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37)
꿈꾸는 재벌 37화(37/249)
37. 쇼브챠크의 마음을 얻어라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호텔을 숙소로 잡지 않았다.
“집 괜찮네요.”
“그렇지?”
이정석 선배의 집이었다.
“선수 씨… 아니, 회장님 어서 오세요.”
“형수님 회장님이라니요.”
뜬금없는 말에 당황스러웠다.
“회사 여러 개 있잖아요. 그럼 회장님이지 않아요?”
“그냥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겁니다.”
“회장님 맞네요.”
“그럼 우리 선수 회장님이시지.”
“선배까지 왜 이래요.”
이정석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입구에서 이러지 말고 들어가자.”
보안이 철저한 아파트였다.
방도 4개나 된다고 했던가?
거실도 넓었다.
“식사하셔야죠?”
그렇게 배고프지 않았다.
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집안에 음식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준비해 놨다는 것이지.
“오래간만에 집밥 좀 먹어 볼까요? 형수님?”
“그럼요.”
깔끔하고 넓은 아파트에서 사는 것을 보니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이정석 선배 가족의 얼굴에서 행복하다는 것이 느껴져서인 것 같았다.
“손님도 같이 식사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모님.”
임강민 대표도 같이 앉았다.
* * *
식사를 끝내고 거실에서 이정석 선배와 우크라이나 원유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선수야. 우크라이나 원유가 생각보다 양이 많지 않네.”
“그러게요.”
우크라이나와 계약한 원유는 월 100만 배럴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크라이나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약 35,000배럴이다.
한 달 생산하는 날을 25일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875,000배럴이다.
계약한 100만 배럴보다 모자라게 생산하는데 어떻게 공급할 수 있는가?
비축분과 추가 생산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가 월 소비하는 원유는 250,000배럴 정도다.
600,000배럴 정도가 남는다.
대부분 비축하고 남는 것은 판매했다.
“배럴당 13달러에 사는 것은 좋은 것 같은데.”
이정석 선배의 말대로 싸게 사는 것이다.
현재 두바이유 기준으로 국제 원유 가격은 14.62달러였다.
1.62달러 더 싸게 산다.
“어디가 가장 높게 불러요?”
이정석 선배는 원유 구매처를 알아보고 있었다.
“무조건 비싸게 사겠다고 하는 곳은 중국 업체지.”
1994년 기준 세계 인구는 56억 명 정도였다.
중국은 10억 명 정도였다.
거의 18%에 달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인구가 많으면 소비하는 것도 많을 수밖에 없다.
나중에는 중국이 기침하면 에너지 시장이 흔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가 된다.
원유뿐만이 아니라 석탄도 엄청나게 사들여서 그랬다.
미세먼지는…….
“얼마에 사겠대요?”
“18달러.”
“연간 계약이 조건이겠죠?”
“어.”
어떻게 보면 비싼 것이 아니다.
서부텍사스 중질유 가격이 17달러다.
“다른 나라 업체는요?”
“일본 업체가 17달러까지 부르더라.”
“연간 계약 조건으로 19달러에 중국 업체에 팔죠.”
“그렇게 협상해 볼게.”
월 100만 배럴.
13달러에 사서 19달러에 판다.
6달러의 이익을 얻는다.
6백만 달러를 버는 것이다.
820원 환율이니까.
49억 원 정도다.
월 49억 원씩 1년 12달이면 588억 원을 버는 것이다.
엄청난 금액이긴 했다.
하지만 삼두 종합건설이 은행에 주는 두 달치 이자밖에 안 된다.
“직원은요?”
“일단 2명 뽑았어. 계속 면접 보고 있고.”
가스뿐만 아니라 원유도 취급하게 되니 이정석 선배 혼자 할 수가 없었다.
“내일 출발하기 전에 간단하게 인사나 해야겠네요.”
“그렇지 않아도 말해 뒀어. 빅보스가 올 거라고.”
“빅보스요?”
“어. 내가 보스니까 선수 너는 빅보스지. 그러니까 회장님.”
아직 회장님이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회장님이란 소리는 그만 좀 해요.”
“네. 회장님.”
이정석 선배는 장난처럼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말을 말지.”
“포기하면 편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사업 이야기는 그만하고 싱가포르에서 사는 것은 어때요?”
“생각보다 좋아. 어머니도 적응하셔서…….”
이정석 선배의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됐다.
가족이 싱가포르에서 고생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손님 방으로 만든 곳에서 잤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다.
싱가포르 드림 컴퍼니에 새로 들어온 직원 2명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들과 점심을 먹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출발했다.
