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216)
꿈꾸는 재벌 217화(216/249)
217. 누구에게는 힘들지만, 기분 좋은 날
태강실업 박연철 회장은 휴캄스 인수에 선견 그룹만 뛰어든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가 다 된 휴캄스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과 남산화학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처럼 반응해서였다.
이유는 엘아이 그룹과 태평 그룹이 휴캄스 주식을 매입하는 것과 동시에 국민연금과 남산 화학에 접촉해서였다.
선견 그룹만으로도 국민연금은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런데 엘아이 그룹과 태평 그룹까지 뛰어드니 태평실업의 편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 * *
“도대체 왜!”
박연철 회장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선견 그룹은 휴캄스를 인수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거대 기업이었다.
어떻게 보면 태강실업 따위는 관심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그러니 이해가 안 되지.
“엘아이 그룹과 태평 그룹은 왜 뛰어든 것인지 아직도 파악이 안 된 거야?”
박연철 회장의 질문에 비서실 직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회장님.”
“뭐야.”
“제 대학 동창이 태평 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박연철 회장은 눈을 반짝였다.
“그래?”
“네. 회장님.”
“동창이 뭐라고 하던가?”
“태평 그룹이 휴캄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한 달에 한 번 있는 점심 모임 다음이라고 했습니다.”
“점심 모임? 무슨 점심 모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모임입니다만…….”
“빨리 말해.”
“네. 드림 그룹 이선수 회장을 중심으로 선견 그룹 최현종 회장과 엘아이 그룹 고한평 회장 그리고 태평 그룹 김우정 회장이 한 달에 한 번 점심을 먹는다고 합니다.”
비서는 어렵게 이 정보를 얻었다.
자신이 모시는 회장의 일정 정보를 아무리 동창이라고 해도 쉽게 알려 주지 않는다.
박연철 회장에게는 그냥 동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선 관계였다.
가족같이 지내며 부부끼리도 친했다.
“잠깐만… 그러니까… 이게 드림 그룹 이선수 회장이 사주한 일이다?”
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판단은 김연철 회장이 하는 것이다.
자신은 알게 된 정보만 제공하면 됐다.
“하아.”
박연철 회장은 갑자기 한숨이 나왔다.
세종 증권 때문에 드림 그룹과 척을 지게 된 것이다.
그냥 세종 증권을 넘겨주고 다른 방식으로 농협과 정심화 형제에게 뇌물을 줄 것을 그랬나 싶었다.
“어떻게들 생각하나?”
앞에 서 있는 임원들을 향해 물은 것이다.
전무이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렇게 된 것 휴캄스 인수는 물 건너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장님.”
박연철 회장은 버럭 소리쳤다.
“그걸 누가 몰라?”
박연철 회장도 휴캄스 인수는 실패라고 판단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생각을 좀 하라고!”
박연철 회장의 의도를 이제야 이해했다.
전무이사가 다시 말했다.
“드림 그룹 하나만으로도 힘이 듭니다. 선견 그룹과 엘아이 그룹 그리고 태평 그룹까지 우리 태강실업을 압박한다면 더 어려워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그게 끝이야? 여기 있는 사람 중 누가 그걸 몰라?”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더 혼나는 전무이사였다.
하지만 그것이 전무이사가 해야할 일 중 하나였다.
회장의 화풀이 대상이 되는 것.
그리고 전무이사는 그것을 감내하며 계속 말했다.
“드림 그룹이 이번 일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드림 그룹과 관계를 개선해야 합니다. 회장님.”
박연철 회장은 또 소리쳤다.
“지금 나보고 드림 그룹 이선수 회장에게 찾아가서 머리라도 숙이라는 거야?”
그렇게 해서라도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전무이사는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다.
“일단 접촉이라도 해서 드림 그룹 이선수 회장의 의도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누가? 내가?”
전무이사는 박연철 회장이 자신이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시를 내려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재계 순위 200위권 밖에 있는 태강실업의 전무이사 따위가 현재 재계 순위 4위인 드림 그룹 이선수를 만나 감히 대화할 수 있을까?
박연철 회장이 직접 나서도 될까 말까 한데.
“그러시는 것이 모양새가 좋을 것 같습니다.”
애써 돌려서 말했다.
이번에도 욕먹을 각오를 하면서.
