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27)
꿈꾸는 재벌 27화(27/249)
27. 꿈과는 다른 현실
러시아에 제공한 차관 14억 7천만 달러를 현물로 상환하겠다는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정부는 정식 발표했다.
하지만 민스크 항공순양함과 수직 이착륙 전투기에 관한 것은 빠졌다.
전차나 휴대용 미사일 같은 것은 빠지지 않았다.
대신 고철이나 다른 자원 또는 상황이 되면 달러도 돌려받는다는 조건이 들어갔다.
이렇게 한 것은 한국 정부가 요구해서였다.
인접한 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항의와 견제를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와 기술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 드러냈다.
종일 뉴스에서는 차관 상환보다는 북한에 무기와 기술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을 떠들어 댔다.
국민 대부분이 러시아가 차관을 상환하는 것보다 북한에 관한 것에 더 관심을 가졌다.
현 정권의 업적처럼 포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 * *
“이거 다 사장님이 하신 것 아닙니까. 사장님 공적은 쏙 빼놓고 지들이 다 한 것처럼 떠드네요.”
“임 대표님 그만 좀 투덜대면 안 될까요?”
정부가 공식 발표한 순간부터 임강민 대표는 옆에서 불만을 내뱉었다.
“아니. 화 안 나세요? 생각해 보세요. 이번 협상에 사장님이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이름이라도 언급해 줘야죠.”
“서로 주고받은 것이 있으니까 화 안 납니다.”
“하아. 사장님.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생색낼 것은 생색내고 살아야죠.”
나는 웃음이 났다.
“어째 저보다 임 대표님이 더 화가 난 것 같네요.”
“당연하죠. 사장님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옆에서 직접 본 사람인데요.”
“고맙네요.”
“네?”
“진심으로 저 생각해 주는 사람이 오래간만이라서요.”
대부분 이익을 위해서 생각했지.
뒤돌아보면 구포 무궁화호 탈선 사고부터 서로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그럼 제가 사장님을 진심으로 생각하지. 안 생각합니까!”
이럴 때 보면 임강민 대표가 단순한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사람을 믿고 좋아하는 그런 성향 때문에 이렇게 보이는 것 같았다.
“저 임강민 사장님과 함께하기로 한 순간부터 진심이 아닌 적이 없습니다.”
“알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조금 늦네요.”
“그러게요.”
손님이 오기로 했다.
띵동.
“왔나 봅니다.”
임강민 대표가 인터폰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어 줬다.
“사장님 저를 보시자고 했다고요.”
며칠 뒤에는 일반인이 되는 김성웅 안기부장이었다.
“네. 앉으시죠.”
김성웅 안기부장이 소파에 앉았다.
“임 대표님도 앉아요.”
“네. 사장님.”
김성웅 안기부장은 임강민 대표가 왜 앉나 싶었다.
“말을 돌려 하지 않겠습니다. 김 부장님 퇴직 후 슈퍼 가드에 취직하시죠.”
“슈퍼 가드요?”
김성웅 부장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슈퍼 가드가 임강민이 대표로 있는 경호 회사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최소한 방위산업체인 비비 인더스트리에 자리를 마련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
조금은 자존심이 상했다.
경호 회사 대표도 아니고 취직이라니.
“괜찮습니다. 조금 쉬면서 다른 자리를 알아보거나… 아니면 그냥 쉬어도 좋습니다.”
표정이나 분위기를 보니 마음에 안 드는 것이 확실하네.
“오해하게 했다면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오해는 안 합니다. 제 위치가 그런 것을요.”
삐쳤네. 삐쳤어.
“오해하신 것 같네요. 슈퍼 가드에 취직하시란 것은 저를 적극적으로 도와 달라고 하는 겁니다.”
“적극적이요?”
“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있는 그대로 내 꿈을 말해야겠지.
“전 원래 방위산업체를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이선수의 방위산업체는 정부와 무조건 계약하는 것이 보장된 업체다.
쉽게 얻을 수 없는 그런 보장이다.
다른 방위산업체처럼 무기를 개발해 시험하고 승인까지 받지 않아도 된다.
즉, 연구 개발비 같은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삼두 그룹의 방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입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빼고 전 방위산업체 하나로 끝날 생각이 없다는 거죠.”
김성웅 부장은 느낌이 왔다.
“다른 회사도 운영하실 계획이신 겁니까?”
