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85)
꿈꾸는 재벌 186화(185/249)
186. 신경 쓰이는 쓰라림
단, 하나의 기사 때문에 이민욱 부회장의 기분이 나빠진 것이었다.
드림 텔레콤과 드림 전자의 핸드폰이 러시아에 진출한다는 경제 기사였다.
“이게 뭐야!”
드림 그룹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전자만큼은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예상이 적중했고.
하지만 삼두 그룹이 준 타격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이익이 발생했다.
“결국, 헛짓이란 말인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대로만 갔다면 드림 전자의 핸드폰 사업은 철수해야 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러시아에 수출길이 열리면서 엄청난 이익을 내게 됐다.
핸드폰 사업을 접기는커녕 그 이익으로 삼두 전자의 기술력을 따라올지도 모른다.
돈이 생기면 기술 투자를 더 할 수 있으니까.
“운이 좋은 건가? 아니면… 능력인가…….”
이선수를 떠올리며 한 말이었다.
운이라고 할 수만은 없었다.
운도 실력이 받쳐 줘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아서였다.
특히나 회사를 경영하는 일은.
“하아.”
인터넷 사업과 건설 부문도 장기적으로 드림 그룹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핸드폰처럼 한 방에 무언가를 보여 줄 만한 것도 없었다.
“뒤쫓아오지 못하게 할 수밖에…….”
삼두 전자의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드림 전자가 따라오지 못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아무리 러시아와 친하다 해도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핸드폰이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는 없으니까.
“비겼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눈앞에 이선수가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말은 이렇게 했어도 사실 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민욱 부회장이었다.
삼두 카드로 사촌 동생인 이민종과 멀어지고.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
* * *
“하하. 회장님 대단하십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김성웅 사장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운도 실력입니다. 회장님.”
“일단 협의 단계입니다. 협의 잘해야 하고… 엄청나게 투자해야 할지도 몰라요.”
인터넷망 구축에 투자해야 했다.
물론, 드림 텔레콤과 드림 인터넷만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었다.
러시아 국영기업과 손을 잡고 하는 일이다.
“그래도 핸드폰을 단번에 2백만 대나 파는 것 아닙니까.”
모스크바에만 2백만 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이미 팔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더 많이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2백만 대라고 해 봤자 얼마 안 됩니다.”
현재 드림 전자에서 생산하는 핸드폰의 공장 출고가는 81만 원이었다.
2백만 대면 1조 6천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그건 판매 가격이다.
수출 가격은 또 달랐다.
더 할인된다.
부가세 등 세금 할인도 있고 자체 할인도 있다.
이것저것 다 생각하면 10% 정도 남으려나?
물론, 1,600억 원이 작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드림 전자에 투자해야 하는 돈에 비하면 부족했다.
“첫 거래에 2백만 대 아닙니까. 얼마나 추가될지 모릅니다. 회장님.”
러시아의 영토는 엄청난 크기다.
하지만 인구는 1억 4천만 명 정도다.
일본도 1억 2천만 명 정도인데.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시간을 번 것뿐입니다.”
이선수도 이민욱 부회장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핸드폰 기술을 더욱더 발전시키지 않으면 결국 삼두 전자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뒤처진 핸드폰은 소비자에게 외면받는다.
결국, 핸드폰 시장에서 떠날 수밖에 없다.
“삼두 전자의 핸드폰에도 밀리지 않는 핸드폰을 개발해 내야 합니다.”
김성웅 사장인 자신이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초반에는 이선수가 모토로라와 손을 잡고 선풍적인 핸드폰 열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3G 폰까지.
하지만 드림 전자의 핸드폰 기술이 발전하는 것보다 삼두 전자가 발전해 도망가는 것이 더 빨랐다.
“네. 회장님. 방심하지 않고 더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이 그룹 사장으로 있으면서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어쨌든 러시아 덕분에 한숨 돌리게 됐네요.”
“네. 회장님.”
너무 러시아에 의지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의지할 곳이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싶었다.
* * *
“씨부럴 것들.”
전혀 익숙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익숙한 장면.
“누구는 몇 조씩 해 처먹고!”
“어이. 이 씨… 술만 마시지 말고 말 좀 해 봐.”
나를 부르는 소리다.
이건 꿈이다.
정말 오래간만에 꾸는 꿈.
힘든 건설 일용직을 끝내고 삼겹살에 소주를 사 준다고 해서 따라왔던 장소.
