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221)
꿈꾸는 재벌 222화(221/249)
222. 보는 시선이 다르다
벌떡.
겨울임에도 따뜻할 수밖에 없는 집 안의 침대다.
그런데 온몸이 떨렸다.
추워도 너무 추웠다.
“오빠?”
내 옆에서 쌍둥이를 돌보다가 간신히 잠든 아내가 깼다.
“어. 미안.”
“나쁜 꿈 꿨어요?”
“아니야.”
나쁜 꿈이라기보다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꿈이었다.
“어? 왜 이렇게 몸이 차가워요?”
아내는 내 등을 만지면서 말했다.
“어디 나갔다 왔어요?”
착각이 아니었다.
내 몸은 마치 한겨울에 밖에서 바람을 맞다가 온 것처럼 차가웠다.
꿈이 현실처럼 작용하는 것인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과학 실험 중에 뇌가 현실이라고 믿으면 몸이 진짜로 반응하는 것도 있었다.
화상 실험이었던가?
“혹시 몸이 안 좋아요?”
아내가 완전히 일어나 내 몸을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따뜻한 것 좀 가져올게요.”
아내는 내 몸을 이불로 완전히 뒤집어씌운 다음 방에서 나갔다.
곧 따뜻한 생강차를 가져왔다.
“오빠. 마셔 봐요.”
“고마워.”
꿀을 넣은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생강의 알싸한 맛과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맛있었다.
그리고 점점 퍼지는 온기.
살 것 같았다.
“오빠. 내일 시간 좀 내요.”
“어? 왜?”
“너무 일만 해서 몸 축난 것 같아요. 한약이라고 한 재 지어 먹어야겠어요.”
아내는 속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기는요. 오빠가 보약은커녕 영양제를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생각해 보니 그러네.
솔직히 최근에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도 조금 들었다.
꿈에서는 영양제 같은 것은 사 먹을 돈이 없었다.
“밥이 보약이라고 하잖아.”
“그래도요. 그나마 매일 저녁 들어와서 제대로 밥을 먹으니 이 정도지… 아니었어 봐요. 건강검진은 했어요?”
“…….”
내가 말없이 웃자 이불 위로 손이 날아왔다.
퍼억.
“다른 기업 회장들은 전담 의사까지 두고 매년 건강검진을 한다고 하는데… 오빠는 왜 안 해요?”
들어본 적이 있다.
누구는 6개월마다 한 번씩 한다고 하던데.
“두려워서?”
“네?”
나도 모르게 나온 진심이었다.
건강검진을 했을 때 생각보다 나쁜 결과가 나온다면?
꿈에서 너무 어렵게 살아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가 두려워요. 오빠가 잘못되면 나하고 쌍둥이만 남겨둘지 모른다는 것이 더 두렵지 않아요?”
이불 위로 맞는 것보다 더 아팠다.
그러네.
나만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최대한 빨리 건강검진 받을게. 그리고 한약도 짓자.”
“정말요?”
“어. 당신하고 우리 쌍둥이 두고 어디 가면 안 되지.”
“잘 생각했어요. 건강검진은 오빠가 나 위해서 협약한 병원에 연락하면 바로 할 수 있잖아요.”
가끔은 나보다 아내가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약은 유명한 곳 알아볼게요.”
“힘들게 알아보지 마.”
아내가 피식 웃었다.
“내가 알아보나요? 박 집사님이나 비서실에서 알아보죠.”
나는 웃음이 나왔다.
“하하. 그러네.”
“가끔 보면 오빠는 돈 많은 재벌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옷을 사기를 하나? 차를 사기를 하나?”
옷도 거의 양복만 입고 다녔다.
결혼하고 나서 아내가 이것저것 챙겨 주기 시작했다.
패션 테러리스트에서 벗어났다나?
“차는 가끔 바꾸는데?”
“기하나 태평에서 신형 나올 때요?”
“당연한 것 아니야? 내 회사 제품을 내가 먼저 사용해야지.”
“내가 말을 말아야지.”
“나 때문에 깼는데… 빨리 자.”
“오빠가 괜찮아지면요.”
아내가 내 이마에 손을 올렸다.
“이제 좀 온기가 도는 것 같네요. 다 마셔요.”
“알았어.”
이제는 식어 버린 생강차를 마셨다.
하지만 따뜻했다.