그런데 욕이 들리지 않았다.
“그래야 하겠지?”
박연철 회장은 전무이사에게 화를 내면서 어느 정도 진정이 됐다.
그래서 더 냉철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좋아. 그럼 드림 그룹 이선수 회장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와.”
가장 좋은 방법은 연락되지 않는 정심화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정심화만 제대로 연락이 됐다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청와대가 나서면 드림 그룹이 아니라 드림 그룹 할아버지라고 해도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심화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백방으로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밖에.
“휴캄스 주식은 다 팔아 버려.”
어렵게 2%나 차명으로 확보한 주식이다.
하지만 휴캄스 인수가 불가능해진 지금 필요가 없었다.
“움직여!”
박연철 회장의 말에 임원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 * *
비서실을 통해 태강실업 박연차 회장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당연히 나는 무시하라고 지시했다.
만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이미 늦었다.
“정심화가 검찰에 찾아갔다고요?”
“네. 회장님.”
박찬우 실장의 보고였다.
정심화와 박연철 회장을 계속 감시하고 있었다.
정심화가 낚시터에서 계속 머물며 무언가를 고민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었다.
그리고 정심화가 노 대통령을 만난 후부터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도.
“왜 찾아갔는지는 모르나요?”
“그것까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알아볼까요?”
박찬우 실장의 인맥이라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둬요. 검찰을 찾아갔다는 것은 양심선언하려는 것이겠죠.”
내 바람일 뿐이다.
“그럴 가능성이 크기는 합니다. 낚시터에서도 계속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 데다가 멀리서 찍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박연철 회장과 거래한 내용을 적는 것 같았습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건가요?”
휴캄스는 인수하지 못하게 되고.
곧 나이키가 계약 해지를 통보할 것이다.
마크 파커 사장이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바로 태강실업과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드림 그룹의 중국, 베트남 공장이 태강실업 대신 운동화를 생산할 준비가 끝나야 했다.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었다.
나이키도 최대한 손실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그 시기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고 있었다.
“뿌린 대로 거둬들이는 것보다 더 많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태강실업이 무너지지.
* * *
부들부들.
태강실업 박연철 회장은 나이키가 보내온 계약해지 통보서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 어떤 징조도 없었다.
그리고 나이키가 계약 해지를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나이키가 생산하는 운동화의 12%를 책임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나이키의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나이키도 12%나 되는 운동화 생산량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이런 개 같은…….”
화가 나니 일단 욕부터 나왔다.
이 계약 해지 통보서를 가져온 전무이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이키 코리아 강 사장은 뭐라고 해!”
고개를 든 전무이사는 조용하게 말했다.
“본사 지시라고 합니다. 강 사장도 본사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이사회 결정이라고…….”
나이키 코리아도 마크 파커 사장이 한국에 와서 이선수를 만난 것을 모르고 있었다.
대주주가 바뀌고 나이키 전체에 영향을 주는 민감한 문제여서 일부만 알았다.
박연철 회장은 전화기를 들었다.
직접 나이키 코리아 강 사장에게 전화했다.
신호가 몇 번 가지 않아 받았다.
“강 사장님? 나 박연철입니다.”
최대한 공손하게 말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동안 열심히 성실하게 일한 우리 태강실업과 계약 해지라니요? 이건 계약 위반 아닙니까?”
돌아오는 말은.
[미안합니다. 본사 결정입니다. 박 회장님.]“아무리 본사 결정이라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되죠. 법적으로도 우리가 이깁니다.”
[하아. 본사에서 태강실업이 법적 조치를 해도 상관없다고 합니다. 그에 맞게 대응하라는 지시입니다.]법적 싸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나이키도 우리 태강실업과 계약을 해지하면 손해 아닙니까?”
[손해죠. 그래서 저도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본사에서 알아서 하겠다고 합니다.]“강 사장님… 갑자기 나이키가 이렇게 나오면 우리 태강실업은 죽습니다.”
[죄송합니다.]“그동안 믿고 거래했던 결과가 이런 것입니까?”
[정말 죄송하다는 말만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이유라도 정확하게 알고 싶습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알려 주시죠. 모른다는 말은 하지 마시고.”
[으음… 확실하지는 않지만… 베트남과 중국에 공장이 있는 새로운 업체와 계약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래도 나이키 코리아의 지사장이었다.
