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47)
꿈꾸는 재벌 47화(47/249)
47. 쉽게 좀 가지
최현종 회장은 이진모 사장의 보고를 받았다.
“허허.”
그냥 웃음이 나온다.
3개월치를 먼저 달라는 미친놈이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원유 공급하겠다는 회사는 확실한 건가?”
“여러 경로로 알아봤습니다. 확실합니다.”
드림 컴퍼니가 가스프롬과 계약한 것.
그리고 여러 나라의 회사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하는 중이라는 것까지 확인했다.
“이번 기회에 한몫 잡겠다는 생각인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한몫 잡겠다고 생각했다면 배럴당 21달러를 부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더 의심스럽다는 거야. 누가 지금 상황에 배럴당 21달러에 팔겠어. 1달러만 더 높게 팔아도 돈이 얼마인데.”
1달러만 높아도 1천만 달러를 더 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원유를 구할 곳은 이곳뿐입니다. 다른 곳은 더 비싼 데다가 양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3개월치를 주자는 거야? 협상도 안 해 보고?”
“더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합니다. 거의 통보식이었습니다.”
최현종 회장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선견 그룹의 현금을 끌어모은다면 2개월치 정도는 해결할 수 있었다.
문제는 1개월치인 1,700억 원이었다.
“대출은 알아봤나?”
“현재 대출은 어렵다고 합니다. 최대로 해도 700억 정도입니다.”
1천억 원이 모자란다.
선견 그룹 자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돈까지 끌어다 쓸 수는 없었다.
“우리 신용도가 그렇게 낮았나?”
“그건 아닙니다만…….”
“말해 봐.”
“제1이동통신 인수가 끝나면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제1이동통신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모자란 돈이 1천억 원인가?”
“그렇습니다.”
가끔 살면서 의도하지 않게 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기업 역시 그런 경우가 있었다.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려 돈이 없는 상황이 된다.
이번만 넘기면 되는데 그러지 못해 수백억 회사가 1억이 없어 부도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선견 그룹의 지금이 상황이 그런 경우였다.
“사재를 정리해도 시간이 걸리니.”
최현종 회장은 자신의 개인 재산 정리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몇억 원도 아니고 1천억 원이나 되는 돈을 금방 만들 수 없었다.
그리고 개인 재산을 정리한다 해도 1천억 원이 안 될 수도 있었다.
“그 대리인이 누구야?”
이진모 사장은 드림 컴퍼니에 관한 보고만 했다.
대리인의 개인 정보는 보고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보고할 수가 없었다. 이름 하나와 연락처만 아니까.
“이선수라고 합니다.”
“누구?”
“이선수입니다. 아시는 사람이신지.”
최현종 회장은 책상 한편에 있는 서류를 꺼내 펼쳤다.
“혹시 이 사람이야?”
서류 안에는 이선수의 사진이 있었다.
“맞습니다. 회장님.”
꽝!
최현종 회장이 책상을 내리쳤다.
“감히 날 가지고 놀려고 해?”
“회장님?”
“이 사장, 이선수가 누구인지 몰라?”
“모릅니다.”
“진짜 몰라?”
“네. 회장님.”
“드림 종합건설 사장이야. 사장. 이번에 우리와 제1이동통신 인수를 놓고 싸웠던 드림 종합건설 사장!”
이진모 사장은 깜짝 놀랐다.
“이놈이 지금 우리를 가지고 노는 거야. 원유가 진짜로 있다고 해도 쉽게 줄 놈이 아니라고! 다른 대안 찾아! 헛짓하지 말고.”
“네. 회장님.”
이진모 사장은 다급하게 나갔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있을 리가 없었다.
* * *
선견 그룹 중역 회의.
계열사 사장과 그룹 본사 중역이 모두 참석하는 회의였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최현종 회장의 지시가 아니라 그룹 중역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룹 중역들의 앞에 선 사람은 최현욱 부회장이었다.
“회장님 저와 중역들은 제1이동통신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유 사업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현종 회장은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건 반역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친동생인 최현욱 부회장까지 반대편에 서다니.
“지금 당장 원유를 계약하지 않으면 생산에 문제가 생깁니다.”
원유를 계약해도 배로 싣고 와야 한다.
한국에 도착하기까지는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개월이 걸린다.
“생산에 문제가 생겨 제품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한다면 우리 선견 그룹이 여태까지 지켜온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최현종 회장은 닥치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최현욱 부회장과 중역들이 선견 그룹을 위해 하는 말과 행동이라는 것을 알기에 참는 중이었다.
“새로운 사업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사업을 진행도 하기 전에 그룹이 무너진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최현종 회장의 화가 점점 가라앉았다.
지금 상황을 너무 잘 이해해서였다.
그리고 최현욱 부회장의 의견이 맞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져 가서였다.
