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228)
꿈꾸는 재벌 229화(228/249)
229. 협상의 밀당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갔다.
내가 도착한 것을 알리자 알 왈레드 왕자가 바로 만나자는 연락을 했다.
그가 보낸 차량을 타고 왕궁인지 저택인지 모를 곳으로 갔다.
그리고 꽤 깊숙한 곳까지 가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단둘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도 방 안의 인테리어는 화려했다.
“알 왈레드요.”
“이선수입니다.”
“드림 컴퍼니의 실질적인 주인을 만나서 무척이나 반갑소.”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사실인데…….”
알 왈레드 왕자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정도 사실은 알 정도의 정보력은 있소.”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단둘이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왕자님.”
알 왈레드 왕자는 음료를 직접 따르더니 내게 가져왔다.
“굳이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 하면서 시간을 버릴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그런 생각이라면 나도 좋다.
“어차피 이선수 회장이 원하는 것은 씨티그룹 지분 아닌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하는 것은 비호 장갑차고요.”
“그렇기는 한데… 저울이 안 맞는 것 같아서.”
“저울이 안 맞다니요?”
“씨티그룹 지분이 더 무겁다는 것이지. 비호 장갑차와 비슷한 성능을 지닌 무기는 다른 나라에도 있고.”
사실 그랬다.
유럽이나 미국도 비슷한 무기가 있기는 했다.
“그럼 다른 나라에서 사시면 되는 것을 왜 만나자고 한 겁니까?”
이런 정도로 절대 움츠러들지 않는다.
“왜라고 생각하나?”
대답을 질문으로 하겠다?
나는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 주지.
“비용 그리고 성능이겠죠. 유럽이나 미국에서 제안한 비슷한 성능의 무기는 가격에서 두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비슷한 성능을 지녔는데 가격 차이가 두 배라면 그 누구도 사기 힘들다.
방산 비리가 있거나 다른 이유가 있지 않는 한.
“그리고 한 가지 더 정정하죠. 비슷한 성능은 아닙니다. 신형 비호 장갑차는 레이더와 미사일 성능이 더 좋죠.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요.”
현재 비호 장갑차의 성능을 따라 올 만한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 성능을 따라잡으려면 비용이 더 올라간다.
레이더와 미사일을 교체해야 하니까.
“그렇다 해도 씨티그룹 지분 가치를 생각하면 아직도 저울이 기울지 않아.”
“무게를 맞출 만한 것을 더 얹으라는 것인가요?”
“그렇지.”
처음부터 갑으로 생각하며 협상하고 있다.
이렇게 나오면 나도 내 방식대로 할 수밖에 없다.
“저는 비호 장갑차 무게가 더 나간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무게를 맞출 만한 것을 더 얹어야 하지 않을까요?”
알 왈레드 왕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씨티그룹 지분의 가치는 최소 수백억 달러야. 거기에 앞으로 얻을 이익을 생각하면 그 가치는 더 넘지.”
“그렇군요. 그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추 시설이나 정제 시설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
핵심을 찔렀네.
알 알레드 왕자가 잠시 당황했다가 다시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석유 시추 시설이나 정제 시설의 방어는 완벽하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 만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비호 장갑차를 원하는 것뿐이야.”
구차한 변명처럼 들렸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지금 이 만남은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왕자님.”
“의미가 없다니?”
“서로 가진 것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생각하는데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요.”
알 왈레드 왕자는 피식 웃었다.
“씨티그룹을 포기하는 건가? 내가 승인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도 승인하지 않을 거야.”
“그렇군요.”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
알 왈레드 왕자는 이선수가 무슨 자신감으로 이렇게 말하나 싶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최대 무기 수입국 중 하나이면서 우방국이었다.
미국 군수산업체는 미국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군수산업체가 사우디아라비아 편에 서 있는 것은 당연했다.
“씨티그룹 인수를 미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일부러 강하게 나갔다.
“제 목적은 씨티그룹 인수가 아닙니다. 다른 목적이 있죠.”
진실을 말하면서 거짓말을 섞는다.
“씨티그룹은 그 목적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입니다. 하지만 목적을 이룰 도구가 하나뿐이지는 않죠. 도구를 손에 넣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 더 쉬운 도구를 찾으면 됩니다.”
거짓말이 아닌가?
씨티그룹 인수가 실패하면 지금 모으는 주식은 나중에 되팔면 된다.
아니면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씨티그룹에 압박할 수도 있다.
최대 주주는 이것저것 요구할 수 있거든.
회계 감사라든지. 이사진 교체라든지.
“그래서 씨티그룹을 포기하고 비호 장갑차 판매도 하지 않겠다는 건가?”
