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88)
꿈꾸는 재벌 189화(188/249)
189. 높이 떴다가 추락하다
“건배!”
계획이 조금은 달라졌다. 하지만 결국 외국환 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다시 모인 4명은 술잔을 들었다.
“하하. 두 분 덕분에 외국환 은행 인수가 성공했습니다.”
박우상 차관과 이욱종 국장은 활짝 웃었다.
실무자이자 거의 결정권을 가진 두 사람이 같이 밀어붙이니 된 것이었다.
한 명이라도 반대했다면 안 됐다.
그렇다고 해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새로온 장관과 금융감독원장을 설득해야 했다.
“뭐 열심히 했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거죠.”
박우상 차관과 이욱종 국장은 이제 다 됐다고 생각했다.
박철진과 전민준도 마찬가지였다.
전민준이 박철진에게 물었다.
“홍콩 HSB는 문제 없겠죠?”
“문제 없습니다. 3~4년 안에 수익을 내고 매각하기로 계약했으니까요.”
이건 이면 계약이었다.
빅스타가 위탁한 돈으로 외국환 은행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약간 방식이 다르기는 했어도.
그리고 홍콩 HSB 은행이 외국환 은행 인수를 하겠다고 나선 것도 외국환 은행 매각에 영향을 끼쳤다.
누가 뭐라고 해도 HSB 은행은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은행 중 하나였으니까.
본사가 아닌 홍콩 지점이라 해도.
“박철진 사장님도 수고했어요. 추가 자금 투입 해결 쉽지 않았을 텐데요.”
“말도 마십시오. 갑자기 금액을 늘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난리친 것을 간신히 설득했습니다.”
박철진은 그동안 자신이 사용한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외국환 은행만 인수하면 확실하게 이익이 나는 것을 빅스타에서도 모르지 않았다.
원래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빅스타에서 보기에 외국환 은행 인수는 로우 리스크였다.
“나머지 절차는 얼마나 빨리 끝날 것 같습니까?”
박철진의 물음에 이욱종 국장이 대답했다.
“아직 하루 남았습니다.”
다른 경쟁자가 없다면 외국환 은행을 홍콩 HSB 은행에 매각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경쟁자가 나올 리가 없었다.
어지간하면 이욱종 국장과 박우상 차관이 자격이 안 된다며 신청 자체를 안 받을 테니까.
그리고.
“뭐, 지금 외국환 은행을 2조 1천억 원 이상 주고 인수할 곳도 없기는 하죠.”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계획이 성공했다고 자신만만해하는 것이었다.
“자. 마십시다. 마셔요.”
다시 술잔을 채우기 시작했다.
* * *
“국장님 이것 좀 보셔야겠는데요?”
“뭐를?”
이욱종 국장은 직원이 가져온 서류를 받았다.
그리고 눈이 커졌다.
“뭐?”
목소리가 너무 컸다.
“아니, 이 은행은 또 뭐야?”
“거기 써 있지 않습니까. 남아프리카 중앙은행이라고요.”
“그러니까 갑자기 왜 남아프리카 중앙은행에서 외국환 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냐고!”
“저도 모르죠.”
“반려해.”
“반려요?”
“그래. 반려. 반려라는 단어 몰라? 되돌려 보내라고. 인수할 자격이 없다고 하면서.”
“자격은 충분한 것 같던데요. 자본금이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부가 보증하는 것을 봐서는요.”
그 어떤 곳보다 자격은 충분했다.
홍콩 HSB 은행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하아. 생각 좀 해라. 아프리카의 나라야.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 중에 제대로 된 나라 있어? 특히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얼마 전에 반란까지 일어났었잖아!”
이욱종 국장은 얼핏 떠올린 변명이었다.
“그런 불안정한 나라의 은행이 우리나라 은행을 어떻게 인수한다고… 그러니까 반려해. 어서!”
“알겠습니다. 국장님.”
직원은 이욱종 국장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류를 들고 돌아갔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재경부.
도일국 장관은 박우상 차관을 불렀다.
“장관님, 찾으셨습니까?”
“어서 와요. 지난번에는 내가 좀 심하게 말한 것 같아 미안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정권 초기라 그런 일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 의견을 들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외국환 은행 매각에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쏠릴 줄은 몰랐어요.”
