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48)
꿈꾸는 재벌 48화(48/249)
48. 핸드폰 그리고 미국으로
정말 아쉽다.
최현종 회장은 선견 그룹의 어려움만 아니었다면 어떻게 해서든 제1이동통신을 인수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선견 그룹이 무너지면 제1이동통신을 인수해 봤자 소용이 없다.
“바뀌는 조건을 알고 싶은데?”
당연히 궁금하겠지.
“보편타당한 원유 거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편타당이라. 더 정확하게 알고 싶네.”
“일반적인 원유 거래 계약이죠. 리볼빙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장기 계약에서는 대부분 리볼빙 L/C를 오픈한다.
선견 그룹 역시 6개월 이상 계약일 경우 리볼빙 L/C를 오픈했다.
“가격은 21달러 그대로이고?”
“손해 봐도 약속한 것이니까요.”
최현종 회장은 이선수가 제1이동통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원유 거래에서 엄청난 손실을 봐도 제1이동통신을 인수하려 하고 있으니까.
이런 생각이 들자 더 아까웠다.
그리고 삼두 그룹이 얄미웠다.
삼두 무역에서 2천억 원을 빌려준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선견 그룹은 4,721억 원으로 입찰했을 것이다.
이선수가 5,721억 원으로 입찰했으니 졌을 것이고.
그때는 화가 났겠지만,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원유 문제에 매달렸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삼두 그룹과 사이가 안 좋은 것인가?”
왜 이런 질문을 하지?
조금 전에 분명 삼두 그룹 그리고 선견 그룹이 나와 불편한 관계가 된다고 경고한 사람이.
“뭐, 이선수 사장이 아니라고 해도 삼두 그룹은 사이가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
“할 말이 있으시다면 그냥 하시죠. 돌려 말하시지 마시고.”
“내가 어떻게 입찰에서 6,721억 원을 쓸 수 있었는지 아는가?”
대충 짐작이 가네.
“삼두 무역에서 2천억 원을 저리로 빌려주겠다고 했기 때문이지.”
임대 아파트 사업 때문에 대놓고 방해는 못 하겠으니까.
뒤에서 이런 짓을 하네.
이렇게 되면 전면전이지.
그리고.
“참 짓궂으시네요.”
최현종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어쩌겠는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화가 계속 날 것 같은데.”
“싸움 붙여 놓고 지켜보겠다는 것 같은데요?”
“그것도 좋지. 지금까지는 이선수 사장이 이기고 있지 않은가? 다음번에는 누가 이길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선견 그룹하고 싸울지도 모릅니다.”
“허허. 이선수 사장, 자네 참 자신만만해. 삼두 그룹과 싸우는 중에 우리 선견 그룹과 싸울 생각을 하다니.”
지금도 싸우는 중입니다만.
“뭐 그런 날이 오면 치열하게 경쟁해 보자고.”
최현종 회장은 자신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 원유 정제 사업에 있어서는 선견 그룹이 1위이어서였다.
더군다나 폐쇄적인 성향이 강한 업종이다.
이선수가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업이었다.
“오늘 바로 정부에 통보하지.”
결정 났으면 바로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미련으로 질질 끌면 더 안 좋다.
“그래 주시면 좋고요.”
“계약서는 내일 이진모 사장하고 썼으면 하는데.”
“확인되면 쓰겠습니다.”
“알겠네. 그럼 다음에는 좋은 일로 만나자고.”
나도 그러고 싶기는 했다.
하지만 좋은 일로 만나는 경우가 몇 번이나 있을까 싶었다.
* * *
선견 그룹이 제1이동통신 인수를 포기하면서 자동으로 2위인 드림 종합건설이 제1이동통신을 인수하게 됐다.
그리고 입찰금을 납부하면서 사진도 찍었다.
그 사진이 신문에 사용됐다.
꿈에서 본 그 장면이었다.
선견 그룹 주)유정의 이진모 사장과 만나 최현종 회장과 약속했던 대로 계약도 끝냈다.
1년 계약으로 1천만 배럴을 21달러에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 * *
“이선수는 참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회장님.”
“운이 좋아?”
이환건 회장은 이민욱 부회장을 쳐다봤다.
“이번에도 원유에 문제가 있지 않았다면 어떻게 제1이동통신을 인수했겠습니까.”
“쯧. 운이 좋더라도 그것을 활용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소용없다. 이선수가 원유를 확보해 놓은 것은 그의 능력이다.”
“아쉬워서 한 말입니다. 회장님.”
