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64)
꿈꾸는 재벌 64화(64/249)
64. 자연스럽지 않게 정체 밝히기
“언니가 땅 주인? 선수야. 장난하지 마라.”
“장난 아닙니다.”
김성웅 사장에게 부탁한 일이다.
돈은 얼마든지 써도 된다고 했다.
물론, 회삿돈이 아니다.
내 돈이다.
회사 주인이라고 해서 월급을 안 받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안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받았다.
그냥 적당하게 월 1천만 원 정도다.
어디 쓸 일도 없으니 월급은 고스란히 통장에 쌓였다.
그리고 월급받기 전에도 몇억 정도는 남아 있었다.
“내일 매매 계약서 올 겁니다.”
“무슨 소리야?”
어머니가 물었다.
“땅 주인에게서 어머니 명의로 샀어요.”
“어떻게?”
“도와주시는 분이 계세요. 아까 미애 이모 데리러 갔을 때 전화해서 땅 좀 사 달라고 했어요.”
“그래? 그런 분이 계셔?”
어머니는 믿어 주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거짓말. 오빠가 무슨 능력이 있어서? 땅값이 얼마인지 알아?”
“몰라.”
“거봐. 바로 거짓말인 것 들통나지.”
피식.
“땅값이 얼마든 상관없거든. 그리고 내일 매매 계약서 오는 것 보면 바로 알 텐데. 그런 것으로 거짓말하지는 않는다.”
“내일 매매 계약서 안 오면? 어떻게 할 거야?”
항상 이런 식이지.
김동조가 끼어들었다.
“자기야.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사촌 오빠라도 오빠잖아. 내일 확인해 보면 되잖아.”
“내일 회사는 어쩌고.”
“전화해서 하루 쉰다고 할게. 가능할 거야.”
“진짜? 나 때문에 힘들어서 어떻게 해.”
이 모습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놀고들 있네.’
너희들이 어떻게 놀든 상관없다.
“이모.”
“어?”
“어머니.”
“그래.”
“내일 어머니 명의로 매매 계약서 확실하게 오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미애 이모는 반신반의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믿는 것 같았고.
“우리 아들이 그렇다고 하는데 확실하지. 미애야. 걱정하지 마라. 선수가 땅 사서 내게 선물해 주는 것 같다.”
“언니는 좋겠수.”
“당연히 좋지. 내일이 기대돼.”
지수가 끼어들었다.
“나도 기대돼!”
그냥 모든 것을 밝힐까?
아니다.
어차피 내일이 되면 다 밝힐 수밖에 없다.
김성웅 사장이 직접 매매 계약서를 가져올 테니까.
이쯤 되면 어머니에게도 아들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밝혀도 되겠지.
* * *
커피를 마시고 이모 할머니와 미애 이모네는 자신들의 집으로 갔다.
나와 어머니만 남았다.
몇 년만에 오는 집인데도 내 방은 있었다.
침대 하나와 덮을 이불뿐이지만.
그래도 잠은 편하게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오빠. 매매 계약서 언제 오는데!”
아직 잠도 덜 깼는데 지수가 왔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수야! 아침도 안 먹었다. 8시야. 8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시간도 그렇고 지수가 왔으니 일어날 수밖에 없다.
밖에서 계속 떠들어 댈 테니까.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지수가 서 있었다.
“매매 계약서 언제 오냐고!”
“아침 8시에 오겠냐? 밥 먹고 기다리다 보면 오겠지.”
“안 오는 것은 아니고?”
구구절절 설명해 줘야 하나?
어제 급하게 땅을 매매했다고 하자.
오후니까 조금만 시간이 늦어도 취등록세를 내지 못한다.
당연히 등기 이전도 하지 못한다.
물론, 매매 계약서만 가져오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김성웅 사장에게 부탁한 것은 어머니 명의의 땅이었다.
“자기야. 그러지 마. 이모님 말씀대로 8시밖에 안 됐잖아. 빨라도 오후나 돼야 할걸?”
김동조가 막 집에 들어와 말했다.
