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56)
꿈꾸는 재벌 56화(56/249)
56. 웃음 짓는 이들
엘아이 전자 고진웅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받은 이민욱 부회장은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바로 고진웅 사장을 찾아갔다.
고진웅 사장은 이민욱 부회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로만 대화하시던 분이 직접 찾아오시다니. 영광입니다.”
비꼬는 말이라는 것을 이민욱 부회장도 알았다.
하지만 참았다.
“바빠서 그런 거지. 그런 것을 마음에 두면 쓰나.”
고진웅 사장보다 2살 많은 이민욱 부회장은 평소에도 말을 편하게 했다.
“그렇게 바쁘신 분이 이번에는 여기까지 오셨네요?”
“왜 이래. 섭섭한 것이 있다면 말로 해. 사업에 반영하지 말고.”
고진웅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섭섭한 것이야 많죠. 협력 관계임에도 깔보는 듯한 말과 행동.”
“난 그런 적 없어.”
이민욱 부회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당하는 고진웅 사장은 아니었다.
고진웅 사장에게는 삼두 전자와 삼두 그룹이 엘아이 전자와 엘아이 그룹보다 위에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으로 느껴졌었다.
그리고 현실이었다.
그래서 고진웅 사장은 애써 모른 척 회사의 이익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죠.”
냉담한 표정의 고진웅 사장.
그런 그를 보며 이민욱 부회장은 심각하다 생각했다.
무언가 더 있다.
엘아이 전자가… 아니, 고진웅 사장이 그냥 협력 관계를 끊을 리가 없다.
“이유나 좀 알자.”
지금은 고진웅 사장도 말이 좋게 나오지 않았다.
“이유를 알아도 변하는 것은 없네요.”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올라온 것이다.
한 번쯤은 이민욱 부회장 앞에서 제대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정말 이럴 거냐? 삼두 그룹과 영원히 평행선을 그리며 가겠다는 거냐고.”
이민욱 부회장은 습관처럼 고진웅 사장을 압박했다.
그것이 협박처럼 들린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겠다면요?”
“고 회장님도 네가 이러는 것 알아? 아시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
으득.
고진웅 사장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형은 항상 이런 식이지.”
“뭐가?”
“내가 아버지를 존경하면서도 어려워하는 것을 약점처럼 잡고 흔들었어. 형도 나와 다르지 않으면서.”
이민욱 부회장은 아차 싶었다.
자신도 이환건 회장을 어려워한다.
재벌가의 자식이라면 대부분 그럴 것이다.
“누가 약점처럼 흔들었다는 거냐.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고 회장님이 허락하실 리가 없다는 거지.”
풋.
“웃어?”
“웃기니까.”
이민욱 부회장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고진웅 사장이 예전과는 달랐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거냐?”
“이민욱 부회장님. 왜 당신은 당신 생각이 항상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말은 정중했지만, 비아냥거리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설마 고 회장님이 허락하신 일이라는 거냐?”
“당신 말대로 고한평 회장님께서도 다 아시는 일입니다.”
“이제 형이라는 단어는 사용 안 하겠다는 거냐?”
“평생선을 그리겠다고 말한 사람에게 형이라고 할 수는 없죠. 이민욱 부회장님.”
“철저하게 이익을 따지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또 웃을 수밖에 없네요. 우리가 언제는 이익을 안 따졌나요? 어차피 지금은 이런 상황이어도 다른 사업에서는 삼두 그룹이 아쉬우면 우리 엘아이 그룹과 손잡을 것 아닌가요?”
솔직히 이동통신 협력이 끊어지면 손잡을 일은 거의 없었다.
주력인 전자는 경쟁 관계고 중공업 역시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화학은 삼두 그룹과 경쟁할 일이 없었다.
“고 회장님도 아시는 일이라면… 삼두 그룹의 손을 놓아도 되는 그런 큰 이익이 있다는 건데…….”
이민욱 부회장은 생각나는 것이 하나뿐이었다.
“드림 텔레콤… 이선수와 손잡은 거냐?”
어차피 알게 될 것.
하지만 대놓고 말하기는 싫었다.
“똑같이 경쟁할 뿐입니다. 엘아이 전자 핸드폰을 여러 곳에 납품할 생각이고요.”
“삼선 이동통신에서 엘아이 전자 핸드폰을 적게 판매해서 그런 거야?”
이민욱 부회장은 어떻게 해서든 고진웅 사장을 달래고 싶었다.
이미 멀어진 마음을 모르고.
“판매 물량을 두 배로 늘려줄게. 내가 보장하지.”
고진웅 사장은 또 웃었다.
“그래 봤자 1만 대 수준이겠죠.”
삼선 이동통신이 삼두 전자 핸드폰을 주력으로 파는 것은 당연했다.