박우상 차관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관심이 쏠리다니.
“지금 관심을 보인 곳이 홍콩 HSB 은행이라고 했죠?”
“그렇습니다. 다른 이변이 없는 한 홍콩 HSB 은행이 외국환 은행을 인수할 것 같습니다.”
“하하. 그렇군요. 그런데 더 비싸게 인수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슨 말씀이신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중앙은행에서 외국환 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어요.”
“네?”
박우상 차관 역시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크게 냈다.
“그렇게 놀랄 일이 맞나 보네요. 역시 박 차관과 나는 생각이 비슷한 것 같아요.”
무슨 생각이 비슷하다고 하는 것인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부가 보증하는 것은 물론, 무려 30억 달러나 들여 인수하겠다고 하네요. 하하.”
박우상 차관은 당황했다.
“잘하면 홍콩 HSB 은행과 경쟁 붙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우상 차관은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장관님, 그건 먼저 손을 내민 홍콩 HSB 은행에 예의를 지키지 않는 일입니다.”
도일국 장관의 표정이 굳어졌다.
“예의요? 무슨 예의요? 나라에 더 도움이 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일 아닌가요?”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아직 불안정한 나라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장관님.”
박우상 차관은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다.
“불안정한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해요. 하지만…….”
도일국 장관은 목소리를 낮췄다.
마치 다른 사람이 들어서는 안 된다는 듯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해양유전이 발견됐어요. 이전 정부부터 추진해 오던 것이긴 한데… 우리나라가 6%의 지분을 갖기로 했어요.”
“…….”
남아프리카 정부와 긴밀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중앙은행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더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박우상 차관은 도일국 장관이 자신을 왜 불렀는지 알았다.
“지금 남아프리카 공화국 중앙은행을 밀어주라는 말이십니까?”
“어허. 누가 밀어줘요. 그냥 나라를 생각하면 남아프리카 공화국 중앙은행이 낫다 싶다는 것이지. 그리고 돈을 더 많이 지불하는 곳이 승자 아닌가요? 내가 알기로 홍콩 HSB 은행보다 더 많이 지불하는 것 같은데.”
“…….”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계속 홍콩 HSB 은행을 밀어붙일 수도 없었다.
도일국 장관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곧 정부의 의견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을 거부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이 생각은 맞았다.
“내 말 명심해요. 만약, 일이 힘이 든다면 말해요. 내가 직접 할 테니까. 박 차관도 조금은 쉬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해임시키겠다는 협박이었다.
일을 주는 것도 해임시키는 것도 도일국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가 봐요.”
박우상 차관은 똥 씹은 표정으로 일어났다.
* * *
“회장님 마감일에 진행하신 것은 너무 아슬아슬했습니다.”
나는 웃어 줬다.
“김 사장님을 믿었으니까요.”
준비는 진작에 해 두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금융까지 맡아 달라고 한 것이 좋은 일이었다.
거기에 해양유전도 거의 확실시됐다.
이 카드를 언제 쓰느냐가 문제였다.
“저보다는 회장님께서 준비하신 것이 크지요. 어쨌든 저쪽은 대비할 틈도 없었을 겁니다.”
마감 당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중앙은행이 외국환 은행 인수에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김성웅 사장이 바쁘게 움직였다.
“박찬우 전 경제수석은 뭐라고 안 해요?”
재경부 도일국 장관을 움직인 사람은 박찬우 전 경제수석이었다.
“거래라고 했습니다.”
“무슨 거래요?”
“회장님 찾아 뵙고 직접 말하겠다고 합니다.”
“나중에 모든 사실 다 알게 되면 거래라고 하지 못할 겁니다.”
박찬우 경제수석의 나라 사랑은 인정한다.
몇몇의 협잡으로 외국환 은행이 싼값에 팔려 나갈 뻔한 것을 알게 되면 오히려 고마워할 사람이지.
“자, 다음 녹취가 기대되네요. 3조 6천억 원이나 불렀는데… 저쪽은 2조 1천억 원이었죠?”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돈질 좀 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중앙은행의 명성보다 홍콩 HSB 은행의 명성이 더 높아서였다.
