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43)
꿈꾸는 재벌 43화(43/249)
43. 똥 밟은 줄 알았는데
민스크 항공순양함이 한국에 도착하는 것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빠른 것이었다.
러시아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해도 군사 강대국인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항공순양함은 강대국들의 감시 대상 중 하나였다.
항공순양함 한 대만으로 군사력이 약한 중소 국가 하나 정도는 쉽게 초토화할 수 있다.
이것을 그냥 가져올 수 없었다.
먼저 민스크 항공순양함을 극동(태평양) 함대 사령부가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낸다.
그곳에서 모든 무기를 제거한다.
무기 체계가 아닌 무기만 제거하는 것이다.
그 어떤 곳도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줘야 했다.
그리고 최소한의 운영 요원만 탑승한 상태로 호위함과 함께 동해로 움직인다.
동해에서 한국 동해함대가 민스크 항공순양함을 인수받아 호위하며 동해함대 기지로 오는 것이다.
이 문제로 미국과 마찰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러시아 쪽에서는 민스크 항공순양함이 한국에 인도된다는 것을 철저히 비밀로 하긴 했다.
어쨌든 민스크 항공순양함이 한국의 동해함대 기지에 들어오는 것을 보러 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
민스크 항공순양함 역시 비비 인더스트리의 사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같이 온 항공순양함 운영 요원 역시 비비 인더스트리에서 월급을 줘야 했다.
기술 이전도 비비 인더스트리를 통해서 되는 것이다.
당연히 기술 이전비도 한국 정부에게 받는다.
* * *
“저기 보입니다. 사장님.”
김성웅 고문이 소리치듯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강백 국방부 장관이 웃으며 말했다.
“저보다 더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김 고문님.”
“당연히 좋지요. 우리나라의 힘이 더 강해지는 것인데요.”
뒤에 서 있는 수많은 별들도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지금 이곳에는 별들의 잔치라고 불러도 될 듯했다.
하얀색 정복을 입은 해군 장군은 물론, 육군과 공군 장군까지 와 있었다.
이들은 그냥 축하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김성웅 고문에게 들은 것이 있다.
항공순양함이 생김으로서 다양한 작전이 가능해졌다.
그중에는 상륙 작전도 있다.
해군에는 해병대가 있어도 그 숫자는 육군에 비할 수가 없다.
그리고 공군은 항공순양함에 배치되는 수직 이착륙기에 관심이 많았다.
해군에 6항공전단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초계기 몇 대와 헬기가 주축이었다.
제대로 된 전투기 전단은 없었다.
여러 가지로 육군과 해군 그리고 공군이 협력해야 할 상황이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네요.”
기본적인 사양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또 달랐다.
민스크 항공순양함이 동해함대 기지로 들어오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뿌듯했다.
2010년이 지나도 제대로 된 항모 하나 없었는데.
“그런 것 같습니다. 사장님.”
“이것이 다 이선수 사장님 덕분입니다.”
강백 국방부 장관은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전투기와 무기는 언제쯤 출발할까요?”
전투기와 항공순양함에 장착할 무기는 컨테이너선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다.
하루면 동해까지 올 수 있었다.
“아시면서 묻는 건가요? 장관님?”
이미 국방부와 협의가 다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스크 항공순양함이 동해함대에 도착하고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동해 공해상에서 컨테이너선을 해군 함대가 인수한다.
“보아하니 그냥 바로 출발해도 될 것 같아서요.”
물론, 출발하라는 통보는 비비 인더스트리에서 한다.
즉, 내가 하는 것이다.
“아시겠지만, 전투기와 기본 무기 정도입니다. 나머지 무기는 주문을 해 주셔야 합니다.”
대공 미사일과 대함 미사일은 기본 무기가 아니었다.
전투기도 무기가 없이 기체만 온다.
“무기 주문부터 하라는 말로 들립니다.”
“이왕이면 쉽게 가져올 수 있을 때 한꺼번에 가져오는 것이 나으니까요.”
강백 장관의 눈이 반짝였다.
“그 말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건가요?”
“아마도요?”
아마도가 아니라 준비가 되어 있다.
사실은 민스크 항공순양함에 장착되어 있던 무기다.
수직 이착륙기에 장착할 무기 역시 민스크 항공순양함에 있던 것이다.
“목록 보내드릴까요? 가격은 합리적일 겁니다.”
“합리적이지 않아도 사야지요.”
항공순양함을 제대로 운영해 볼 기회였다.
무기 가격이 비싸도 사야 했다.
기본적으로 항공순양함을 운영하면서 한국에서 개발한 무기 체계로 바꿔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정박이 끝났군요.”
