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23)
꿈꾸는 재벌 23화(23/249)
23. 상대가 안 되는지 두고 봐야지
빌라를 가지라는 말에 임강민 대표도 놀랐다.
“제가 빌라를요?”
“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이환건 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허허. 그 말은 다른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뭐가 됐든 이제 이 빌라에 사는 사람이 아니니까 회장님하고 얼굴 마주 볼 이유는 없네요. 가죠.”
이선수가 진짜 가려고 하자 이환건 회장은 다급하게 말했다.
“정말 이렇게 가는 건가?”
네. 갑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찾아온 것을 보면 아쉬운 사람은 이환건 회장이다.
이환건 회장은 힘을 과시해 자신이 주도권을 잡으려 한 것이 분명했다.
그에게 끌려다닐 생각은 없었다.
“이대로 가면 협상안 승인은 시간이 더 걸릴 거야.”
솔직하게 협상안 승인에 시간이 걸리면 안 좋다.
이미 한국 정부와 협상이 끝나고 승인만 기다리는 중이라고 러시아 정부에 보고됐다.
승인이 되면 정식으로 발표하고 페트로프 대사가 협상안에 사인할 것이다.
그런데 승인에 시간이 걸리면 러시아 정부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은 빠르게 끝내야 했다.
그것을 이환건 회장도 아는 것이다.
“그럼 다른 나라와 다시 협상하죠. 러시아가 돈을 빌린 나라는 한국뿐만이 아니니까요.”
“진짜 그렇게 할 생각인가?”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경호원이 가져온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바로 출발할 수 없었다.
이환건 회장의 차와 그가 데려온 경호원들의 차가 막고 있었다.
임강민 대표가 무전기를 꺼냈다.
“뚫어.”
슈퍼 가드 소속 경호원이 탄 차가 앞으로 달려갔다.
꽝!
그냥 앞을 막는 차를 들이박아 옆으로 치웠다.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갈 만한 공간이 나왔다.
하지만 삼두 그룹 소속 경호원들이 막아섰다.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사람을 자동차로 치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경찰이 보고 있어서 더욱더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그냥 걸어가죠.”
“알겠습니다.”
차에서 내렸다.
임강민 대표와 경호원들이 내 주변에 섰다.
“지금부터 사장님 가시는 길을 막아서는 인간은 딱, 2주 동안 병원에 입원하게 해 준다.”
임강민 대표가 앞장섰다.
그의 기세는 대단했다. 삼두 그룹 경호원들이 감히 막을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그때 이환건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졌네. 이런 방법으로 만나러 온 것을 사과하겠네.”
이환건 회장은 이선수에게 가장 원초적인 힘을 먼저 보여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정치권을 움직여 이선수의 일을 방해하는 것까지.
이선수가 아무리 뛰고 날아도 자신과 삼두 그룹의 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슈퍼 가드 경호원 때문에 첫 계획부터 망쳤다.
거기에 이선수가 절대 굽히지 않을 것처럼 행동했다.
이대로 보냈다가는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을 알았다.
“잠시 시간을 내주겠는가?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만 있으면 되네. 더는 달라고 안 하지.”
어차피 빠져나가기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이환건 회장이 먼저 사과했다.
이렇게 되면 대화할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춰진 것이다.
몸을 돌렸다.
“피해보상도 하셔야죠.”
“피해보상?”
“제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차도 부서지고요.”
이환건 회장은 또 어이가 없었다.
슈퍼 가드 경호원 중에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삼두 그룹 경호원이 더 다쳤다.
그리고 차는 길을 뚫느라 그런 것이다.
삼두 그룹에서 책임질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선수의 말대로 해야 했다.
이선수와 대화하려면.
“알겠네. 섭섭하지 않게 보상하지.”
“얼마나 보상해 주실 건가요?”
“알아서 보상해 주겠네.”
“가해자가 알아서 보상해 주다니요. 그건 아니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환건 회장은 이런 일에 심력을 낭비하기 싫었다.
이선수와 대화하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다친 경호원은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한 사람당 2천만 원씩 보상하겠네. 차도 새것으로 사 주지.”
슈퍼 가드 소속 경호원은 임강민 대표를 포함해 9명이었다.
“한국 재계 순위 1위 기업의 회장님께서 좀 짜게 주시네요.”
“자네. 나 약 올리려고 이러는 건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네요.”
“그럼 계속 약 올리게. 자네가 기업인인 것처럼 나도 기업인이야. 지금 말한 보상도 과하지. 그냥 법대로 할까?”
짠돌이 영감탱이 같으니.
더는 안 통할 것 같네.
