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53)
꿈꾸는 재벌 53화(53/249)
53. 포기하지 마세요
이해가 안 되겠지.
어떻게 보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니까.
하지만 가입자가 약속만 지키면 진짜 공짜로 주는 것이 맞다.
“회장님 어떻게 공짜가 가능한가요?”
이성준 사장이 물었다.
현재 드림 텔레콤의 대표인 그가 임원을 대신해 묻는 것은 당연했다.
“가입자가 3년 약정을 하면 스타텍 핸드폰도 36개월 할부로 해 주는 겁니다. 그리고 3년 동안 연체 없이 요금을 내면 할부금과 이자를 요금에서 감면해 주는 거죠.”
“회장님 잠시만… 방금 말씀 하신 것을 이해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성준 사장뿐만이 아니었다.
임원 모두가 이선수의 말을 다시 생각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가장 빠르게 이해한 사람은 이성준 대표였다.
“33만 원을 36개월로 나누면 9,167원이고 연 5%의 할부 이자면 월 500원 정도니… 월 1만 원이면 되는군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성준 사장이 확신하는 이유가 있었다.
1996년에는 핸드폰 요금이 정액제가 아니었다.
기본료 2만 원 정도에 10초당 32원을 받았다.
핸드폰의 편리성 때문에 점점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핸드폰 요금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조금 무리하게 썼다 싶으면 10만 원을 넘기기도 했다.
“삼선 이동통신과 엘진 이동통신과 같은 로열 요금제를 적용해도…….”
삼선 이동통신과 엘진 이동통신은 통화량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로열 요금제를 출시했다.
기본료 5만 원에 월 300분까지는 무료 통화다.
초과 사용 시에 10초당 19원을 받는다.
핸드폰을 많이 사용하는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이었다.
드림 텔레콤 역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성준 사장님이 정확하게 이해한 것 같으니 임원분들에게 설명해 주시기로 하죠. 조금 더 말하자면…….”
아직 정수기 렌탈 이야기한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가입자가 한 할부 계약이니 금융권에 넘겨서 할인 받아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제야 이해한 것 같네.
거의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재무 이사는 더 많이 이해한 것 같았다.
“할부 판매와 렌탈을 섞어서 사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
“그건 여기 있는 임원분들이 할 일입니다. 제가 할 일은 이제 없는 것 같은데요?”
어느 길로 가라고 정해 줬다.
그러면 드림 텔레콤이라는 회사를 그 길로 가게 하는 것은 이성준 사장과 임원이 할 일이다.
그것까지 한다면 임원진이 필요없다.
마음 같아서는 정액 요금제를 더 빨리 도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입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액 요금제를 도입하면 회사는 적자일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사용한 비용이 엄청나니까.
그리고 계속 망을 확장해야 했다.
유지보수 비용도 꽤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드림 텔레콤이 그 어떤 회사보다 더 빨리 정액 요금제를 도입할 것은 분명했다.
“이제 제대로 해 보세요. 드림 텔레콤에 더는 다른 회사의 자금 지원은 없습니다.”
내 말에 이성준 사장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회장님. 아직 자금이 들어갈 곳이 많습니다.”
“가입자 늘려서 그 이익으로 하세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황한 표정의 이성준 사장과 임원을 두고 회의실을 나갔다.
따라 나오려는 그들을 향해 회의를 계속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따라 나와 나를 배웅했다.
* * *
[드림 텔레콤의 새로운 핸드폰 정책 보고서]“으음.”
이민욱 부회장은 보고서를 다 읽은 후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낸 것이다.
이선수가 삼두 전자가 만든 방법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법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이선수가 생각하고 주도한 것 맞나?”
이민욱 부회장의 질문에 삼두 전자 기획실장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부회장님. 드림 텔레콤 회사 내에 소문이 파다합니다.”
이선수가 돌파구를 찾아 경영진에게 알려 줬다는 소문이 났다.
그리고 임원 몇 명에게 직접 확인했다.
드림 텔레콤에서 스타텍 무료 판매를 시작한 이상 비밀도 아니었다.
“기발하군. 할부 이자나 채권 할인 비용이 들어가기는 해도 부담이 적어.”
지금 삼선 이동통신이나 엘진 이동통신은 직접 자금을 투입해서 핸드폰 단말기 대금을 해결하는 중이었다.
그에 반해 드림 텔레콤은 핸드폰 단말기 대금을 채권으로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중이었다.
“가입자 증가세는?”
“아직 약합니다. 초반에 삼선 이동통신과 엘진 이동통신이 꽤 많은 가입자를 가져와서 그런 것 같습니다.”
드림 텔레콤이 새로운 핸드폰 정책을 내놨다고 해서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았다.
아직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신규 가입자나 약정을 하지 않은 가입자가 점점 늘어났다.
