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9)
꿈꾸는 재벌 19화(19/249)
19. 강철 개미
삼두 그룹이 난리가 났다.
다른 곳도 아니고 삼두 그룹의 시작이나 다름없는 삼두 종합무역을 검찰과 국세청이 압수 수색을 했다.
“도대체 일들을 어떻게 하는 거야!”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어떻게 감히!”
“죄송합니다. 회장님.”
무역 이민호 전무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환건 회장은 이민호 전무가 아닌 그룹 부회장인 이민욱에게 말했다.
“너는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이런 사달이 나는 거냐!”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만 하면 되는 거냐? 이렇게 해서 내가 어떻게 네게 그룹을 맡기겠냐!”
일만 생기면 그룹을 맡길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민욱 부회장은 이 말이 듣기보다 싫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민호 너는 어쩔 생각인 거냐. 무역을 맡기 싫은 거냐?”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일을 이렇게 만들어!”
이환건 회장은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한국 재계 서열 1위인 삼두 그룹이 무시를 당했다.
“네가 싫다면 전문 경영인 체제로 계속 갈 수밖에 없다.”
이민호 전무는 이를 악물었다.
이환건 회장은 항상 이랬다.
회사를 온전하게 맡기지 않았다.
전문 경영인을 사장 자리에 두고 그 밑 전무 자리에 앉힌다.
그리고 이환건 회장의 마음에 들면 회사를 온전히 맡긴다.
“민식이 그놈은 회사 근처에도 얼씬하지 못하게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번 일이 왜 일어났는지 삼두 그룹 전략기획실에서 파악했다.
이선수와 이정석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서 가스프롬과 계약한 것.
그것을 빼앗으려 건설 이민식 전무가 움직인 것.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선수와 이정석이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대응하며 빠져나간 것.
이 상황도 어이가 없는데 이선수가 러시아를 등에 업고 무언가를 가져왔다.
처음에는 자세한 것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환건 회장의 전화 몇 통에 알아낼 수 있었다.
“민호 너는 이선수라는 놈을 잘 달래서 데려와 봐.”
이민호 전무는 깜짝 놀랐다.
“이선수를요?”
“그래.”
이환건 회장의 성격을 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유가 뭐가 됐든 삼두 그룹에 피해를 준 사람이다.
이환건 회장은 절대 그런 사람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지 않은 한.
그렇다면 이선수에게 무언가 있다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 전략기획실에서 자세한 내용을 말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회장님 지시라면서요.”
이선수가 러시아의 대리인으로 정부와 협상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환건 회장만 알고 있었다.
“너희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겠지. 이선수 그놈 러시아 정부 대리인 자격으로 들어왔다. 정부가 절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했어.”
“어떤 제안을…….”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와 기술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제안이다.”
이민욱 부회장과 이민호 전무는 입이 벌어졌다.
상상도 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청와대에서 이선수의 일을 직접 챙기는 것 같다. 그러니 우리 그룹을 이렇게 공격할 수 있는 거지.”
이민욱 부회장과 이민호 전무는 이제야 이해가 됐다.
“이선수 그놈 원래 건설 직원이었다면서.”
“그렇습니다.”
이선수의 기본 정보는 다 파악했다.
“쯧. 민식이 그놈이 사람 볼 줄 몰라요. 다 뒤집어쓰고 가는 대신 10억 원이나 요구한 놈이 평범할 리가 없잖아.”
그때는 미친놈처럼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룹 명예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이 되니 이선수가 아까웠다.
“그 돈 받아 러시아 가서 사업 성공한 것이잖아.”
이환건 회장의 말에 두 사람은 할 말이 없었다.
“민식이 처벌받는 선에서 마무리 짓자고 해. 끝까지 가면 무역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민호 너도 재판받고 회사는 과징금을 내야 할지도 몰라. 청와대 의지가 그래.”
이민호 전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죄, 죄송합니다.”
“잘 구슬려서 피해 줄이고 러시아 사업도 연계할 수 있는지 알아봐.”
“이선수와 손을 잡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왜? 싫어? 이익이 되면 원수라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기업인 아니야?”
“아닙니다. 회장님.”
“쯧. 언제쯤 제대로 된 생각을 할 거냐.”
이민호 전무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선수와 손을 잡으면 우리 그룹도 러시아에서 할 일이 많아질 거다. 이선수도 아쉬울 것이 없지. 이제 막 시작한 사업이니 기반이 부족할 거야. 이 정도 말했으면 알겠지?”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이선수에게 삼두 그룹의 인프라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일반적이라면 이런 제안을 승낙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민호는 가 봐라.”
“네. 회장님.”
이민호 전무가 나가자 이환건 회장은 이민욱 부회장에게 말했다.