10년을 준비했다. 하지만 선견 그룹이 무너지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회장님! 지금 이 위기를 넘기면 제2이동통신을 노려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1이동통신이 아닌 것은 안타깝지만, 지금까지 회장님이 선두에 서서 준비해온 이동통신 기술은 그 격차를 메꿀 수 있습니다.”
최현종 회장은 손을 들었다.
더는 말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것을 본 최현욱 부회장은 입을 다물었다.
“부회장과 중역들의 의견은 잘 들었어. 며칠만 시간을 줬으면 하네.”
최현욱 부회장은 최현종 회장이 제1이동통신을 포기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며칠 뒤에는 제1이동통신 입찰 금액인 6,271억 원을 납부해야 했다.
“그럼 이만하지.”
최현종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선수를 만나 볼 생각이었다.
* * *
주)유정의 이진모 사장을 통해 연락이 왔다.
최현종 회장이 직접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예상대로였다.
내가 드림 컴퍼니의 대리인이라는 것을 최현종 회장이 아는 순간 나를 직접 만나고 싶어 할 것이 분명했다.
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다.
최현종 회장이 끝까지 원유 대신 제1이동통신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예상대로 돼서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제1이동통신을 선견 그룹에서 가져오게 되는 것은 아니다.
최현종 회장과 만나 담판을 지어야 했다.
그와 만나는 곳은 회사가 아닌 집이었다.
* * *
재벌 총수의 집 안까지는 처음 들어와 본다.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그냥 좀 큰 전원주택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큰 전원주택이 서울 시내에 있다는 것이다.
집사인지 비서인지 모를 사람의 안내를 받아 최현종 회장이 있는 곳까지 갔다.
집 뒤편이었다.
작은 정원 같은 느낌이었다.
그곳 테이블에 최현종 회장이 앉아 있었다.
“어서 오시게. 지난번 입찰장에서 보고 두 번째인가?”
“그렇습니다.”
“커피? 아니면 차?”
분위기가 협상이 아닌 차를 마시러 온 것 같았다.
“커피로 하겠습니다.”
“마침 나도 커피를 마시는 중이었네.”
최현종 회장이 커피가 든 주전자를 들어 빈 찻잔에 따랐다.
“향이 꽤 좋을 거야. 마셔 보게.”
최현종 회장의 권유대로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맛은 진하지 않았다. 그런데 향은 진하게 느껴졌다.
“에티오피아 콜드블루라는 것이네.”
뭔지 모른다.
커피면 그냥 커피지.
“비싼 커피 마시자고 부르신 것은 아니실 텐데요.”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잠시나마 이렇게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좋지 않겠나?”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았다.
최현종 회장은 지금도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가 생각을 정리하게 두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맞을까?
“저도 잠시 커피 향을 즐기며 생각을 정리하겠습니다.”
최현종 회장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보고서로 판단한 이선수는 꽤 거침없는 사람이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참지 못할 줄 알았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으니까.
“그럼 조용히 커피 마시자고.”
호로록.
커피 마시며 정원의 꽃을 바라보는 시간.
생각보다 괜찮았다.
조용하니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으니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느새 찻잔의 커피가 사라졌다.
탁.
“커피가 마음에 드나 보군. 대화가 잘되면 갈 때 조금 챙겨 주겠네.”
“꼭 챙겨가야 할 것 같습니다.”
“꼭 이길 것같이 말하는군.”
“이기고 지고는 없습니다. 서로 이익이 된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요?”
“좋은 말이군. 하지만 상대방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얻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왜 이러실까.
감정에 호소라도 하시는 건가?
안 통합니다.
“그 어려운 상황을 제가 만든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이렇게 하는 것 아닌가. 크게 다르지 않지.”
“그렇게 말하는 것을 궤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제 입장이었다면 안 그랬을까요?”
우리 내로남불 하지 맙시다.
내가 하면 괜찮은 것이고 남이 하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선수 사장하고 똑같이 했겠지.”
작전이 묘하네.
화를 내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았다.
인정할 것 인정하면서 슬그머니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수작이다.
조금 건드려 볼까?
“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나였다면 더 강하게 밀어붙였을 거야.”
건드려도 타격을 안 받네.
“언제까지 이런 선문답 같은 말만 하실 건가요? 생각을 정리한다고 하더니 이런 말을 정리한 건가요?”
“어떻게 알았나?”
말려드는 것 같은데.
안 되겠다.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최현종 회장은 씨익 웃었다.
이선수가 아무리 뛰어나도 연륜이라는 것이 있다.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협상했다.
그 경험이 이선수보다 많은 것은 당연했다.
“좋네. 제1이동통신을 원하는 것인가?”
바로 핵심을 찌르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묻는다.
주도권을 자신이 잡고 있다고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원합니다.”
“그럼 원유와 제1이동통신을 바꾸지.”
얼레.
은근슬쩍 선심 쓰는 것처럼 말하네.
조건도 제대로 말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선수 사장은 제1이동통신의 가치가 얼마라고 생각하나?”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것이 분명했다.