“그런가? 이모. 우리도 아침 줘요. 어제 남은 반찬 좀 있죠?”
인제 보니 미애 이모네 집 반찬이 마음에 안 들어서 온 것 같았다.
우리 어머니가 손이 좀 커서 한번 했다 하면 많이 한다.
어제 이모 할머니까지 6명이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도 오늘 하루 정도는 더 먹어도 될 정도로 음식이 남았다.
“그래. 앉아라.”
아주 자연스럽게 앉네.
“자기도 여기 앉아.”
“실례 좀 하겠습니다.”
실례인 것을 알면 하지 마라.
“선수야! 너도 앉아라.”
“네. 세수 좀 하고요.”
지수하고 김동조는 씻었을까?
화장실로 가서 세수하고 나왔다.
식탁에는 벌써 어제 먹었던 음식과 밥이 차려져 있었다.
앉아서 밥을 먹는데.
“우리 오빠가 능력을 인정받아서 그런지 회사에 전화 한 통이면 하루쯤 쉴 수도 있고.”
나는 여기 하루 어떻게 있는지 궁금 안 하냐?
“선수 오빠는 회사에 전화 안 해도 돼?”
“어제 했어.”
“아. 그 도와주신다는 분? 그런데 땅값은 어떻게 해결할 거야? 도와주신다는 분이 빌려주시는 거야?”
지수도 내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아는 것 같았다.
너무 자신만만하니까 그렇겠지.
“월급 모아 놓은 것이 좀 있어서.”
“그거 얼마나 된다고. 우리 오빠는 집안도 괜찮아서 결혼하면 아파트 하나쯤 사 주실 것 같아. 오빠는 모아 놓은 돈 다 쓰면 결혼할 때 아파트는 안 되겠지? 전세? 월세부터 시작하려나?”
“월세부터 시작해도 좋지. 좋은 사람만 있으면.”
역시 긍정적인 생각을 지니신 우리 어머니.
“이모. 그래도 남자가 작더라도 집은 하나 해 와야죠. 그래야 아내가 집에서 집안일하며 내조하죠.”
1997년도이니 이런 말도 듣네.
“그러면 좋지. 하지만 돈은 벌면 되는 거야.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얼마나 의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 돈이 아무리 많아 봐라. 서로 의지하지 못하면 결국 헤어지는걸.”
“피이. 돈 많으면 절대 안 헤어질걸요? 수십억… 아니, 수백억 있어 봐요.”
“나는 수십억 있어도 자기하고 안 헤어져.”
또 생각난다.
‘놀고들 있네.’
“드림 이동통신 요즘 바쁘지 않아요? 하루 휴가를 쉽게 줘요?”
내 질문에 김동조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능력이 좀 있어서 팀장급입니다.”
팀장도 팀장 나름인데.
과장인가?
“프로젝트팀인가요?”
“역시 잘 아시네요. 맞아요.”
“그럼 과장급?”
“네. 이제 막 과장 됐습니다.”
“우리 오빠 대단하다니까. 그럼 선수 오빠는 대리? 아니면 과장?”
대화가 이상한 곳으로 빠지네.
“부서장에게 허락 맡은 건가요?”
“하하. 반쯤이요. 말씀은 드려 놨고 정식 휴가는 아닙니다. 출장으로 해 놨어요.”
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회사에서 출장으로 해 놓고 자신의 일을 본다.
너무 자주 하면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눈감아 준다.
평소에 열심히 일하고 실적도 좋다면야.
“본사는 아니겠네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성남 지사에 있어요.”
본사였다면 이성준 사장 눈치 때문에 절대 이렇게 할 수 없다.
성남 지사장이 누구였더라?
지사장까지는 기억하기 힘들었다.
“본사에 아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 사람 말로는 이렇게 하는 것 힘들다고 들어서요.”
“맞아요. 본사였다면 쉽게 하지 못했죠.”
“그러니까 우리 오빠가 능력이 좋다는 거지.”
“말을 말아야지. 밥이나 먹어라.”
“선수 오빠나 많이 드셔.”
그렇게 말하면서 불고기하고 잡채를 한가득 가져간다.
