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217)
꿈꾸는 재벌 218화(217/249)
218. 알면 알수록 대단한 사람
정심화는 자수를 하면서 구치소에 갇히게 됐다.
가족에게는 편지로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했다.
차마 얼굴을 보며 감옥에 가겠다고 할 수는 없어서였다.
구치소에 수감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으며 재판을 기다렸다.
그런데 뜻밖의 사람이 면회를 왔다.
“대… 대통령님.”
노 대통령이 면회를 온 것이었다.
“지금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한 사람의 친구로서 온 것일세. 편하게 말하게.”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말한 노현명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구치소에 면회를 올 줄은 몰랐다.
“친구라고 말하니 나도 친구로서 말할게. 여기 왜 왔나. 여기 오는 것 자체로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않나.”
정심화의 자수.
그리고 태강실업 박연철 회장의 뇌물 증여.
박연철 회장은 자신은 청와대에 배신을 당했다며 노 대통령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증거는 없었다.
모든 선이 정심화에게서 끊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야당이나 말 옮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대통령 측근이었던 정심화가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통령도 받은 것이 아닌가?
또한, 노 대통령의 후보자 캠프에 태강실업 박연철 회장이 돈을 댄 것도 문제를 삼았다.
야당은 특검을 하자고 주장했다.
탄핵 소추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지금은 친구로서 면회 왔다니까.”
“내가 왜 모든 것을 밝힌 것인지 정말 모르는 건가? 내가 지은 죄가 자네의 국정 운영에 먹물을 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야. 그런데 이렇게 찾아오면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나!”
정심화는 울분을 토하듯 말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차분했다.
“내가 떳떳한데 세상 사람들 시선을 왜 신경 쓰겠는가. 나는 세상 사람들 시선보다 다시 찾은 내 친구가 더 중요하네.”
“…….”
다시 찾은 내 친구.
정심화는 무언가 올라왔다.
울컥.
가까스로 울음을 삼켰다.
“내가 지은 죄를 용서하는 건가?”
“자네가 지은 죄를 내가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네. 자네 자신이 깨닫고 뉘우쳐야 하는 것이었지. 그리고 자네는 그것을 했네.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네.”
노 대통령은 그래서 정심화를 면회 온 것이었다.
“지은 죄의 대가를 받고 난 후면 나도 고향 마을에 가서 살고 있을지 모르네. 그때 찾아오게. 우리 막걸리 한잔하며 예전 이야기나 하자는 말을 하려고 온 것이네.”
정심화의 재판이 끝나고 형기가 얼마나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감옥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올 텐가?”
정심화는 끝내 눈물까지는 참지 못했다.
“당연히 가야지. 막걸리는 자네가 사는걸세. 그때 나는 돈이 없을 것 같거든.”
노 대통령이 웃었다.
“하하. 얼마든지 사겠네. 남은 인생 자네와 내가 마실 막걸리는 내가 책임지지.”
“막걸리만 사는 건가? 안주는?”
노 대통령은 또 웃으며 말했다.
“안주는 안사람에게 부탁 좀 해 봐야겠네. 사 먹는 것은 부담일 것 같아서.”
정심화도 웃었다.
“자네 부인 음식 솜씨는 믿을 만하지. 사 먹는 것보다 나아. 솔직하게 김치 하나만 있어도 되지 않나.”
“그렇지.”
두 사람은 아무런 조건도 필요 없었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기다리겠네.”
“알았네. 출소 후에 꼭 가도록 하지.”
노 대통령이 일어났다.
정심화도 일어났다.
그러고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 껴안았다.
가장 친했던 친구로서 서로를 위로한 것이었다.
* * *
노 대통령의 구치소 면회는 세상이 다 알게 됐다.
노 대통령은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떳떳하게 친구를 만나러 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 가지고도 연일 공격을 해 댔다.
정심화의 입을 막기 위해서라면서.
그런 공격을 받으면서도 노 대통령은 신경 쓰지 않았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였다.
* * *
노 대통령은 새로 임명한 강지혁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정심화와 대화 후 노 대통령은 청와대 인사 개편을 했다.
투서를 중간에서 가로채 없었던 일처럼 만든 일에 관여한 모든 이들을 교체한 것이었다.
그리고 투서를 누가 보냈는지 조사를 시켰다.
청와대에서 작정하고 나서니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다.
“한우리 전 총리께서 마지막에 접촉한 인물은 전 정권의 경제수석을 지낸 박찬우였습니다. 박찬우는…….”
현재 드림 그룹의 전략 기획실장으로 있다는 것과 투서는 드림 그룹에서 보낸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까지.
“박찬우 경제수석이… 일반 기업에?”
노 대통령도 박찬우 경제수석을 알고 있었다.
전 정권에서 많은 일을 해낸 것도.
