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58)
꿈꾸는 재벌 58화(58/249)
58. 역습
“회장님 이종도라면 진짜 국세청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게 걱정돼요?”
“솔직하게 말씀 드려서 걱정 안 될 수가 없습니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회장님. 아무리 대통령 각하의 임기가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도 이종도는 아직 대통령 각하의 아들입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걸 알면서도 뺨을 때리셨어요?”
“그건… 화가 나서.”
“잘하셨어요.”
“무슨 말이신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사람에게는 매가 약이죠. 뭐 약이 안 듣는 것 같기는 하지만요.”
“그렇게 태평하게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저는 후폭풍이 골치아픕니다.”
“누가 더 골치아프게 될지는 두고 봐야죠. 그래도 모르니 이정도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아보세요.”
“그건 당연히 할 겁니다. 그전에 대통령 각하를 한번 만나 보시는 것은 어떠신지…….”
“제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부실 회사를 인수해 드림 그룹 전체가 흔들리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종도가 진짜로 드림 그룹을 건드리는 순간 후회할 겁니다.”
나는 아쉬운 것이 없거든.
반대로 아쉬운 것은 한국 정부다.
* * *
이종도는 이선수와 드림 그룹을 그냥 놔둘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진민 국세청장과 남우일 검찰총장을 고급 술집에서 동시에 만났다.
두 사람은 대통령의 아들인 이종도가 만나자고 하는 것을 거절할 수 없었다.
* * *
“이거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라를 위해서 부실이 좀 있는 기업 좀 인수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일언지하 거절하는 것도 모자라 나를 내쫓았습니다.”
이종도는 두 사람을 만나자마자 열변을 토했다.
“내가 왜 드림 그룹 이선수 회장을 만났겠습니까! 나라를 위해서 아닙니까. 네?”
이종도의 말에 김진민 국세청장과 남우일 검찰총장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국세청장님! 나라를 위하지 않는 회사는 분명 자신들을 위해 돈을 빼돌렸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정답이 있는 물음이었다.
김진민 국세청장은 그 답을 말했다.
“당연히 그렇겠죠. 비자금 쌓아 두지 않는 회사가 어디 있습니까.”
“그렇죠? 그것도 불법으로 쌓아 뒀을 겁니다.”
비자금 자체가 불법이다.
“그런 비자금을 찾아서 국고로 환수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환수해야죠.”
김진민 국세청장의 대답은 들었으니 이번에는 남우일 검찰총장 차례였다.
“불법으로 자금을 만들었으니 이건 검찰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인 것 같네요. 아닌가요?”
“불법이 확실하다면 검찰에서 다루어야죠.”
남우일 검찰총장의 답도 들었다.
“그렇다면 국세청과 검찰청이 힘을 합치면 되겠네요.”
검찰과 국세청의 합동 조사.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정확한 증거나 고발이 있지 않는 한.
“이번 일 잘되면 아버지께서 두 분이 일 잘하신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김진민 국세청장과 남우일 검찰총장은 이삼영 대통령 사람이었다.
이삼영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이종도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물론, 저도 잊지 않을 겁니다.”
이종도가 슬그머니 준비한 가방을 꺼냈다.
두 개였다.
가방 하나에 5천만 원씩 들었다.
“잘만 되면 더 챙겨 드리겠습니다.”
김진민 국세청장과 남우일 검찰총장은 이종도가 드림 그룹 이선수 회장을 압박하면서 최소한 돈을 뜯어낼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도 이종도가 내미는 가방을 받았다.
“전 저 혼자 먹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독약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독약이라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삼영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1년 후에는 자신들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다.
챙길 수 있을 때 챙겨야 했다.
그리고 거절할 수 없는 대통령의 아들이기도 했으니까.
* * *
“회장님 어젯밤 이종도가 국세청장과 검찰총장을 만났습니다.”
다급하게 찾아와 말하는 사람은 김성웅 사장이었다.
“진짜 해 보려는 것 같네요.”
“같은 것이 아니라 하려고 합니다. 아니. 할 겁니다. 국세청과 검찰이 움직일 겁니다.”
좀 씁쓸했다.
아무런 지위도 없는 이종도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 기관을 움직인다.
“국세청과 검찰이 조사해도 걸릴 것은 없지 않나요?”
김성웅 사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검찰은 몰라도 국세청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세금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해석에 따라 탈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국세청이 무서운 것이 소급 적용이다.
