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60)
꿈꾸는 재벌 60화(60/249)
60. 15억 달러에 팔다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이다.
회의실에서 협상하는 것 같았다.
어느 회사 같은데…….
회의실 안에 회사 마크가 있었다.
그런데 눈에 익었다.
모를 수가 없다.
아마존이다.
세계 최고의 온라인 유통 기업이 되는.
“5월 15일에 상장 예정 가격인 1.8달러보다 2배 드리죠.”
내가 하는 말이다.
“미스터 이선수… 정말입니까?”
앞에 있는 남자는 누구일까?
“네. 자금이 부족하면 더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모토로라 주식을 판 대금이 아직 많이 남았거든요.”
모토로라 주식을 팔러 미국에 갈 생각이었다.
1997년 4월 모토로라 주식은 최고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는다.
처음부터 계획되었던 일.
그렇다면 모토로라 주식을 판 다음 아마존의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다.
[회장님?]김성웅 사장도 같이 왔나?
[회장님 괜찮으십니까?]이런.
* * *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잠에서 깼다.
“회장님!”
“괜찮아요. 잠시 잠들었나 보네요.”
“잠시라니요. 벌써 1시간이 지났습니다.”
아주 짧은 꿈이었다.
그런데 1시간이나 지나다니.
“너무 안 나오셔서 임 대표가 슬쩍 봤는데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계신다고 해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너무 안 나오셔서.”
“걱정하게 했네요.”
“진짜 걱정했습니다. 거의 죽은 듯이 주무셔서요. 숨을 안 쉬셨습니다. 무호흡증 검사 받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꿈을 꾸면 호흡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좀 아쉬웠다.
아마존의 누구를 만났는지 정확하게 안다면…….
“잠시만요.”
핸드폰을 꺼내 싱가포르의 이정석 선배에게 전화했다.
“선배. 아마존 경영진 사진 좀 구해서 보내줘요.”
[갑자기 전화해서 아마존 경영진 사진을 구해 달라니? 내 안부는 안 묻냐?]“잘 있잖아요.”
[잘 있기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겠다.]그럴 것이다.
싱가포르의 드림 컴퍼니는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사를 시작으로 독일과 중국 등에 지사를 냈다.
천연가스와 원유는 물론, 석탄과 광물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스프롬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받으니 계속 수익은 쌓여 갔다.
수익을 그냥 은행에 놔두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수익을 사업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다.
30%는 만약을 대비해 놔두고 있다.
30%라고 해도 매달 원유로 얻는 수익이 1억 2천만 달러나 된다.
“조금만 더 고생하면 시스템이 갖춰지잖아요.”
[그때가 언제 오려나.]석탄과 광물이 자리를 잡으면 수익은 더 많아질 것이다.
“행복한 투정은 그만하시고 알아봐 줘요.”
[알았다. 팩스로 보내면 되지?]“최대한 빨리요.”
[그렇게 할게. 언제 싱가포르 오냐?]“팩스 빨리 주면요?”
어차피 1997년 4월 전에 미국에 가야 했다.
모토로라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안 된다.
모두가 모토로라 주식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할 테니까.
[알았어. 빨리 줄게.]“네. 선배.”
전화를 끊었다.
“김 사장님 미안요.”
“괜찮습니다. 회장님. 그런데 한 가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네.”
뭐가 궁금한 거지?
“대통령 각하와는 이야기가 잘되신 건가요?”
잘됐다고 해야 하나?
“김 사장님은 대통령 표정 보셨나요?”
“봤습니다.”
“어떠셨나요?”
“그리 기분 좋은 표정은 아니셨습니다. 이종도도 그렇고요.”
“그럼 이야기가 잘된 것은 아니네요.”
“어떤 상황이었길래…….”
김성웅 사장에게는 이삼영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알려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통령께서 아들에게…….”
안에서 있던 일을 다 말해 줬다.
그러자 김성웅 사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역시 그랬군요.”
“대통령께서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요?”
“대충 짐작은 했습니다. 청와대에서 처음부터 한본 제철을 인수했으면 하는 분위기였으니까요.”
“어쨌든 세무조사는 말한 대로 하겠죠?”
“그럴 겁니다. 말씀하신 것은 피치못할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지키시니까요.”
그러기를 바란다.
“저 때문에 시간이 너무 지체됐네요. 가시죠.”
“네. 회장님.”
컨테이너에서 나왔다.
이삼영 대통령이 가서 그런지 직원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차를 타고 회사로 돌아갔다.
* * *
1996년 12월이 끝나기 전 세무조사가 끝났다.
삼두 건설이었던 때부터 탈세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100억 원의 세금을 맞았다.
검찰 조사는 없는 것으로 끝났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이정석 선배에게 팩스가 왔다.
아마존 경영진의 얼굴 사진과 이름 그리고 직책이었다.