엘진 이동통신 역시 엘아이 전자 핸드폰을 주력으로 판매한다.
하지만 삼선 이동통신의 삼두 전자 핸드폰 영업은 너무했다.
대리점 직원들은 엘아이 전자 핸드폰이 있음에도 없는 것처럼 했다.
“올해 100만 대 보장해 주면 생각해 보죠.”
이민욱 부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삼두 전자 핸드폰을 팔지 말라는 거야?”
삼건 이동통신 목표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이었다.
“그 조건 아니면 협력할 이유가 없네요.”
이민욱 부회장은 고진웅 사장이 이선수로부터 어떤 제안을 받았는지 알았다.
100만 대 판매.
많이 과장됐다 해도 최소 50만 대.
둘 중 뭐가 됐든 삼두 전자는 그렇게 해 줄 수 없었다.
하지만.
“좋아. 100만 대 보장해 주지.”
고진웅 사장의 눈이 커졌다.
이렇게 쉽게?
그가 아는 이민욱 부회장은 절대 이런 조건을 승낙할 사람이 아니었다.
손해라는 것을 빤히 아는데.
왜 사람이 변한 것처럼 행동할까?
쉽게 결론이 나왔다.
“이선수 회장이 그렇게 두려워요?”
이민욱 부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누가 두렵다는 거냐!”
“두렵군요. 내가 평생 만난 이민욱 부회장은 이런 일에 흥분하지 않거든요.”
또 아차 싶었다.
감정을 쉽게 드러냈다.
하지만 이선수라는 이름에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이민욱 부회장에게 고진웅 사장은 통보하듯 말했다.
“200만 대를 팔아 준다고 해도 이민욱 부회장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겠네요.”
“무슨 말이냐?”
“잊었어요? 우리는 경쟁 관계입니다. 삼두 그룹을 앞설 기회가 더 큰 이익이라서요.”
으드득.
이번에는 이민욱 부회장이 이를 갈았다.
“정말 이럴 거냐?”
“네. 이럴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가 주시죠.”
“이번을 기회로 엘아이 전자가 삼두 전자를 추월할 생각인가 본데. 쉽게 안 될 거다.”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삼두 그룹과 손잡고 눈치를 계속 보게 되면 이런 기회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후회할 거다.”
“후회할 것 같았으면 시작도 안 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이민욱 부회장은 화가 난 얼굴로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런 그를 보며 고진웅 사장은 아무런 말도 안 했다.
이민욱 부회장이 가자 고진웅 사장은 긴장이 풀렸다.
“그래도 속은 시원하네. 이선수 회장…….”
고진웅 사장은 이선수를 떠올렸다.
과감하고 협상을 잘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삼두 그룹의 이민욱 부회장이 흥분할 정도로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선수의 말대로 삼선 이동통신이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 * *
고진웅 사장과 이민욱 부회장이 만난 후.
엘아이 전자는 드림 텔레콤에 핸드폰을 납품하면서 이벤트용 전자제품도 제공했다.
드림 텔레콤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지 않아도 핸드폰이 없어서 가입하지 못하고 대기하는 상황.
가지고 싶은 스타텍이 아니지만, 엘아이 전자 핸드폰이라도 있으니 가입이 가능했다.
더군다나 공짜로 전자제품 이벤트에도 참여하니 더욱더.
가입자가 늘어나니 이상한 현상도 일어났다.
[아직도 드림 텔레콤 안 쓰냐? 빵빵하게 잘 터지는데?]드림 텔레콤 가입자라고 자랑하고 다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삼선 이동통신과 엘진 이동통신 가입자도 드림 텔레콤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 * *
“이거 왜 이래?”
삼선 이동통신 매출 보고를 받은 이민욱 부회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매출이 거의 45도 각도로 하락하고 있었다.
“가입자의 통화량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왜?”
“그게…….”
“몰라?”
“그건 아니고…….”
현재 삼선 이동통신의 사장인 김전구는 식은땀이 흘렀다.
“말해 봐.”
이민욱 부회장의 재촉에 어쩔 수 없었다.
“가입만 해 놓고 통화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하느냐고?”
“드림 텔레콤에 이중 가입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렇습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이해가 안 됐다.
“이중 가입? 그걸 왜 해?”
“그게… 위약금을 피하려고 기본요금만 내고 실사용은 드림 텔레콤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이제야 이해가 됐다.
현재 핸드폰 요금제는 기본 요금을 내고 통화량에 과금하는 방식이다.
핸드폰을 무상으로 지원하려고 약정만 걸어놨을 뿐이다.
약정 기간 내에 해지하면 위약금으로 핸드폰값을 내야 한다.
그것을 피하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그걸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었어?”