인수 금액 차이가 얼마 안 나면 홍콩 HSB 은행 쪽으로 기울 수 있다.
그리고 외국환 은행의 가치는 3조 6천억 원보다 훨씬 높았다.
“발등에 불 떨어진 놈들 얼굴도 보고 싶네요.”
“사진도 찍을까요?”
“됐습니다. 들킬 수 있잖아요. 아직 한 방 남았다는 것을 모르게 하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지금쯤 모였으려나?
아니면 전화로 대화하려나.
* * *
박우상 차관과 이욱종 국장의 이야기를 들은 박철진은 화가 났다.
“아니, 어떻게 해서든 막았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두 분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것도 못 막으면 뭐하러 여기 있습니까?”
박철진의 말에 박우상 차관도 화를 냈다.
“내가 안 막고 싶어서 안 막은 줄 아시오? 장관이 그렇게 하라는데 그걸 어떻게 안 합니까? 안 한다고 하면 내쫓을 분위기였는데!”
박철진이 이욱종 국장을 쳐다봤다.
그러자 이욱종 국장도 한마디 했다.
“서류가 완벽한 것은 물론, 재경부에서 공문이 내려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금감원장이 부르더군요.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이제 박철진이 기댈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다.
어쩌면 이 상황을 역전시킬 사람.
전민준에게 말했다.
“어르신 라인 좀 동원할 수 없습니까?”
전민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예전과는 다릅니다. 집권 여당도 우리 쪽이 아니라서… 다들 몸을 사립니다.”
몸을 사리는 것보다 확실한 이익이 되지 않아서가 맞는 말일 것이다.
방법이 없다.
있다면 한 가지뿐이다.
박철진이 다시 말했다.
“자금을 더 끌어모읍시다. 내가 빅스타하고 홍콩 HSB를 설득해서 5천억 원 정도 더 모을 테니… 전 사장님이 5천억 원만 책임져 줘요.”
“…….”
전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답답한 박철진의 목소리가 커졌다.
“3조 1천억 원 정도는 돼야 할 것 아닙니까. 저쪽은 3조 6천억 원이라면서요. 1조 원 이상 차이나면 게임 끝입니다. 전 사장님!”
전민준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더는 자금을 끌어모으기 힘듭니다. 어르신들이 허락 안 하실 겁니다.”
전민준의 말에 박우상 차관과 이욱종 국장은 서로를 쳐다봤다.
빠질 때가 된 것을 안 것이다.
박우상 차관이 먼저 일어났다.
“저는… 저는 할 일이 없는 것 같군요.”
이욱종 국장도 일어났다.
“상황이 바뀌면 다시 만나도록 하죠.”
두 사람을 본 박철진은 어이가 없었다.
“이것들 보세요. 지금 빠지겠다는 겁니까?”
그동안 술 사 주고 밥 사 주고 용돈까지 주면서 엄청난 보상을 준다고까지 했는데.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럼.”
박우상 차관이 나갔다.
이욱종 국장도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나가 버렸다.
전민준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해야겠습니다. 투자금은 빨리 돌려줬음 합니다.”
“전 사장님!”
전민준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어르신들로부터 질타는 받겠지만, 실패할 일에 돈을 계속 묶어 둘 수는 없었다.
뭐, 금고지기나 하면서 살 확률이 높겠지만.
“투자금 돌려주기 전까지는 출국할 수 없을 겁니다.”
아직 그 정도 영향력은 발휘할 수 있었다.
* * *
녹취록을 본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확실히 의리가 없네요.”
내 말을 들은 김성웅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돈만 쫓는 그런 놈들입니다. 의리가 있을 리 있겠습니까?”
“제대로 했다면 이렇게까지 안 했을 겁니다.”
외국환 은행을 헐값에 사려고 작업하지 않고 어느 정도 제 가격에 사서 정상화하려고 했다면 끼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도둑놈이 사서 당당하게 팔아먹은 것이 화가 나는 것이기도 했다.
“이제 쓰레기는 청소해야겠죠? 준비는 됐나요?”
내 질문에 김성웅 사장이 바로 대답했다.
“그 어떤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검사로 준비했습니다.”
마지막 한 방이다.
이렇게 끝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