팩스라 흑백이었지만, 괜찮았다.
누구인지 충분히 알아볼 만했다.
“하하.”
꿈에서 본 사람이 누구인지 마지막 장에서 알 수 있었다.
제프 베조니.
작은 서점에서 시작한 아마존의 창업자.
아마존이 어마어마한 기업이라는 것만 알았다.
창업자의 이름과 얼굴은 알지 못했다.
길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아마존 창업자가 누군지 아시나요?’라고 묻는다면 몇 명이나 대답할까?
“제프 베조니를 어떻게 만나게 되는 걸까?”
정말 궁금했다.
모토로라 사장 폴은 주식을 매입한 다음 변호사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제프 베조니는?
현재 아마존 주식은 일반적으로 살 수 없다.
일단 일정대로 미국으로 가서 모토로라 주식을 판 다음 제프 베조니를 만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지금은 딱히 생각나는 방법이 없었다.
모토로라 사장 폴을 만난 것처럼 변호사를 통하는 것이 나을지도.
* * *
드디어 1996년이 지나고 1월.
알고 있던 역사대로 한본 제철이 부도가 났다.
그 어떤 기업도 한본 제철을 인수하려 하지 않아서였다.
삼두 그룹과는 대립 관계라 한본 제철 인수를 처음부터 생각하지도 않았다.
엘아이 그룹과 몇몇 그룹이 인수에 뛰어들었다가 한본 제철의 경영 실태를 파악하고는 손을 뗐다.
5조 원의 대출금 중 4천억 원 정도만 사용되고 나머지 4조 6천억 원의 행방이 묘연해서였다.
은행이 대출을 감면해 주고 기간을 연장해 준다 해도 최소 2조 원대의 돈이 투자돼야 했다.
그러고도 경영 정상화가 될 가능성이 적었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니 그 어떤 기업이 한본 제철을 인수할까.
결국, 한본 제철의 부도로 한국 경제계에 적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론과 정치인들은 한국의 경제력이 아직 탄탄하다며 아시아의 용을 거론했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 * *
1997년 2월 말.
한본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본 나는 해야 할 일을 시작했다.
이정석 선배와 한 약속대로 싱가포르에 들렀다가 미국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경호원인 임강민 대표 없이 혼자 갔다.
그도 할 일이 많은 데다가 싱가포르와 미국은 안전하니까.
싱가포르의 드림 컴퍼니는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전에 얻어 놓은 사무실로는 모자라서 다른 층까지 임대해서 확장했다.
장기 계획으로 드림 컴퍼니 사옥을 짓거나 사는 방향까지 의논했다.
지금 해도 되지만, 내가 2년 정도 미루자고 했다.
지금은 달러를 조금이라도 더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한국에서 달러가 왕인 시대가 온다.
드림 컴퍼니가 달러를 많이 보유할수록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미국에 도착해 모토로라 폴 사장을 만났다.
* * *
“프레지던트 선수 리!”
폴 사장은 너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드림 그룹의 회장이 된 것도 알고 있었다.
당연한 것인가?
“폴!”
내가 그를 부르자 폴 사장이 나를 껴안았다.
친근함의 표시인 것은 확실했다.
“갑자기 나를 만나러 온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그럴 만도 하겠지.
“만나 줘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아시아의 전략적 파트너인 프레지던트 리와의 만남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폴 사장은 이선수를 좋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선수가 말한 것이 진짜로 될까 싶었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못 판단했다.
신형 핸드폰인 스타텍이 한국에서만 50만 대 이상 팔렸다.
전 세계 시장 판매량과 비교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구수 대비로 생각하면 성장세가 가파랐다.
또한, 동남아시아에 모토로라 핸드폰을 공급할 핵심 파트너로서의 역량도 있다고 생각했다.
“프레지던트 리께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찾아왔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지난번처럼 깜짝 놀랄 만한 일인가요?”
다짜고짜 만나자고 하더니 6%의 지분으로 협박해 사업권을 따냈다.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을 봐 줘요. 폴.”
나는 준비해 온 서류를 꺼냈다.
폴 사장은 서류를 받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놀라 눈이 커졌다.
“프레지던트 리! 정말 이렇게 할 겁니까?”
“그럴 생각으로 온 겁니다.”
서류까지 준비한 것을 보면 모르나?
“지금 우리 모토로라 주식은 계속 상승하고 있어요.”
핸드폰 판매량이 늘어나니 매출도 늘어난다.
당연히 이익도 늘어난다.
기업 평가가 높아진다.
주식 가격은 따라서 올라간다.
그래서 현재 모토로라 주가는 1주당 101달러였다.
“그런데도 다 팔겠다는 건가요?”
“맞아요. 하지만 6%나 되는 주식을 그냥 팔았다가는 주가에 영향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폴에게 팔겠다는 겁니다.”