그래서 이번 정권에도 박찬우가 경제수석이나 기획재정부 장관의 자리에 앉아 줬으면 했다.
그런데 그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당에서도 박찬우를 국회의원에 내보내려고 한다는 것까지 들었다.
그런 박찬우가 드림 그룹에 있는 줄은 몰랐다.
“박찬우와 드림 그룹과의 관계는 꽤 오래됐습니다. IMF가 시작된…….”
강지혁 비서실장의 보고가 더 진행될수록 노 대통령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드림 그룹이 다른 재벌 그룹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한국 국민이라면 거의 다 아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IMF의 조기 졸업은 물론, 정부의 빅딜 정책을 사실상 드림 그룹이 진행한 것은 몰랐다.
그것을 파악하기 전에 탄핵 소추를 당해서였다.
그리고 그런 것보다는 다른 할 일도 많았다.
“태강실업 박연철 회장의 경우…….”
드디어 가장 알고 싶은 내용이 나왔다.
“세종 증권 인수에서부터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청와대가 개입해…….”
노 대통령도 모르는 개입.
절대로 하지 않았어야 하는 일을 했다.
그래서 중간에 보고를 끊고 말했다.
“개입한 증거를 찾아서 모두 검찰 수사를 받도록 조치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지혁 비서실장은 계속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드림 그룹은 전 안기부장이었던 김성웅 그룹 사장이 만든 정보 조직을 이용해 태강실업 박연철 회장을 감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알게 되는 진실.
드림 그룹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태강실업 박연철 회장의 돈이 어디까지 흘러들어갔을지 몰랐다.
“그리고 드림 그룹의 이선수 회장의 성격상 태강실업을 그냥 놔두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이키와의 계약 해지에 관여한 것과 베트남과 중국에 운동화 생산공장을 설립해 그 계약을 가로챘습니다.”
노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태강실업을 응징한 것인가?”
강지혁 비서실장도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했다.
“맞습니다.”
“허허. 재미있는 사람이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하는 것도 모자라서 나름의 방법으로 응징까지 하다니.”
“꽤 많은 사람들이 드림 그룹 이선수 회장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노 대통령은 한우리 전 총리가 떠올랐다.
엉덩이와 입이 무거운 양반이 고작 투서 하나 전달하려고 움직였다.
“박찬우 그 사람도 그래서 드림 그룹에 간 것인가?”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까지 내용을 보면 전 정권에서 드림 그룹과 가장 많이 부딪친 사람이 박찬우 그 사람이지. 그런데 드림 그룹은 한국의 경제회복을 위해 정부가 하지 못한 일을 한 것 아닌가?”
“그런 것 같습니다.”
“나보다도 이선수 회장이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 정도야.”
노 대통령의 말에 강지혁 비서실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선수 회장은 드림 그룹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 사람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 계실 때 가장 빛나듯이 말입니다.”
강지혁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을 추켜세우기 위해 한 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선수도 추켜세우는 말이었다.
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군. 그럼 이선수 회장은 한국의 경제 대통령인 건가?”
강지혁 비서실장은 뭐라 대답할 수 없었다.
그것을 본 노 대통령은 웃으며 말했다.
“정치 대통령과 경제 대통령이 한 번쯤 만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그것이…….”
강지혁 비서실장은 이선수가 그동안 대통령과 만나는 것을 피해 왔다는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만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노 대통령은 이선수를 더욱더 만나고 싶어졌다.
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은 이선수를 만나고 싶어 했다.
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게 됐다.
* * *
태강실업 박연철 회장의 구속 여파는 나이키에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에서 나이키 불매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이키에서 공식적으로 태강실업과 계약 해지한 것을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박연철 회장이 구속되기 전에.
나이키는 교묘하게 태강실업이 불법적인 일을 했고 그것을 알게 되어 먼저 계약 해지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크 파커 사장이 내게 전화했다.
[첫 만남은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선수 회장님에게 너무 감사합니다.]내게 처음부터 고맙다는 말로 시작했었다.
“좋은 의도로 보이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해합니다.”
[덕분에 나이키에서 제 위치도 더욱 단단해졌습니다.]마크 파커 사장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 나이키 운동화 시장이 전 세계를 놓고 보면 그렇게 크지 않기는 했다.
하지만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 시장을 놓치면 다시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기업의 이미지란 그런 것이니까.
그런데 한국 시장의 리스크를 쉽게 넘길 수 있게 됐다.
아마존과의 계약도 제대로 할 수 있었고.
마크 파커 사장의 능력을 이사진이 인정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중국 시장도 감사합니다.]“그건 제가 진행한 것이 아닙니다. 지리 자동차에서 알아서 진행한 것이죠.”
리푸수 사장이 운동화 생산 공장 설립에 관여했었다.