“아쉬워도 잊지는 말아라. 모든 경우를 생각하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앞으로 이선수와 부딪칠 일은 없으니. 그룹 이야기나 하자. 전자는 어떠냐?”
이민욱 부회장은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최대 실적을 갱신 중입니다. 특히나 D램 반도체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뭐를 들었냐!”
약간은 화난 듯한 이환건 회장의 목소리에 이민욱 부회장은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든 경우를 생각하고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라고 한 지 1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반도체만 의지하는 듯한 말을 하는구나.”
이민욱 부회장은 또 미소 지었다.
“당연히 반도체만 의지하지 않습니다. 핸드폰과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연구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엘제이 그룹과 격차를 더 벌려라.”
“물론입니다. 회장님.”
현재 삼두 전자와 경쟁하는 가전제품 회사는 엘제이 전자뿐이었다.
이선수가 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 *
제1이동통신을 인수하고 괘씸한 삼두 그룹과 전면전을 할 수는 없었다.
정리가 필요했다.
현재 한국에는 드림 종합건설, 드림 인더스트리 그리고 아직 이름을 바꾸지 않은 제1이동통신 이렇게 3개의 회사가 있다.
방위산업체인 드림 인더스트리는 페트로프 대사의 지휘 아래 계획대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
항공순양함 운영을 위한 무기 구매와 인공위성 기술 이전을 위한 과학자와 각종 기자재를 들여오는 것도 진행 중이었다.
수직이착륙 전투기와 무기 1차분은 벌써 들어오기는 했다.
몇 주 뒤에는 광개토 1번 항공순양함이 진수식을 한다.
드림 종합건설.
고정민 전무가 사장 대행으로 진두지휘했다.
모든 현장을 설계도면대로 시공했는지 철저하게 감리 감독했다.
기존 거래처에 신뢰가 다시 쌓이면서 공사는 차질없이 진행 중이었다.
또한, 과징금을 자진 납부했더니 관급 공사를 다시 수주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경남 지역은 공사를 받기 조금 힘들었다.
제1이동통신.
가장 큰 문제였다.
인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가 전문가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공기업이었다는 것이다.
직원 대부분이 경쟁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전문 경영인이 필요했다.
수많은 사람을 추천받고 뒷조사까지 했다.
돈에 쉽게 휘둘리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이면 안 된다.
어렵게 이성준이란 사람을 전문 경영인으로 고용했다.
초기에 돈이 엄청 들어가게 생겼다.
이동통신망을 더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한국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제 1994년도 거의 끝나간다.
정신없이 보낸 1994년이었다.
1995년은 삼두 그룹이 깜짝 놀랄 일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 * *
“그냥 호텔에서 지낸다니까.”
“섭섭하게 그러면 안 되지. 회장님하고 나하고 남이냐?”
“선배하고 나하고 남이지 그럼 가족이야?”
이정석 선배는 나를 회장님 아니면 빅보스로 부르면서 말투는 똑같이 하고 있었다.
물론, 둘이 있을 때만 그랬다.
“가족 아니었어? 섭섭하네.”
진짜 섭섭하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우리 회장님이 우리 식구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 형수하고 어머님은 왜 껴 넣는 거야.”
“가족이니까. 회장님 형수하고 우리 어머니가 너 오기를 얼마나 기대하는 줄 알아? 식단까지 만들었다니까.”
“나 때문에 그러지 마. 불편해.”
“난 안 불편해. 우리 회장님이 호텔에서 외로이 쓸쓸하게 지내는 것이 더 불편해.”
이대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따가 퇴근할 때 다시 이야기해.”
“지금 결정해.”
“일부터 하고.”
문이 열리고 싱가포르 직원인 신디가 들어와 물과 주스 같은 것을 테이블에 놨다.
“빅보스 맛있게 드세요.”
“네. 고마워요.”
신디가 나갔다.
“선배는 어떻게 한국어 잘하는 직원을 찾았어요?”
“내가 찾은 것이 아니라. 지원했어.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었대. 경영 전공에 싱가포르 회사에서 금융 담당이었어.”
한국어에 영어도 잘하고 경영학에 금융까지 아는 직원이다.
잘 고용한 것 같았다.
살짝 대화 주제를 바꿀 기회다.
“지금 회사에 얼마나 있어요?”
“음. 한신 은행에 5억 달러 추가로 보내고 남은 돈이… 4억 달러쯤 되네. 자잘한 비용이 조금 나가서…….”