어느 정도 돌아가는 상황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베트남과 중국에요? 그 업체가 어디입니까?”
[그건 아직 모릅니다. 어쨌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강 사장.”
뚝.
전화가 끊겼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박연철 회장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드림 그룹에서 베트남에 운동화 생산 공장을 세웠다는 것.
“김 전무, 너 빨리 가서 드림 그룹이 중국에도 운동화 생산 공장을 세웠는지 알아봐.”
“네?”
“못 들었어? 빨리 가서 알아봐!”
“네. 회장님.”
굳이 김 전무가 가져오는 결과를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박연철 회장은 드림 그룹이 개입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 * *
“회장님 말씀대로 드림 그룹이 중국에 운동화 생산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지사 직원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드림 그룹 운동화 생산 공장에 나이키 직원이 드나든다고 합니다.”
으득.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고작 세종 증권 하나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선수를 찾아가 무릎 꿇고 빌어야 하나?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선수는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멈추는 순간 손실이 더 커지니까.
“아디다스는?”
박연철 회장은 나이키가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해서 그냥 좌절하지 않았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예전부터 아디다스는 태강실업이 자신들의 운동화도 만들어 줬으면 하는 의도를 보였다.
하지만 나이키와의 계약 때문에 할 수 없었다.
“태도가 예전과는 달라졌습니다.”
“뭐? 왜?”
“아무래도 아쉬운 곳은 우리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계약 조건이 더 나쁩니다. 그리고 본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계약 조건이 더 나빠도 일단 계약부터 해. 일단 일부터 해야 할 것 아니야.”
“알겠습니다. 그럼…….”
벌컥.
회장실 문이 열리고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박연철 회장님? 검찰에서 나왔습니다.”
“검찰?”
“체포영장입니다.”
검사가 영장을 내밀었다.
“박연철 회장… 아니, 박연철 씨 당신을 뇌물 증여 및 배임 그리고 탈세,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합니다.”
“무슨 말이야!”
“좋게 가시죠. 거부하시면 수갑을 채우겠습니다.”
검사가 고개를 돌리자 수사관들이 박연철 회장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남은 수사관들은 박연철 회장의 집무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회장실뿐만이 아니었다.
태강실업 본사가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특히나 돈이 움직이는 회계팀은 집중적으로 털렸다.
박연철 회장은 안 가려고 버텼고 끌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들이 찍고 있었다.
* * *
[태강실업 박연철 회장 체포.] [태강실업 연이은 악재. 나이키와 계약 해지됐다.] [태강실업 박연철 회장. 세종 증권을 이용해 농협과 정 모씨 등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밝혀져.]떠들썩하게 뉴스가 나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노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잘 처리된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휴캄스는요?”
“선견 그룹이 인수에 성공했습니다.”
“나이키와의 계약은요?”
“무리 없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자.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네요.”
“네. 회장님.”
태강실업이 자연스럽게 쓰러지는 것을 말한 것이다.
태강실업은 비상장 회사다.
주식을 확보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았다.
하지만 태강실업을 지탱하는 매출처인 나이키와 계약이 해지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실은 쌓여 갈 것이다.
“그런데 박 회장이 없어도 태강실업이 아디다스와 접촉하고 있습니다.”
“아디다스는 태강실업과 계약하지 않을 겁니다.”
마크 파커 사장을 통해 아디다스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마크 파커 사장이 경쟁 업체 사장이라고 하지만 그런 메시지를 보낼 정도의 친분은 있다.
영원한 적은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이제 태강실업은 하나씩 정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해외 자산이겠지.
“베트남 공장이 매물로 나와도 헐값에 인수해야 하는 것 잊지 마요.”
“물론입니다. 회장님.”
납품할 거래처가 있지 않는 한 쉽게 인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태강실업이 내놓는 매물을 싸게 인수할 생각이었다.
이제 내가 알던 미래는 바뀌게 된 것이다.
안타까운 죽음이 없을 것이다.
태강실업 박연철 회장이 청와대에 뇌물을 주기도 전에 끝났으니까.
“그럼 난 퇴근합니다.”
박찬우 실장이 웃었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네. 좋습니다. 쌍둥이 얼굴만 봐도 좋아요.”
오늘은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