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24)
꿈꾸는 재벌 24화(24/249)
24. 아직 한 발 남았다
이환건 회장과 만남 후 빌라가 아닌 호텔로 갔다.
일반 객실이 아닌 독채형 숙소가 있는 호텔이었다.
독채형 숙소를 2개 빌렸다.
대부분 서울 안에 있는 호텔에는 독채형 숙소가 없다. 그냥 빌딩처럼 큰 건물 안에 객실과 수영장 같은 부대 시설이 있다.
이용 요금은 조금 비싸지만, 조용하게 지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호도 그렇고.
“사장님 빌라에서 짐을 챙겨올까요?”
임강민 대표가 물었다.
“아니요. 필요한 것은 호텔에 이야기해서 살 생각이에요.”
옷 사이즈만 알려 주면 속옷부터 정장까지 다 가능했다.
“나중에 필요한 짐 뺄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빌라 명의 이전해 줄게요.”
“빌라 주신다는 말 진심이셨습니까?”
“네. 이환건 회장 앞에서 말한 건데요. 대표님 직원들도 다 듣지 않았나요?”
“그렇기는 해도…….”
“한번 뱉은 말 쉽게 바꾸지 않아요. 보너스라고 생각하세요.”
“그래도 1억은 넘게 갈 텐데요.”
“잘 가지고 계세요. 나중에 제가 다시 살 수도 있어요.”
“물론입니다.”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빌라다.
좋았던 추억의 장소가 다른 것 때문에 망가지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말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환건 회장과 대화할 때 임강민 대표도 있었다.
“정부하고 다시 협상해야죠.”
“정부가 쉽게 협상해 줄까요?”
“협상 안 하면 한국이 손해라는 것을 알려 주면 돼요.”
임강민 대표는 두 손을 모았다.
“사장님… 그냥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궁금하게 하시지 마시고.”
“아직 확실하지 않아서 그래요.”
확실하지 않기는.
확실한 일이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저는 조금 쉬고 싶네요. 입구에 경호원 두시고 대표님도 옆집에서 쉬세요.”
임강민 대표는 이선수가 혼자서 무언가를 하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들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임강민 대표가 눈치 빠르게 나갔다.
나는 전화기를 들었다.
주한 러시아 대사인 페트로프와 통화하기 위해서였다.
* * *
페트로프 대사와 통화 후 잠시 쉬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임강민 대표라면 그냥 들어올 것이다.
아니라면.
딩동.
초인종이 또 울렸다.
누군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페트로프 대사와 저녁 식사를 이곳에서 하기로 했다.
인터폰이 있는 곳으로 갔다.
임강민 대표가 보였다.
“무슨 일 있나요?”
“안기부 김영도 차장이 찾아왔습니다. 사장님.”
잊고 있었다.
이환건 회장이 빌라로 찾아왔을 때 30분 정도 기다리면 도착한다고 했었다.
길게 대화하지 않아 김영도 차장이 도착하기 전에 호텔로 떠났다.
“들어오세요.”
임강민 대표와 김영도 차장이 같이 들어왔다.
“미안합니다. 깜빡 잊었어요.”
내 말에 김영도 차장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제가 호텔에 있는 것을 빨리 알았네요.”
“안기부의 힘이죠.”
안기부는 이선수 명의의 카드가 사용되면 즉시 알 수 있게 해 놨다.
통장에서 돈이 출금되거나 항공권을 사도 그랬다.
보호 대상이면서 감시 대상이었다.
“이환건 회장과는 잘 이야기했습니다. 굳이 찾아올 필요까지는 없었네요.”
김영도 차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잘 이야기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반어법같이 들립니다만.”
“이환건 회장의 제안을 거절했으니 잘 이야기된 거죠.”
“반어법이군요. 그렇다면 이환건 회장이 더 훼방을 놓을 수도 있습니다.”
나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제가 걱정돼서 찾아온 건가요?”
“그렇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김영도 차장은 나에게 깍듯하게 행동했다.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 총리 그리고 재경부 장관 등이 이번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환건 회장이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네.
역시 재계 1위.
여당과 야당을 다 움직인다.
“14억 7천만 달러어치 무기로는 너무 비싸다는 이유입니다. 민스크 항공순양함의 경우 고철값만 주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합니다. 러시아의 어지러운 현재 상황을 이용해 더 이익을 얻어 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스윽 화가 올라오네.
