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214)
꿈꾸는 재벌 215화(214/249)
215. 빠져나갈 수 없다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지만, 마크 파커 사장은 한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사회의 분위기가 이상해서였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사장 자리가 위험할 수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물론, 자신이 경영을 잘못해서 물러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어디서 튀어나온지도 모르는 드림 그룹이 나이키 주식을 싹 쓸어가더니 위협하고 있었다.
이건 자존심 문제이기도 했다.
최대한 빠르게 한국으로 간 마크 파커 사장은 쉬지도 않고 드림 그룹으로 갔다.
* * *
“마크 파커 사장님 미팅 요청을 수락해 줘서 감사합니다.”
이선수가 이렇게 말해도 마크 파커 사장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주식으로 협박해서 오라고 한 것이니까.
“어쩔 수 없죠. 대주주께서 오시라고 하면 와야 하니까.”
말에 날이 서 있다.
“그러니까 오셔야죠.”
너무 당당하게 받아치는 이선수를 보며 마크 파커 사장은 더 어이가 없었다.
“그래. 나를 만나고 싶어 한 이유가 뭡니까? 제대로 알려 주지도 않고 한국으로 무조건 오라고 하다니…….”
“기분이 많이 나쁘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나쁜 겁니다.”
마크 파커 사장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군요.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서 내가 당신을 만나 주는 겁니다.”
“뭐요?”
“나이키가 글로벌 기업이지만, 내가 거느린 회사와 비교하면 계열사 하나 정도밖에 안 됩니다.”
마크 파커 사장은 황당했다.
드림 그룹이 한국에서 꽤 큰 재벌인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한국 내에서나 그런 것이다.
그룹 규모와 자산이 나이키보다 크다고 해서 나이키를 아래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거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군요. 당신 같은 사람이 나이키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면… 그냥 여기서 그만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하게 나오네.
내가 물러설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그렇게 결정했다면 그것도 좋겠죠. 하지만 그 결과가 나이키에게 어떻게 돌아갈지 안다면 후회할 겁니다.”
마크 파커 사장은 이선수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후회? 기껏해야 내가 물러나는 것이겠지.”
“아닙니다. 나이키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엄청난 세금을 두들겨 맞을 겁니다.”
움찔.
다른 곳은 몰라도 중국이라는 말 때문에 마크 파커 사장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키 신발의 36%를 생산하는 공장이 중국에 있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 보니 중국이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나이키 신발의 36%를 생산한다는 것은 중국인을 많이 고용한다는 것과 같았다.
또한, 지금도 엄청난 세금을 내고 있었다.
“그런 거짓말이 통할 것을 생각합니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나요?”
“당연한 것 아닙니까. 세금을 두들겨 맞는다는 것은 곧 나이키 공장을 문 닫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중국인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정부가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지 않나요?”
마크 파커 사장은 자신의 말을 이선수가 반박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왜 중국인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장담하죠? 그 일자리는 우리 드림 그룹에서 책임질 수 있습니다.”
마크 파커 사장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중국에 나이키 공장이 몇 개나 있는 줄 압니까?”
“117개죠.”
“잘 아는군요. 그 공장에서 일하는 중국인을 모두 고용할 수 있다? 신발 공장에서 일한 사람들이 어디로 갈 수 있다고…….”
“아디다스.”
“…….”
나이키와 영원히 경쟁하는 브랜드이자 업체.
“내가 나이키 주식만 사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아디다스 주식도 충분히 모을 수 있습니다. 공장? 이미 중국에 5개는 만들어 놨습니다.”
표정이 확 바뀌네.
여기서 한 방 더.
“아! 이걸 잊고 말하지 않을 뻔했군요. 베트남에도 3개의 공장이 곧 가동될 겁니다.”
“아디다스 신발을 생산한다는 건가요? 우리 나이키 공장을 문닫게 하면서?”
“그건 모르죠. 중국과 베트남의 공장이 나이키 신발을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마크 파커 사장은 나이키 신발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보다 이선수의 말이 진짜인지가 더 중요했다.
“중국 정부가 당신의 말대로 한다고 장담할 수 있나요? 우리 나이키는 강력하게 항의할 겁니다.”
