 삼두 카드를 그 누구도 인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니까 적당하게 부실 정리할 준비해 놓고 정부가 손을 내밀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 손 잡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뭐?”
“만약, 정부가 삼두 카드를 살리지 않으면…….”
“그럴 일은 없다니까. 그리고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민욱 부회장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얼마 안 남은 집권 기간 경제를 다시 망쳤다는 오명을 절대 뒤집어쓰지 않을 테니까.
아마 다음 정권에 넘길 가능성이 컸다.
“어쩔 수 없다니요?”
“부도내고 털어야지. 그룹에 피해가 안 가게.”
“형!”
이민욱 부회장은 이민종 사장을 노려봤다.
그러지 이민종 사장은 말을 바꿨다.
“부회장님!”
“어쩔 수 없어. 조금 남은 지분도 정리할 거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계열사 간 지분이 삼두 카드에 남아 있었다.
그동안 실적이 괜찮아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남겨둔 것이었다.
“삼두 카드를 버리는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닙니까.”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는 것뿐이야.”
이민종 사장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알았다.
이민욱 부회장의 말대로 할 수밖에.
“만약에 부회장님 말씀대로 안 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건 알아서 하고.”
이민욱 부회장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삼두 그룹에서 자신의 위치는 다시 단단해져서였다.
부단히 노력한 결과, 삼두 전자만으로 한국 1위 기업에 가까워졌다.
“가겠습니다.”
“준비 잘하고.”
이민종 사장은 대답하지 않고 나갔다.
* * *
박찬우 경제수석을 기자회견이 열렸다.
[카드사의 부실을 정부가 절대 떠안지 않을 것입니다.]“이런 젠장!”
이민종 사장은 TV를 향해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신용불량자가 나오겠지만,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 곪은 것을 제대로 짜 줘야 다시 새살이 돋아난다고 생각합니다.]“예상하고 완전히 다르잖아!”
[카드사에 금융 대출을 제한하는 조치가 추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그렇지 않아도 은행에서 협조하지 않아서 골치가 아팠다.
매출만으로 더는 대출 연장을 해 주지 않겠다고 해서였다.
카드사라고 해서 돈을 쌓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비자가 카드를 사용해서 물건을 사면 카드사는 먼저 공급자에게 돈을 지불한다.
소비자가 카드값을 내기 전까지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올까?
[몇몇 카드사는 합병이 이루어질 것이며, 부실이 가장 큰 카드사는 매각 및 청산을 해야 할 것입니다.]삼두 카드를 두고 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이민종 사장은 옷을 입었다.
이민욱 부회장을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를 만날 수는 없었다.
자리에 없었으니까.
* * *
이민욱 부회장은 삼두 그룹의 모든 라인을 동원해 이번 정부의 조치는 한국 경제를 죽이는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 이민욱 부회장의 부탁을 거절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실세인 박찬우 경제수석이 직접 기자회견을 했으니까.
그 의미는 김중대 대통령의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민욱 부회장은 박찬우 경제수석을 찾아가지는 않았다.
불편한 관계이기도 하지만,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을 잘 알아서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삼두 카드는 결국 청산 선고를 받게 됐다.
* * *
“슬슬 시작하면 되겠네요.”
“네. 회장님.”
김성웅 사장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기사 내보내.”
짧은 한마디.
곧 실시간 포털에 삼두 카드를 빅파이 컴퍼니가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기사가 뜰 것이다.
요즘은 신문기사나 TV보다 포털 기사가 더 빨랐다.
인터넷이 더 보급되고 핸드폰에서도 기사를 볼 수 있게 3G망을 구축 중이어서였다.
“바로 기사가 올라올 겁니다.”
“박 수석은요?”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빅파이 컴퍼니가 삼두 카드를 인수한다는 기사가 뜨자마자 정부는 신용불량자 지원 정책을 발표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카드사의 부실 채권을 감소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용회복위원회라는 곳으로 부실 채권이 이전될 테니까.
물론, 전부는 아니다.
“삼두 그룹이 날뛰지는 않겠죠?”
“그럴 수 없을 겁니다. 강제 청산이니까요.”
“그래도 모르죠.”
“기껏해야 화만 내고 있을 겁니다.”
김성웅 사장의 예상대로였다.
* * *
빅파이 컴퍼니의 삼두 카드 인수 의향 발표.
그리고 정부의 신용불량자 지원 정책 발표.
마치 짠 것처럼 나왔다.
“이 개새끼들…….”
이민욱 부회장의 입에서 나온 욕이었다.
“사전에 조율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할 수 없어!”
이민욱 부회장이 화가 나는 이유는 자존심이 상해서였다.
첫 번째로 이민종 사장에게 절대 정부가 손 놓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물론, 손 놓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삼두 카드가 아닌 이선수의 손을 잡았다.
두 번째로 또 이선수여서였다.
자꾸 이선수에게 계열사를 빼앗기는 것 같았다.
쾅!
“이거 놔!”
부회장실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이민종 사장이었다.
아니, 이제는 그냥 이민종이다.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잖아. 그런데 왜 답을 안 주는 거야!”