그럼 당신들이 가서 협상해 보라고 하고 싶다.
그전에.
“차장님. 이런 정보를 제게 말해 줘도 되나요?”
김영도 차장이 어색하게 웃었다.
“안 되죠.”
이선수에게 정보를 누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최소 정직이었다.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도 이선수 씨에게는 알려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이선수 씨가 조금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무기 도입을 진행해 주지 않을까 싶어서요.”
“솔직하게 말해서 협상 승인이 늦어지면 다른 나라에 제안할까도 생각했습니다.”
푸틴이 정치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믿고 맡겼다.
그것도 러시아인이 아닌 한국인인 나에게.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국 정부가 안 하겠다는데.
그렇다면 한국 정부에 주기로 한 것을 다른 나라에 14억 7천만 달러 이상 받으면 된다.
한 20억 달러쯤 받아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만 되면 푸틴이 입은 타격도 회복되겠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절대 안 됩니다.”
흥분했네.
“국방부와 안기부는 이선수 씨의 협상안을 지지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민스크 항공순양함의 가치가 14억 7천만 달러보다 더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줄 계획입니다.”
“흥분하지 마세요. 생각했다는 것이지,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네요. 그런데 차장님 진짜 옷 벗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
안기부 실세 중 한 명이다. 옷을 쉽게 벗을 리가 없다.
김영도 차장이 임강민 대표를 쳐다봤다.
“슈퍼 가드에 자리 하나 만들어 들어가죠.”
그리고 다시 나를 쳐다봤다.
“아니면 비비 인더스트리에 자리 하나 만들어 주시죠.”
“제 회사에요?”
“네.”
“왜요?”
“왜기는요. 한국을 위한 일을 하는 회사이지 않습니까. 제 평생 목표는 한국을 강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기부에도 들어갔습니다.”
“아… 네.”
조금 부담된다.
안기부 차장이 회사 직원이라.
상전 같은 직원이 될 수도 있다.
“이선수 씨… 아니, 이선수 사장님. 조금 전 한 말 빈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사장님 회사에 직원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충성을 바쳐 일할 겁니다.”
“혹시 제 표정이 이상했나요?”
“솔직히 그랬습니다. 저를 못 믿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아직 표정 관리가 안 되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시죠. 오늘 일부러 찾아와서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할 일입니다. 그리고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이 다른 것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요?”
“러시아와 직접 접촉해 5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구매할 계획입니다.”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
앞으로 손을 내밀면서 뒤로는 다른 것을 준비했네.
“아무래도 차장님 스카우트해야겠네요. 잘리시면요.”
“그럴 수도 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은 김영도 차장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의 편이 아니니까.
내 편인 김영도 차장을 안기부에서 쫓아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이라도 같이하고 싶은데…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요.”
“페트로프 대사하고 말이십니까?”
“혹시 도청도 하세요?”
“그건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안 한다고 하지 않네.
“대신 이 사실이 삼두 그룹에 전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환건 회장이 모르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 주는데 진짜 안기부에서 잘리면 회사에 자리 하나 만들어야 할 것 같네.
“그럼 조용히 이번 협상을 지지하는 분들을 모시고 싶은데요.”
김영도 차장의 눈이 반짝였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힘을 더 실어 줄 제안을 할까 해서요.”
“그렇다면 조용하게 진행하겠습니다.”
김영도 차장은 이선수가 어떤 제안을 할까 궁금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나중에 풀어야 했다.
“그럼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저 역시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장님.”
김영도 차장이 내게 고개 숙여 인사한 다음 나갔다.
그러자 임강민 대표가 물었다.
“페트로프 대사가 옵니까?”
“네.”
“눈에 띄지 않게 준비하겠습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이 안에 도청 장치가 되어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온 것이라 도청 장치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 * *
도청 장치는 발견되지 않았다.
페트로프 대사와 둘이서만 숙소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었다.
그리고 페트로프 대사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다.
뭐, 페트로프 대사는 비비 인더스트리의 임원이 될 사람이니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안기부 김영도 차장이 밤 11시쯤 찾아왔다.
혼자가 아니었다.
* * *
김영도 차장과 같이 온 사람은 이한세 외무부 장관, 새로 임명된 강백 국방부 장관 그리고 김성웅 안기부장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백입니다.”
“네. 이선수입니다.”
