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26)
꿈꾸는 재벌 26화(26/249)
26. 이선수가 뭐길래
이한세 외무부 장관, 김성웅 안기부 부장 그리고 강백 국방부 장관이 다녀간 후 주한 러시아 대사인 페트로프와 또 만났다.
우크라이나에서 항공순양함을 사기 위해서였다.
페트로프 대사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추천서를 써 주고 따로 연락도 해 주기로 했다.
현재 대통령인 레우드 크라우츠와도 친분이 있었다.
항공순양함 입찰은 드림 컴퍼니가 하기로 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6천만 달러의 자금을 드림 컴퍼니가 가지고 있고.
방위산업체인 비비 인더스트리가 입찰하면 고철이 아닌 무기로 이용하겠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비비 인더스트리가 항공순양함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다른 나라에 팔 수 없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이정석 선배가 바빠졌다.
한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항공순양함을 확보하는 것이 나았다.
한국 정부의 결정을 기다린 지 5일째 되는 날 김성웅 안기부장이 찾아왔다.
* * *
“이선수 사장님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김성웅 부장의 표정을 보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소식인가 보네요.”
“그렇습니다. 15일 후에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겁니다.”
15일?
협상안도 확정됐다.
정부도 협상안을 승인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았다.
“조금 늦네요. 늦어도 10일 안에는 공식 발표할 줄 알았는데요.”
“먼저 발표할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다른 중요한 일이 있나 보네요.”
김성웅 부장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청와대 비서관 교체와 몇몇 장관이 경질될 겁니다.”
느낌이 오네.
“삼두 그룹의 영향을 받는 이들을 쳐내기로 하신 거군요.”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어려운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정권이다.
고심해서 뽑은 청와대 비서관과 장관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자른다.
이거 작은 불씨가 좀 크게 번진 것 같았다.
그냥 삼두 그룹의 방해를 막으려 시작한 것인데.
어쩌면 삼두 그룹이 부채질해서 불을 키운 것일 수도 있다.
뭐, 정치적인 일은 내 소관이 아니다.
“이한세 장관이 페트로프 대사를 만나 15일 후 정식으로 발표할 것을 알리고 세부 조정을 시작할 겁니다.”
그래야지.
사실 차관 상환 협상이 끝났으니 내 손을 떠난 일이다.
인공위성 기술 이전 협상은 남았다.
하지만 이건 정부와 비비 인더스트리 간의 사업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서 항공순양함을 사는 일은 어떻게…….”
“그게 궁금해서 오신 거군요.”
“하하. 겸사겸사요.”
“진행 중입니다. 정식으로 입찰 의향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보냈습니다. 정부에서 러시아 차관 상환 협상을 정식으로 발표할 때쯤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상을 시작할 것 같네요.”
“그렇게 빨리요?”
김성웅 부장은 빨라도 몇 달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런데 이선수는 자신들과 이야기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어느 정도 진행해 놨다.
“혹시 미리 준비해 놓은 겁니까?”
그냥 웃어 줬다.
“역시 그렇군요.”
착각은 마음대로.
“대금은 5천만 달러입니다. 그거 잊으시면 안 됩니다.”
“물론입니다. 항공순양함 확보만 해 주시면 됩니다. 국방 예산으로 준비 중입니다.”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네.
“알겠습니다.”
할 이야기는 다 한 것 같다.
그런데 김성웅 부장이 무언가 말할 것이 있다는 듯 머뭇거린다.
“더 할 말이라도?”
“아닙니다. 그럼 편안하게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이선수 사장님.”
저 아련한 눈빛은 뭐지?
김성웅 부장이 돌아갔다.
그의 마지막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띵똥.
김성웅 부장이 다시 돌아왔나 싶었다.
그런데 김영도 차장이었다.
“이선수 사장님 죄송합니다만… 잠시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안기부 부장이 왔다 간 지 얼마 안 되는데 2차장이 다시 찾아왔다?
무언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시죠. 도움도 많이 주시는데.”
김영도 차장은 안기부 요원을 주변에 깔아놨다.
말 그대로 깔아 놓은 것이다. 그 누구도 함부로 접근하지 못한다.
심지어 호텔 직원도 이 숙소에 올 수 없었다.
룸서비스 음식도 안기부 직원이 중간에 받아서 왔다.
이 모든 것을 김영도 차장이 직접 지휘했다.