“여기서 쐐기를 박아야 해. 드림 텔레콤이 더는 가입자가 늘어나지 못하게 할 방법을 찾아.”
이민욱 부회장의 말에 삼두 전자 전략 기획실장은 준비했다는 듯 말했다.
“이벤트를 더 늘리는 것이 어떨까요?”
“이벤트?”
“네. 재고로 남은 가전제품을 싸게 삼선 이동통신에 공급하는 겁니다.”
괜찮은 것 같았다.
재고로 남은 제품은 감가상각으로 어차피 그 가치가 계속 떨어진다.
그래서 할인 행사로 풀거나 직원이 저렴하게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엘진 이동통신도 엘아이 전자 재고를 이벤트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전달해 보겠습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엘진 이동통신도 드림 텔레콤의 가입자 증가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안 그랬다면 모토로라 스타텍 핸드폰을 공급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엘아이 전자 역시 핸드폰을 생산했다.
“내가 엘아이 전자 고 사장에게 전화해 놓을 테니 진행해.”
경쟁 회사이지만, 공동의 적이 생겼을 때는 힘을 합치기도 했다.
또는, 공동의 이익이 된다면.
그래서 어느 정도 친분은 쌓아 놓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회장님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계시니까 드림 텔레콤 가입자가 증가하지 않도록만 해.”
“네. 부회장님.”
이민욱 부회장은 가입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드림 텔레콤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것으로 생각했다.
단기간에 쓰러지지는 않겠지만, 버티면 버틸수록 적자가 늘어날 테니까.
* * *
3개월.
이선수가 드림 텔레콤 경영진과 회의하고 난 후다.
하지만 모토로라 스타텍 핸드폰을 공짜로 준다고 해도 늘어난 가입자는 고작 5천 명이었다.
삼선 이동통신과 엘진 이동통신의 이벤트 때문이기도 했다.
무려 20억 원 상당의 가전제품 이벤트.
삼두 전자가 20억 원어치.
엘아이 전자가 20억 원어치.
하지만 실제 가치는 10억 원도 안 됐다.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했다.
드림 텔레콤은 이대로 가다가는 적자의 늪에 빠져 더는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다.
이성준 사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 * *
“회장님 죄송합니다.”
내미는 봉투를 보니 사표네.
“갑자기 찾아와서 사표 내는 것은 좀 당황스럽네요.”
“전문 경영인으로서 실적을 내지 못했으니 사표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 마음으로 더 열심히 일해 주실 수는 없나요?”
“죄송합니다. 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성준 사장님 능력이 부족하지는 않죠.”
실제로 이성준 사장은 공무원 기질을 그대로 지닌 직원들을 바꿔 놨다.
목표를 주고 성과급을 확실하게 보장했다.
그리고 바뀌지 않는 직원은 과감하게 쳐냈다.
덕분에 드림 텔레콤은 이성준 사장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런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
“솔직하게 드림 전자가 삼두 전자나 엘아이 전자처럼 이벤트 가전제품을 제공했다면 또 달랐을 겁니다.”
“그건 핑계이고 변명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실적을 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회장님.”
생각이 너무 확고해 보였다.
“더군다나 모토로라 스타텍 핸드폰을 공짜로 줄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 주셨는데…….”
이성준 사장이 더 괴로워하는 것이었다.
“어떤 말로도 마음을 바꾸실 생각은 없는 건가요?”
“죄송합니다.”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아직 내 말 다 안 끝났습니다.”
“무슨 말이신지?”
“정확하게 3개월! 3개월 후에도 실적이 안 좋다면 이성준 사장님의 사표를 수리하겠습니다.”
이성준 사장은 난감했다.
이선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안 된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3개월이란 것이 궁금했다.
“회장님 왜 3개월 후에 실적이 좋아진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당연히 이성준 사장님이 열심히 일해 주셨으니까요. 그리고 이성준 사장님의 지시를 잘 따라 준 직원들도 있고요.”
이선수가 너무 막연하게 말하는 것 같이 느꼈다.
확실한 이유가 없었다.
“그냥 아쉬워서 그러시는 것이라면 사표 수리해 주십시오. 회장님.”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난 확신합니다. 3개월 안에 실적이 좋아진다고요. 우리 내기할까요?”
“내기요?”
“네. 3개월 안에 실적이 좋아지면 이성준 사장님은 평생 드림 텔레콤을 맡아서 키워 주셔야 합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성준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회장님 말씀대로 된다면 평생 월급을 동결하겠습니다.”
이성준 사장 월급이 3천만 원이었던가?
아직 드림 텔레콤이 자리 잡지 않아서 많이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드림 텔레콤이 자리 잡고 성장하면 더 많이 받기로 했었다.