“네.”
“혹시… 계열사를 여러 개 둔 재벌을 생각하십니까?”
“최종 목표겠죠.”
김성웅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기간의 만남이었지만, 이선수라면 이런 꿈을 꿔도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두 그룹의 방해와 공격에 겁을 먹기는커녕 돌파할 방법을 찾아 정부와 협상했다.
또한, 정부와 협상할 때는 어땠는가.
예상한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협상안을 가져와 선택지가 없게 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를 설득할 방법도 찾아냈다.
“슈퍼 가드도 곧 그 계열사 중 하나가 될 겁니다.”
이미 임강민 대표와 이야기가 끝났다.
솔직하게 말해서 임강민 대표가 요청했다.
앞으로도 나의 경호를 위해서는 경호 회사가 필요하다고.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제대로 된 경호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
그리고 믿을 만한 경호 회사라는 것도.
“슈퍼 가드는 비비 인더스트리의 경호 및 경비도 맡게 될 겁니다.”
김성웅 부장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김 부장님이 비비 인더스트리에 들어가셔도 비슷한 일을 하실 것 같습니다. 아닌가요?”
“맞습니다. 제 전공이니까요.”
“슈퍼 가드는 앞으로 생길 모든 회사의 경호와 경비도 맡을 계획입니다. 그 중심에 김 부장님이 있는 것이죠.”
이제는 눈이 반짝이네.
“슈퍼 가드의 대표는 그대로 임강민 대표가 맡을 겁니다. 김 부장님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게 고문 또는 이사 정도의 직함으로 일하셨으면 합니다.”
김성웅 부장은 이선수의 의도를 단번에 이해했다.
그리고 그동안 생각해 왔던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비비 인더스트리에서 진행하려던 것이 있었습니다.”
마치 비비 인더스트리에 이미 갈 것이 예정됐던 것처럼 말하네.
“대부분 기업이 그렇겠지만, 방위산업체인 비비 인더스트리는 더욱 보안이 철저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산업 스파이…….”
김성웅 부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외국 정보기관의 스파이부터 국내의 다른 방위산업체의 스파이까지.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해서 구성해야 한다.
“전 안기부 요원과 퇴직을 앞둔 요원 등의 명단을 작성 중입니다. 가장 큰 목적은 비비 인터스트리의 경호 및 경비 그리고 보안이지만, 다른 업체나 스파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김성웅 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분야에 전문가이니까.
“이것을 슈퍼 가드에서 이선수 사장님의 모든 회사에 적용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내 편 들어준 것도 있어서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하길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김 부장님 생각은 제 회사 안에 정보부를 만드는 건가요?”
“쉽게 말해 그렇습니다. 김영도 차기 부장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다고 약속했습니다.”
안기부까지 등에 업으면 개인 정보부로서는 최고겠네.
“합법적인 일만 하지는 않겠죠?”
김성웅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겠지만, 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건 맡겨야겠지.
“알겠습니다. 곧 슈퍼 가드를 정식으로 인수할 예정입니다.”
“언제쯤…….”
“부장님 퇴직하고 얼마 안 걸릴 겁니다. 아마 우크라이나에서 결정될 때쯤?”
“괜찮군요. 그래도 퇴직하면 먼저 나와서 일하겠습니다.”
“쉬지 않으시고요?”
“바쁘게 일하다가 쉬면 병납니다. 제가 체질이 그렇습니다.”
“부장님 이야기는 끝났고…….”
임강민 대표를 봤다.
“어때요?”
이미 임강민 대표에게는 김성웅 부장을 회사에 취직시키겠다고 말했다.
임강민 대표가 옆에 앉은 이유는 김성웅 부장이 제대로 일할 사람인지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사장님 판단이 곧 제 판단입니다. 그리고 역시 사람을 잘 고르신 것 같습니다.”
임강민 대표가 걱정하는 것은 김성웅 부장이 안기부장이었던 것을 내세워 권위만 가득한 사람일지도 모른다였다.
하지만 김성웅 부장의 말을 들어보니 그 걱정은 기우였다.
어떻게 일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김 부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도 잘 부탁해요. 임 대표.”
김성웅 부장은 나름대로 임강민 대표에게 예의를 지켰다.
임강민 대표도 그것을 알았다.
“그럼 김 부장님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을 축하하면서 저녁이라도 할까요?”