* * *
며칠은 거의 모든 일정을 빨리 끝내고 아내의 말대로 건강검진도 받고 비서실에서 추천한 한의원도 갔다.
물론, 아내와 함께였다.
돈이 좋기는 좋았다.
VIP 건강검진은 검사 결과가 대부분 하루 만에 나왔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약간 높다는 것 이외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
심전도도 괜찮고.
한의원에서는 약간 다르게 결과가 나왔다.
기가 많이 허해졌다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말라고 하는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나.
신경 쓰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인데.
사업 하나하나 고민하는 것 자체가 나도 모르게 받는 스트레스였다.
어쨌든 당분간 몸에 신경 썼다.
나를 위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 가족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를 믿고 따르는 드림 그룹과 드림 컴퍼니 등 수많은 사람을 위해서.
내게 문제가 생기면 그들에게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내가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
“이 회장. 내가 특별히 구한 산양 산삼이야. 이거 돈 주고도 쉽게 구할 수 없어.”
한 달 한 번 있는 점심 식사 모임에서 선견 그룹 최현종 회장이 내밀었다.
“걱정해 주시는 것은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우리 그룹에 스파이라도 심어 놓으셨나요?”
최현종 회장이 웃었다.
“어떻게 알았나? 사방이 우리 이선수 회장을 걱정하는 스파이야.”
진짜인가 싶었다.
엘아이 그룹 고한평 회장이 끼어들었다.
“우연히 알게 됐어요. 최 회장이 가는 한의원에 이 회장이 갔더군요.”
유명한 그룹 회장들도 찾아가는 한의원이라고 하더니.
최현종 회장도 그들 중 한 명이었나 보다.
“그러는 고 회장은 안 가나? 고 회장도 거기 단골이잖아.”
“크흠.”
고한평 회장이 고개를 돌렸다.
태평 그룹 김우정 회장은 웃으며 내게 꽤 큰 상자를 내밀었다.
“이거 공진단입니다. 우리같이 수시로 상황을 판단하고 계산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죠.”
들어는 봤다.
머리를 맑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나?
하지만 그것보다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을 더 먼저 들었다.
일반적인 공진단은 한 알에 3만 원 정도지만, 최고급 약재를 사용한 것은 한 알에 30만 원도 한다.
특별히 주문 제작한 것이니까.
“300알 들었으니까. 하루 한 알 먹으면 됩니다.”
“괜찮습니다. 한약 먹는 것이 있어서요.”
아무리 봐도 최소 30만 원짜리 공진단 같았다.
300알이면 9천만 원이다.
“먹는 한약과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그런 겁니다.”
내가 자꾸 거절하려고 하자 김우정 회장은 씨익 웃었다.
“이 회장이 드시는 한약재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냥 먹어도 된다고 해요. 더 효과가 있다고도 하네요.”
이 말은 내가 한약을 지은 한의원에서 공진단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가 어떤 한약을 먹는지 모른다.
“안 받으면 섭섭합니다. 최 회장님 선물은 받고 내 것은 안 받으면…….”
이렇게 말하면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산양 산삼은 사실 혹했다.
나만 먹을 것이 아니라 아내와 어머니도 같이 먹어도 되니까.
생각해 보니까 공진단도 같이 먹으면 되네.
모자라면 돈 주고 더 주문하면 되지.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하. 그래요.”
그냥 이런 선물만 받기는 조금 그런데.
그리고 어차피 오늘 식사 모임에서 조금은 경고하려고 했다.
어떻게 손을 써 보기도 전에 급격하게 일어나는 세계 금융 위기.
사실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잘 모른다.
꿈에서는 그런 것을 신경 쓸 정도로 여유롭게 살지 못했다.
하루하루 살기가 바빴으니까.
그리고 최근에 꾸는 꿈은 무언가 달랐다.
예전처럼 자세한 것을 알려 주지 않았다.
마치 경고하거나 내가 알아서 판단해 결정하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세 분은 현재 국제 정세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내 질문에 세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나를 쳐다봤다.
“왜 그렇게 쳐다보십니까?”
최현종 회장이 말했다.
“이 회장이 먼저 이렇게 말한 적이 없으니까. 혹시 어떤 일이라도 일어나는 것인가?”
이것도 생각해 보니 최현종 회장의 말이 맞았다.