항공순양함이 항구에 정박했다.
운영 요원이 내릴 수 있게 계단이 장착됐다.
항구에는 완전 무장한 군인과 비비 인더스트리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비 인더스트리 직원은 슈퍼 가드에서 파견 나온 경호원들이었다.
특수부대 출신에 안기부 출신까지 있었다.
안기부 출신 경호원은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이들로만 배치했다.
김성웅 고문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관님 저들은 러시아에서 우리 비비 인더스트리에 파견한 직원입니다. 불편함 없게 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사장님.”
동해함대 안에 별도의 숙소를 마련했다.
내부는 비비 인더스트리 경호원이 외부는 해군이 지킨다.
이중 보안으로 해군이라 해도 비비 인더스트리 경호원의 허락이 없으면 항공순양함 운영 요원을 만날 수 없었다.
“그럼 함장을 만나러 가 볼까요?”
강백 장관과 함께 항공순양함에서 내리는 운영 요원들을 향해 움직였다.
* * *
항공순양함 운영 요원은 100명이었다.
원래 승조원은 1,400명 정도였다. 항공요원은 430명이었고.
정말 최소한의 인원만 온 것이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인물이 민스크 항공순양함의 함장인 이반이었다.
민스크 항공순양함이 퇴역하면서 그 역시 퇴역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 퇴역을 한국에서 하는 것이다.
그 역시 퇴역 후에는 할 일이 없었다.
항공순양함에서 내린 러시아 운영 요원들은 아직도 러시아 군복을 입고 있었다.
항구에서 오와 열을 맞춰 늘어섰다.
그리고 가장 앞에 서 있는 남자가 이반 함장이었다.
이반 함장은 나를 보더니 팔을 올렸다.
완벽한 경례 자세다.
“Выполнил задание Иван Иванов.(이반 이바노프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Спасибо за старание.(수고했습니다.)”
그가 나에게 보고 형식으로 말하는 것은 당연했다.
퇴역한 군인인 그는 비비 인더스트리의 직원이다.
내 얼굴은 사진으로 봤을 것이다.
한국으로 오는데 사전 교육 정도는 해야 했다.
그래서 나와 페트로프 전 대사의 얼굴과 기본 정보 정도는 알게 했다.
“Удачи с вашей дальнейшей миссией.(앞으로의 임무도 잘해 주세요.)”
“Хорошо.(알겠습니다.)”
이반 함장과 인사를 나눈 후 강백 국방부 장관부터 해군 참모총장 등을 소개했다.
간단하게 소개한 다음 저녁에 환영 만찬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들을 준비한 차에 태워 숙소로 보냈다.
“이선수 사장님이 마치 저들 지휘관 같습니다. 하하.”
강백 장관은 농담처럼 말했다.
하지만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지휘관이죠. 사장이니까요. 저들이 한국에서 머물 때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니까요.”
“그런가요? 그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실까요? 사령관실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러시죠.”
강백 장관 그리고 장군들과 함께 동해함대 사령관실로 갔다.
그곳에서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무기를 언제 가져올 거냐.
운영 요원의 처우 등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하지만 다른 손님이 찾아올지는 몰랐다.
* * *
“이선수 사장님 제대로 만나는 것은 처음입니다.”
“네. 비서실장님.”
김기동 대통령 비서실장.
제대로 대화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냥 얼굴만 스쳐 지나가듯 봤었다.
“원래 대통령님께서 직접 오시려고 했습니다만, 국정 일정이 바빠서 못 오셨습니다. 하지만 정식 발표 때에는 무조건 오시기로 했습니다.”
항공순양함을 한국이 보유하게 됐다는 것을 발표하지 않았다.
무기가 도착해 운영이 가능해졌을 때 진수식 비슷하게 할 예정이었다.
민스크 항공순양함에서 광개토 1번 항공순양함으로 이름이 바뀐다.
이미 광개토 순양함이 건조 중이었다.
1996년에나 완성되어 진수한다.
그래서 1번이란 명칭을 중간에 넣은 것이다.
2번은 우크라이나에서 오는 항공순양함에 붙일 예정이었다.
“그러셨군요.”
대통령이 올 만한 일인가 싶었다.
그냥 축하 메시지만 보내도 되지 않나?
“그런데 비서실장님이 오신 이유가 저를 만나기 위해서인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정확합니다.”
뭐지?
대통령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나?
무기 도입 건인가?
러시아에서 원하는 무기가 있나?
혹시 핵무기?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돈만 주면 빼돌릴 수 있다.
그건 아닐 것이다. 그랬다가는 미국이나 중국이 난리 칠 것이다.
핵확산 방지조약에 가입한 한국이다.
