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57)
꿈꾸는 재벌 57화(57/249)
57. 의외의 제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드림 그룹은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규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그룹 사장인 김성웅이 이선수에게 물었다.
“회장님 국내 신규 사업만 하지 않는 건가요?”
“정확하게 말하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비비 인더스트리의 경우는 조금 다르겠죠. 정부 사업이니까요.”
정확한 의도를 감춘 것이다.
한국 정부가 비비 인더스트리에 지급하는 돈은 모두 달러다.
처음부터 그렇게 계약했다.
“저기… 회장님. 드림 전자에서 내년 상반기에 발표하기로 한 신제품은…….”
드림 전자 강진수 사장이었다.
드림 전자는 모토로라와 엘아이 전자의 기술 이전을 받아 드림폰을 만들었다.
모토로라 스타텍과 같은 폴더폰이었다.
하지만 모양은 달랐다.
스타텍이 넓고 두툼한 느낌을 줬다면, 드림폰은 얇고 길죽한 느낌이었다.
“분명 신규 사업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은 그대로 합니다.”
드림 전자 강진수 사장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드림 텔레콤 이성준 사장까지.
그 역시 드림폰을 기다리고 있어서였다.
“회장님 국내 신규 사업을 하지 않으시겠다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김성웅 그룹 사장의 말에 모두 이선수의 입을 쳐다봤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입니다.”
무조건 해야지.
“현재 은행권 대출이 가장 많은 곳이 드림 건설과 드림 텔레콤입니다. 더군다나 드림 텔레콤 같은 경우 드림 건설과 비비 인더스트리에 갚아야 할 돈도 있고요.”
쉽게 말하면 재무 구조가 취약했다.
자기 자본금 대비 빚이 많은 것이다.
특히나 1990년대 회사들은 자기자본보다 빚이 수십 배 많은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문제가 생기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신용만 있으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었으니까.
“드림 텔레콤은 계열사 간의 부채를 모두 갚고 은행에서 빌린 돈도 갚는 방향으로 갑니다.”
이선수의 말에 드림 텔레콤 이성준 사장이 말했다.
“그렇게 하면 올해 순이익은 거의 없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내년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드림 텔레콤은 가파르게 오르는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은 회사 내실을 다져야 할 때입니다.”
단호하게 말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1998년의 일을 말할 수 없다.
지금 내실을 다지지 않으면 어렵게 성장시킨 회사를 잃을 수 있다.
이성준 사장이 입을 다무는 것이 보였다.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 앉은 드림 건설의 고정민 사장이 말했다.
“회장님 드림 건설의 해외 건설 대금은 어떻게 할까요?”
드림 건설은 해외에서 받은 건설 대금을 아직 한국으로 보내지 않았다.
이선수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대로 가지고 있으세요.”
“해외 건설 대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으면 회사 외상 매출이 늘어납니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파견한 기술자, 자재, 건설 장비 등의 비용 처리가 어렵습니다. 장부상 이익이 줄어듭니다.”
드림 건설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다.
“일부라도 들여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해외 건설 대금은 한국으로 다 보내지 않는다.
해외 지사에 유보금 형태로 놔둔다.
해외 지사에서 사용해야 하는 돈이 있어서다.
하지만 지금은 이선수의 지시에 아예 한국으로 들여오지 않고 있었다.
“일부라도 들여오지 않으면 국내 매출만으로 은행 대출을 갚기 어렵습니다.”
“어렵더라도 하세요.”
또 단호할 수밖에 없네.
이해 못 하는 표정이다.
“회장님.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드림 건설은 지금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고정민 사장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회사 설립 이래 해외 건설 수주 금액이 최고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드림 텔레콤과 비비 인더스트리 덕분에 국내 건설 역시 이전 수주 금액을 넘겼습니다.”
이전 수주란 삼두 건설의 이름을 달고 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보고 받아 알고 있었다.
삼두 건설의 이름 대신 내건 드림 건설의 일반 인지도는 생각보다 낮았다.
하지만 드림 텔레콤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드림 건설의 일반 인지도도 높아졌다.
비비 인더스트리 덕분이란 말은 관급 공사를 수주하는 것이 쉬워져서였다.
특히나 국방부 공사는 경쟁자 없는 수의 계약이 대부분이었다.
“회장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실도 중요하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발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노를 저어서 나갈 것만 생각하다가 폭포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제 방침은 정해졌습니다. 드림 그룹은 1997년에 부채 비율을 50%로 낮춥니다.”