몇 년 전 것까지 소급해서 세금을 때린다.
3년치 세금을 한꺼번에 때리면 버틸 회사는 거의 없었다.
“국세청에서 보기에 탈세라면 세금 내야죠.”
김성웅 사장은 답답했다.
억지 세금을 내라고 해서 다 내면 회사는 망한다.
“회장님 제가 나서서 해결해 보겠습니다.”
안기부장이었을 때 인맥은 어디 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현 안기부장도 도울 것이 분명했다.
“그냥 두세요.”
“회장님!”
“불법에 불법으로 대응할 생각은 없어요.”
“피해가 엄청날 겁니다.”
“그래도 똑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죠. 물 흐르듯이 놔두면 될 겁니다.”
김성웅 사장은 답답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더는 표현하지 않았다.
이선수가 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할 생각이었다.
그것이 자신이 드림 그룹 사장으로 있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 * *
김성웅 사장이 손을 쓰기도 전에 검찰과 국세청이 합동으로 세무조사를 나왔다.
드림 그룹 본사는 물론, 주력 계열사인 드림 건설과 드림 텔레콤까지.
기습적으로 들이닥쳐서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싹 쓸어갔다.
조금 늦었지만, 김성웅 사장은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국세청과 검찰에 손을 썼다.
하지만 이미 실행된 조사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안기부장이 아니니 국세청과 검찰 인맥도 몸을 사렸다.
국세청장과 검찰총장이 직접 지시한 일이어서였다.
김성웅 사장이 국세청장과 검찰총장을 만나려 했다.
하지만 국세청장과 검찰총장은 김성웅 사장을 피했다.
* * *
이선수는 쪽지 비서실에서 쪽지 하나를 받았다.
이름과 전화번호였다.
“전화하라고 해서 전화할 줄 아나 보네.”
쪽지를 그냥 구겨서 쓰레기통에 넣었다.
이종도가 보낸 것이었다.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였다.
“어떤 의도로 보냈는지 빤히 보이는데 걸려들 생각은 없지.”
핸드폰을 들어 다른 곳에 전화를 걸었다.
“이성준 사장님? 네. 상황은 어떤가요?”
[정리가 좀 되었습니다. 회사 운영에는 차질이 없게 하겠습니다.]“차질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아. 그게…….]없을 리가 없다.
서류와 컴퓨터도 싹 쓸어 갔다.
가입자 승인 같은 일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차질이 있다면 어쩔 수 없죠. 핸드폰도 잘 안 터지는 경우도 생기나요?”
[그런 일을 막으려고 모든 직원이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했습니다.]말뜻을 못 알아듣네.
“비상근무를 해도 핸드폰이 안 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군요. 그런 경우 절대 직원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됩니다. 말도 안 되는 조사를 시작한 곳에서 책임을 져야죠.”
[아!]이제 알아들었나 보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가…….]“이번 일을 만든 곳에서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검찰과 국세청이 합동으로 조사를 시작했는데 뉴스 한 줄 안 나오네요.”
[저도 그런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주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이성준 사장은 이종도가 찾아왔었다는 것을 몰랐다.
[회장님 말씀은 힘을 지닌 누군가가 장난치는 것이군요.]이제는 빠르게 이해하네.
“제 생각에는 여론이 알아서 해 줄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완전히 안 되게 하는 것은 좀 그렇고… 적당히 여론이 일어날 정도로 하겠습니다.]척하면 착이네.
“알겠습니다. 고생하세요.”
[네. 회장님.]검찰과 국세청의 합동 조사 뉴스는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수백만 명의 불만은 막기 힘들 것이다.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전화를 걸었다.
“페트로프 사장님? 통화 가능한가요?”
[무조건 가능해야죠. 회장님 아니십니까.]“그런가요?”
[네. 무슨 일로?]“국방부와 계약 진행하는 것이 있나요?”
[항공순양함에 장착할 미사일과 무기 추가 구매 요구가 들어왔습니다. 수직이착륙기 부품도요.]“그렇군요. 그룹에 세무조사가 나온 것 아시나요?”
“비비 인더스트리에는 영향이 없겠죠?”
페트로프 대사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아는 것이다.
세무조사 받지 않은 비비 인더스트리에 영향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영향이 없느냐고 묻는다.
곧 원하는 대답이 나왔다.
