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213)
꿈꾸는 재벌 214화(213/249)
214. 진짜였다
일단 청와대에 투서를 했다.
하지만 그 투서는 조용히 묻혔다.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박찬우 실장을 통해 한우리 고문에게 투서를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한우리 고문은 그 투서를 가지고 청와대로 갔다.
* * *
“한우리 전 총리님, 이렇게 무턱대고 기다리신다고 해서 만나실 수 있는 것은 아니십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이찬후 대통령 비서실장은 답답했다.
한우리 전 총리가 청와대에 방문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현 집권 여당의 원로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그를 따르는 국회의원이 많아서이기도 했다.
영향력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그때 만나 뵙겠네. 내가 그런 시간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물론, 대통령님도 쉬는 시간이 있으십니다. 하지만 만나시려는 목적을 정확하게 말씀해 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그냥 만나고 싶다고만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이찬후 비서실장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전해나 주시게. 그랬음에도 만나기 어렵다고 하시면 그때는 그냥 돌아가겠네.”
이것도 문제였다.
한우리 전 총리를 그냥 돌아가게 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영향력 있는 한우리 전 총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냥 인사차 오셨다고 말씀드리면 될까요?”
이찬후 비서실장은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렇게 해 주시게나.”
“많은 시간을 드릴 수는 없을 겁니다.”
“알겠네.”
한우리 전 총리는 그 시간을 정하는 것이 자신이 아닌 대통령이라고 생각했다.
“언제 시간이 나실지도 모릅니다.”
“기다리겠네.”
“알겠습니다.”
이찬후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갔다.
* * *
“한 전 총리께서? 무슨 일로?”
“그냥 인사차 들르셨다고 합니다.”
노 대통령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양반이 그냥 인사차? 그럴 리가 있나. 나를 만나는 것 자체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자제하는 사람인데.”
한우리 전 총리는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행동을 보여 주기 싫어했다.
“그래서 저도 물어봤습니다만… 말씀을 안 하십니다.”
“으음.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짐작가는 것은 없나?”
이찬후 비서실장도 꽤 많이 생각했다.
하지만 한우리 전 총리가 개입해야 할 만한 정치적인 일은 현재 없었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오셨다면 만나봐야지. 그래도 집안 어르신인데.”
“그럼 회의가 끝나는 대로…….”
노 대통령이 손을 저었다.
“아니네. 잠시 만나는 것이니 회의를 30분 정도 뒤로 미루지. 나이 드신 양반을 기다리게 해서야 쓰나.”
“알겠습니다.”
이찬후 비서실장은 한우리 전 총리를 데리러 나갔다.
* * *
이찬후 비서실장을 따라 접견실에 들어온 한우리 전 총리.
조금 기다리자 노 대통령이 들어왔다.
한우리 전 총리는 일어나며 말했다.
“노현명 대통령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앉으세요. 한우리 전 총리님.”
하지만 한우리 전 총리는 노 대통령이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앉았다.
“인사차 들렀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 그냥 오신 것이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제게 무슨 할 말이 있으십니까?”
한우리 전 총리는 주위를 스윽 봤다.
이찬후 비서실장과 경호원이 있었다.
“주위를 잠시 물려 주시겠습니까?”
“주위를요?”
이건 독대를 원하는 것이다.
독대는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찬후 비서실장이 끼어들었다.
“한우리 전 총리님… 그건 어렵겠습니다.”
한우리 전 총리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자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네. 대통령님께서 결정하실 일이지.”
노 대통령은 놀랐다.
한우리 전 총리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무언가 있다.
“비서실장 그렇게 하게.”
“대통령님… 그건…….”
“한우리 전 총리께서 위험한 분이신가?”
“아… 아닙니다.”
“그럼 됐네. 다 나가 있게.”
이찬후 비서실장은 어쩔 수 없이 경호원과 함께 나갈 수밖에 없었다.
“자. 이제 둘만 남았습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것입니까?”
한우리 전 총리는 대답 대신 품에서 편지 봉투 하나를 꺼냈다.
“이것을 읽어 보십시오. 그러면 제가 왜 이렇게 하는지 아실 것입니다.”
노 대통령은 궁금한 표정으로 편지 봉투를 받았다.