“항의하세요. 중국 정부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그 항의를 무시할 겁니다. 그리고 아마존도 영원히 나이키와 협력하지 않을 겁니다.”
마크 파커 사장은 눈을 크게 떴다.
아마존 이야기를 여기서 들을 줄은 몰랐다.
“아마존이라니… 혹시 당신이 아마존도…….”
“맞습니다.”
“거짓말.”
나는 대답 대신 책상 위 전화기의 스피커 모드를 눌렀다.
“제프. 다 들었지?”
[선수. 다 들었어.]“인사해. 제프.”
[마크 파커 사장. 나 아마존의 제프 베조니요.]직접 만나자고 해도 거절하고 전화 통화도 안 되던 아마존의 대표 제프 베조니라니.
“진… 진짜 제프 베조니인가요?”
[맞습니다. 내가 마크 파커 사장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선수의 말대로 될 것이란 것뿐입니다. 아마존은 대주주인 이선수의 뜻대로 나이키와 협력할지 안 할지를 결정합니다.]“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이선수의 결정이 곧 아마존의 결정입니다.]“나는 당신이 제프 베조니라는 것을 못 믿겠어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나이키와 협상 날짜를 결정하자는 전화를 하라고 하겠습니다. 그 정도면 확인이 가능할 텐데요.]“그렇게 한다면 믿을 수밖에 없지만…….”
[잠깐 기다려요.]제프 베조니가 누군가에게 지시하는 것이 작게 들렸다.
[지금 당장 전화하라고 했어요. 담당이 스미스 이사라고 하는군요.]맞다.
스미스 이사였다.
[아주 짧게 통화했어요. 다시 전화한다고 했고요. 확인해 봐요.]“잠시만…….”
마크 파커 사장은 같이 온 비서에게 확인하라고 했다.
그리고 5분도 되지 않아 확인했다.
“정말이군요.”
마크 파커 사장은 약간 넋이 나간 것처럼 표정이 바뀌었다.
난 제프에게 말했다.
“제프. 바쁜데 시간 내 줘서 고마워.”
[고맙기는 선수의 일이 곧 내 일이야. 언제든지 말만 해.]“다시 전화할게.”
[기다리지.]전화가 끊겼다.
그 사이 마크 파커 사장은 이선수의 말이 다 사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 정도 영향력이면 나를 나이키에서 내쫓는 것은 문제도 되지 않을 텐데…….”
굳이 내쫓을 필요까지는 없다.
일 잘하는 사람을 왜?
내 일을 못 한다면 물론, 내쫓을 수밖에 없지만.
“이제 제대로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군요.”
마크 파커 사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선수의 말대로였다.
자신이 이선수와 대등한 위치가 아닌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나이키가 피해를 입는 것은 더 싫었다.
그만큼 나이키에 열정적이면서 나이키를 사랑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한국의 태강실업과 계약을 해지하는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허락 없이는 태강실업과 거래하지 않으면 됩니다.”
“태강실업?”
마크 파커 사장은 태강실업이 어느 회사인가 싶었다.
하지만 곧 기억해 냈다.
한국의 기업이면서 나이키 신발을 12%나 생산하는 회사.
또 어이가 없었다.
“고작 태강실업 하나를 계약 해지시키려고 이런 일을 한 겁니까?”
“이런 일을 안 했다면 나이키가 태강실업을 계약 해지할 생각을 쉽게 할까요?”
아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이키는 12%나 자신의 신발을 생산하는 태강실업과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태강실업만 계약 해지하면 되는 겁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12%나 되는 생산량을 우리는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국과 베트남에 공장을 만든 겁니다. 당장 12%까지는 아니겠지만, 10%까지는 대신할 수 있습니다.”
빠져나갈 곳이 없다.
2% 정도는 충분히 감당 가능하니까.
그리고 솔직하게 말해서 나이키 전체를 위해서라면 12%의 생산량 감소도 받아들여야 했다.
전체가 망가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런데 이선수는 그 대안까지 준비해 놨다.
이선수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 우리 나이키가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까?”
“어느 정도는 생각한 대로입니다.”
“그렇군요.”
졌다.
“태강실업 이외에는 다른 조건은 없습니까?”
“있다면 중국과 베트남 공장과 OEM 생산 계약을 맺는 것이겠죠?”
