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59)
꿈꾸는 재벌 59화(59/249)
59.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변함 없다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경호 책임자인 임강민 대표가 말했다.
“생각보다 가깝네요.”
지금 온 곳은 그룹 회장이 된 후 첫 번째로 가는 임대 아파트 건설 현장이었다.
서울 시내에 그것도 한강이 보이는 용산에 임대 아파트를 짓는 것은 거의 파격이었다.
공사 시작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드림 건설과 드림 그룹의 의미 있는 사업이니까.
임강민 대표가 먼저 내려 차 문을 열어 줬다.
내리자 드림 건설 고정민 사장과 김성웅 그룹 사장이 보였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네.”
행사는 크게 하지 않았다.
첫 삽을 뜨고 현장을 지휘하는 컨테이너에 가서 잠시 공사 일정 보고를 듣는다.
그리고 회식하라고 금일봉 주고 가면 된다.
“준비됐으면 시작하시죠.”
“네. 회장님.”
고정민 사장을 따라 행사장으로 갔다.
첫 삽을 뜨고 지휘 컨테이너로 가서 현장 소장의 보고를 받았다.
현장 소장에게 금일봉을 주고 모든 일정이 끝났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려는 순간 컨테이너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김 부장?”
현 안기부장 김영도였다.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은 김성웅 사장이었다.
“오래간만입니다. 김성웅 사장님.”
“그러게?”
“이선수 회장님께 잠시 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무슨 볼일?”
“중요한 일입니다. 이선수 회장님 이외에는 모두 자리를 비켜 주셨으면 합니다.”
김성웅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되지.”
김성웅 사장의 말에 김영도 부장은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이분이 곧 오십니다.”
김성웅 사장은 일부러 이선수가 들으라는 듯 말했다.
“대통령 각하께서?”
김영도 부장은 김성웅 사장을 노려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곧 도착하십니다. 외부의 직원은 이미 우리 요원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중입니다.”
김영도 부장의 말에 내가 나섰다.
“대통령님께서 왜 이곳에 오신다는 거죠?”
“대외적인 명분은 임대 아파트 시공 축하차 오시는 겁니다. 정부 지원 사업이니까요.”
다른 명분이 있다는 건데.
“대외적인 명분 이외는요?”
“그건 직접 들으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아는데 말 안 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굳이 직원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 하나요? 축하하러 오시는 건데.”
“안전상 어쩔 수 없습니다.”
도대체 뭘까?
생각나는 것은 드림 텔레콤과 비비 인더스트리밖에 없다.
그렇다면.
“혹시 아들인 이종도 때문에 오는 겁니까?”
맞네.
김영도 부장의 표정이 바뀌는 것이 보였다.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선수 회장님.”
“그럼 김성웅 사장님과 경호원인 임강민 대표 이렇게만 남는 것으로 하죠.”
김영도 부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는 힘들겠습니다.”
그리고 허리를 굽혔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선수 회장님.”
김영도 부장이 이렇게까지 나오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럼 문 앞에 김성웅 사장님과 임강민 대표가 있는 것으로 하시죠.”
김영도 부장이 허리를 폈다.
“그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는 김성웅 사장과 임강민 대표 그리고 고정민 사장을 차례로 쳐다봤다.
세 사람이 알아서 밖으로 나갔다.
김영도 부장도 나가며 문을 닫았다.
커다란 컨테이너 사무실에 나 혼자 남았다.
하지만 5분도 되지 않아 문이 열렸다.
“이선수 회장, 보기 힘드네요.”
이삼영 대통령이었다.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안녕 못 해요.”
농담일까?
아닌 것 같았다.
“여기 앉으면 될까요?”
이삼영 대통령이 직접 문을 닫았다.
그 누구도 안에 들어오게 하지 않겠다는 의미 같았다.
“그러시죠.”
이삼영 대통령을 위해 의자를 빼 줬다.
이삼영 대통령이 의자에 앉았다.
“이선수 회장도 앉아요.”
자신이 앉은 옆의 의자를 손으로 툭툭 쳤다.
나란히 앉으라는 것 같은데.
“저는 이쪽에 앉겠습니다.”
“괜찮아요. 오늘은 못 돼먹은 아들의 아버지로서 온 것이기도 하니까요. 앉아요.”
못 이기는 척 이삼영 대통령 옆자리에 앉았다.