이민욱 부회장은 머리가 아팠다.
“자중하고 있으면 계열사에 자리 하나 만들어 준다고 했잖아.”
“어느 계열사? 설마 저 멀리 지방에 있는 거?”
“그거라도 감지덕지해라. 가족이 아니었으면 넌 법원에서 재판받고 있었을 거야.”
로열패밀리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돈의 흐름이 꽤 많은 카드사였다.
돈을 어느 정도 빼돌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건 핑계가 안 돼. 어떻게 할 거냐고!”
이민욱 부회장은 뒤따라들어온 비서에게 눈짓했다.
비서가 이민종을 잡고 끌어냈다.
그것을 보며 이민욱 부회장은 이 모든 일이 이선수 때문인 것처럼 느껴졌다.
잊고 있었는데.
“이제 진짜로 해 봐야겠네.”
이민욱 부회장은 이선수의 점심 모임이 언제쯤 하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 * *
“이선수 회장 고마워요.”
고한평 회장은 이선수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선수가 아니었다면 엘아이 카드는 삼두 카드와 같은 길을 걸었을 것이다.
어쩌면 삼두 카드가 아닌 엘아이 카드가 빅파이 컴퍼니에 인수됐을지도.
“아닙니다.”
“아니긴요. 그래도 꽤 자금이 들어가죠?”
“아마 3조 원 정도는 들어갈 것 같습니다.”
고한평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빅파이 컴퍼니의 자금력과 신용도라면 3조 원 정도는 충분히 감당 가능해서였다.
“우리도 2조 원이 안 되는 수준에서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부의 정책 덕을 좀 봤어요. 이선수 회장 덕분에… 하하.”
엘아이 카드도 부실이 꽤 되기는 했다.
“2년 안에 다시 정상화 가능할 것 같다고 하던데… 이 회장은 어떻게 생각해요?”
고한평 회장의 말대로였다.
신용카드란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되어 가기 때문이었다.
핸드폰과 인터넷 역시.
“우리 그룹도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내 대답에 최현종 회장이 투덜거렸다.
“카드 계열사 없는 그룹은 어디 대화에 끼어들겠나? 나도 카드 계열사 하나 만들어? 아니다. 인수하는 것이 빠르려나?”
최현종 회장의 말에 김우정 회장이 끼어들었다.
“태평 그룹은 이미 인수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제는 자금 여력이 되는 태평 그룹이었다.
“진짜요?”
“네. 이선수 회장에게만 짐을 맡길 수는 없죠.”
“이선수 회장 핑계로 카드사 하나 인수해서 수익 보려는 것 아니고?”
“하하. 그것도 있습니다.”
점심 식사 대화가 훈훈했다.
그런데.
“정부와 짜고 남의 계열사 해처먹으니 밥이 잘 넘어갑니까?”
내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고한평 회장과 최현종 회장 그리고 김우정 회장이 나를 봤다.
정확하게는 내 등 뒤였다.
성격이 급한 최현종 회장이 먼저 말했다.
“이민욱 부회장 아닌가? 그런데 지금 뭐라고 했지?”
“정부와 짜고 남의 계열사 해처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최현종 회장은 물론, 남은 두 회장도 눈살을 찌푸렸다.
“자네. 예의가 없군.”
“예의가 있을 상황은 아니죠. 안 그런가요? 이선수 회장님?”
나는 고개를 돌렸다.
“상황이 이상하게 됐지만, 결국… 삼두 카드를 인수하게 됐으니 변명은 안 하겠습니다. 그런데 삼두 그룹에서 다시 사들일 수도 있지 않았나요?”
이민욱 부회장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럴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청산이 되지 않게 했을 거란 생각은 안 하나 봅니다. 청산이 된 후에나 정부가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불만을 말하러 여기까지 온 건가요?”
“뭐 겸사겸사해서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동안 어느 정도는 이선수 회장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하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이번에는 내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변명해 봤자 믿지 않을 것이다.
“어지간하면 이선수 회장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만… 이제는 안 되겠습니다.”
이 말은…….
“선전포고입니까?”
“네. 선전포고입니다.”
황당해하는 내 표정을 보고 이민욱 부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곧 제대로 보여 주겠습니다. 그럼 이만.”
이민욱 부회장은 자신이 할 말만 하고 갔다.
뭐를 보여 주겠다는 것인지.
“저, 저… 식사 자리에 예의 없이…….”
최현종 회장이었다.
고한평 회장도 혀를 차다가 말했다.
“앞으로는 외부인이 절대 들어올 수 없는 곳에서 합시다.”
“그거 좋은 생각이야. 아예 식당을 전세 내거나 하나 만들자고.”
무슨…….
한 달에 한 번 밥 한 번 먹는데 그렇게까지.
그런데 김우정 회장도 같은 생각이었다.
“제가 좋은 곳을 알고 있습니다. 제게 맡겨 주시죠.”
“그럴까?”
“그렇게 하시죠.”
선전포고는 뒷전이고 식당에 더 관심이 많네.
이 양반들이… 자신의 일이 아니란 거지.
이민욱 부회장이 어떻게 보여 줄지 궁금하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