김전구 사장도 매출이 하락하자 조사해서 알아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망입니다. 전국적인 통신망 설치가 안 되기 때문에…….”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변명이 아니라 현실이다.
김전구 사장은 다시 어렵게 말을 꺼냈다.
“매출 하락을 막으려면 최소 2천억 원을 더 투입해 올해 안에 섬을 제외한 곳이라도 통신망을 확충해야 합니다. 부회장님.”
2천억 원.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를 생각하면 큰돈도 아니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사용한 돈이었다.
삼두 전자 핸드폰을 공짜로 주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사용했다.
원가로 준 삼두 전자는 손해를 안 봤다고 해도 삼선 이동통신은 아니었다.
“선견 그룹과 이야기를 해 보시는 것이 어떠신지.”
김전구 사장은 삼두 그룹 사람이었다.
하지만 삼선 이동통신 임원진의 절반은 선견 그룹 사람이었다.
동업 관계니까.
“알았어. 선견 그룹과 이야기해 볼 테니까 매출이 더는 하락하지 않도록 방법이나 생각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전구 사장이 가자 이민욱 부회장은 머리를 손으로 잡았다.
선견 그룹과 이야기가 잘돼 2천억 원을 더 투입한다 해도 매출이 다시 돌아올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 확실한 것은 2천억 원을 더 투자해 통신망 확충하지 않으면 1996년인 올해만 아니라 1997년도인 내년도 매출이 계속 하락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민욱 부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동통신 사업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이선수가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르게.
* * *
“예상한 것보다 가입자와 매출이 더 늘었네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드림 이동통신 이성준 사장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사표 내겠다고 찾아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역대급 실적을 갱신하고 있었다.
“역시 이성준 사장님이 필요했네요. 이렇게 실적이 좋으니.”
“제 실력이 아닙니다. 회장님이 다 하신 거죠.”
이성준 사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선수는 아니었다.
“제가 한 것은 그냥 협상 몇 번이었습니다. 그 협상한 것을 가지고 결과를 내놓은 것은 이성준 사장님과 직원들이죠. 아무리 협상을 잘해도 이성준 사장님과 직원들이 없었으면 안 됐을 겁니다.”
이성준 사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선수는 그것을 뛰어넘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능력과 공을 자랑하지 않았다.
“이러니 저와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장님.”
“더 열심히 일하면 회사도 직원도 좋은 일 아닌가요? 보너스 두둑하게 받아 가니까요.”
“그러네요.”
이성준 사장과의 내기에서 이겼다.
이성준 사장은 월급을 3천만 원으로 평생 동결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도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성준 사장님.”
“네. 회장님.”
“평생 드림 그룹에 남아 계실 거죠?”
“물론입니다.”
이선수와 약속한 것도 있다.
하지만 드림 텔레콤을 경영하는 것이 좋았다.
자신이 일할 수 있을 때까지 드림 텔레콤에 있고 싶었다.
“그럼 드림 텔레콤 성장률에 따라서 월급도 올려드릴게요.”
“무슨 말이신지?”
“지금 이 성장률이라면 300% 정도겠네요.”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성장률도 높아진다.
적게 잡아서 300%다.
500%도 가능했다.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내년 재계약 때 그렇게 해 준다는 말입니다.”
“저기… 회장님 저는 분명 3천만 원으로…….”
나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제가 욕먹습니다. 회사를 300%나 성장시킨 전문 경영인을 고작 3천만 원으로 부려먹는다고요.”
“하지만…….”
“저 욕먹게 하기 싫으시죠?”
이성준 사장은 고개를 숙였다.
“네. 회장님께 폐가 되는 말이 안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하게 이성준 사장도 사람이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하는데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었다.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어떻게 인정 받을까?
그것은 회사 성장에 따라 받는 대가다.
자신이 이선수에게 과하게 인정받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네. 회장님.”
드림 텔레콤 실적 보고를 한 이성준 사장은 돌아갔다.
이제 드림 텔레콤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슬슬 준비해야 할 때인가?
* * *
1996년이 거의 끝나가는 11월 드림 그룹 사장단 회의가 열렸다.
드림 그룹 사장 김성웅.
드림 건설 사장 고정민.
슈퍼 가드 사장 임강민.
비비 인더스트리 사장 페트로프.
드림 전자 사장 강진수.
드림 텔레콤 이성준 사장.
그리고 이선수 회장까지.
7명뿐이지만, 드림 그룹을 지탱하는 핵심이다.
이선수가 말했다.
“이번 그룹 사장단 회의를 소집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회의는 이선수가 지시해서 열린 것이었다.
“1997년부터 드림 그룹은 한국 내 신규 사업을 하지 않습니다.”
이선수를 제외한 이들이 놀란 눈으로 이선수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