“좋습니다.”
“그래야지. 차는 자네 집에서 마실까?”
“아니요. 이사 온 집에서 마시죠.”
“하하. 그게 아직 이삿짐을 옮기지 못해서.”
“저도 집에 제대로 된 차가 없어서요.”
“믹스 커피도 없나?”
있지.
왜 없겠어.
하지만 믹스 커피 한 잔도 주기 싫거든.
내 일 방해하는 사람이 뭐가 이쁘다고.
“저 아래 커피숍 하나 있습니다.”
“오다가 봤네. 추억을 떠올리게 하더군. 그곳으로 갈까?”
“그러시죠. 차는 회장님이 사는 거죠?”
“하하. 그래. 내가 사겠네. 나도 짠돌이지만, 자네도 만만치 않군.”
이환건 회장이 먼저 움직였다.
당연히 삼두 그룹 경호원도 같이 움직이니 빌라 입구가 뚫렸다.
나는 슈퍼 가드의 경호를 받으며 약속한 커피숍으로 갔다.
* * *
호텔도 아니고 허름한 커피숍에 한국 재계 서열 1위 삼두 그룹의 회장이 앉아 있다.
물론, 커피숍 안에는 이환건 회장과 나 그리고 커피숍 주인만 있었다.
커피 두 잔을 가져오고는 경호원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갔지만.
이제 커피숍에 남은 사람은 이환건 회장과 경호원 2명 그리고 나와 임강민 대표 이렇게 5명뿐이었다.
“꽤 비싼 커피니 마시게.”
비싼 커피 맞다.
커피숍 전체를 빌린 것이니까.
“잘 마시겠습니다.”
맛은 다방 커피다.
달달한 맛이 일품인.
커피잔을 내려놨다. 이환건 회장은 커피잔에 손도 대지 않았다.
그냥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이환건 회장이 말했다.
“내가 왜 왔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해야 하나요?”
“자꾸 도발할 건가?”
“이건 도발이 아닙니다. 진짜 궁금해야 하나요?”
사실 도발이 맞지.
내가 아니라고 해도 상대방이 도발로 느낀다면 도발이다.
“간도 크군. 자네가 러시아를 등에 업었다 해도 여기는 한국일세. 한국에서 내 힘은 자네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지.”
“맞는 말이네요. 그래서 힘자랑하러 오셨습니까?”
“자꾸 삐딱하게 나가는군. 나는 자네와 좋은 이야기를 하러 왔는데.”
웃기는군.
좋은 이야기 하러 온 사람이 기를 죽이려고 폭력에 정치권을 동원하나?
당신에게만 좋은 이야기겠지.
그래도 궁금하기는 하네.
“좋은 이야기요?”
“그래. 좋은 이야기지.”
“어떤 이야기인지 들어나 보죠.”
“방위산업체 사업 우리 삼두 그룹과 손잡고 하지 않겠나?”
느낌이 왔다.
돈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숟가락 얹으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유가 이것만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삼두 그룹이 일 년 동안 버는 돈이 얼마인데.
고작 방위산업에 끼어들겠다고 이환건 회장이 직접 나서?
“혹시 소 백 마리 가진 분이 한 마리 가진 것까지 빼앗으려 하는 겁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 하지만 난 자네에게 소를 10마리쯤 줄 생각이네.”
이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치지 않고서야 자신의 소를 주지 않는다.
다른 이익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 10마리쯤 주실 겁니까?”
“자금과 인맥.”
삼두 그룹의 자금과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인맥이라면 한국에서 못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나오니 더 수상했다.
“솔직하게 말하시죠. 이제 막 시작한 방위산업체에서 얼마나 돈을 번다고 이렇게 하는 겁니까?”
이환건 회장은 웃었다.
이선수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 줘도 될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것을 파악하는 것은 자네의 역량이겠지. 자네는 정부를 상대로 사업가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내 제안이 이익이 되는 것은 확실할 텐데.”
이익이 되는 것이 확실하긴 했다.
하지만 독이 든 사과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자금과 인맥을 투자하고 경영권은 보존해 줄 수 있는 건가요?”
이환건 회장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당연하지. 하지만 이름은 우리 삼두를 걸어야 해.”
경영권은 보존하는데 이름을 삼두로 해라.
이것이 핵심 같은데.
그리고 경영권은 보존되지 못할 것 같았다.
삼두 그룹에서 투자한 돈이 족쇄가 될 것이 분명했다.
“혹시 한국을 온전히 손에 넣을 생각입니까?”
이환건 회장은 눈을 반짝였다.