김성웅 부장은 활짝 웃었다.
“좋습니다.”
“바로 룸서비스 가져오라고 하겠습니다.”
“제가 승낙할 것을 알고 준비하셨나 보군요.”
일하고 싶다고 했는데 안 할 가능성은 적다.
“승낙 안 하시면 작별 식사였습니다.”
“하하. 사장님.”
“농담입니다.”
“저도 압니다.”
임강민 대표가 룸서비스를 가져오라고 하고 곧 도착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했다.
계속 호텔에서 지낼 수는 없다.
빌라는 임강민 대표에게 줬다.
경호를 위해 적당한 집을 구해야 했다.
이건 임강민 대표가 맡기로 했다.
* * *
러시아와의 협상이 발표되자 페트로프 대사는 예정대로 본국 송환이 결정됐다.
하지만 페트로프 대사는 바로 러시아로 향하지 않았다.
이선수와 약속을 잡아 만났다.
* * *
“대사관은 오래간만이네요.”
“그렇죠. 지난번 협상 이후로는 안 오셨으니.”
페트로프 대사는 아직 대사 집무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좋네요.”
“방이 좋기는 해도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이선수 사장님.”
“그런가요?”
일부러 조금 시간을 끄는 중이다.
페트로프 대사가 먼저 왜 만나자고 했는지 듣기 위해서다.
목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 파게 해야지.
“제가 만나자고 한 이유는…….”
우물 파는구나.
“제 가족이 한국에서 머물 공간을 마련해 주셨으면 해서입니다.”
“가족도 한국에서 산다고 하나요?”
페트로프 대사는 가족을 러시아에 두고 한국에 왔다.
“안 온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내는 올 겁니다.”
오히려 잘된 일인가?
가족까지 한국에 온다면 우려할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 우크라이나 입찰에 대한 대가로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죠.”
페트로프 대사는 이선수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자 놀랐다.
“진짜로 주시는 겁니까?”
“네. 제 일을 해 주셨으니 그 대가를 드려야죠.”
“사장님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그것도 해야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 요구가 너무하다는 생각을 하시지 않는 건가요?”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하지.
하지만 얻을 이익을 생각하면 너무하지 않다.
그래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전 페트로프 대사님이 더 많은 일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투자하는 겁니다. 그리고 가족이 편해야 대사님도 다른 걱정 안 하고 일할 것 아닙니까.”
어라.
감동 그만.
표정 관리 좀 하시지.
“역시 이선수 사장님이십니다. 푸틴이 그냥 마음을 준 것이 아니군요.”
알아볼 것은 다 알아봤나 보네.
“그렇지 않아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야 합니다.”
1994년이 며칠 안 남았다.
가스프롬이 석유까지 취급하게 되는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다.
“그러시면 저하고 같이 가시죠.”
그건 무슨 말이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갈 일이 있으신가요?”
“우크라이나에 갈 생각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우크라이나는 꽤 멀었다.
그것보다.
“왜 우크라이나에?”
“이번 입찰에 변수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적극적으로 로비하겠습니다.”
“대사님이 직접이요?”
“네.”
현재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친분이 있으니 페트로프 대사가 직접 가면 더 유리해질 것이 분명했다.
“처음부터 가실 생각이셨나요?”
페트로프 대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조금 전 생각했습니다.”
“왜요?”
페트로프 대사는 씨익 웃었다.
“일한 대가로 가족이 머물 공간을 마련해 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대로 해야죠. 그러면 사장님이 조금 더 좋은 곳을 준비해 주실 것 같아서요. 하하.”
칼 안 든 강도네.
그런데 마음에 든다.
“일만 잘되면 아주 좋은 곳으로 마련해 드리죠.”
“그 말 믿겠습니다.”
“허튼 말은 안 합니다.”
“그렇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시는 일정 알려 주세요. 맞춰서 가든지. 안 맞으면 가시는 날에 맞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른 것은?”
“제가 일할 자리도 부탁합니다.”
“그것 역시 염려 안 해도 됩니다. 비비 인더스트리에 자리 준비해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페트로프 대사의 용건은 이게 다였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러시아 대사관을 나왔다.
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일정을 정할 수 없었다.
* * *
[삼두 종합건설 파산 초읽기.] [삼두 종합건설 매각설.]내가 꿨던 꿈과는 다른 현실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