“그만둘 수 없습니다. 그거 잊지 마세요.”
“잊지 않겠습니다.”
“좋습니다. 3개월 후에 다시 보시죠.”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성준 사장은 대답하고 가면서도 기운이 없었다.
내기와는 다르게 남은 3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실적 증진을 위해 일할 것이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 * *
지리산.
산을 좀 탄다는 사람은 무조건 가는 산이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쉬운 코스부터 험난한 코스까지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도전하는 등산인은 생각보다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특히나 야간 산행은 더욱더.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야간 산행을 막아도 하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산의 날씨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랐다.
* * *
“비 소식은 없었잖아.”
“없었는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야간 산행은 날씨도 봐야 했다.
“조금 빨리 갈까?”
이번이 세 번째 지리산 야간 산행인 전시훈이 같이 온 친구 구광모에게 말했다.
구광모는 야간 산행이 처음이었다.
“피난처로 가자.”
구광모는 조금 불안했다.
“피난처로 가는 거나 빨리 가는 거나 시간은 큰 차이가 없어. 나만 믿고 따라와.”
전시훈의 자신 있는 말에 구광모는 애써 불안함을 떨쳤다.
자신보다 더 많은 산행을 한 전문가니까.
하지만 문제는 산길이 험하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원래 가는 길은 바위가 많았다. 낭떠러지 같은 바윗길도 있었고.
피난처가 조금 더 멀기는 해도 길은 안전했다.
“빨리 와!”
전시훈이 재촉했다.
구광모는 빠르게 발걸음을 놀렸다.
그렇게 1시간쯤 걸었을까.
“비가 더 거세지는데?”
구광모의 말에 전시훈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이 당황했다는 것을 알면 구광모가 겁을 먹을 수 있어서였다.
“이 정도는 괜찮아. 조금만 더 빨리 가자. 힘내.”
힘내라는 말은 전시훈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이제는 되돌아가기도 늦었다.
너무 멀리 왔다.
후우웅.
바람 소리가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몸에 부딪치는 소리 역시 투툭이 아니라 투두두둑 거렸다.
점점 더 눈을 뜨기가 어려웠다.
어두운 산길을 밝히는 플래시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억!”
구광모의 소리였다.
앞서가던 전시훈이 빗소리 때문에 제대로 듣지 못했다.
“시훈아!”
구광모가 소리치자 그제야 전시훈이 멈췄다.
“뭐야?”
조금 떨어진 곳에 구광모가 주저앉아 있었다.
다급하게 다가갔다.
“발목을 접지른 것 같아.”
“어디 봐.”
전시훈이 구광모의 발목을 만졌다.
“악!”
벌써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어쩌다가 그랬어!”
“돌이 미끄러워서.”
전시훈은 미끄러우니까 조심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했다.
하지만 말은 다르게 나왔다.
“좀 조심하지.”
“미안하다.”
“일어날 수 있겠어?”
“일어나 볼게.”
구광모는 일어나려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안 되겠는데?”
“내 어깨 잡아.”
“아니야. 네가 먼저 가서 사람 보내. 나 부축해서 가면 언제 내려갈지 모른다.”
“미쳤어? 여기서 비 계속 맞으면서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어!”
“안 죽어. 네가 빨리 가서 사람 데려올 거잖아.”
전시훈은 고개를 저었다.
“내려갔다 오면 아무리 빨라도 4시간 이상 걸려. 구조대 부르는 것이 나아.”
“이 산속에서 어떻게 구조대를 불러?”
전시훈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 핸드폰이지.”
비바람을 몸으로 막으며 전시훈은 핸드폰으로 구조대로 전화를 걸었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어 가능했다.
하지만.
“어? 신호가 안 가…….”
안테나가 안 떴다. 아예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는 표시까지.
전시훈은 욕을 했다.
“이런 개 시펄! 잘된다며.”
전시훈이 사용하는 핸드폰은 삼두 전자의 S-110 신형이었다.
삼선 이동통신도 드림 텔레콤처럼 핸드폰이 어디서나 잘 터진다고 광고했다.
“왜 안 되는 거야!”
핸드폰을 들어 올려도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됐잖아!”
더 높은 곳에 올라갔어도 핸드폰이 됐었다.
전시훈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산 정상 가까운 곳이 오히려 신호가 더 잘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처럼 바위와 나무에 둘러싸인 곳이 전파 방해 때문에 잘 터지지 않는다.
근처에 중계기가 있지 않는 한.
“안 돼?”
구광모의 물음에 전시훈은 미칠 것 같았다.
야간 산행을 해 봐야 진정한 산악인이라고 하며 구광모를 억지로 데려왔다.
그런데 이런 사고가 났다.
“내 걸로 해 봐.”
구광모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모토로라 스타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