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20)
꿈꾸는 재벌 20화(20/249)
20. 만나는 사람들
조사실에서 나오자 송준수 부장검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10분을 다 채우지 않았군요.”
“10분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
“그럼 원만하게 합의가 된 겁니까?”
“아마도요.”
“대답이 모호하군요.”
그럴 수밖에 없다.
이민호 전무의 약속을 100% 믿는 것은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약속은 깨질 수 있다.
지금은 건드리면 삼두 그룹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만 지니게 하면 된다.
사실 이것이 목적이었다.
“어차피 이민호 전무를 구속하거나 삼두 종합무역을 제대로 수사할 수 없지 않나요?”
송준수 부장검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대로 수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제대로 나온다고 확신할 수가 없죠.”
“그렇겠네요.”
“이민호 전무는 혐의없음이 될 것 같아요. 건설 이민식 전무가 독단적으로 한 일로 이민호 전무는 알지 못했다는 식으로 주장하더군요.”
삼두 종합무역 직원이 증언할 테니 이민호 전무는 빠져나갈 것이 분명했다.
건설 이민식 전무가 로열패밀리라는 것을 이용해 압력을 가했다는 식으로 직원도 넘어가겠지.
“국세청도 장부 오기재로 인한 일부 탈세에 관한 과징금 10억 정도로 마무리될 겁니다.”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나 보네요.”
“당신이 원만하게 합의했다는 전제 조건입니다.”
“원만하게 합의 안 했다면요?”
“그건 모르죠.”
씨익 웃는 것을 보니 삼두 그룹을 더 괴롭혔을 것 같았다.
“그렇군요. 그럼 이만.”
몸을 돌려서 가려 했다.
그런데 이상한 말이 들렸다.
“고맙소.”
걸음을 멈췄다.
“뭐가요?”
“나라를 위해 일을 해 줘서.”
송준수 검사도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와 기술 공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들었다.
“국민이라면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도 있어야겠죠. 하지만 전 나라만을 위해 일한 것이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삼두 종합무역 때문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유가 뭐가 됐든 결과는 나라를 위한 일이 됐죠. 그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왜 이렇게 눈이 반짝거리냐.
부담스럽게.
“기회가 됐다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 기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자꾸 띄워주시는 것이 좀 무섭네요.”
“하하. 그런가요. 그럼 나중에 또 만났으면 합니다.”
무슨 소리야.
검사를 또 만나면 안 되지.
“전 검사님을 만나고 싶지 않네요.”
조사 같은 것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람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럼 전 마무리 지으러….”
송준수 검사가 조사실로 들어갔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앙 지검을 나섰다.
* * *
임강민 대표와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아직 한국에 제대로 된 사무실이 없으니.
집에 도착해서 싱가포르에 있는 이정석 선배에게 전화했다.
“네. 잘 끝났어요. 고소도 취하할 겁니다. 선배도 고생 많았어요.”
아는 사람도 없는 싱가포르에 가족이 모두 갔다.
“대금은 들어왔어요? 네. 잘됐네요.”
한국에 들어와 삼두 그룹 일을 처리할 때 이정석 선배는 4천만 CBM의 가스를 독일 Ruhrgas사에 팔았다.
그것도 1CBM당 20달러에.
17달러에 받아서 20달러에 판 것이다.
3달러나 이익을 봤다.
1억 2천만 달러다.
그중 6천만 달러는 푸틴의 스위스 계좌로 간다.
“선배가 해서 가능한 일이었어요. 난 가격만 정했을 뿐인데요.”
이정석 선배는 예전 가격인 19달러에 팔자고 했다.
그래도 남는 장사니까.
하지만 난 20달러로 협상해 보자고 했다.
이정석 선배는 꽤 끈질기게 협상했다.
그리고 19.5달러가 마지노선이라고 했던 Ruhrgas사를 설득해 20달러에 계약했다.
“이제 휴가라 생각하고 쉬면서 일하다가 들어올 생각 해요. 네?”
이정석 선배가 뜻밖의 말을 했다.
형수와 어머니가 생각보다 살기 좋은 곳 같다고 더 머물렀으면 한다나?
형수야 영어가 어느 정도 되니 괜찮다.
