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229)
꿈꾸는 재벌 230화(229/249)
230. 네 생각이나 내 생각이나 같다
2009년이 됐다.
2008년은 지나갔지만, 세계 금융 위기는 지나간 것이 아니었다.
2008년 말에도 포드와 크라이슬러에 1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법률안을 미국 하원이 통과시켰다.
하지만 상원에서 부결시켜 실행되지는 않았다.
이런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직도 금융 위기로 인한 여파가 기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원래는 GM도 포드와 크라이슬러처럼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인수한 것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일찍 팔아 치운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GM은 금융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경쟁가자 위기에 빠졌으니까.
그렇다고 다 GM 같지는 않았다.
세계 대부분의 기업이 위기를 겪고 있었다.
금융 위기 때문에 소비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계 금융 위기가 아니었다면 쉽게 도전하지 못했을 퀄컴을 삼두 그룹 이민욱 회장이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 * *
삼두 그룹 이민욱 회장이 왜 퀄컴을 눈여겨봤느냐를 알려면 퀼컴에 대해 알아야 했다.
퀄컴은 AP(Application Processor)를 생산한다.
AP란 중앙처리장치로, 모든 데이터들을 처리하는 장치다.
컴퓨터를 생각하면 CPU다.
핸드폰 안에 들어가는 아주 작은 칩 하나.
이것이 핸드폰의 성능을 결정했다.
그리고 퀄컴은 2008년 4분기에 스냅드래곤이라는 칩을 공개했다.
처음 공개한 초기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1GHz이상의 작동 속도를 보였다.
더 관심을 끈 것은 낮은 전력 사용량이라는 것이다.
배터리 소모가 적어진다.
핸드폰 제조 업체라면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 * *
“우리 삼두 전자가 퀄컴 칩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지?”
“생산량의 약 60% 정도입니다.”
나머지 40%는 삼두 전자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칩을 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비교하면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스냅드래곤과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잡을 수 있나?”
삼두 전자 기술 이사는 어렵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저었다.
“현재로서는 힘이 듭니다. 1년 정도면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만…….”
1년 동안 퀄컴도 놀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 나은 칩을 설계하고 만들어 낼 것이 분명했다.
“너무 늦어. 엘아이 전자와 드림 전자도 퀄컴 칩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성능에서 차이가 나지 않아.”
지금까지 삼두 전자가 핸드폰 분야에서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성능이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나오기 전까지는 제조 비용 대비 성능이 더 뛰어났다.
하지만 그 차이가 사라질 수 있었다.
이민욱 회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핸드폰 반도체 분야에서 드림 그룹과 엘아이 그룹이 따라오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렇게 해야 핸드폰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퀄컴이 다음 칩은 어떤 것을 개발하고 있는지 알아봐.”
“네, 회장님.”
기업 비밀이기는 하지만, 삼두 전자 역시 반도체 회사다.
퀄컴이 어떤 방향으로 기술 개발을 하는지 정보를 조금만 얻어도 추측할 수 있었다.
기술 이사가 나간 뒤 이민욱 회장은 주먹을 쥐었다.
“퀄컴 지분을 확보해야겠어.”
지분을 확보하면 퀄컴의 기술을 이전받는 것은 물론, 공동 개발도 가능했다.
이민욱 회장은 퀄컴의 지분을 적게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최소 경영권을 흔들 수 있을 정도로 확보할 생각이었다.
잘하면 인수까지 할 수 있다.
그동안 이런 기회를 위해 삼두 그룹은 자금을 비축해 왔으니까.
“15조 원…….”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자금이었다.
조금 더 무리하면 25조 원까지 가능했다.
현재 퀄컴의 가치는 120억 달러.
한화로 15조 원 정도였다.
이민욱 부회장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 * *
“그러니까. 퀄컴의 새로운 칩셋을 사용하면 삼두 전자의 핸드폰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죠?”
내 질문에 드림 전자 이성준 사장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회장님.”
이성준 사장이 별도로 내게 보고하는 이유가 있었다.
씨티 그룹을 싱가포르 드림 컴퍼니 인수가 결정되면서 나는 드림 전자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회사 목록을 가져오라고 했다.
사실 내가 생각해 놓은 회사 목록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현재 실무자인 이성준 사장이 생각하는 것을 가장 먼저 인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퀄컴이 작년에 선보인 스냅드래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성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핸드폰을 오래 사용하면 뜨거워지는 것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스냅드래곤의 전력 소모가 적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부담도 적어지니 발열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 번 충전하면 더 오래 사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퀄컴이 스냅드래곤을 우리 드림 전자에 배정을 얼마 안 한다는 것입니다.”
퀄컴의 최대 고객 중 하나는 삼두 전자였다.