일부러 저러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니까.
어느 정도 밥을 먹었을 때.
“계십니까!”
어머니가 반응했다.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아직 아침 9시도 안 됐다.
그런데 목소리는 김성웅 사장이었다.
어머니가 먼저 나갔다.
나는 일어나 따라갔다.
“누구세요?”
어머니가 문을 열어 주자 김성웅 사장이 보였다.
“아! 네. 저는 김성웅이라고 합니다. 서류 가져와서요.”
김성웅 사장은 나를 쳐다봤다.
“서류 주세요.”
김성웅 사장이 서류 봉투를 내게 건넸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했다.
“들어오세요. 아침은 드셨어요?”
“오는 길에 대충 먹었습니다.”
“그럼 차라도 한잔하세요.”
김성웅 사장이 내 눈치를 본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김성웅 사장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커피 한잔 얻어마시겠습니다. 어머님.”
“그러세요.”
김성웅 사장이 들어오자 밥을 먹고 있던 지수가 달려왔다.
“선수 오빠 그게 매매 계약서야?”
“아마도?”
지수의 말에 김동조도 식탁에서 일어났다.
“매매 계약서 같은 것은 잘 봐야 합니다. 제가 이런 쪽에 관심이 있어서…….”
김동조는 김성웅 사장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곧 기억해 낸 것 같았다.
“그룹 사장님?”
“나를 압니까?”
“아! 네. 드림 이동통신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선수는 몰라도 김성웅 사장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룹 총괄 사장으로 지사를 방문했었다.
“성남 안만수 지사장님과 함께 인사도 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낯이 익기는 하네요. 그런데 여기는 왜?”
김성웅 사장은 솔직히 기억하지 못했다.
지사장 정도라면 몰라도 스쳐 지나가는 직원을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었다.
“결혼할 사람이 있는 집입니다.”
“그래요?”
김성웅 사장은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여기 있는 사람 중 결혼할 나이의 여자는 한 명뿐.
그리고 이선수를 오빠라고 불렀다.
그런데 의외의 말이 들렸다.
“신경 안 써도 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능력이 뛰어나서 알아서 잘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촌 여동생이 그렇게 자랑을 하네요.”
알아들었겠지.
“아하! 사촌 여동생이시군요. 직계는 아니시네요.”
“그렇죠.”
“그럼 신경 안 쓰겠습니다.”
나와 김성웅 사장을 제외하고 모두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드림 이동통신에서 알아주는 인재인 것 같으니 두각을 나타낼 겁니다.”
“아주 유심히 보라고 해야겠네요.”
김동조의 표정이 아주 볼만하게 바뀌네.
“저기… 죄송합니다만… 처형과는 어떤 관계이신지?”
김성웅 사장이 나를 또 본다.
나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알아서 하란 의미였다.
“몰랐나? 내가 모시는 드림 그룹 이선수 회장님 아니신가.”
“…….”
김동조는 넋을 놨네.
“…….”
지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고.
“선수야?”
어머니는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고.
“이게 무슨 말이니?”
“아들이 드림 그룹 회장입니다. 어머니.”
“…….”
뭐, 이상한 상황에 밝히긴 했지만,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었다.
어머니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드림 그룹? 빚 많이 진 것 아니야?”
역시 이쪽은 잘 모르시네.
“빚은 거의 없고요. 계열사도 꽤 됩니다.”
“몇 개나?”
내가 대답하기 전에 김성웅 사장이 말했다.
“굵직한 계열사로 드림 건설, 드림 전자, 드림 이동통신, 비비 인더스트리, 슈퍼 가드가 있습니다. 그 밑에 자회사는 수없이 많습니다. 어머님.”
“그래요? 우리 선수 도와주신다고요?”
“네. 사실 제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겸손하시기까지. 어서 들어오세요. 커피… 아니, 주스라도 한잔…….”
아직도 제정신 못 차린 김동조와 지수를 두고 거실로 갔다.
어머니는 주스를 가져왔다.
“좋은 것이 없어서요.”
“괜찮습니다.”