“감사합니다.”
김영도 차장은 안으로 들어왔다.
소파로 가서 같이 앉았다.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무슨 일로?”
“김성웅 부장님이 이번 달 말일까지 회사에 계실 것 같습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안기부장직을 내려놓으시게 됐습니다.”
확실하게 이해됐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왜요?”
대통령을 설득하고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러시아 차관 상환 협상이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비서관 교체와 장관급 인사 교체에 희생양이 되셨습니다.”
“희생양이요?”
“네. 이번에 이한세 장관과 강백 국방부 장관 그리고 일부 장군들이…….”
김영도 차장은 청와대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 줬다.
장군 진급 행사 때 그들이 이삼영 대통령을 설득한 것을.
이삼영 대통령은 그들의 말을 수용하고 한우리 총리를 설득했다.
하지만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정식 체계를 지키지 않고 이삼영 대통령을 협박과 비슷하게 압박한 것이다.
“사실을 알게 된 한우리 총리께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청와대 비서관과 장관급 인사 교체를 할 예정입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표정을 보니 이해가 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균형도 맞춰야 해서요.”
“그럼 이한세 장관님과 강백 장관님은요?”
“이한세 장관님은 러시아와의 협상 마무리 때문에 필요한 분이고 강백 장관님은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무기를 제대로 관리하는 일에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두 사람은 무사하다는 것이네.
“그럼 김성웅 부장님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물러나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선수 사장님을 만나러 온 것입니다.”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설마.
“김성웅 부장님을 우리 회사에?”
“네.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김성웅 부장님이 우리 회사에 오시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안기부 부장이셨는데.”
“지난번에 들으셨지 않으셨습니까. 자신이 잘리면 이선수 사장님 회사에 가고 싶으시다고.”
농담 아니었나요?
이렇게 물을 수는 없었다.
김영도 차장의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 보였다.
“이선수 사장님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겁니다.”
“왜죠?”
“김성웅 부장님이 후임으로 저를 추천하셨습니다. 대통령께서 승낙하셨고요.”
“그러니까 후임 부장님이…….”
“네. 접니다. 그리고 또 대통령께서 지시하신 것이 있습니다.”
“뭔가요?”
“삼두 그룹을 감시하는 것입니다.”
일반 기업을 안기부에서 감시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었다.
삼두 그룹이 국정 운영에 손을 댔다.
어떻게 보면 반역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반역으로 처리할 수는 없었다.
대신 다시는 삼두 그룹이 국정 운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삼두 그룹과 접촉한 공무원은 요직에 앉히지 않을 계획이었다.
“동시에 이선수 사장님 사업체에 불법적인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이것도 대통령님 지시인가요?”
“부장님이 확실하게 말씀하시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의도는 확실했습니다.”
지시라는 것이네.
하지만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내렸다는 것을 말할 수는 없겠지.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안기부와 유기적으로 연락을 할 사람이 필요하실 겁니다.”
“그 사람이 김성웅 부장님이라는 거네요. 부장님도 원하시는 것이 확실한가요?”
“원하십니다. 그것을 차마 자신의 입으로 내뱉지 못하시는 것뿐입니다.”
어쩐지 무언가 말하고 싶은 표정과 눈빛이더니.
“비비 인더스트리에 김성웅 부장님 같은 분이 계시면 좋긴 하죠.”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직 감사하기는 일러요.”
“왜 이르다는 겁니까?”
“고위직 공무원이었던 김성웅 부장님이 일반 회사 생활을 견딜 수 있을까요?”
“견디실 겁니다.”
“한참 나이 어린 제게 고개 숙여야 하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김영도 차장이 웃었다.
“지금도 고개 숙이고 있지 않습니까. 김성웅 부장님께서 전에 저와 식사하시면서 이선수 사장님에 대해 한 말을 기억합니다.”
무슨 말을 했길래.
“이선수 사장님은 겉으로 보기에 나이가 어리지만, 왜인지 모르게 분위기가 꽤 오랜 삶을 산 것같이 느껴지신다고요.”
움찔하게 만드네.
꿈에서 산 삶을 합치면 70대인가?
“그러시면서 계산적이지만,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한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말이 안 나오지.
그래도 나오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반박할 여지가 생긴다.
그리고 너무 욕심만 챙기다 보면 부작용이 나온다.
백 퍼센트다.
“이선수 사장님과 함께 일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도 하셨습니다.”