잊을 수 없었다.
정말 고기가 먹고 싶었거든.
이 허름한 고깃집을 보자마자 알았다.
지금도 있으려나?
아니, 있겠지.
내 기억에 2002년이 아닌 2010년쯤의 일이다.
“저거 다 있는 놈들이 뒤에서 수작질한 거라니까.”
“설마 그랬겠어? 자기 나라 은행을 헐값에 팔아먹었을까?”
이들이 말하는 것은 외국환 은행이었다.
해외 자본이 국내 은행을 인수하려면 조건이 있었다.
그 조건을 다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조건을 맞춘다 해도 돈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을 회피하는 조건도 있었다.
부실한 은행일 경우.
어떻게 보면 정부도 환영할 일이다.
부실한 은행을 외국 자본이 사들여 정상화 해 준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정부의 공적자금이 적게 투입될 수 있다.
“아니면? 멀쩡한 은행을 1조 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먹었겠어?”
“이 사람아. 1조 원이 작은 돈이야?”
“아니, 내 말은… 알고 보니 1조 원이 아닌 그 몇 배를 줘야 살 수 있었다는 거잖아.”
나는 그냥 고기만 신경 쓰고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언제 또 고기를 먹을 수 있을지 몰랐다.
누가 1조 원을 해 먹든 말든 상관없었다.
나 살기도 힘들었으니까.
아! 갑자기 눈물나려고 하네.
“이 씨. 고기만 먹지 말고 말 좀 해.”
“형님들… 우리 일 아니잖아요.”
하루 일해도 9만 원 벌기 힘들다.
소개 수수료 떼면 8만 원에서 8만 5천 원이다.
많이 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그렇게 일해야 버는 것이다.
고된 노동에 몸이 힘들어서.
때로는 일이 없어서 쉰다.
한 달에 20일 일하면 정말 잘한 것이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몸이 골병든다.
어딘가 삐거덕거리기도 하고.
“저는 고기나 실컷 먹으렵니다.”
“그래. 이 씨 말이 맞아. 우리 일 아니잖아.”
“아니기는! 우리 나라에서 돈 가져가는 거잖아. 그럼 우리 일이지.”
저 말이 갑자기 가슴을 때린다.
꿈을 꾸는 이때는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했다.
하지만 꿈이 깨면…….
‘오빠? 오빠!’
나를 꿈에서 바로 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 * *
“오빠! 왜 이렇게 땀을 흘려요? 어디 아파요?”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마치 오늘 건설 일용직을 한 것처럼 몸도 쑤셨다.
설마 몸이 기억하는 것인가?
“오빠…….”
“어. 요즘 무리했나 봐.”
“나 오빠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 처음 봐요.”
나도 오래간만이기는 했다.
“땀 좀 봐.”
“나 좀 씻고 올게.”
“그래요. 갈아입을 옷 준비할게요.”
나는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따듯한 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맞으며 생각에 빠졌다.
몸이 풀어지는 느낌이 나며 생각이 정리가 된다.
온수에서 냉수로 돌렸다.
순식간에 찬물이 나오며 머리와 몸을 차갑게 만들었다.
“으…….”
찬물을 오래 맞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정신은 맑아졌다.
결정도 했고.
내가 욕실에서 나오자 이정은이 갈아입을 옷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두지.”
“어떻게 그래요. 괜찮아요?”
“어. 따뜻한 물로 씻었더니 괜찮아.”
“진짜죠? 따뜻한 꿀물도 준비해 놨어요. 옷 입고 와요.”
준비해 준 옷을 입고 나갔다.
작은 테이블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꿀물이 있었다.
“오빠. 여기요.”
나는 테이블에 앉아 꿀물을 받았다.
달콤한 꿀물이 몸 안에 들어오니 활력이 도는 것 같았다.
“많이 힘들면 일 좀 줄여요. 아니면 나하고 같이 한의원에 한번 가든가.”
“괜찮아.”
“난 안 괜찮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몸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으면 정상이 아니죠.”
그냥 행복하네.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후룩.
“캬. 좋다. 이게 그 어떤 보약보다 좋아. 당신의 사랑이 듬뿍 들어갔으니까.”
“오빠는… 부끄럽게.”
이런 부부는 환상 속에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여기에.
“저기… 내가 물어볼 것이 하나 있어.”
“뭐요?”
이정은은 이선수가 무엇을 물어볼까 궁금했다.