“왕자님께서 무리한 요구를 하시니까요. 신형 비호 장갑차를 구형과 비슷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는 선물입니다.”
솔직히 업그레이드 비용은 많이 안 들었다.
레이더는 소프트웨어 교체고 미사일은 이미 개발해 놓은 것을 탈부착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그 사실을 알 왈레드 왕자는 모른다.
“다른 나라의 무기를 잘 살펴보시고 다시 협상하시죠. 오늘은 제대로 대화가 안 될 것 같습니다.”
나는 전혀 아쉬울 것 없다는 듯 말하며 일어섰다.
자! 이제 알 왈레드 왕자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자존심을 굽히느냐!
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이 협상을 엎어버리느냐!
그 어떤 선택을 해도 나는 상관없었다.
진심이었다.
아쉬운 것을 드러내며 질질 끌려다니는 협상을 하기는 싫었다.
“잠깐만!”
알 왈레드 왕자는 이선수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협상을 깨려 하는 것을 알았다.
이선수의 말과 행동에서는 그 어떤 위화감도 없었다.
“멈춰.”
계속 나가려는 이선수의 앞을 가로막았다.
“진짜 이렇게 끝내는 건가?”
“왕자님이 어떻게 하시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대등한 무게로 대화를 하면 몰라도요.”
지금 이선수를 보내면 언제 다시 이런 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 몰랐다.
알 왈레드 왕자 자신의 일정도 그렇지만.
이선수가 쉽게 만나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씨티그룹 주식이 이선수에게 더는 쓸모없는 패가 될 수도 있으니까.
“좋소. 대등하다고 합시다.”
말투가 바뀌었다.
“씨티그룹 주식을 어떻게 해 주기를 원하는 거요?”
이제는 직설적으로 나오네.
“현재 주가로 팔아 주시면 좋죠.”
알 왈레드 왕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씨티그룹 주식을 샀을 때 가격은 평균 400달러였다.
지금은 1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
“그건 어려운 조건이요. 50달러 이상은 받아야 하지.”
알 왈레드 왕자는 솔직하게 말했다.
앞으로 씨티그룹 주가가 최소 50달러 이상은 회복한다고 예상했다.
“그렇군요. 그럼 씨티그룹 주식은 포기하겠습니다.”
알 왈레드 왕자는 어이가 없었다.
화가 나려고까지 했다.
그가 화를 내려는 순간.
“그리고 비호 장갑차와 비호 복합 장갑차는 제안한 대로 사우디아라비아에 판매하겠습니다.”
“…….”
화가 쏙 들어갔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애써 추스르고 말했다.
“씨티그룹 주식이 필요한 것 아니오?”
“필요합니다.”
“그런데 왜?”
“씨티그룹 주식을 50달러나 주고 살 수는 없습니다. 대신 알 왈레드 왕자님의 호의를 받고 싶습니다.”
알 왈레드 왕자는 이선수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았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그것도 좋은 생각이오. 나 역시 씨티그룹 주식을 고작 1달러에 팔기는 부담이거든.”
알 왈레드 왕자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평균 400달러나 주고 산 씨티그룹 주식을 1달러에 팔 수는 없었다.
고스란히 손실로 잡힐 테니까.
하지만 이미 손실인 주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다고 해서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이선수 회장! 당신 정말 사람을 들었다가 놓는 재주가 뛰어나오.”
알 왈레드 왕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협상을 깰 것처럼 해서 사람을 안달나게 하더니.
지금은 협상과 관계없이 필요한 것을 줄 것처럼 했다.
고마움까지는 아니겠지만, 호의를 가질 정도는 됐다.
“그리고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화물기로 2대는 바로 보내겠습니다. 8대는 화물선으로 보내고요.”
또 놀랄 수밖에 없었다.
“10대를 바로 납품할 수 있다는 거요?”
“네. 사우디아라비아 테러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빨리 필요할 것 같아 준비했습니다.”
이건 감동이었다.
“이 조건을 빨리 말하지 않은 것이오? 그랬다면 조금 더 협상이 편했을 텐데.”
나는 알 왈레드 왕자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이 제안을 했다면 알 왈레드 왕자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이런 조그마한 조건 가지고 왕자님을 압박하기는 싫었습니다.”
알 왈레드 왕자의 눈빛이 변했다.
무언가 그윽해지는 것이 조금 징그러웠다.
“이거…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요. 이선수 회장이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으니. 그러고 보니 이선수 회장이 이런 사람이었으니 러시아나 중국이 이선수 회장 편을 들겠지.”
내가 어떤 사람인데?