“그건 부하 직원이 아닌 함께 일하는 것 아닙니까.”
“부하 직원으로 일해도 이선수 사장님께서는 막무가내로 대하지 않으실 것 아닙니까.”
그건 맞지.
부하 직원이어도 나이가 많으면 사실 막 대하기가 어렵다.
“조금은 웃긴 이야기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어떤 이야기요?”
“김성웅 부장님이 책임지는 것으로 결론이 났을 때 이한세 장관님과 강백 장관님이 별도로 대통령께 찾아갔습니다.”
에이. 설마.
“혹시 서로 책임지겠다고 한 것은 아니겠죠?”
김영도 차장이 그냥 웃었다.
사실이네.
이 양반들이 장관직 때려치우고 취직하려 했네.
“저는 이선수 사장님이 허락하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생각 좀 해 보고요.”
“생각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안기부를 친구로 두는 일입니다. 사업가이신 이선수 사장님에게 큰 이익이 되지 않을까요?”
이익이 되긴 하지.
“이것은 김성웅 부장님을 만나 직접 이야기해 본 다음 결정할게요.”
당사자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결정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내가 어떤 말을 하기도 전에 김영도 차장이 일어났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장님.”
고개까지 숙인 다음 나갔다.
“하아. 어째 사업보다 더 힘든 것 같네.”
생각하지도 않았던 일이라 더 그런 것 같았다.
안기부가 삼두 그룹을 견제해 준다라.
“뭐 한국에서 사업하는 데 방해받을 일은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일단 김성웅 부장을 만나 봐야 할 것 같았다.
* * *
후웅.
퍼억. 퍼석.
“뭐가 어떻게 돼?”
이환건 회장은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소식을 받았다.
자신이 곧 경질될 것이며 러시아와 협상한 대로 차관 상환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그래서 책상에 있는 벼루를 벽에 집어 던진 것이다.
평소 마음의 안정을 위해 붓글씨를 쓴다.
“하하…….”
화를 내 봤자 변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안 이환건 회장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 청와대가 완전히 노선을 굳힌 것 같습니다.”
이민욱 부회장이었다.
“나도 안다. 내가 뿌린 돈이 얼마인데…….”
지난 대선 때 이환건 회장은 여당과 야당 양쪽에 돈을 줬다.
그 돈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도운 사람들이 청와대 비서관이 되고 장관이 됐다.
“감히 스쳐 지나가는 객인 주제에.”
이환건 회장이 마음속으로 평가하는 대통령의 지위였다.
정권을 잡고 힘이 있는 것은 임기 동안만이었다.
임기가 끝나면 또 다른 객이 그 자리에 앉는다.
“돈이 없다고 징징대는 것들이…….”
권력을 잡게 되면 항상 재벌을 휘어잡으려 한다.
목적은 돈이다.
국민을 위해 사용하든 자신들이 먹든 어쨌든 돈이다.
세금을 많이 내든 뒷돈을 주든.
그렇다고 정권에 날을 세워 드러낼 수는 없었다.
“회장님 노여움 푸십시오. 5년만 참으시면 되는 일입니다.”
이번 정권이 바뀌려면 5년이나 남았다.
“그동안 다음 정권에서는 우리 삼두 그룹을 무시할 수 없게 하겠습니다.”
“후우.”
이민욱 부회장의 말에 이환건 회장은 화를 가라앉혔다.
“왜 이렇게 됐는지.”
이환건 회장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선수가 도대체 뭐길래!”
이환건 회장이 생각하기에 이선수는 보잘것없는 개미였다.
감히 삼두 그룹과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런데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정부와 이선수를 압박하기 위해 삼두 그룹의 힘을 사용했다.
이제 정부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이래저래 손해가 컸다.
“회장님.”
이민욱 부회장이 목소리에 이환건 회장은 다시 화를 가라앉혔다.
“그래. 안다. 물러설 때를 알아야지. 지금은 물러서야지. 하지만 그냥 물러설 수는 없다.”
“무슨 말이신지.”
“이선수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철저하게 감시하고 알아내라.”
이민욱 부회장은 이환건 회장의 뜻을 눈치챘다.
“알겠습니다.”
이선수가 하는 사업을 알아내 삼두 그룹이 방해할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멍청하게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거대한 자본을 이용해 이선수의 사업을 망하게 할 계획이었다.
마음대로 될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