“너는 건설이 보유한 그룹 지분 정리해라.”
이민욱 부회장은 놀랐다.
“건설을 버리실 생각이십니까?”
“썩은 것은 빨리 도려내야 한다. 그룹 전체가 다 썩어들어가기 전에.”
“그래도 건설은…….”
“민식이 때문에 건설 악명이 높아졌어. 국내에서 공사할 수 있는 곳이 있냐? 더군다나 이번 일 때문에 검찰 조사까지 받는 중이다. 곧 언론도 알게 될 거야.”
“막으면 되지 않습니까.”
“쓸데없는 곳에 돈 쓰지 마라. 건설은 나중에 다시 하면 된다.”
이민식 전무가 구속되지 않았다면 삼두 종합건설은 무난히 삼두 종합무역에 흡수 합병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 때문에 이환건 회장은 생각을 바꿨다.
구설수도 많은 데다가 부실 공사 문제가 터지면 또 얼마를 보상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알고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반대하지 못했다.
이환건 회장은 한번 결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았다.
* * *
청와대.
이삼영 대통령은 임기준 국방부 장관, 김성웅 안기부 부장 그리고 이한세 외무부 장관 등과 회의 중이었다.
안건은 이선수가 말한 무기 도입 건이었다.
“대통령님 이건 기회입니다.”
임기준 국방부 장관은 얼굴이 상기될 정도로 흥분했다.
“동북아에서 러시아를 제외한 한국이 유일한 항모전단을 가질 기회입니다.”
1993년에는 중국과 일본도 항공모함을 보유하지 못했다.
중국은 1998년에나 꼼수로 첫 항공모함을 진수했다.
“항모전단이 있다는 것은 북한도 쉽게 도발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일본이 함부로 독도를 도발할 수 없게 할 수 있습니다.”
이삼영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선수 씨가 참 많은 선물을 가져온 것 같아요. 지금 삼두 그룹과의 일은 잘 처리되고 있나요?”
김성웅 안기부장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선수 씨가 제시한 세 가지 조건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임기준 국방부 장관이 끼어들었다.
“방위산업체 등록은 무조건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이선수 씨를 통해서 가져오는 항공모함입니다. 그 정도 이익은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공모함은 돈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님.”
임기준 국방부 장관의 열변에 이삼영 대통령은 웃음이 나왔다.
“그렇군요. 그럼 방위산업체 등록은 된 것 같고.”
다시 안기부장을 쳐다봤다.
“두 번째인 강무송 변호사가 진행 중인 소송 건 역시 가능합니다. 삼두 그룹 때문에 눈치 보는 검사와 판사를 교체하고 증거를 보강하면 빨리 끝날 것 같습니다.”
“조작 같은 것은 없는 것이겠죠?”
“그렇습니다. 이선수 씨도 공평한 재판이 되도록 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두 번째도 됐고……. 세 번째는 삼두 그룹에서 항의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 이선수 씨가 삼두 종합무역의 이민호 전무를 만나는 것으로 할까 합니다. 이선수 씨의 판단 여하에 따라서 삼두 그룹과 끝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이 가장 어렵군요. 그렇지 않아도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이 여기저기 손을 써서 알아본다고 하길래 어느 정도는 알려 주라고 했어요.”
이삼영 대통령은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에게 허튼짓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만약에 끝까지 간다고 하면 삼두 그룹이 어떻게 나올까요?”
이삼영 대통령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정권 초기이고 대통령의 의지가 있어 삼두 그룹이 크게 반발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삼두 그룹이 반발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삼두 그룹의 지원을 받은 정치인이 움직일 것이다.
또한, 경제계도.
“그렇다면 이선수 씨가 삼두 그룹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군요.”
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삼영 대통령의 말대로 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것은 속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만약에 이선수 씨와 삼두 그룹이 잘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내가 이환건 회장을 만나 잘 달래 보도록 하죠.”
그냥 달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선수가 가져온 선물을 생각하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전에 이선수 씨 좀 만나 보도록 하죠.”
이삼영 대통령은 이선수란 사람이 궁금했다.
* * *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결론이 나올 줄은 몰랐다.
“안기부장님 어디로 가자고요?”
세 가지 조건을 다 들어준다고 하면서 마지막에 한 말은 의외였다.
“청와대요. 대통령 각하께서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죄송하지만, 그건 거절하겠습니다.”
김성웅 안기부장은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은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 각하께서 부르시는 겁니다.”
“꼭 가야 하나요?”
솔직히 말해서 부담이다.
“꼭 가야죠. 안 가나요?”
“가서 대통령님 만나서 협상하라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협상이 아니라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절하겠습니다.”