새로운 직원은 괜찮은 것 같았다.
열정도 있어 보였다.
그 열정이 식지 않게 더 많은 일을 가져다줘야 할 것 같았다.
* * *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푸틴이 경호원과 자동차를 보내줬다.
머무는 숙소 역시 푸틴이 준비했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푸틴을 기다렸다.
저녁 늦게서야 푸틴이 도착했다.
“Извини, что опоздал друг.(친구 늦어서 미안해.)”
“Ничего.(괜찮아.)”
“Работы много.(일이 많아서.)”
그렇겠지.
부시장급 지위에 여러 정치인을 만나고 다녀야 할 테니까.
“Но не слишком ли?(그런데 너무한 것 아니야?)”
뭐가 너무해?
내 표정을 본 푸틴이 말했다.
“Вы же пришли поздно.(늦게 왔잖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온다고 해 놓고 계속 미뤘다.
예정대로였다면 2개월 전에 왔어야 했다.
할 말은 한마디지.
“Извини.(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에 푸틴의 얼굴이 굳어졌다.
“Только не извиняйся. Наши отношения – это то, что имеет значение.(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 중요한 것은 우리 관계야.)”
오해하는 것 같은데?
“Нет проблем с нашими отношениями и бизнесом. Не волнуйтесь.(우리 관계나 사업은 문제없어. 걱정하지 마.)”
이제야 얼굴이 펴지네.
“Отлично.(좋군.)”
그런데 푸틴의 얼굴이 확 펴지지는 않았다.
“Мой друг опоздал, поэтому у меня возникла проблема.(친구가 늦어서 문제가 조금 생겼어.)”
“Какие проблемы?(무슨 문제?)”
“У нас появился соперник. Так что…(경쟁자가 생겼어. 그러니까…….)”
푸틴은 자세하게 말해 줬다.
내가 2개월을 미루는 동안 가스프롬의 원유 계약 역시 2개월 정도 비어 있었다.
그것을 문제 삼아 다른 곳에서 치고 들어왔다.
푸틴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명분이 부족했다.
그리고 푸틴의 스승이자 현 시장인 쇼브차크가 중립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쇼브차크가 힘을 살짝만 실어 줘도 되는 일이었다.
푸틴의 말을 듣다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푸틴과 원유 이익의 20%를 약속했다.
쿼터를 얼마나 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푸틴은 꽤 많은 돈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어렵다?
돈을 더 달라는 것인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푸틴의 성격상 직설적으로 말할 것이다.
“Нужно трогать сердце Шовчака.(쇼브챠크의 마음을 움직여야 해.)”
아니면 푸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경쟁자의 뒤에 있나?
지금은 그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원유를 확보하는 것에 문제가 생겼다.
또한, 지금, 이 상황에 푸틴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Ладно. Хорошо, я разберусь.(알았어. 내가 해결하지.)”
푸틴의 표정이 확 펴졌다.
“Правда?(진짜?)”
원유 확보해야 하는데 진짜지.
“Я доверяю только другу.(친구만 믿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푸틴과 일반적인 이야기만 하다가 헤어졌다.
푸틴과 헤어진 후 쇼브챠크 시장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편안한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다.
* * *
쇼브차크 시장이다.
나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건 꿈이다.
또 현실과 같은 꿈을 꾸고 있다.
확실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인가?
아닌 것 같았다.
어디를 가나 예술적인 건물로 가득한 상트페테르부르크다.
하지만 이곳은 허름하고 낡은 건물이 많았다.
더군다나 생기가 없어 보이는 아이들.
옷도 제대로 된 것을 입지 않았다. 구멍 난 신발을 신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갑자기 쇼프챠크 시장이 내 손을 잡았다.
“Спасибо. Ты иностранец заботишься о месте, где никто не обращает внимания.(고맙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곳을 외국인인 당신이 신경 써 주다니.)”
이것이 답이다 싶었다.
쇼브챠크 시장의 눈빛이 마치 존경하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사장님?”
응?
갑자기 한국어가?
* * *
“사장님!”
누군가 몸을 살짝 흔들었다.
눈을 뜨자 임강민 대표가 보였다.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무슨 문제 있나요?”
임강민 대표가 안심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잠을 죽은 듯이 주무십니까. 숨도 거의 안 쉬시고요.”
임강민 대표는 해가 떴는데도 이선수가 일어나지 않자 걱정되어 들어왔다.
처음에는 바쁜 일정 때문에 피곤해서 오래 자는가 싶었다.