“호의에는 호의로 답해야 하는 것! 씨티그룹 인수를 반대하지 않을 거요. 그리고 이선수 회장 요청이라면 씨티그룹에서 어떤 일을 하든 편을 들어줄 것이고.”
돈 안 쓰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유한 주식 8%를 내 편으로 만들었다.
비호 장갑차를 팔아서 돈도 벌고.
일석이조인가?
“감사합니다. 왕자님.”
“우리 지금부터 딱딱한 이야기는 하지 말고 식사나 합시다. 솔직히 궁금한 것이 많아요.”
“궁금한 것이요?”
“이선수 회장은 어떻게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서 현 러시아의 대통령 푸틴을 만날 생각을 한 겁니까? 그때는 그저 그런 한 명의 지방 정치인이었을 텐데.”
미래를 알아서요.
그렇게 말하면 미친놈 취급 하겠지?
“운이 좋았습니다.”
“운으로는 말이 안 되지. 정말 궁금해요. 한국의 드림 드룹도 모자라서 싱가포르의 드림 컴퍼니까지.”
어째 조금 귀찮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지금 느낌이 한 달마다 하는 점심 모임의 회장들을 만나는 것 같거든.
“갑시다. 내 오늘 다른 일정을 미루는 일이 있더라도 이선수 회장과 많은 대화를 할 겁니다.”
거절하면 삐치겠지?
이건 거절할 수가 없네.
“네. 왕자님.”
나는 알 왈레드 왕자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갈 수밖에 없었다.
* * *
이슬람 국가라 술을 마시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대신 말이 많았다.
더군다나 알 왈레드 왕자 한 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왜 이렇게 친척이 많은 것인지.
부인도…….
거의 4시간에 걸친 식사 자리를 끝내고 다음 날 비호 장갑차 40대 계약을 진행했다.
1차 물량이었다.
2차로 40대를 더 구매하기로 MOU까지 작성했다.
그 일정에 알 왈레드 왕자가 직접 나섰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같이 계약서와 MOU 증서를 들고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박찬우 사장이 기쁜 소식을 내게 전했다.
* * *
“미국 정부에서 씨티그룹 인수를 승인했습니다. 조건을 받아들이겠다고 합니다. 회장님.”
“알 왈레드 왕자가 빨리 처리했나 보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비호 장갑차를 빨리 보내준 것이 더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역시…….”
이선수가 사우디아라비아로 가기 전 비호 장갑차를 납품할 준비를 하란 지시에 조금은 의아해했다.
아직 계약도 하지 않았는데.
“알 왈레드 왕자는 우리 손을 들어줄 테고…….”
남은 것은 확보한 주식이었다.
나는 전화기를 들었다.
이정석 선배에게 전화했다.
“형.”
[어이쿠. 회장님!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가서 알 왈레드 왕자님 꼬셨다면서?]“벌써 거기까지 소문났어?”
[그래. 소문났다. 알 왈레드 왕자 지시라고 하면서 원유 입찰에서 킹덤이 빠졌더라.]알 왈레드 왕자가 또 다른 선물을 준 것 같았다.
[뭐 거기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 납품하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경쟁하지 않는 것만으로 우리에게는 이익이지.]납품 가격을 더 싸게 제시하지 않아도 되니까.
[씨티그룹 인수도 승인났고.]“그것도 알아?”
[벌써 미국에 소문나기 시작했다. 주가가 오르고 있어.]며칠이나 됐다고.
하기는 이런 정보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으니.
“얼마나 모았어?”
[다 합치면 32% 정도?]알 왈레드 왕자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8%까지 합치면 40%나 된다.
[미국 정부와 관계자가 보유한 주식까지 넘겨받으면 45% 정도 될 거다.]씨티그룹을 완벽하게 인수할 수 있다.
“얼마나 들었어?”
[90억 달러 정도? 싸게 매집했지.]이정석 선배가 고생 좀 했다.
회사 여러 곳을 이용해 분산 매입하면서 주가가 올라가지 않도록 조정했으니까.
[그래도 500억 달러는 더 들거다.]미국 정부와 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넘겨받고 450억 달러의 공적자금은 돌려줘야 했다.
그 금액을 말하는 것이다.
“600억 달러는 안 넘네.”
[그래. 안 넘는다. 600억 달러가 누구 집 개 이름이냐?]“나중에 더 큰 돈이 된다니까.”
[알았어. 그럼 인수 들어간다.]“그래.”
씨티그룹 인수의 주체는 싱가포르 드림 컴퍼니다.
이정석 선배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하나의 발판이 준비됐다.
조금씩 살피며 내가 원하는 기업이 매물로 나오거나 주가가 하락했을 때 집어삼킬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