대부분 대통령이 부른다고 하면 황송한 태도를 보인다.
그런데 이선수는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이것 봐요. 이선수 씨!”
김성웅 안기부장은 자신도 모르게 협박처럼 말하려 했다.
조건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등으로.
하지만 순간 생각을 바꿨다.
이선수 덕분에 자신의 자리를 지킨 것도 있다.
하지만 이선수의 성격을 보면 협박 따위는 안 통할 것 같았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왜 대통령 각하를 안 만나겠다고 하는 겁니까.”
“만날 이유가 없으니까요.”
솔직하게 말해서 정치적으로 엮이기 싫었다.
이번 일은 삼두 그룹의 공격을 막아 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삼두 그룹이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인맥과 영향력은 절대 이길 수 없으니까.
삼두 그룹이 함부로 못 건드리게 하는 정도가 목표다.
“억지로 데려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움찔하는 것을 보니 그럴 생각이었네.
“진짜 억지로 데려가면 2개 얻을 것 1개만 얻을 수 있습니다.”
“누가 억지로 데려간다고…….”
김성웅 안기부장은 대통령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싶었다.
“약속대로 해 주실 것을 믿고 삼두 종합무역 책임자 만나게 해 주시죠. 만난 다음 러시아 협상을 진행하겠습니다.”
“알았어요. 시간 정해서 알려 주죠.”
김성웅 안기부장이 좋지 않은 표정으로 떠났다.
그리고 다음 날 중앙지검으로 갔다.
* * *
“10분입니다.”
중앙지검 송준수 부장검사였다.
중앙지검에 다른 일로 온 것처럼 들어와 조사실로 갔다.
그리고 송준수 부장검사를 만났다.
“10분 동안은 녹화도 녹음도 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송준수 부장검사는 일부러 이선수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들어가시죠.”
송준수 부장검사와 함께 조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이민호 전무가 앉아 있었다.
이민호 전무는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이선수?”
“저를 아시나요?”
“모를 수가 없지. 이 상황을 일으킨 장본인인데.”
“그렇다면 왜 왔는지 아나요?”
이민호 전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때 송준수 부장검사가 말했다.
“10분입니다.”
송준수 부장검사가 나갔다.
그것을 본 이민호 전무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했는데 진짜 검찰도 움직이는군.”
“내가 움직인 것이 아닙니다. 알아서 움직인 거죠.”
“더 무서운 말인데?”
나는 이민호 전무 맞은편에 앉았다.
“시간이 없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죠.”
10분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다.
“삼두 종합무역에서 더는 우리 사업에 관심 갖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상적인 경쟁은 몰라도 권력이나 폭력 같은 꼼수는 없어야 합니다.”
이민호 전무가 고개를 갸웃했다.
“정상적인 경쟁?”
“삼두 종합무역이 열심히 일해서 경쟁하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누구처럼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고소하고 매수하는 짓은 안 합니다.”
“고작 그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인 건가?”
피식.
“고작? 당신네들한테는 고작이겠지.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이 걸린 일이야.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고.”
이민호 전무는 왜 이선수에게 밀렸는지 알 것 같았다.
이선수와 이정석을 밟으면 밟히는 개미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밟혀도 죽지 않는 강철 개미였다.
오히려 발을 물어 버린다.
“남이 어렵게 만든 일을 가로챌 생각하지 말고 경쟁을 좀 해라.”
흥분한 것 같네.
말투가 좋게 안 나왔다.
“무슨 말인지 알았어.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으응?
이렇게 쉽게?
화도 안 내고?
감히 너 따위가 이렇게 나와야 하지 않아?
그래야 대차게 깨 버리는데.
“원하는 것은 그것뿐인가? 보상이라든지 그런 것은 원하지 않고?”
“안 줘도 됩니다.”
“그렇다면 서로 원만하게 끝나기로 합의한 건가?”
“진짜 정당하게 경쟁하겠다?”
“그렇게 하지. 내가 약속하겠어.”
못 믿겠는데.
“대신 나도 조건이 하나 있어.”
그럼 그렇지.
“무슨 조건?”
“우리 회장님이 만나고 싶어 해.”
뭐냐.
왜 여기저기서 만나고 싶어 하는 거야.
“이선수 당신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거야. 삼두 그룹과 손을 잡을 기회거든.”
좋은 기회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언제든지 손을 놓을 거면서.
“어때. 언제쯤 회장님을 뵈러 갈까?”
죽을 때쯤?
이런 말은 안 되겠고.
더 확실하게.
“내가 왜? 보고 싶은 사람이 오라고 해.”
이민호 전무의 눈이 커졌다.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에게 내가 한 말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원만하게 해결된 것으로 알고 갑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민호 전무는 잡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