“미안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일부러 모른 척했다.
“당사자 사과는 직접 받게 해 줄게요.”
이종도가 온다는 것 같은데.
* * *
차가 멈추자 이종도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디 건설 현장 같았다.
자신을 건설 현장으로 데려오다니.
“너희들 안기부 요원 아니지!”
납치한 것 아닌가 싶었다.
안기부 요원이 먼저 내렸다.
그러자 김영도 부장이 다가왔다.
“내리시죠.”
“김 부장? 당신이 이렇게 하라고 지시했어?”
김영도 부장은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화를 참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반만 참았다.
“이종도 씨 나는 당신 부하가 아니야. 그리고 너보다 나이도 더 많아. 좋게 대접해 줄 때 내려.”
“당신… 당신이 그렇게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 내가 누군지 몰라?”
“알아. 대통령님 아들. 하지만 그뿐이야.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내려. 빨리 안 내리면 끌어낼 거야.”
살벌한 김영도 부장의 말에 이정도는 쭈뼛대며 내렸다.
“따라와.”
이정도는 김영도 부장이 가는 방향에 컨테이너가 있는 것을 봤다.
그리고 그 앞에 김성웅 사장이 있는 것도.
“설마 이선수 회장이 사주한 거냐? 너희들 옷 벗을 준비해.”
김영도 부장이 멈췄다.
“이종도 씨 아버지 망신 그만 시켜라. 입 좀 다물어. 안에 아버님 계신다.”
“…….”
이종도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 이종도에게 김영도 부장이 속삭이듯 말했다.
“지금까지 네가 한 일 모두 알고 계신다. 그러니 들어가서 잘해라.”
이종도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이삼영 대통령 모르게 몇몇 정치인과 함께 일을 벌인 적도 있었다.
이종도는 조용히 김영도 부장을 따라 컨테이너로 갔다.
그러자 김영도 부장이 컨테이너 문을 열었다.
* * *
“괜찮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이렇게 와 주신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대통령이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세무조사 건은 큰일 없이 넘어갈 것이 분명했다.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구겨진 얼굴의 이종도가 들어왔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이삼영 대통령이 소리쳤다.
“문 닫아라.”
이종도가 다급하게 문을 닫았다.
그리고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제가 한 일은 모두 아버지를 위해서입니다.”
부들부들.
이삼영 대통령이 많이 화가 난 것 같았다.
“나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가 아니고?”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다음을 기약하려면 돈이 있어야죠.”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아버지… 아버지도…….”
이종도가 말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봤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짐작 가긴 했다.
그리고 사실 나도 어느 정도는 의심하고 있었다.
과연 이삼영 대통령이 모든 것을 몰랐을까?
다들 쉬쉬하면서 숨겼을까?
하기는 나처럼 대놓고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겠지.
진짜로 회사나 개인의 삶이 망가질 수 있을 테니.
“정말 네가 잘못한 것을 모르는구나. 꿇어라.”
“네?”
“무릎 꿇으라고 했다.”
“아버지…….”
“어서!”
이종도는 마지못해 무릎을 꿇는 것 같았다.
“이선수 회장에게 사과해라. 안 하면 호적에서 파 버리겠다. 그러면 더는 대통령 아들이라는 소리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몰랐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진짜 정치인일지도.
뭐가 됐든 나와 내 회사를 건드리면 가만히 안 있겠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은 성공한 것 같았다.
“어서 사과해라!”
이종도는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선수 회장… 님… 미안합니다.”
“그게 사과하는 태도냐? 머리를 숙이거라!”
이종도가 너무한다는 눈빛을 이삼영 대통령에게 보였다.
“아버지! 제 마음을 너무 모르십니다.”
“너의 마음은 모른다. 알 필요도 없고. 하지만 네가 잘못했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고 있다. 그러니 머리 숙여 제대로 사과해라!”
단호한 모습이다.
이런 이삼영 대통령 밑에서 자랐는데 왜 이종도는 다를까?
자식 농사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더니.
“미안합니다. 이선수 회장님.”
마지못해 하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삼영 대통령을 봐서 받아줬다.
“괜찮습니다. 이종도 씨. 일어나시죠.”
기회라는 듯이 벌떡 일어나는 이종도.
이삼영 대통령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무릎 꿇으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대신 내게 말했다.