그리고 이유가 또 있었다.
“영준이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면 저도 찬성이긴 해요.”
아들인 영준이가 싱가포르에서 살면 자연스럽게 영어와 한국어를 익히게 된다.
공식 언어 중 하나인 말레이어까지도 가능했다.
거기에다가 싱가포르는 교육 강국으로 유명했다.
싱가포르 물가가 비싸다 해도 이제는 부담이 되지 않는다.
“고맙긴요.”
뜬금없이 이정석 선배가 고맙다고 했다.
전화위복이라나?
도망치듯 싱가포르로 갔는데 아들의 교육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알았어요. 곧 제가 싱가포르로 가든지 아니면 선배가 한국 들어오든지 해요. 끊어요.”
전화를 끊었다.
이정석 선배는 이제 걱정 없는 것 같았다.
띵똥.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임강민 대표인가 싶었다.
“네.”
오래된 빌라라 밖이 보이는 인터폰 같은 것도 없었다.
그냥 현관문을 열었다.
어색하게 웃는 임강민 대표가 보였다.
“잠시 내려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요?”
“사장님을 찾아온 분이 있습니다.”
진짜로 왔어?
이민호 전무에게 나를 보고 싶으면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이 직접 찾아오라고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안 만나는 것은 좀 그렇겠지.
“알았어요.”
예의까지 차릴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재킷도 입지 않았다.
그리고 슬리퍼를 신었다.
“저기… 사장님. 그렇게 하고 가시게요?”
“네. 뭐 잘못됐나요?”
“아닙니다.”
임강민 대표가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을 어려워하나 싶었다.
그냥 슬리퍼를 신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임 대표님…. 찾아온 분이….”
“네. 대통령님이시라고.”
이 양반아!
누가 찾아왔는지 정확하게 말해 줘야지.
이게 뭐야.
김성웅 안기부장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알았다.
주변에 경호원이 꽤 많았다.
“이선수 씨 시간이 얼마 없어요.”
김성웅 안기부장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다시 올라가서 옷 좀 제대로 입고 오죠.”
“시간 없다니까요. 어쩔 수 없어요.”
그의 말대로 어쩔 수 없이 대통령이 타고 있는 전용차로 갔다.
김성웅 안기부장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안에 타고 있던 이삼영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서 타요.”
“아! 네.”
어색하게 차에 올라탔다.
문이 닫혔다.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 안에 이삼영 대통령과 둘만 있는 것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지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만난다고 할 것을 그랬나 싶었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나아요.”
“감사합니다.”
“진짜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싶었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솔직하게 편하지 않았다.
아무리 간이 커도 대통령을 처음 만나는 것이니까.
“자신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라지만, 어떻게 러시아에게서 그런 것들을 얻어왔는지 신기하더군요. 외교를 전문으로 한 것도 아니고.”
“외교를 전문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렇습니다. 전 사업가니까요.”
“사업가요?”
“네. 사업가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찾아 거래하는 것이 주된 일입니다. 상대방이 그런 것이 없다고 생각해도 찾아내야죠.”
이삼영 대통령은 웃었다.
“맞는 말이군요. 이선수 씨를 만나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선수 씨의 말대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을 외교의 기본 방향으로 해야겠어요.”
“그 정도까지는…….”
“그러면서 나라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겠죠. 이선수 씨가 그랬던 것처럼.”
왜들 이러시나.
한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까지 된 사람이 순수하게 이런 말을 한다고?
아닐 것 같았다.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은 내가 따로 만나서 언질을 줄게요.”
아예 비호를 해 주시겠다.
이삼영 대통령이 이렇게 나오면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은 쉽게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
이삼영 대통령의 권력이 힘을 잃기 전까지는.
“대신 협상을 잘해 줬으면 해요.”
이거네.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
이삼영 대통령과 아는 사이도 아니고.
친분도 없는데 이런 호의는 대가가 따르지.
“무조건 한국에 유리하게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러시아에서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한국에 유리하게 했으면 해요.”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갑자기 이삼영 대통령이 내 손을 잡았다.
“잘 부탁해요. 대신 이선수 씨가 하는 일이 불법적인 것만 아니라면 뭐든 도움을 줄게요.”