그리고 안의 편지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내용을 조금씩 알아갈수록 노 대통령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한우리 전 총리님… 이 내용이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이 내용을 한우리 전 총리께서 직접 확인하신 겁니까?”
“아닙니다.”
“그럼. 투서를 받으셨다는 것인데… 누가 보냈는지도 모를 투서의 내용을 믿으시는 것입니까?”
노 대통령은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한우리 전 총리가 이 내용을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지 떠보기 위해서였다.
“저는 그 투서의 내용을 믿습니다. 제 모든 것을 걸고 확신합니다.”
노 대통령은 한우리 전 총리가 이 투서를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우리 전 총리가 이렇게 확신에 찬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누구입니까?”
한우리 전 총리는 어떻게 말해야하나 싶었다.
이선수라는 것은 밝힐 수 없었다.
그래서.
“대통령님께서는 저를 신뢰하십니까?”
노 대통령은 잠시 한우리 전 총리를 빤히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그를 진짜 신뢰할 수 있는지.
결론은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다.
“신뢰합니다.”
“그렇다면 그 투서는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만약, 그 투서 내용이 거짓이라면 제가 무릎 꿇고 사과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엄청난 말이었다.
당의 원로이기 이전에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자존심까지 내려놓는다는 것이기에.
“그 말 지키셔야 할 겁니다.”
“당연합니다. 그리고 그 조사는 정말 믿을 만한 사람에게 시키셔야 할 겁니다.”
“무슨 말입니까?”
“이미 청와대에 같은 내용으로 투서를 했지만, 누군가 묻어 버린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저에게까지 온 것입니다.”
“그럴 리가요.”
노 대통령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투서를 한 사람은 진심으로 노 대통령님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투서가 묻혔을 때 그만뒀을 겁니다. 저에게까지 오지 않았겠지요.”
한우리 전 총리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질투가 나는군요. 그 사람이 제가 아닌 대통령님을 걱정하는 것이.”
이건 진심이었다.
이선수는 단 한 번도 한우리 전 총리를 걱정해 준 적이 없었다.
안부 인사 같은 것도 없었고.
“누구인지 정말 궁금하군요.”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 투서의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기회가 된다면 알게 되실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한우리 전 총리가 일어났다.
노 대통령은 그를 배웅하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서 투서를 계속 쳐다볼 뿐이었다.
* * *
노 대통령은 투서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
청와대에 먼저 투서한 것이 묻혔다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어서였다.
그래서 직접 확인했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아내였다.
유학 간 아이들 학비에 문제가 있느냐고 슬며시 물었다.
그리고 동창인 정심화로부터 오래전부터 노 대통령을 후원한 기업인이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노 대통령은 그것이 어떻게 장학금이 되느냐고 따지지 않았다.
일단은 그냥 넘어갔다.
아내가 어렵게 생활한 것을 알아서였다.
모든 것이 다 밝혀지고 생각이 정리됐을 때 다시 대화할 생각이었다.
* * *
아내와 대화한 후 노 대통령은 동창인 정심화를 불렀다.
청와대에 와 노 대통령을 만난 정심화는 이상하다고 느꼈다.
경호원도 비서실장도 없이 두 사람만 만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노 대통령의 표정도 안 좋았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지금은 둘만 있으니 대통령이 아닌 친구로 대화하게.”
정심화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그럴까?”
“친구로서 묻겠네. 아내에게 아이들 장학금 준다고 했나?”
뜨끔.
하지만 정심화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맞아. 그랬어. 제수씨가 학비로 고민하시는 것 같더라고. 제수씨 성격 알지 않나. 그런 것으로 자네에게 말하지 않는 것을.”
“그러는 자네는 어떻게 알았나?”
“우연히 들었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내끼리도 친한 사이였으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푸념식으로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럼 내 조카에게 투자하는 것은 어떻게 된 건가? 내가 알기로 조카가 투자받을 만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던데.”
이제 막 시작한 아주 작은 회사였다.
정심화는 최대한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그래? 투자 받는다고 해? 잘된 일이야.”
이건 모르는 척했다.
노 대통령은 다시 물었다.
“정말 모르는 일인가? 거짓말이면 다시는 나를 못 볼 생각하게나.”