내가 먼저 이런 식으로 질문한 적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유도하거나 했지.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고한평 회장이 말했다.
“이 회장이 말을 꺼냈을 때는 확실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겁니까?”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드림 그룹은 당분간 사업 확장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김우정 회장이 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업 확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자금을 보유하겠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김우정 회장이 더 심각해진 이유가 있었다.
태평 그룹은 IMF를 넘기고 안정화가 되자 다시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처럼 장부 조작을 하지는 않았다.
그럴 수도 없고.
어쨌든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항상 위험성이 따른다.
그 위험성을 감수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선수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태평 그룹이 위험성을 감수한다고 해도 큰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자금을 풀어야 할 수도 있었다.
필요한 곳이라면.
“어쨌든 이선수 회장께서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겠죠. 고마워요.”
고한평 회장은 진심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삼두 전자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 같던데요. 혹시 아십니까?”
고한평 회장이 내게 어떤 정보를 주려는 것 같았다.
“심상치 않다니요?”
“반도체는 더 확장하고 핸드폰은 신형 모델 출시를 빠르게 한다고 합니다.”
그냥 삼두 전자의 의도가 보였다.
가뜩이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낮은 드림 전자다.
삼두 전자가 반도체를 확장하면 드림 전자 점유율이 더 낮아진다.
또한, 신형 모델의 출시가 빨라지면 드림 전자의 핸드폰은 구형이 되어 버린다.
간신히 따라잡은 핸드폰 매출도 다시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따라잡지 못하고 러시아 매출로 따라잡았다.
“드림 그룹과 여러 가지로 부딪치는 것 같던데요. 이번에는 작정한 것 같습니다. 우리 엘아이 전자도 긴장하고 있어요.”
건설이나 중공업 부분에서 삼두 그룹과 경쟁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경쟁자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건설은 이번 중국 일로 다시 앞서겠지만.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 회장께서 주신 정보에 비하면 보잘것없죠.”
드림 전자는 삼두 전자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할 것 같았다.
* * *
드림 그룹 자체 정보망도, 드림 전자도 삼두 전자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삼두 전자가 조용히 움직여서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삼두 그룹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드림 전자는 내가 가져온 정보를 가지고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야 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박찬우 사장에게 그룹에서 신규로 추진하는 사업을 자제하게 했다.
현금 보유를 늘리라는 지시도.
동시에 싱가포르 드림 컴퍼니 이정석 선배에게도 과도한 확장과 투자는 당분간 하지 말라고 했다.
이미 정해져 있는 투자 이외의 신규 투자는 중지됐다.
그리고 나는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듣고 진짜 시작이라는 것을 알았다.
* * *
2007년 4월.
세계 금융 위기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었다.
미국에서 시작됐다.
IMF처럼 동남아 국가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미국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미국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전 세계의 문제가 된다.
그래서 미국의 사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 신청한 것 어떻게 생각해요?”
나는 박찬우 사장에게 물었다.
“미국 2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가 파산을 신청한 것이 의외이긴 합니다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대부분 이렇게 생각했다.
왜냐.
“어느 정도 여파는 있겠지만, 미국 정부가 개입할 테니까요.”
지금까지 문제가 생기면 미국 정부가 항상 개입했다.
달러를 찍어 내면서까지.
“그럴까요?”
내 의문에 박찬우 사장이 물었다.
“회장님 생각은 다르신가요?”
“일단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성격부터 생각해 보죠.”
“알고 있습니다.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용 등급이 높았다면 일반 은행에서 대출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낮으니 높은 이자를 내고 은행이 아닌 다른 곳에서 대출을 받은 것이다.
이 담보 대출은 세계 각국의 투자자에게 판매됐다.
아주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주택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었으니까.
대출을 받은 사람에게 문제가 생겨도 오른 주택 가격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미국이었다.
“그 신용 등급이 문제라는 생각은 안 드나요?”
“물론, 문제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주택 가격 상승이 그 단점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박찬우 사장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상쇄하지 못한다면요?”
박찬우 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다면 큰 문제가 되겠지요. 하지만 미국 정부가 개입할 테니 그 문제는 곧 없어질 것입니다.”
아직 박찬우 사장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았다.
하기는 이제 시작이니까.
“그렇군요. 하지만 우리 드림 그룹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움직입시다.”
박찬우 사장의 표정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