이선수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자신의 욕망을 파악해서였다.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지금 회장님이 가지지 못한 것은 없다고 보거든요. 지금 있는 돈과 인맥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이제 막 시작한 방위산업체에 욕심을 내는 것은.”
평범한 방위산업체가 아니다.
러시아로부터 항공순양함과 수직 이착륙 전투기를 들여온다.
아직 중국과 일본도 없는 무기다.
그리고 이것으로부터 얻는 기술은 한국의 국방 무기에 적용될 것이다.
이 기술을 손에 쥔다면?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겠죠. 기술의 독점!”
“역시 날카롭군. 맞네. 미래 기술의 독점이지. 그렇게 된다면 그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삼두 그룹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걸세.”
지금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데 더 심해지겠지.
“어떤가 그 힘을 나와 함께 나누지 않겠나?”
지금이야 나누겠지.
하지만 나중에는 삼두 그룹을 함께 시작했던 두 사람처럼 팽 당할지도 모른다.
삼두 그룹이라는 이름은 처음 사업을 세 사람이 시작해서였다.
세 사람이 머리가 되어 하나의 머리가 쓰러져도 나머지 두 개의 머리가 버티면서 다시 일어날 때까지 기다린다.
그런 의미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하나의 머리가 나머지 두 개의 머리를 잘라 버릴 줄은 몰랐다.
“싫다면요?”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은 자네도 가지지 않아야겠지.”
“처음부터 난 가질 생각이 없었습니다. 상도의를 지켜야지요.”
“상도의?”
“한국 정부에 대가를 받고 중개해서 팔기로 한 겁니다. 판매한 상품을 이용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죠.”
이환건 회장이 웃는다.
“하하. 상도의를 지킨다? 내 미래의 이익이 더 큰 것이 확실한데도?”
딱 한마디로 대답하자면.
“양아치 소리 듣기 싫습니다.”
이환건 회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말은 내가 양아치라는 것인가?”
“아닌가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좋은 것이죠. 뭐 양아치라고 욕할 수밖에 없는 힘을 지녔으니.”
어떻게 보면 나도 양아치 짓을 한 것이다.
삼두 그룹의 공격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를 이용했다.
서로 양아치 짓을 했으니 비긴 것인가?
“생각해 보니 저도 양아치네요. 하지만 경쟁 상대에게 듣는 양아치란 말은 칭찬인 것 같습니다. 고객에게 양아치란 말을 들으면 그건 욕이지만요.”
“호오. 나를 칭찬한 것인가?”
“결론적으로 그렇네요.”
양아치 할아범아.
“그래서 결론은 서로 양아치가 되어 지닌 힘을 이용해 싸우자?”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상대가 안 될 텐데.”
“그건 두고 봐야죠.”
“야당에서 본격적으로 이 협상을 문제 삼을 거야. 지금은 내부에서 조금 더 협상해야 한다는 정도밖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주 입김을 제대로 불어 넣으시겠다는 거네요.”
“내가 가지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 러시아가 오래 기다려 줄까?”
뼈를 때리네.
“뭐 일본에 팔아도 됩니다. 아니면 중국에 팔아도 되고요.”
“그것을 한국 정부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겠나.”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가.
“한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엎어진 협상인데요.”
“한국 정부는 협상이 끝났고 승인이 조금 걸린다고 주장할 거야.”
그게 아니더라도 러시아 중앙 정부에 보고가 들어간 것 때문에 협상을 엎을 수 없다.
아니면 더 많은 이익을 줘야 한다.
“어떤 이유가 됐든. 협상이 엎어지면 자네는 한국 정부의 눈 밖에 나는 거야. 한국에서 그 어떤 사업도 할 수 없게 되지.”
“맞는 말이네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겠네요.”
이환건 회장은 또 웃었다.
“그래야겠지. 그 방법은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겠고.”
착각은 마음대로 하시고.
“꼭 그 방법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방법이 있다는 건가? 그게 뭔가?”
미쳤냐?
“그것을 알려 줄 이유는 없는 것 같네요. 방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방해 안 한다고 하면?”
안 믿습니다.
“난 바보가 아닙니다.”
나중에 하려고 했던 것인데 아무래도 지금 진행해야 할 것 같았다.
“비싼 커피 잘 마셨습니다.”
“오기로 버티지 말게나. 기다리겠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기다려도 됩니다.”
“오래 안 기다릴걸세.”
기다리지 말라니까.
아! 기다려도 되겠구나.
“좋은 소식 갈 겁니다. 회장님.”
이제 삼두 그룹과는 아예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 같았다.
뭐, 어차피 조금 일찍 일어난 일뿐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