그런데 이선수의 몸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숨을 쉰다면 가슴이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코에 손가락을 댔다.
이선수의 코에서 바람이 느껴지지 않자 급하게 이선수의 몸을 흔들며 깨운 것이다.
“그랬나요?”
잠을 자며 꿈을 꾸고 있었으니 아무것도 몰랐다.
“네. 잘못되신 줄 알았습니다.”
“걱정하게 했네요.”
“괜찮으시다면 다행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걱정해 주는 것이 꽤 기분이 좋네.
하지만 더 꿈을 꾸고 싶었는데.
“지금 몇 시죠?”
“현재 이곳 시간으로 오후 1시입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꿈에서 보여 준 것을 현실로 만들어야 했다.
“여기 경호 책임자 좀…….”
아! 임강민 대표는 러시아어 못하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경호 책임자를 찾아갔다.
* * *
꿈을 꾸고 난 후부터 푸틴이 붙여 준 경호원과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시를 돌아다녔다.
경호 책임자가 왜 이런 것을 하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냥 구경이라고만 했다.
경호 책임자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관광이라면 유명한 곳이나 깨끗하고 경치가 좋은 곳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곳은 그런 곳과는 달랐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한 나라나 도시라도 꼭 있는 곳.
빈민가였다.
그렇다고 그냥 빈민가여서는 안 됐다.
꿈에서 본 곳이 있어야 했다.
그렇게 2일 동안 돌아다닌 끝에 꿈에서 본 빈민가를 찾았다.
다른 곳보다 아이들이 더 많았다.
* * *
원하는 곳을 찾은 다음 난 푸틴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푸틴에게 쇼브챠크 시장과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만나는 장소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청이 아니었다.
푸틴은 내가 요청한 장소를 듣고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쇼브챠크 시장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꼭 요청한 곳이어야만 한다는 말에 승낙했다.
쇼브챠크 시장을 내가 원하는 장소에 데려오는 것은 푸틴이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나머지는 내가 해결할 일이고.
그리고 자신 있었다.
쇼브챠크 시장의 그 눈빛이 거짓이 아니라면.
푸틴은 3일 뒤 쇼브챠크 시장과 함께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것을 알려 줬다.
* * *
쇼브챠크 시장은 이선수와 지난번에 간단하게 인사했었다.
푸틴의 권력으로 이선수가 가스프롬과 계약한 것도 알고 있었다.
이선수가 푸틴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 같아서 조용히 했다.
그리고 가스프롬이 원유 회사를 합병한 다음에도 푸틴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원유 계약이 늦어지며 다른 곳에서 압력이 들어왔다.
무시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곳일 뿐이었다.
푸틴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쇼브챠크 시장은 중립을 지키며 상황을 지켜봤다.
그 이유는 푸틴이 믿는 이선수를 믿을 수 있는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이선수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온 것을 알고 푸틴과 어떻게 하나 궁금해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푸틴을 통해 이선수가 만나고 싶다는 것을 들었다.
의외의 장소였다.
그리고 기대되는 장소였다.
* * *
“Приятно познакомиться, мэр Шовчак.(쇼브챠크 시장님 반갑습니다.)”
“Я тоже рад.(나도 반갑소.)”
표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네.
저 표정을 좋게 만드는 것이 내 할 일이겠지.
“Почему предложили встретиться здесь? В грязном месте.(왜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거요? 더러운 곳에.)”
더럽다고?
꿈에서 본 반응을 생각하면 절대 더럽다고 말할 사람이 아니다.
왜 이렇게 말할까?
고개가 저절로 갸웃하는 순간.
쇼브챠크 시장의 구두가 보였다.
지금 서 있는 곳은 타고 온 차에서 내려 조금 걸어 들어와야 하는 곳이다.
쇼브챠크 시장이 정말 더럽다고 생각했다면, 구두가 오물이 섞인 진흙에 묻는 것을 싫어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의 구두는 오물 섞인 진흙 범벅이었다.
신경 쓰지 않고 거침없이 걸어왔다는 증거로 바지에도 묻어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 양반 나를 시험하는 것이다.
“Хочу сдержать обещание.(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쇼브챠크 시장은 이선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Обещание?(약속?)”
쇼브챠크 시장은 이선수와 한 약속이 기억나지 않았다.
“Да. Было поздно, но обещание нужно сдержать.(네. 늦었지만, 약속은 지켜야죠.)”
꿩 먹고 알 먹을 수 있는 약속.
쇼브챠크 시장은 기억 못 할지 몰라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나는 준비한 것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