“꽤 많은 친구가 오고 싶어 했습니다만 국군을 대표해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군은 이선수 사장님을 지지합니다.”
어떻게 보면 무서운 말이네.
“감사합니다.”
“오래간만입니다. 안기부 역시 이선수 사장님을 지지합니다.”
김성웅 안기부장까지 이런 말을 하다니.
누가 보면 쿠데타라도 일으키는 줄 알겠네.
정보와 무력을 손에 쥐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손에 쥘 수가 없는 것이지.
“이거 미안합니다. 빨리 끝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리네요.”
이한세 외무부 장관이었다.
“이미 협상이 끝난 것을 다시 하자는 것은 외교적 결례인 것을 왜 모르나 싶습니다.”
이한세 장관이 답답해하는 것이었다.
“그러게요. 누군가 욕심을 부려서 그런 것 같기는 한데요.”
이환건 회장이라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강백 국방부 장관이 말했다.
“다 늙어서 무슨 추태를 부리는 것인지. 이환건 회장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군인 출신이라 그런지 거침없네.
“이환건 회장 욕은 나중에 실컷 하기로 합시다. 지금은 이선수 사장님 말을 들어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우리가 통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김성웅 안기부장이었다.
“그러시죠. 이선수 사장님?”
외교 담당이라 그런지 먼저 나서네.
“네. 말씀드리죠. 먼저 묻겠습니다. 비비 인더스트리의 방위산업체 지위는 변함없나요?”
강백 국방부 장관이 대답했다.
“변함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 항공순양함 한 대가 더 생기면 어떨까요?”
“…….”
강백 국방부 장관의 입이 벌어졌다.
나머지도 비슷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공짜라니요. 우리 군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손을 폈다.
손가락 다섯 개다.
그것을 본 이한세 외무부 장관이 말했다.
“5억 달러나요?”
저번 협상에서 민스크 항공순양함의 가격이 5억 달러였다.
그래서 말한 것 같았다.
강백 국방부 장관이 끼어들었다.
“5억 달러라 해도 무조건 사야 합니다. 항모를 두 대나 보유한 국가가 되는 겁니다.”
강백 국방부 장관이 나를 쳐다봤다.
“혹시 수직 이착륙 전투기는…….”
“가격만 맞는다면 더 구할 수 있습니다.”
이건 푸틴에게 말하면 된다.
무기 팔라고 했으니까.
고철처럼 사용하지 않는 수직 이착륙 전투기가 아직 많았다.
“그렇다면 밀어붙일 만합니다.”
강백 국방부 장관은 흥분했다.
하지만 이한세 외무부 장관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민스크 항공순양함을 비싸게 주고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꽤 됩니다. 절반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요.”
김성웅 안기부장이 끼어들었다.
“절반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한 것은 삼두 그룹입니다. 그 말만 믿고 주장하는 겁니다.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것입니다.”
“그래도 그 주장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문제입니다. 부장님.”
서로 자기 생각을 말하고 난리 났네.
하지만 중심은 어떻게든 항공순양함 한 대 더 사려는 것이다.
“대화 중에 미안합니다.”
모두 조용히 했다.
“전 5억 달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한세 외무부 장관이 물었다.
“그럼 얼마입니까?”
“5천만 달러입니다.”
“…….”
민스크 항공순양함의 10분의 1 가격이다.
놀라는 것이 당연하지.
그 놀람도 잠시 이한세 외무부 장관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가격이면 좋지만……. 왜 민스크 항공순양함도 그 가격으로 사지 못했느냐는 말이 나올 겁니다.”
그럴 수도 있지.
“러시아 것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서 사 올 겁니다. 물론, 러시아에서 건조한 것이지만요.”
“다른 나라면 어디?”
“우크라이나입니다.”
페트로프 대사와 대화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페트로프 대사는 우크라이나와 친분이 두터웠다.
그리고 이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 수밖에 없는 말이 있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에서 항공순양함을 사지 못하면 중국이 살 겁니다.”
실제로 중국이 고철로 우크라이나에서 항공순양함을 샀다.
그리고 그것을 분해하지 않고 사용했다.
물론, 미래에 그렇게 한 것이다. 아직 고철로 팔리지 않았다.
중국의 한 업체가 조율 중이었다.
예상대로 모두 표정이 굳어지네.
어떻게 하실 것인지 결정해 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