“이선수 회장 내 부덕의 소치일세. 너무 마음 쓰지 말았으면 해요.”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이렇게 은밀하게 찾아와서 사과까지 하니 받아줘야지.
하지만 그냥 받아 주는 것으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세무조사는 어떻게 될까요?”
“시작한 것이니 그냥 끝낼 수는 없어요. 하지만 범법 행위만 없다면 금방 끝날 겁니다.”
약간 추징금만 내고 끝날 것 같네.
국세청과 검찰 체면을 살려 주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도움 주던 것 계속 줬으면 합니다.”
비비 인더스트리하고 드림 텔레콤이겠지.
“당연히 그래야죠.”
“내가 이래서 이선수 회장을 좋아해요. 그럼 한본 제철 인수를 부탁해도 될까요?”
텅!
머리를 망치로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이삼영 대통령이 먼저 만나자고 했다.
그것을 거절했더니 이종도가 찾아왔다.
한본 제철 인수는 이삼영 대통령의 뜻이다.
이거 웃어야 하나?
아니면 울어야 하나?
지금 이 상황은 그냥 보여 주기식인 쇼가 아니다.
그랬다면 이종도가 이렇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한본 제철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 분명해요.”
당연히 타격이 된다.
일각에서는 한본 제철을 시작으로 한국에 IMF가 시작됐다고 하니까.
그래서 한본 제철을 인수하면 안 된다.
내가 왜 신규 사업을 안 하고 해외에서 번 돈을 한국으로 들여오지 않는데.
이삼영 대통령 역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님.”
“네. 말하세요.”
너무 정중한 태도에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한본 제철을 인수할 생각은 없습니다. 시장 경제에 따라 도태되어야 할 회사는 도태되어야 합니다.”
“이 회장! 그것을 이해 못 하는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랬다가는 한국 경제가 어려워져요.”
그냥 있는 대로 말해야겠다.
“한본 제철이 어려워진 이유는 5조 원을 대출받아 여기저기서 다 나누어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 돈을 올바르게 사용했다면 한본 제철이 위험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 회장!”
“죄송합니다만, 전 그래서 한본 제철을 인수할 생각이 없습니다. 결국 드림 그룹의 돈을 한본 제철에 쏟아부어야 하니까요.”
“그건 정부에서 보조해 줄 생각이에요.”
“그걸 왜 정부에서 보조해 주나요? 국민이 어렵게 돈을 벌어 낸 세금입니다. 경영을 잘못해 위험에 빠진 회사를 국민 세금으로 도와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 회장이 하는 임대아파트 사업은요? 정부 보조를 받지 않나요?”
“받습니다. 하지만 경우가 다릅니다. 임대 아파트 사업이 죽어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국민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하는 사업입니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꿈에서 겪었던 일에 대한 한풀이이기도 했다.
어디 마음 편히 발 뻗고 누울 곳이 없었던.
“아니었다면 드림 건설에서 먼저 모든 공사비를 대지 않았을 겁니다. 일부라도 일반 분양을 했을 겁니다.”
“…….”
할 말이 없겠지.
그런데.
“당신, 지금 대통령께 무슨 말버릇이야?”
그러는 너는 무슨 말버릇이냐.
이종도에게 한 소리 하려는 순간.
“됐다. 이선수 회장의 뜻을 알았다. 이선수 회장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니.”
말은 이렇게 해도 눈은 서운하다 말하고 있었다.
“이제 임기도 얼마 안 남았으니 이선수 회장이 이렇게 나오는 것도 이해해야지.”
섭섭한 것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달래 줄 생각은 없었다.
“앞으로 이선수 회장에게 무례하게 하지 마라. 이선수 회장은 우리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알겠느냐?”
이종도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선수 회장… 언젠가 볼 수 있으면 봅시다.”
이삼영 대통령도 사람이구나 싶었다.
이삼영 대통령이 일어났다.
이종도가 옆에 가서 이삼영 대통령을 부축했다.
나는 컨테이너 문을 열어 줬다.
이삼영 대통령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인 것 같아요. 뭐가 옳은 것인지는 나중에 누군가 판단해 주겠지요.”
나중에 누군가 판단해 주는 것은 필요없다.
내가 가야 할 길은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이삼영 대통령과 이종도가 나갔다.
나는 문을 닫았다.
잠시 혼자 있고 싶었다.
* * *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그래서인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오래간만에 꿈을 꿨다.
장소는 미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