“우리 선수 정말 잘 보살펴 주세요.”
“하하. 제가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회장님께서 저와 그룹을 보살피시는 겁니다. 저는 회장님을 보조하는 것뿐입니다.”
“그래도요.”
김성웅 사장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서류 봉투를 열었다.
그리고 김동조를 향해 말했다.
“거기. 김동조 씨! 아니, 매제?”
“어. 아니. 네? 넵!”
아직도 제정신 아니네.
“이쪽에 전문가라면서? 와서 좀 보지?”
“아닙니다. 회장님. 그룹에서 진행한 일인데… 제가… 봐도…….”
“그렇게 군기든 것처럼 있지 말고 와. 회사도 아니잖아.”
“그래도…….”
“내가 손윗사람이니까 말은 편하게 할게.”
“물론입니다. 회장님.”
“여기서는 처형.”
“네. 처형.”
“빨리 와서 같이 봐.”
김동조가 재빠르게 달려와 앉았다.
“이건 매매 계약서고. 이건 등기부등본.”
서류라고 해 봤자 두 가지였다.
김성웅 사장이 말했다.
“법무법인 무송에서 증여 문제도 해결할 계획입니다.”
“잘하셨네요. 그런데 어제 너무 늦지 않았어요? 등기까지 했네요. 오늘쯤 할 줄 알았는데.”
“인맥 좀 이용했습니다.”
안기부장이었던 김성웅 사장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도 법원 등기소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5억?”
김동조가 살짝 말했다.
“왜? 5억이 문제야?”
“아니요.”
김동조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물론, 자신의 입장에서였다.
지수에게 듣기로는 땅의 시세는 3억 원 정도였다.
비싸게 주고 산 것 같았다.
하지만 이선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룹 회장인 이선수에게 2억 원 차이는 차이도 아니니까.
“회장님이 급하다고 하셔서 조금 더 주고 사긴 했습니다.”
“뭐 더 줘도 상관없다고 했으니까요.”
“그 덕분에 계약이 빨리 진행됐습니다. 계약하자마자 돈을 송금했거든요.”
어머니는 옆에서 놀란 표정이다.
5억 원이란 돈을 아무렇지 않게 말해서 그런 것 같았다.
“저기… 오빠. 진짜 드림 그룹 회장님이야?”
지수도 정신 차렸나 보네.
“그래.”
“왜 말 안 했어?”
“말했으면 믿었을 거냐? 또 증거 가져오라고 했겠지. 그래서 한꺼번에 해결한 거야.”
“…….”
지수는 할 말이 없는 듯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곧 입을 열었다.
“사람 무안하게끔.”
이제는 사촌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까 자격지심 같은 무안한 말과 행동 하지 마라.”
당황하는 지수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까지는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넘어갔었다.
주르륵.
진짜 눈물까지 흘리네.
“그런 모습 보여도 달래 줄 생각 없다. 네가 지금까지 어머니 무시하고 말한 것 생각해 봐라.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어. 우리 어머니가 땅을 미애 이모에게 빌려주는 거지.”
“저기… 회장… 아니, 처형. 아무리 그래도 말이 좀…….”
“절대 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이 상황은 지수가 자초한 것이라고 생각 안 하나?”
“그래도… 가족인데…….”
피식.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가족보다 더 못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 안 하나?”
김동조의 표정이 변했다.
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내가 회장이니 말을 못 하겠지.
그래도 용감하네.
아내 될 사람 편들어 준다고 조금 전까지 어려워했던 태도도 바꾸고.
“김 사장님.”
“네. 회장님.”
“회사 내부 감사 좀 했으면 합니다.”
“감사요?”
“네. 정식 휴가가 아닌 출장으로 신청해 놓고 휴가처럼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네요.”
“그런 월급 도둑이.”
바로 김동조의 표정이 다시 바뀌었다.
난처하면서도 비굴한.
“회장님… 그건 회장님 집안 일 때문에…….”
김동조가 난처한 상황이 되자 지수가 소리치듯 말했다.