진짜로 그렇게 할 사람이 노 대통령이라는 것을 아는 정심화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투자할 곳을 찾는 회사가 있어서 연결시켜 주려고 한 것뿐이야.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아는 건가?”
이제 막 노 대통령의 형과 접촉 중이었다.
“모든 것이 사실이었군. 사실이었어.”
노 대통령은 착잡한 마음이었다.
“뭐가 말인가?”
“장학금을 주고 투자를 하겠다는 회사가 어디인가? 빨리 말하게.”
“그게…….”
“어서!”
“태강실업이네. 알지 않나. 대선캠프에도 많은 지원을 해 준 회사. 그 회사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외면할 수 없다? 그래서 돈을 받고 편의를 봐주려고 한 건가?”
“그게 어때서?”
이왕 이렇게 된 것 정심화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하기로 결심했다.
“어때서?”
“그래. 다들 하는 일이야. 그리고 누가 수백억 원씩… 아니, 수천억 원씩 해 먹는데? 자녀 교육비하고 조카 회사 투자 좀 받는 거야. 자네도 퇴임 후를 생각해야지!”
정심화의 말에 노 대통령은 버럭 소리쳤다.
“누가 자네에게 내 퇴임 후를 걱정해 달라고 했어? 왜들 그렇게 욕심을 내는 것이야! 왜!”
“진정하게나. 별문제 없을 거야. 지난 정권들을 봐도 그렇지 않나.”
노 대통령은 어이가 없었다.
“문제가 없어? 하하! 내 신념은… 내가 하고자 하는 정치는 어떻게 하라고… 내가 떳떳하게 나서서 다른 이들을 질타하고 응원할 수 있나? 어디 부끄러워서…….”
“이보게…….”
“그만! 이제 자네는 내 친구가 아닐세.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하네. 가게.”
“이보게 노현명…….”
“가게. 내 인내심이 더 바닥나기 전에…….”
정심화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 * *
한우리 고문이 노 대통령을 만나 투서를 전달한 것은 전달한 것이고.
나는 태강실업을 무너뜨릴 준비를 했다.
더 과감하게.
현재 나이키의 주가는 10달러 정도 했다.
나이키의 시가 총액은 110억 달러 정도고.
시가 총액으로만 봤을 때 나이키를 인수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부실기업도 아닌 나이키를 돈만으로 인수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현재 나이키를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주식이니까.
주식 시장에 나온 나이키 주식과 조금이라도 많이 보유한 사람을 찾아내서 싹 쓸어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여러 회사가 분할해서 사들이지 않았다.
누구라도 알 수 있게 드림 그룹이 사들였다.
* * *
나이키의 주가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급기야 11달러를 돌파했다.
좋은 소식 같았지만, 나이키의 마크 파커 사장은 그럴 수 없었다.
“얼마라고?”
“현재 주식시장에 풀린 20% 중 18%를 확보한 것도 모자라 일부 개인에게 접근해 약 3% 정도를 더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크 파커 사장은 어이가 없었다.
21%의 주식을 순식간에 확보한 것이다.
“이걸 왜 이제야 보고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문제가 있다고 확인했을 때는 이미 개입할 시점을 놓쳤습니다.”
21%의 주식이면 경영권에 개입할 수도 있었다.
몇몇 대주주만 끌어들인다면 경영권도 빼앗길 수 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개입했어야 할 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만큼 빠르게 주식을 쓸어담았다.
가격이 계속 올라도.
똑똑.
누군가 문을 노크하고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뭐가?”
“아마존이 우리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무슨 소리야!”
나이키는 온라인 시장이 더 커진다고 보고 아마존과 협약을 맺었다.
그리고 아마존의 판매량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이사회도 아마존에서의 판매를 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으니까.
경영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트집을 잡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당장 아마존에 항의하고 미팅 잡아!”
또 누군가 들어왔다.
“또 뭐야!”
“저기 22%의 주식을 가진 드림 그룹에서 미팅을 요청했습니다.”
“드림 그룹?”
마크 파커 사장은 처음 주식 상황을 보고하던 직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국의 드림 그룹이라면 맞습니다.”
직원이 보고하는 사이 드림 그룹은 1%의 주식을 추가로 매수한 것이었다.
“미팅 한다고 해!”
“그런데…….”
“왜?”
“한국으로 오시라고…….”
마크 파커 사장은 어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