지금 지리 자동차는 중국에서 꽤 인지도 높은 자동차 회사로 자리 잡았다.
태평 기하 자동차와 GM 그리고 상하이 자동차에 제공된 대현 자동차의 기술로 신차를 출시했다.
그리고 중국인들의 호응을 얻어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중이었다.
그런데 자동차 판매만 한 것이 아니었다.
나이키 신발도 같이 판매했다.
리푸수 사장은 이성진이 설립한 운동화 생산 공장에서 만든 운동화를 판매한 것뿐이었다.
[이선수 회장님이 진행하지 않으셨다고 해도 이선수 회장님의 영향력 덕분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선수 회장님 덕분이죠.]“그렇게 말해 주니 감사합니다.”
마크 파커 사장이 너무 저자세로 나오는 것 같았다.
이선수는 그가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몰랐다.
미국으로 돌아간 마크 파커 사장은 자신의 인맥을 모두 동원해 드림 그룹과 이선수에 관해 조사했다.
그리고 이선수가 말한 나이키는 자신이 소유한 수많은 회사 중 하나 정도일 뿐이라고 한 것을 이해하게 됐다.
싱가포르의 드림 컴퍼니.
초거대 기업이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모든 경제와 산업을 손에 쥐고 있는 것도 모자라 러시아의 가스와 원유 역시 쥐고 있었다.
나이키 정도는 진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손쉽게 살 수 있는 그런 돈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 그룹도 소유하고 있었다.
마크 파커 사장이 보기에 한국 드림 그룹은 이선수가 여흥으로 경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네. 그러죠.”
뭐를 잘 부탁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이키는 잘해 나갈 것이다.
전화를 끊었다.
나는 옆에 있는 박찬우 실장에게 말했다.
“태강실업 베트남 공장은 어떻게 됐어요?”
“매물로 나왔지만, 아무도 매입하려고 하지 않고 있습니다. 몇 달만 더 지나면 절반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태강실업 베트남 공장에 일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도 났다.
태강실업 공장을 사려고 나서는 사람이나 회사는 없었다.
뭐 땅은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 정부에서 임차하는 것이고 공장 설비만 고철 가격으로 사는 것이겠지만.
“한국에서는요?”
“한국 공장의 생산이 멈췄습니다. 정리해고에 들어간 것도 확인했습니다.”
태강실업 한국 직원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다 합쳐도 6천 명 정도였다.
“그리고 계열사도 자금난이 시작됐습니다.”
태강실업을 중심으로 12개 정도의 계열사가 있었다.
다 중소규모였다.
태강실업의 지원이 없으면 안 되는.
그중에는 휴캄스를 인수하게 되면 그 기술력으로 단열재를 만들려고 준비한 계열사도 있었다.
“역시 나이키를 떼어 놓은 것이 주효했네요.”
“그렇습니다.”
주 거래처인 나이키와 계속 계약 관계였다면 박연철 회장이 감옥에 갔다고 해도 태강실업은 건재했을 것이다.
자금난 따위는 없었을 테니까.
“다음은 태강실업에서 정리해고된 이들을 고용하는 것으로 합시다.”
박찬우 실장은 이선수를 빤히 쳐다봤다.
“구제해 주시는 것입니까?”
“구제해 주는 것도 맞지만, 우리 운동화 생산 공장에 숙련된 기술자가 더 필요하니까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박찬우 실장이 씨익 웃었다.
“태강실업에서 알면 배가 아프겠군요.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안 할 수도 없고요.”
태강실업이 쓰러지게 된 원인을 만든 드림 그룹에서 숙련된 직원을 데려간다.
배가 안 아플 리가 없지.
그렇다고 계속 데리고 있을 수도 없다.
태강실업의 운동화 사업은 끝났으니까.
“우리나라 실업률 높이고 싶지 않으니까 제대로 준비해 줘요.”
“물론입니다. 회장님.”
박찬우 실장은 ‘제가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 회장님 곁에 있는 것입니다.’란 말은 하지 않았다.
이선수가 먼저 알아서 하라고 하니까.
부우웅.
내 핸드폰이었다.
“이건 받아야겠네요.”
핸드폰을 들어 누구에게 전화가 온 것인지 박찬우 실장에게 보여 줬다.
“한우리 고문께서 오래간만에 직접 전화하신 것 같습니다. 회장님.”
“그러니까요.”
지난번 일도 있으니 한우리 고문의 전화를 안 받을 수가 없었다.
“네. 이선수입니다.”
[이선수 회장! 나 은퇴하는 선물로 한 가지 부탁 좀 들어줬으면 합니다.]“네?”
이미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이 공식적으로 은퇴하겠다고 한다.
아예 정치계에서 떠나겠다는 의미였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사건이다.
그런 것에 대한 선물로 부탁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