“경자 이모! 오빠가 이렇게 하는 것 그냥 보실 거예요? 너무하잖아요!”
이것 봐라!
정신 못 차렸네.
하지만 내가 뭐라 하기 전에 어머니가 뭐라 했다.
“그러는 지수 너는 내 아들에게 한 행동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난, 내 아들 편이야.”
지수의 눈이 커졌다.
어머니를 잘못 건드린 거지.
“이모! 정말 이러실 거예요?”
“이럴 거다. 네가 내 아들을 무시하려 하고 깎아내리려는 말과 행동을 멈추지 않는 한! 아들!”
움찔.
왜 나를 부르지?
“네.”
“지수 결혼식에는 올 필요 없다. 사촌이라고 챙겨 줄 필요도 없고.”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니 마음이 편해졌다.
어머니 봐서 조금이라도 챙겨 줄까 했거든.
어머니 말씀은 잘 들어야 한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모!”
지수는 어머니를 노려봤다.
“가라. 미애 생각해서 여기까지는 참을 테니!”
지수가 부들부들 떨며 일어났다.
그리고 김동조를 발로 툭 찼다.
김동조도 바로 일어났다.
둘은 거친 발걸음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나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이 땅 매매 계약은 변호사까지 다 확인한 것이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글썽.
“우시는 거예요?”
“울기는 누가 운다고… 좋아서 그런다. 내 평생… 내가 어려울 때 이렇게 쉽게 해결해 준 사람이 없거든…….”
어머니가 힘들게 살아온 것을 본 나로서는 마음이 이상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뭐를?”
“절대로 명의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마세요. 그리고 팔지도 마시고요.”
내가 어떤 의미로 말하는지 어머니도 아실 거다.
은근 마음이 약하시다.
그동안 도움 받았다고 생각해 미애 이모에게 절반 정도는 명의를 넘길지 모른다.
아니면 외삼촌들이 사업 때문에 돈 좀 해 달라고 할지도.
“알았다. 누가 해 준 땅인데… 절대로 그럴 일 없을 거다.”
“더 있고 싶긴 한데… 그룹 일이 바빠서요.”
어머니 일은 예정에도 없던 것이다.
“그래. 바쁘면 가야지.”
“종종 전화 드릴게요.”
“바쁘다면서… 어서 가라.”
나는 옷을 챙겼다.
김성웅 사장과 함께 집을 나섰다.
임강민 대표와 경호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임강민 대표가 차문을 열어 줬다.
차를 타기 전.
“어머니 들어가세요.”
“그래. 가는 것 보고.”
나는 차에 올라탔다.
아주 짧은 평온한 여행 같은 일박이일이었다.
그동안 신경 쓰지 못한 가족을 챙겼으니까.
* * *
전북 익산에서 올라온 뒤 그룹 상황을 보고받았다.
지시한대로 잘 지켜지고 있었다.
“김 사장님.”
“네. 회장님.”
“지금부터 모든 어음 결제는 중단합니다.”
“어음 결제를요?”
1990년 대에는 어음이 곧 돈이었다.
하지만 어음에는 문제가 많았다.
하나만 삐긋해도 줄줄이 피해를 본다.
“네. 대신 현금 결제로 돌아섭니다.”
“회장님 어음 결제를 하지 않으면 자금 흐름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곧 줄줄이 회사가 망할 테니까.
몇 개월 뒤에 돈을 받는 어음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타격이 크다.
“어음을 받아 배서해서 어음으로 결제하는 것도 안 됩니다. 모든 대금은 현금으로 받고 주는 것도 현금으로 줍니다.”
“그렇게 하면 가뜩이나 힘든 드림 건설이 더 힘들어집니다.”
은행 대출부터 갚으라고 했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건설 부분은 어음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공사 수주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음은 절대로 받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더 큰 손실이 되니까.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김성웅 사장이 또 보고할 것이 있는 것 같았다.
“네. 말하세요.”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이 긴급 경영진 회의를 소집했다고 합니다.”
이걸 왜 내게 말하지?
“삼두 그룹이 회의 소집한 것이 우리와 관계 있나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계열사 정리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