핸드폰 판매량이 많으니 당연했다.
퀄컴이 삼두 전자의 경쟁자인 드림 전자나 엘아이 전자에 스냅드래곤을 많이 판매할 수는 없었다.
“신제품이라 생산량이 얼마 안 된다는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스냅드래곤은 작년 4분기에 공개한 것이다.
신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기존의 생산 설비를 교체해야 가능한 일이다.
구형 칩 생산 설비를 신제품 생산 설비로 교체하는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신제품이 어느 정도 판매될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 무턱대고 생산 설비를 늘릴 수도 없었다.
“이 사장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네, 회장님.”
“퀄컴이 만드는 AP가 어디까지 발전할 것으로 생각하나요?”
“무슨 말씀이신지?”
“현재는 일반적인 연산 처리 정도만 하지 않나요? 앞으로는 연산만 아니라 하나의 AP로 그래픽도 처리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요.”
이성준 사장은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입니다. 퀄컴뿐만이 아니라 우리 드림 전자나 삼두 전자 역시 하나의 칩셋… 아니, AP로 CPU는 물론, GPU(그래픽처리장치)까지 가능하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픽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별도로 넣어야 하는 Wi-Fi, GPS, 블루투스까지 하나의 칩셋으로 가능해진다.
“그 기술이 가장 뛰어난 곳이 현재 퀄컴 맞나요?”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회장님.”
“부끄러울 일은 아니죠. 우리도 반도체 연구는 열심히 했잖아요.”
이선수의 말대로 드림 전자도 나름대로 반도체에 투자를 많이 했다.
하지만 기술력은 쉽게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랬다면 삼두 전자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사용해야 하는 고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퀄컴은 드림 전자에 얼마나 준다고 합니까?”
“연 15만 칩 정도입니다.”
그냥 사지 말라는 것과 같았다.
같은 모델 기종인데 15만 대는 성능이 뛰어나고 나머지는 성능이 떨어진다.
누가 드림 전자 핸드폰을 믿고 살까.
슬슬 러시아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 때문에 핸드폰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드림 그룹의 이름 덕분에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냥 드림 전자 핸드폰이라면 일단 사고 본다.
통화만 되면 되니까.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을 확보하지 못하면 삼두 전자에 또 밀리는 것은 당연한가요?”
이번에는 이성준 사장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고개만 푹 숙였다.
“그렇군요.”
대답하지 않아도 답을 들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퀄컴을 인수하죠.”
숙여진 이성준 사장의 고개가 빠르게 올라왔다.
“퀄컴을 드림 전자가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드림 전자가 할지 드림 그룹이 할지 아직 모릅니다. 아니면 다른 회사가 할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퀄컴을 인수해 드림 전자에 스냅드래곤 칩을 제대로 공급하는 것은 물론!”
이성준 사장의 눈이 반짝였다.
기대하는 말을 들려줘야겠지?
“기술 확보도 될 겁니다. 결국에는 드림 전자가 퀄컴을 계열사로 둘 테니까요.”
“정말이십니까?”
퀄컴이 드림 전자 계열사가 안 되도 상관없기는 했다.
어차피 인수하게 되면 이사진부터 싹 바꿔서 기술 이전이나 제공에 문제가 없게 할 테니까.
“네.”
이성준 사장은 이선수가 ‘진짜로 퀄컴을 인수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먼저 들었다.
이선수가 씨티 그룹을 인수하면서까지 사전 준비를 해 놨다는 것을 몰라서였다.
싱가포르 드림 컴퍼니가 씨티 그룹을 인수한 것을 아는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드림 전자는 스냅드래곤 칩에 맞춰 신제품 개발만 끝내 놓으세요.”
“알겠습니다.”
스냅드래곤 칩만 확보된다면 더 뛰어난 성능의 핸드폰을 만들 수 있었다.
발열과 처리 속도 문제로 더 얇은 핸드폰 액정도 사용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이성준 사장이 나갔다.
이제 슬슬 준비해야겠네.
* * *
삼두 그룹 이민욱 회장은 두 가지 방법으로 퀄컴에 접근하기로 했다.
첫 번째는 주식 매집이다.
두 번째는 적극적 인수다.
적극적 인수란 퀄컴 경영진에게 인수 의사를 밝히고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주식을 사는 것이다.
물론, 현재 주식 가격보다 더 많이 줘야 했다.
하지만 시장에 풀린 퀄컴의 주식만으로는 경영권 확보가 어려웠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퀄컴의 주식은 35% 정도만 개인이 사고팔 수 있었다.
나머지 65%는 퀄컴의 현재 경영진과 전 세계 기관 투자자가 가지고 있었다.
더 자세히 보면 퀄컴의 경영진과 관계자가 28%를.