제1이동통신 인수 때문에 5억 달러를 추가로 보냈다.
5억 달러면 5천억 원 정도다.
“다음 달에는 예상 이익이 3억 달러인가요?”
“정확하게는 3억 2천만 달러야.”
연간 계약한 원유 빼고 단기로 계약하는 원유 가격이 올랐다.
그래서 2억 4천만 달러의 이익이 3억 2천만 달러로 늘었다.
“단기 계약은 얼마나 되죠?”
“선견 그룹에 거의 다 줘서 이제 3백만 배럴 정도야.”
“어쨌든 지금 사용할 수 있는 돈은 4억 달러라는 거네요.”
“그렇지. 또 돈 필요해?”
이정석은 드림 종합건설 때문인가 싶었다.
“드림 종합건설에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솔직하게 제1이동통신 아니었으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에요.”
드림 종합건설은 조금만 있으면 손실이 아니라 이익으로 전환될 것이다.
“그런데 제1이동통신 진짜 돈이 돼? 정부에서 억지로 떠넘긴 것 아니야?”
“정부에서 억지로 떠넘긴다고 해도 무조건 인수했어야 하는 회사예요. 당장은 적자일지 몰라도 3년 이내에 흑자로 돌아설 겁니다.”
“3년이라. 괜찮네.”
“일차로 3억 달러 정도 사용하려고 합니다.”
“어디에?”
이선수가 어디에 돈을 사용하든 상관없었다.
결정권은 이선수가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실무자이자 드림 컴퍼니를 운영하는 이정석은 알아야 했다.
“혹시 모토로라라는 회사 알아요?”
“모토로라? 들어본 것 같은데.”
이정석의 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모토로라를 잘 몰랐다.
“그럼 삼두 그룹에서 만든 핸드폰은요?”
“그건 알지.”
“사실 모토로라가 세계 최초로 핸드폰을 만들었어요.”
“진짜?”
“네.”
“그런데 왜 핸드폰…….”
이정석은 이선수가 왜 모토로라 이야기를 꺼냈는지 알았다.
“모토로라에서 핸드폰 사게? 그리고 한국에서 팔려고?”
“모토로라에서 핸드폰 사서 한국에서 팔려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선풍적으로 인기를 얻은 모토로라 폴더폰은 1996년에 출시된다.
이제 곧 1995년이니 아직 개발 중이다.
“그럼 1억 달러는 어디에 쓰려고?”
“모토로라 주식이요.”
이정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생각해도 우리 빅보스 회장님은 악마야.”
“악마요?”
“3억 달러어치 주식을 사면 모토로라는 깜짝 놀랄걸? 적대적 인수하는 줄 알 거야.”
나는 웃으며 말했다.
“꿈쩍은 해도 깜짝 놀라지는 않을 겁니다.”
“왜?”
“모토로라 현재 주가가 30달러거든요. 3억 달러로 살 수 있는 주식은 1천만 주 정도예요.”
“그것밖에 안 돼?”
예전 삼두 종합건설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삼두 종합건설은 삼두 그룹이 헛짓하다가 주식 가격을 너무 내려서 주식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6% 정도 확보하는 겁니다.”
5%만 넘어가면 모토로라에서 놀라긴 할 거다.
“알았어. 6% 확보했다고 하자. 그다음에는?”
“한국 총판권을 얻어야죠.”
“대주주에게 총판권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거구나. 역시 악마야.”
“선배!”
“상대방에게는 악마지만, 우리에게는 천사지.”
이정석 선배가 윙크했다.
“그 악마 소리 안 듣고 싶거든 우리 집에서 지내.”
일 이야기하면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했는데.
“아직 일 이야기 안 끝났어요.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사에 직원은 잘 뽑았어요?”
“그거 이야기했잖아. 푸틴이 소개해준 5명하고 영어 할 줄 아는 현지인 3명 그리고 현지 노동자 소개업체…….”
다 보고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호텔에 머물 생각이었다.
* * *
호텔에서 머물렀느냐?
당연히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은 이정석 선배의 부인이 회사까지 찾아와서였다.
그리고 이정석 선배의 집에서 머물면서 가스와 원유 사업에 관여했다.
보고서 받고 싱가포르 직원과 친해지는 것이 업무나 마찬가지였다.
실무를 많이 배웠다.
하지만 주 업무는 모토로라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모토로라 주식이 많이 올랐지만, 목표 주식인 1천만 주를 살 수 있었다.
정확하게 6.02%였다.
1995년 3월 난 모토로라 본사가 있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