“흐음.”
폴 사장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6%의 주식 1천만 주.
현재 주가로 생각해도 10억 달러다.
이선수에게 10억 달러에 산다고 하면 될까?
아니다.
그럴 것 같았으면 그냥 주식 시장에 팔아도 된다.
계속 올라가는 주가를 생각하면 주식 시장에서 10억 달러 이상 받을 수 있다.
얼마를 줘야 할까?
폴 사장은 고민 끝에 이선수에게 물었다.
“프레지던트 리 얼마를 원하나요?”
나는 되물었다.
“폴 사장은 얼마에 사고 싶은가요?”
난감해하는 폴 사장.
“내가 개인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돈은 알아봐야겠지만, 15억 달러가 최대예요.”
휘유.
한 개인이 15억 달러나 동원할 수 있다니.
현재 한화로 1조 2천억 원이 넘는다.
“폴 사장은 모토로라 주식이 150달러까지 간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당연하죠. 하지만 주식 가격 상승 때문만은 아니에요. 회사의 경영권을 더 확실하게 방어하기 위해서죠.”
모토로라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주식을 사들이는 사람도 많아졌다.
모토로라 주식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때에 이선수가 보유한 6%의 주식은 정말 귀하고 소중했다.
돈을 더 주고서라도 확보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라면 주당 130달러에 팔죠.”
“정말입니까?”
이 세상에 그냥 주는 것은 없다.
“정말입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조건이죠?”
폴 사장은 2억 달러짜리 조건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서류를 다 보면 알 겁니다.”
폴 사장이 본 서류는 주식을 판매하겠다는 것뿐이었다.
다른 서류는 아직 보지 않았다.
폴 사장이 나머지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한 기술은 다른 회사에 이전해 주지 않기만 하면 될 것 같군요.”
2억 달러를 깎아 주면서 얻는 것들.
첫 번째로 모토로라가 이전해 준 기술을 완벽하게 드림 전자의 것으로 하는 것이다.
“모토로라 한국 지역 판매권 유지도 가능할 것 같아요.”
한국의 총판권만이다.
대신 몇 대를 팔아야 한다는 조건 같은 것은 없다.
로열티도 없다.
원하는 만큼 생산해서 팔면 된다.
모자라면 모토로라 핸드폰을 수입한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이 조건은 어떻게 보면 명분이다.
폴 사장이 경영진을 설득할 명분.
“이 내용대로 계약서를 작성하면 되겠어요.”
폴 사장은 이선수가 제안한 내용대로 할 생각이었다.
드림 전자에 이전해 준 기술은 이제 과거의 것이 됐다.
더 좋은 기술을 준비해 적용 전이다.
한국 시장을 포기해도 상관없었다.
기껏해야 5천만 명도 안 되는 인구를 지닌 나라니까.
이 모든 것보다 모토로라 주식 6%가 더 중요했다.
“빠르게 결정해 줘서 고마워요. 폴 사장.”
“내가 고맙죠. 프레지던트 리.”
내가 더 고마울걸?
주당 30달러에 1천만 주.
그러니까 3억 달러에 산 주식을 13억 달러에 판다.
앉아서 10억 달러를 번 것이다.
모토로라 주식은 5월부터 70달러 대로 떨어지기 시작해 2001년에는 30달러까지 떨어진다.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최고의 시세인 100달러도 아니고 130달러에 팔면서 폴 사장이 고마워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변호사에게 계약서 만들게 하죠. 며칠 걸릴 텐데 계속 있을 건가요?”
“그럴 생각입니다.”
모토로라 주식뿐만 아니라 아마존 제프 베조니도 만나야 하거든.
“그럼 모레 파티에 초대해도 될까요?”
“파티요?”
“네. 자선 파티인데… 프레지던트 리에게 고마워서 여러 사람 소개해 주려고요.”
모토로라 최고 경영자가 소개하는 사람이라.
인맥을 쌓는 것도 좋겠지.
“저야 감사하죠.”
“좋아요. 그럼 머무는 호텔로 모레 저녁 7시 차를 보내죠.”
“그렇게 해 줘요.”
너무 쉽게 그리고 빨리 주식 매각 협상이 끝났다.
폴 사장이 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다.
2억 달러나 깎아 줬으니.
지지부진한 협상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다른 것을 얻었다.
* * *
이틀 후.
폴 사장이 보낸 차를 타고 자선 파티장으로 갔다.
폴 사장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그와 함께 자선 파티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폴 사장은 여러 명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인사해요. 여기는 한국에서 온 프레지던트 리.”
“반가워요.”
“당신이 그 동양인이군요.”
다들 웃으며 환영해 줬다.
그때 폴 사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저 사람도 왔군.”
누군가 싶었다.
폴 사장이 말한 사람을 확인한 순간.
나는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제프 베조니.
그가 자선 파티장에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