“그럼 제가 왜 이선수 사장님을 만나러 온 것인지 짐작이 가십니까?”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몰라야 한다.
해군기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난다.
군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인공위성 기술 이전하게 해 줘!
항공순양함을 2대나 운영할 수 있게 해 줘!
그에 따른 수직이착륙 전투기 기술도 얻게 된다.
또 뭐를 해 달라고.
“긴장 안 하셔도 됩니다. 이선수 사장님.”
긴장 안 하게 생겼냐?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긴장되네요. 솔직하게 정부에서 힘든 것을 요구할 것 같아서요.”
“그렇다면 조금 긴장하셔야 할 것 같네요.”
똥 밟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요구입니까?”
“돈이 조금 많이 들어갈지도 모르는 요구입니다.”
그렇겠지.
안 그랬다면 대통령 비서실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여기까지 와서 은밀하게 만났겠냐고.
“비자금 같은 것은 할 생각이 없습니다.”
김기동 비서실장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비자금 이야기는 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선수 사장님 성격상 달라고 해도 안 주실 것 압니다.”
이선수의 성격과 행동 등을 분석해서 파악해놨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반인은 모르지만, 이선수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사실 대통령님께서 고민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그 고민 나보고 해결하라는 거네.
들어보고 결정해야겠다.
“고민이요?”
“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1이동통신 민영화 때문입니다.”
으응?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알고 있습니다. 선견 그룹이 유력한 후보가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래서 고민이십니다.”
“왜 고민이시죠?”
“대통령님께서는…….”
이삼영 대통령은 아직도 선견 그룹이 전 대통령과의 유착 관계 때문에 제1이동통신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것을 우려했다.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현 정부에도 남아 있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서였다.
“그런 고민이 한참이실 때 이선수 사장님이 러시아의 차관 상환 협상을 훌륭하게 가져오셨습니다. 그때 대통령님께서는 이선수 사장님을 조금 염두에 주신 것 같습니다.”
설마 제1이동통신 입찰이 미루어진 것이 나 때문인가?
“그리고 삼두 그룹과 싸우는 것도 관심 있게 지켜보셨죠.”
이건 과한 관심인데.
“삼두 종합건설을 완벽하게 인수한 것과 오늘 항공순양함을 한국이 얻게 해 주신 것을 보며 결심하셨습니다.”
침이 저절로 삼켜지네.
“뭐를요?”
“제1이동통신을 인수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정부 도움은 없을 겁니다. 작은 도움이라면 은행에서 어느 정도 대출은 해 줄 겁니다.”
“그래서 돈이 많이 들어갈지 모른다고 한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드림 종합건설과 비비 인더스트리라면 충분히 감당 가능할 겁니다.”
척하면 착하고 알아들어야지.
제1이동통신 인수에 도움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드림 종합건설과 비비 인더스트리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드림 종합건설은 각종 부실공사 문제로 할 수 없었던 대규모 관급 공사를 할 수 있게 해 줄 테고.
비비 인더스트리는 무기 구매와 대금을 잘 줄 것 같고.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일 뿐.
확인해야지.
“먼저 큰돈을 투자해서 제1이동통신을 인수하고 천천히 회복하라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천천히 회복하게 될 겁니다.”
삼두 종합건설처럼 문제 일으키지 말라는 건가?
비비 인더스트리도 문제가 없어야 하는 것이고.
“비서실장님 말을 약속으로 생각해도 되는 건가요?”
“이건 조금 기분이 나쁘군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무관합니다.”
확실하네.
하지만 그런 약속은 필요 없거든.
“기분이 나쁘시다면 약속 안 한 것으로 해도 됩니다.”
김기동 비서실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안 하겠다는 건가요?”
무슨 소리.
무조건 해야지.
“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왜?”
“제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판은 제대로 깔아 주셔야죠. 제가 알기로는 지금은 참여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왜냐.
이 입찰의 주도권을 경제인 연합에게 맡겼거든.
그리고 경제인 연합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은 삼두 그룹이다.
김기동 비서실장이 씨익 웃었다.
“그건 당연합니다. 이미 준비 중입니다. 이선수 사장님께서 하신다고 결정만 하면 정부 주도로 바뀔 겁니다.”
똥 밟은 것은 맞는데 금으로 된 똥이네.
금 똥이면 얼마든지 밟을 수 있지.
그리고 이왕 밟으라고 한 똥이니 이번 기회에.
“한 가지 요구 조건이 있습니다.”
“요구요? 드러나게 도와줄 수는 없습니다.”
“제1이동통신 인수와는 다른 것을 요구하는 겁니다.”
신세 진 것처럼 느낄 때 요구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