질문에는 질문으로.
“최 회장님은 제가 가진 원유의 가치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
입을 다무네.
한 발 더.
“다른 것은 몰라도, 현재 선견 그룹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만.”
“허허. 제1이동통신이 선견 그룹 이상 될 수 없으니 알아서 넘기라는 것처럼 들리는군.”
“정확하십니다. 지금 선견 그룹은 원유를 확보하지 못하면 큰 위기가 올 겁니다. 그건 그 누구도 아니라고 말할 수 없죠.”
씁쓸하지만, 이선수가 한 말이 맞다.
“슬슬 업계에서도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 같더군요.”
솔직히 소문이 돌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선견 그룹이 원유 찾아 삼만리 하는 것은 소문이 다 났다.
“경쟁 회사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겁니다. 저나 회장님이라도 놓치지 않을 거고요.”
“심장을 콕콕 찌르는군.”
“저는 많이 양보했다고 생각합니다. 선견 그룹의 위기를 모면할 원유를 공급하는 것도 모자라 단가도 21달러로 고정했습니다. 수백억 원을 포기한 것이죠.”
“그만큼 제1이동통신이 매력적인 것이겠지.”
정면 돌파.
“네. 매력적입니다. 그러니까 입찰에 참여했겠죠. 시간 끌지 마시고, 원유 받으실 겁니까?”
“받아야지. 하지만 이선수 사장이 내건 조건으로는 아니네.”
“조건 협상은 없습니다. 이진모 사장에게 말한 조건이 아니면 거래는 없습니다.”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아니요.”
“왜 아니라고 생각하나?”
뒤통수 맞기 싫거든.
“기껏 원유 계약해 놨더니 제1이동통신 입찰 금액 납부해 버리면 안 되니까요.”
“이선수 사장! 나를 약속 안 지키는 그런 사람으로 본 건가?”
“그건 모르죠. 선견 그룹과 약속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요? 회장님은 약속을 안 지키는 한이 있더라도 선견 그룹을 선택하시지 않으실 겁니까?”
최현종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선견 그룹을 선택하겠지.”
“그래서 안 됩니다.”
“어떤 말을 해도 안 되나?”
“안 됩니다.”
“내가 평생 은인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그 은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갈까?
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은인 따위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을 것이다.
자기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프거든.
그리고 친하기라도 하면 몰라요.
이제 두 번 만났는데.
“평생 은인으로 생각하시면 선견 그룹 주식을 주실 수 있나요?”
“선견 그룹을 날로 먹겠다?”
그거 봐.
평생 은인으로 생각하겠다며.
“선견 그룹 주시지 않을 거면 조건은 변하지 않습니다.”
선견 그룹 주면 제1이동통신도 내 것이 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나하고도 불편한 관계가 될 텐데. 삼두 그룹과 선견 그룹이 이선수 사장과 불편한 관계가 된다면 안 좋지 않을까?”
삼두 그룹과 불편한 관계가 된 것은 조금만 알아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제1이동통신 가져오는 순간 불편해지는 것은 확정이다.
“저하고 불편한 관계가 되면 원유 거래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 아닐까요?”
“1년 뒤의 일은 모르지.”
그래서 하겠다는 거야?
안 하겠다는 거야?
“더 불편한 관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더 불편한 관계라니?”
“원유 회사가 선견 그룹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드디어 최현종 회장의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다른 회사에 원유를 넘기겠다는 건가?”
“그 정도로 더 불편한 관계가 될까요? 제1이동통신 인수에 실패한 돈으로 원유 회사 인수할 수도 있습니다.”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5천억 원으로 중견 원유 정제 회사 인수가 가능했다.
“그리고 선견 그룹의 위기를 틈타 성장할 수 있죠. 생각해 보니 그것이 더 낫겠습니다.”
최현종 회장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선수가 정말 원유 회사를 인수하면 강력한 적이 생긴다.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었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그리고 에티오피아 콜드블루는 제가 직접 사서 마시겠습니다.”
아쉽지만, 시간만 끌고 거래는 안 하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졌네.”
진짜 가려고 했다.
“지셨다고요?”
“그래. 내가 졌어. 어떻게 해서든 제1이동통신과 선견 그룹을 동시에 지키려고 생각했는데……. 이선수 사장 자네에게는 안 통할 것 같군.”
안 통하지.
계획하고 온 것이 있는데.
“진짜 제1이동통신을 넘기시는 겁니까?”
“그렇게 하겠네.”
선견 그룹이 위험해지는 것보다는 낫다.
“좋습니다. 그럼 제1이동통신 인수를 포기한다고 정부에 통보부터 해 주시죠.”
“하겠네.”
“통보부터 하신다면 조건을 바꾸겠습니다.”
“정말인가?”
처음부터 이렇게 나왔다면 쉽게 끝났을 것이다.
“정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