[영향이 없을 리가 있겠습니까. 엄청나게 있습니다. 계약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죠.]“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고생 좀 하시겠네요.”
[어쩔 수 없죠. 열심히 고생하겠습니다.]열심히 고생하겠다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하. 네. 부탁하겠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정도로 하겠습니다. 회장님.]전화를 끊었다.
“1996년의 마지막이 참 힘드네.”
한 달 남았다.
* * *
[드림 텔레콤 핸드폰 1시간 동안 먹통.] [기술적 문제인가? 아니면 인재인가?] [드림 텔레콤 이성준 사장 공식 입장 발표. 국민 여러분에게 사과한다.] [드림 텔레콤 통신망 이상은 국세청 때문?] [또 드림 텔레콤 핸드폰 30분 먹통.]점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실 관심보다는 불편해서 그런 것이 더 컸다.
* * *
드림 텔레콤이 통신 이상.
청와대 안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어디에서도 잘 터지기 때문에 청와대 직원 대부분이 드림 텔레콤에 가입했다.
더군다나 이삼영 대통령도 드림 텔레콤의 스타텍을 사용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강백 장관 말씀은 국세청과 검찰이 무리하게 조사를 한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국세청이나 검찰이 다 뜻이 있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 안 하나요?”
“물론, 드림 그룹이 탈세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말에 습격하다시피하며 조사하는 것은 이상합니다.”
진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세무조사를 연말에 하지 않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정이 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무조사를 막아 달라고 온 겁니까? 강백 장관?”
“아닙니다.”
“그럼요?”
강백 장관은 그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한 말을 했다.
“아드님이신 이종도 군을 단속해 주십시오.”
“…….”
이삼영 대통령은 눈살을 찌푸렸다.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이삼영 대통령에게 강백 장관은 계속 말했다.
“이종도 군이 국세청장과 검찰총장을 만나 이번 일을 기획했습니다.”
“증거가 있나요?”
“있습니다.”
“허허.”
이삼영 대통령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증거가 있어도 검찰총장을 수사할 수 없으니 나에게 가져온 건가요? 강백 장관?”
“그런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드님을 막을 분은 대통령님뿐입니다.”
이삼영 대통령은 강백 장관을 빤히 쳐다봤다.
군인 출신이라 그런지 자신에게 할 말은 하는 것 같았다.
“그 증거 어디 있나요?”
강백 장관은 녹음 테이프와 사진을 꺼냈다.
“이거 불법 아닌가요?”
“증거로 채택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증거는 국내에서 이선수 회장을 만나는 사람은 모두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국방부 산하 기무사에서 녹음하고 촬영한 것이다.
이선수가 러시아에서 항공순양함과 무기 등을 수입하기 때문에 감시와 동시에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종도가 이선수 회장을 만났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종도 군이 국세청장과 검찰총장을 만난 후 전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여기 있는 증거가 다인가요?”
“복사본이 있습니다. 그리고 안기부 역시 가지고 있을 겁니다.”
“안기부요?”
“안기부도 이선수 회장과 만난 사람을 조사합니다.”
한국의 정보부가 이선수를 예의 주시하는 것은 당연했다.
인연 때문이 아니다.
국방부가 그런 것처럼 이선수가 무기를 취급하기 때문이었다.
“허어.”
이삼영 대통령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도 못 들은 척했다.
그냥 시기질투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동안 고생한 아들에게 미안해서일지도 모른다.
이삼영 대통령은 눈을 떴다.
“강백 장관 말대로 할 테니 이만 나가 보세요.”
부끄러웠다.
외면했던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네. 대통령님.”
강백 장관은 이삼영 대통령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다음 나갔다.
이삼영 대통령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전화를 들었다.
“김 부장. 나 부탁 하나만 합시다.”
현 안기부장 김영도에게 한 것이었다.
* * *
“놔. 이거 안 놔? 너희 죽을래?”
이종도는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을 납치하듯 차 안으로 데려온 안기부 요원들에게 소리치는 중이었다.
“김 부장이 시켰어? 김 부장 오라고 해!”
안기부 요원들은 이종도의 양팔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디 가는 건데!”
안기부 요원들이 반응하지 않자 이종도는 포기했다.
이들이 데려가는 곳에 도착하면 자신을 데려오라고 한 사람이 있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 사람이라면 말이 통할 것 같았다.
이종도는 일단 참았다.
나중에 책임자를 만나면 한꺼번에 화를 분출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