이 양반이 뭐라고 하는 거야.
“대통령님.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무슨 말이죠?”
“진짜 권력을 등에 업으려고 했다면 전 끝까지 삼두 그룹을 물고 늘어졌을 겁니다.”
이삼영 대통령은 이선수가 더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등에 업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선수는 알아서 해 주겠다고 하는데도 그것을 거절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기업은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입니다. 이번 일도 공정하게 경쟁하기 위해 한 일입니다. 그리고 전 한국이 필요한 것을 찾아 만들었고 정부는 그것을 대가를 주고 산 것입니다.”
이삼영 대통령은 웃었다.
“좋군요. 그러니 한국 정부가 비싸게 사겠다는 겁니다.”
조금 흥분했나 보다.
“비싸게 사 주는 것까지는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냥 도움을 받는 것은 거절하겠습니다.”
이것 역시 나중에는 빚으로 남을 테니까.
“알았어요. 사람 참 고지식하네요.”
절대 고지식하지 않습니다.
똑똑.
밖에서 창문을 두드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아쉬워요.”
빨리 끝나서 좋은데.
“나중에 청와대에 초대해서 더 대화를 나누었으면 하는데…….”
“시간이 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허허. 또 이렇게 찾아오라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절대로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닙니다.”
차 문이 열렸다.
내려야 할 시간이었다.
“나중에 또 봤으면 해요.”
이건 대답 못 하겠네.
그냥 살짝 고개만 숙이고 내렸다.
곧바로 경호원들이 움직이더니 차량 행렬이 움직였다.
김성웅 안기부장은 가지 않았다.
“이선수 씨. 이제 협상 날짜를 정하죠.”
“알겠습니다. 사업체 설립부터 하고요.”
아직 방위산업체 선정 안 받았습니다.
* * *
이민호 전무로부터 자신을 만나는 것을 이선수가 거절했다는 말을 들은 이환건 회장은 화가 났다.
하지만 삼두 종합무역에 과징금 10억 원 정도로 마무리된다는 것 때문에 어느 정도는 화가 풀렸다.
건설 이민식 전무는 구속됐지만.
그래도 이선수가 괘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선수가 한국에서 제대로 사업 못 하게 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이삼영 대통령이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이환건 회장은 청와대로 갔다.
* * *
“오래간만입니다. 이환건 회장님.”
“네. 대통령님. 지난 대선 후 처음입니다.”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마실 차가 나왔다.
“오늘 이 회장을 보자고 한 것은 이선수 씨 때문이에요.”
이삼영 대통령은 말을 돌리지 않았다.
“이선수요?”
이환건 회장은 대통령이 불러서 말해야 할 정도로 이선수가 대단한가 싶었다.
삼두 종합건설에 다니다가 구포 무궁화호 열차 사고의 책임을 뒤집어쓰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
그리고 삼두 종합무역의 직원이었던 이정석과 함께 러시아로 가서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러시아에 제공한 차관 협상 권한을 가졌다.
그뿐이었다.
“삼두 그룹이 이선수 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그냥 놔뒀으면 합니다.”
이환건 회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러시아 차관이라고 해 봤자 14억 달러 정도입니다. 한국 전체 경제 규모를 보면 얼마 안 되는 돈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14억 7천만 달러입니다.”
“얼마 차이 안 납니다.”
“하지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을 이선수 씨는 가져왔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와 기술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
이건 이환건 회장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아니, 상상도 못 했다.
“이건 부수 조건 중 하나에요. 14억 7천만 달러어치 러시아 무기를 한국에 제공할 겁니다.”
일반적인 무기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이삼영 대통령이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무기를…….”
“항공모함 비슷한 것입니다.”
항공순양함을 이환건 회장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
이환건 회장은 또 할 말이 없었다.
왜 청와대가…….
아니,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이선수를 신경 쓰는지 단번에 이해됐다.
“나라를 위한 일에 이선수 씨가 꼭 필요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할 생각도 있고요.”
협박이다.
이환건 회장은 정확하게 알아들었다.
삼두 그룹이 이선수를 건드린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환건 회장은 그것보다 다른 것에 관심이 생겼다.
이선수를 무조건 만나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