마크 파커 사장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졌습니다. 이선수 회장님 말대로 하죠.”
“고맙습니다.”
마크 파커 사장은 이선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선수는 그 내민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마크 파커 사장은 이선수가 한 말 중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다.
나이키는 자신의 회사 중 계열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미국에 돌아가면 자세히 알아볼 생각이었다.
* * *
마크 파커 사장이 돌아가고.
박찬우 실장이 내게 말했다.
“회장님 중국과 러시아는 언제 손을 쓰셨습니까?”
나는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손을 쓰다니요?”
“마크 파커 사장에게 중국과 러시아에서 엄청난 세금을 맞을 것이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거요. 거짓말이었습니다.”
진짜가 될지도 모를 거짓말이긴 했지.
“네?”
박찬우 실장은 당황했다.
항상 이선수의 말은 다 사실인 줄로만 알았는데.
“마크 파커 사장이 안 믿으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래서 제프 베조니와 통화하게 한 것이죠. 아마존은 사실이니까요.”
“아!”
하나의 진실로 나머지도 진실인 것처럼 믿게 한다.
이것이 이선수의 협상 전략이었다.
“하지만 제프 베조니와 통화했는데도 마크 파커 사장이 수긍하지 않았다면 진짜로 그렇게 했을 겁니다.”
“…….”
박찬우 실장은 이선수를 빤히 쳐다봤다.
“왜 그렇게 봐요?”
“회장님, 그건 거짓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선수라면 중국과 러시아를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그런가요?”
“네.”
“뭐 그런가 보죠.”
박찬우 실장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이선수를 보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자. 다음은 태강실업이 노리는 회사인가요?”
“진행 중입니다.”
그동안 박연철 회장이 세종 증권을 왜 농협에 넘겼는지를 파악했다.
곳곳에 뇌물을 뿌리는 용도였다.
그리고 수상한 자금 흐름도 찾아냈다.
그 목적지는 농협 자회사인 남산화학으로부터 분리되어 상장한 휴캄스.
“단 하나라도 박연철 회장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게 하세요.”
“물론입니다. 회장님.”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 것뿐만이 아니라 태강실업은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무너질 것이고.
벌컥!
회장실 문을 누군가 급하게 열고 들어왔다.
박찬우 실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예의없게 회장실에 들어오면서 노크도 안 하나?”
비서실 김 실장이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
“회장님 사모님께서…….”
나는 사모님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예정일이 며칠 안 남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지금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연락이.”
나는 핸드폰을 봤다.
가장 먼저 내 핸드폰이 울려야 했다.
이런.
마크 파커 사장과의 협상 때문에 핸드폰을 잠시 무음으로 해 놨었다.
그것을 풀기도 전에 박찬우 실장과 대화하느라 잊고 있었다.
부재중 전화 12통.
그것도 박 집사나 어머니가 아닌 아내의 전화였다.
순간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난… 죽었다.”
내가 아무리 돈이 많고 그룹 회장이라 해도 한 사람의 남편이다.
그리고 출산할 때 옆에 없으면 평생 한소리 듣는다는데.
“빨리 차 대기 시켜요.”
나는 밖으로 나가면서 소리쳤다.
김 실장이 핸드폰을 들어 전화하고 밖에서 기다리던 임강민 대표가 먼저 뛰어가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박찬우 실장도 핸드폰을 꺼냈다.
“사장님! 회장님 사모님이 병원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김성웅 사장에게 알린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왜 이렇게 늦나 싶었다.
띵.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도착하자마자 뛰었다.
로비 문을 나서는 순간 내 전용 승용차가 멈춰섰다.
누가 차문을 열어 주기도 전에 내가 열고 탔다.
조수석에는 임강민 대표가.
나는 운전사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과속 딱지 떼도 되니까!”
승용차가 출발했다.
바로 뒤에 경호차가 따라붙었다.
그리고 그룹 본사를 벗어나 얼마 달리지 않아 어디선가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붙었다.
벌써 과속했다고 잡힌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승용차 앞으로 가더니 길을 뚫기 시작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김성웅 사장뿐이었다.
원래 이런 짓은 싫어하지만…….
오늘은 눈 딱 감을 생각이다.
한 번쯤 특혜 좀 받을 수도 있잖아.
제발.
늦지만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