기관 투자자가 37%를 가지고 있었다.
이민욱 회장은 자신이 직접 퀄컴의 경영진과 만날 계획이었다.
* * *
[퀄컴부터냐?]“어. 현재 드림 전자에 먼저 필요한 기술을 퀄컴이 가지고 있어.”
[주식 매입 시작할게.]현재 퀄컴의 주식은 38달러 정도였다.
50달러 넘던 퀄컴의 주식이 38달러로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IT 업계인 데다가 스냅드래곤 공개에 따라 주가가 많이 회복됐다.
“그래. 시작해 줘. 그리고 내가 무슨 말 할지 알지?”
[무슨 말? 말 안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아냐?]“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까 최대한 많이 확보해 달라고.”
전화기 넘어로 이정석 선배의 웃는 소리가 들렸다.
[450억 달러 상환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다.]어이가 없어서 웃었나 보다.
미국 정부와 약속한 공적 자금 450억 달러는 씨티 그룹 인수가 마무리되자 바로 상환했다.
[100억 달러 더 쓰면 될까요? 이선수 회장님?]한화로 13조 원 정도다.
“그냥 돈 주고 사겠다는 거지?”
[그게 더 빠르지 않을까? 경영진하고 그 관계자 주식만 10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하면 될 것도 같은데.]우연인지 몰라도 이정석은 삼두 그룹 이민욱 회장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것도 한 방법이겠네. 그래도 모르니까 주식은 최대한 매입해 줘.”
[알았어. 퀄컴 분위기도 한번 살펴볼게. 잘하면 굳이 시장에서 주식 가격 높여서 살 필요 없을지도 몰라.]“알았어. 그래도 주식은 매입해.”
[한다, 해.]“고행해요.”
[매번 고생하라고 하면서 주는 것 하나 없냐?]“연봉 어마어마하게 가져가잖아.”
[그건 맞지.]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 싱가포르 급여 통장에는 얼마가 들어 있을까?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드림 그룹에서 나오는 급여만으로 충분했으니까.
“형.”
[어.]“내 급여 통장 있지?”
[어?]뭐지?
왜 당황하지?
[있겠지? 너 설마 지금까지 드림 컴퍼니 급여 통장 확인 안 하고 있었냐?]“확인 안 했어.”
[미쳤네. 급여 인상할 때마다 승인은 하고 진짜로 받았는지는 확인도 안 해?]“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서…….”
[야! 내가 작년에 확인한 것만 12억 달러야!]“그걸 형이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기는! 여기는 세금 처리 안 하냐?]싱가포르 급여의 세금은 드림 컴퍼니과 계약한 회계 법인에서 처리했다.
그리고 세금 납부는 자동이체가 되어 있어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너 회계 보고서는 그냥 대충 보는 거냐?]싱가포르 드림 컴퍼니 회계 보고서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양이 많았다.
관련된 회사가 좀 많아야지.
“회계 보고서에는 총 급여만 나와 있잖아. 세부 급여는 모르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얼마가 있든 상관없지 않나?
어차피 드림 컴퍼니 자체가 내 것인데.
[빨리 확인해 봐. 언제부터 확인 안 했는데?]“한 10년 넘었을걸?”
[…….]이정석은 황당했다.
10년이 넘었으면 드림 컴퍼니 초기라고 봐야 했다.
[야, 전화 끊어 봐.]“왜?”
[너 지금 당장 싱가포르 와서 확인 못 하잖아.]“그렇지?”
[10년 치 급여 내역 뽑아 보면 알겠지. 일단 끊어.]뚝.
전화가 끊겼다.
한 시간 뒤 이정석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내 급여 통장에 200억 달러 넘게 있단다.
이정석 선배가 싱가포르 중앙은행에 확인까지 했다.
역시 인맥이 좋아.
그리고 이정석 선배가 싱가포르 중앙은행장에게 한마디 했다고 했다.
어떻게 10년 넘게 돈만 계속 쌓이는 데도 아무런 말도 안 했냐고.
그랬더니 싱가포르 중앙은행장은 드림 컴퍼니 비자금인 줄 알고 조용히 있었다나?
어떻게 보면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편의를 봐준 것이었다.
귀찮게 다른 곳에 투자하라는 말도 안 하고.
어쨌든 나 진짜 비자금이 생겼다.
그것도 무려 200억 달러나.
세금 낼 것 다 낸 합법적인 돈이니 비자금이 아닌 건가?
* * *
삼두 그룹 이민욱 회장은 해외 지사 시찰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그것은 대외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민욱 회장은 퀄컴의 경영진을 비밀리에 만나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
이민욱 회장은 퀄컴의 경영진과 약속한 장소에서 만남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