“만약에 내가 무언가를 바꿀 힘이 있다고 해.”
“풋.”
“왜 웃어?”
“가정이 웃겨서요. 오빠는 충분히 그럴 힘이 있잖아요. 한국에서 드림 그룹 회장에게 힘이 없다고 하면 돌 맞을걸요?”
“그런가? 어쨌든…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될 일에 개입해도 될까?”
외국환 은행의 일은 드림 그룹과 부딪치는 일이 없었다.
GM 때야 태평 자동차 인수 문제로 부딪쳤으니.
“오빠가 개입하지 않아도 될 일이요?”
“어.”
“으음.”
이정은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선수가 이렇게 머뭇거리는 것도 처음이었다.
“이거 대답하기가 어려워요.”
“왜?”
“오빠가 개입할지 안 할지 고민할 정도라면 정말 큰일인데… 내가 개입해라 마라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가?”
생각이 다시 많아진다.
그때 이정은이 다시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뭐가?”
“오빠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네. 뭐가 두려워요? 오빠가 두려워서 안 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해요.”
맞다. 두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솔직하게 하고 싶었다.
꿈에서 그때 외면했던 일이 조금은 창피했다.
“아!”
“왜요?”
“내가 왜 신경 쓰이는지 알았어.”
“뭔데요?”
“외면하고 싶지 않은 거야.”
“뭐를요?”
“누가 우리 것을 함부로 헐값에 가져가는 것이 싫어.”
이정은이 표정을 뾰로통하게 했다.
“그건 당연한 것 아니에요? 누가 우리 것을 헐값에 가져가려고 한다면 가만히 둬서는 안 되죠. 누구에요?”
“아직은 정확하지가 않아.”
이러다가 이정은이 나보다 더 화를 낼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을 돌렸다.
“누군데요.”
“정확해지면 말해 줄게. 그전에…….”
“왜 이래요.”
내가 이정은을 안아 들었다.
“여왕님 잠 다 깨시지 않았나요?”
“졸려요. 그냥 자요.”
“나는 잠이 안 올 것 같아서요.”
“그냥 자요. 몇 시간 더 못 자요.”
“싫어.”
그대로 침대로 갔다.
* * *
“아우. 쓰라려.”
“회장님 어디 다치셨습니까?”
김성웅 사장은 내가 한 혼잣말에 반응했다.
“좀 긁혔어요.”
“어디를요? 병원 예약할까요? 아니다. 김 박사 오라고 하겠습니다.”
“조금 긁힌 것 가지고… 괜찮아요.”
“아닙니다. 조그마한 상처도 조심해야 합니다. 금속 같은 물질에 긁혔을 경우 파상풍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어디에 긁히셨습니까?”
나는 슬그머니 등을 가리켰다.
“등이요? 등을 어쩌다가?”
“덤비다가 긁힌 거죠.”
“덤비다가 왜 긁…….”
김성웅 사장은 이제야 이해했다.
“크흠. 흉터가 남을지도 모릅니다. 성형외과에 예약해 놓겠습니다.”
“괜찮아요. 약 발랐어요. 등이 의자에 닿아서 쓰라렸던 것뿐입니다.”
“크흠. 그러시다면야.”
“아. 갑자기 왜 오시라고 했냐면요.”
김성웅 사장은 내가 불러서 온 것이었다.
“현재 한국의 은행 중에 부실한 은행이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
김성웅 사장은 갸웃했다.
“IMF 때 부실한 은행은 다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요. 특히나 외국환 은행은 더 자세히 살펴봐 주세요.”
김성웅 사장은 이선수가 외국환 은행을 집어서 말한 것이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지금은 이선수의 지시대로 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김성웅 사장은 외국환 은행을 더욱더 집중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 * *
며칠 뒤.
김성웅 사장은 한국의 은행들의 부실 가능성을 알아왔다.
“지금 현재 한국의 은행은 부실이 없습니다. 외국환 은행의 경우 조금 위험한 정도이지만, 부실이라고 말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모두 자기자본율을 지키고 있습니다.”
꿈이 잘못된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오래간만에 꾼 꿈이다.
꿈은 항상 실제로 일어날 일을 알려 줬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이전 꿈과는 조금 달랐다.
이전 꿈은 새로운 상황을 보여 줬다.
하지만 이번 꿈은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모습일 때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사람이 보이더군요.”
김성웅 사장이 사진을 내 앞에 내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