아예 다른 소리 못하게 기준까지 정해줬다.
“그건 아예 회사 운영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회장님.”
건설의 특성상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하게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사업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아니면 투자를 받거나.
“신규 프로젝트만 하지 않으면 되지 않나요?”
“…….”
고정민 사장은 입을 다물었다.
이선수의 말대로 신규 프로젝트만 하지 않으면 은행에서 돈을 더 빌릴 이유가 없었다.
기존 프로젝트는 길어야 2년 안에 끝난다.
1997년에 끝나는 프로젝트의 이익으로 은행 대출을 갚으면 된다.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는 2년이 아니라 더 길게 남아 있긴 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다시 말하겠습니다. 드림 그룹 방침은 정해졌습니다. 이대로 해 주세요.”
고정민 사장도 더는 말할 수 없었다.
의견을 말할뿐 결정은 이선수의 몫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비비 인더스트리 페트로프 사장과 슈퍼 가드 임강민 사장은 드림 건설과 상황이 달라서 할 말이 없었다.
“이 방침대로 계획을 세워서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죠.”
어떻게 보면 일방적인 회의였다.
그것도 이선수 혼자만의 회의.
하지만 이선수의 방침을 따라야 하는 이들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 * *
회의가 끝난 며칠 후 그룹 사장인 김성웅이 의논할 것이 있다며 찾아왔다.
“회장님 VIP께서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VIP면 대통령이다.
“왜죠?”
“그건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왜인지 모르게 만나고 싶지 않았다.
원래 처음부터 정치와는 선을 긋기 위해 만나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래서인지 모른다.
“아시잖아요. 전 그런 자리 싫어하는 것.”
“비서실장 태도로 봐서는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비서실장 태도가 어땠는데요.”
“제발이라는 말만 안 했지. 거의 죽어가는 소리까지 했습니다.”
김성웅 사장도 처음에는 거절했었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이 아쉬운 소리까지 하며 부탁하자 이선수에게 말한 것이다.
“그래도 안 만납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했다는 말투에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전하세요.”
“알겠습니다.”
김성웅 사장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갔다.
그리고 며칠 뒤 뜻밖의 사람이 찾아왔다.
* * *
“이러시면 안 됩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비서실 직원과 경호원이 막지 못한 것 같았다.
임강민 사장이 개인적인 일 때문에 하루 휴가 낸 날이다.
“당신이 이선수 회장입니까?”
누구지?
“맞습니다. 그런데 남의 사무실을 이렇게 쳐들어와도 되는 건가요?”
“그건 미안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말은 정중했다.
하지만 말투와 행동은 아니었다.
나를 깔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버지가 만나자고 해도 거절하는 사람이라면서요.”
최근에 거절한 사람은 한 명뿐이다.
이삼영 대통령.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이종도다.
대통령의 아들.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는 소문의 주인공.
“이종도 씨 뭐하는 겁니까!”
경호원들과 김성웅 사장이 왔다.
김성웅 사장은 이종도를 알아본 것 같았다.
“오래간만입니다. 김 부장님.”
“지금은 드림 그룹 사장입니다.”
“그런가요? 이제는 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김성웅 사장이 소리칠 것 같았다.
“이왕 온 것 앉으세요. 왜 왔는지 들어나 보게요.”
나 때문에 김성웅 사장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죠.”
자신의 집인 것처럼 편하게 소파에 앉는 이종도를 보며 일어나 소파로 갔다.
김성웅 사장은 내가 앉은 소파 옆에 섰다.
그것을 본 이종도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꼭 왕 옆을 지키는 신하 같네요. 부장님.”
“잘 봤군요. 지금 내가 섬기는 사람은 이선수 회장님이니까요.”
김성웅 사장의 말에 내가 더 당황했다.
무슨 고백처럼 들리기도 했고.
정신을 가다듬고 이종도에게 집중했다.
“하실 말이 있으면 빨리 하고 가세요.”
이종도는 다리를 꼬며 말했다.
“한본 제철을 드림 그룹에서 인수했으면 해서요.”
미쳤냐?
이 말이 나올 뻔했다.
정치권에 뇌물을 줘서 5조 원대의 대출을 받은 한본 제철.
5조 원 대출 중에 실질적으로 사용한 것은 2천억 원 정도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나머지 4조 8천억 원은 어디로 갔을까?
결국, 밝혀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앉은 이종도와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왜 드림 그룹이 인수해야 하죠?”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지 않았나요? 그리고 한본 제철을 인수하면 드림 그룹은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겁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표정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혜택 안 받아도 됩니다. 한본 제철 인수는 거부하겠습니다.”
이종도가 다리를 풀었다.
“이해가 안 되는군요. 제1이동통신 인수는 했으면서 왜 한본 제철 인수는 거부한다는 거죠?”
“규모가 다르니까요. 제1이동통신은 6천억 원 정도면 인수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한본 제철은 1조 5천억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지 않나요?”
이종도는 속으로 놀랐다.
이선수가 정확한 금액을 말해서였다.
하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1조 5천억 원을 은행에서 대출할 수 있게 해 줄 겁니다. 먼저 인수하면요. 그리고 이자 비용 같은 것은 감당할 수 있게 물량도 밀어줄 거고요.”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정확하게 거절하는 방법이 있다.
“지금 말한 것을 문서로 남기고 정부가 보증해 준다면 인수하겠습니다.”
이종도는 어이가 없었다.
“이것 보세요. 이선수 회장님! 그런 문서를 누가 남깁니까?”
“그럼 인수 거부입니다. 말로만 하는 약속은 믿지 않습니다.”
“당신 내가 누구인지 몰라서 이러는 거야?”
진짜 모습이 나오네.
그렇다면 나도 진짜로 대해 주지.
“대통령 아들이지 않나?”
“않나? 당신 지금 내게 반말했어?”
“그럼 초면에 와서 1조 5천억 원을 넘게 들여서 회사 인수하라고 하는 사람에게 좋게 말할 줄 알았어?”
“허… 기가 막히네.”
“나도 기가 막힌다.”
“이렇게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
“무사할걸?”
“너 진짜!”
“이것 봐요. 이종도 씨.”
“이종도 씨?”
“당신 아버지가 대통령이지 당신이 대통령은 아니잖아. 당신은 대통령인 아버지의 이름을 팔아 이익을 챙기는 버러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너 뭐라고 했어!”
이종도가 벌떡 일어나 달려들려 했다.
그것을 김성웅 사장이 막았다.
“지금까지는 대통령 각하의 아들인 것을 감안해 예의를 지켰습니다. 이제부터는 이종도 씨로 생각하고 대하겠어.”
“김 부장님 당신까지…….”
우당탕탕!
밖에서 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벌컥!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임강민 대표였다. 혼자 오지 않은 것 같았다.
조금 전과는 반대의 상황이었다.
이종도가 데려온 경호원을 임강민 대표와 슈퍼 가드 경호원들이 제압했다.
“휴가 아니었어요?”
“중간에 연락 받고 달려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제대로 경호 못 한 놈들은 재교육하겠습니다.”
“괜찮아요. 손님 가실 겁니다.”
나가라는 듯한 눈으로 이종도를 쳐다봤다.
하지만 이종도는 나가지 않았다.
“세무조사가 무섭지 않은가 봐?”
“세무조사가 나오게 압력을 가하겠다는 건가?”
“알아서 생각해. 회사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일 거야!”
짝!
“어억!”
이종도가 뺨을 맞았다.
때린 사람은 임강민 대표가 아닌 김성웅 사장이었다.
“정말 쓰레기구나. 너 때문에 대통령 각하께서 욕을 먹는다는 생각은 안 한 거냐?”
“당신… 당신이 어떻게…….”
짜악!
“이건 이선수 회장님께 무례를 범한 대가다.”
이종도는 양쪽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너희들 가만히 두지 않겠어! 두고 봐!”
이럴 때 하는 말이 있지.
“두고 보자고 하는 사람 치고 제대로 된 사람 없더군. 잘 가. 임 대표님.”
“네. 회장님.”
“회사 정문까지 잘 모시세요.”
임강민 대표가 이종도에게 다가갔다.
“기절해서 나갈래? 걸어 나갈래?”
내가 봐도 임강민 대표의 표정은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무서웠다.
“비켜!”
이종도는 마지막 자존심으로 임강민 대표의 몸을 밀쳤다.
하지만 임강민 대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네가 비켜서 가라.”
이종도는 어쩔 수 없이 임강민 대표의 옆을 돌아 나갔다.
임강민 대표가 이종도를 따라 나가고 문이 닫혔다.
그러자 김성웅 사장이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