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67)
꿈꾸는 재벌 67화(67/249)
67. 배려 아닌 배려로 얻은 결과
지갑에는 만 원짜리 10장과 십만 원권 수표 10장 그리고 백만 원권 수표 10장이 있었다.
이 정도는 넣고 다녀야 한다나?
김성웅 사장의 의견이었다.
만 원을 꺼냈다.
“만 원은 왜?”
“잠깐 줘 봐요.”
최현종 회장이 만 원이 없어서 이런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 이유가 있겠지.
최현종 회장에게 만 원을 내밀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만 원을 낚아채 가는 최현종 회장.
그러더니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계약금 잘 받았어요. 이선수 회장.”
계약금?
무슨 계약금?
이런 생각을 할 때 옆에 앉은 최현욱 부회장이 당황하며 말했다.
“형님! 설마 만 원에 넘기시려고요?”
“그럼 안 되나?”
“그게 얼마짜리인데?”
“얼마짜리면? 지금 상황에서 우리 선견 그룹에 필요한 건가?”
“그래도 투자한 돈이 있잖아요.”
“어차피 날리는 것 멱살 한번 제대로 잡는 것이 낫지.”
두 사람이 뭐를 가지고 말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겠다.
만 원을 계약금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넘기려 한다는 것.
나는 지갑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을 더 꺼냈다.
“그 계약 파기하겠습니다. 위약금으로 2배 드리죠.”
내 행동에 두 사람은 대화를 멈췄다.
그리고 최현종 회장이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 이선수 회장… 어떤 계약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파기하나요?”
“최 회장님께서 이렇게 급하게 달려오신 것을 보니 무언가를 떠넘기려고 하시는 것 같아서요.”
“크흠.”
어떻게 보면 핵심을 찌르는 말이었다.
그래서 최현종 회장은 더 당황했다.
하지만.
“내 장담하지. 떠넘기는 것처럼 느껴져도 드림 그룹에 이익이 되면 됐지 손해는 아니라는 것을.”
“그건 최 회장님이 판단할 일이 아닌 것 같네요.”
최현종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제대로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인 낫지 않겠소?”
“이왕 오신 것 들어는 보죠. 하지만 결정하는 것은 접니다.”
궁금하기는 했다.
“당연하지요. 혹시 삼선 이동통신을 매각하는 것 아시오?”
“들었습니다. 엘진 이동통신이 인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역시 정보가 빠르군요. 그럼 우리 선견 그룹은 매각에 반대하는 것도 아시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엘아이 전자 고진웅 사장에게 이 말은 듣지 못했다.
“솔직하게 이 매각은 삼두 그룹이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것이오. 우리 선견 그룹의 의견은 듣지도 않은 데다가 배려 같은 것도 없이.”
“배려해야 하나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익 창출이다.
“배려하지 않아도 되지. 하지만 그 방식과 태도가 문제인 거요. 이선수 회장은 제1이동통신… 그러니까 지금의 드림 텔레콤을 인수할 때 우리 선견 그룹에 꽤 많은 배려를 했지요.”
“원유 거래 말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배려가 아닙니다. 충분한 이익이 나는 상황이었으니 그렇게 한 겁니다.”
원유 거래로 손해를 볼 것 같았으면 하지도 않았다.
이익이 나니까 한 것이다.
“그래도 원유로 더 이익을 낼 수 있음에도 해 준 것 아니오.”
“그건 제1이동통신의 가치를 봐서 한 거죠. 그렇게 안 했으면 최 회장님이 제1이동통신을 쉽게 포기했을까요?”
이번에는 최현종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오. 그때 그렇게 해 준다고 했을 때… 그 가격으로 정유 업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 섰지. 그렇지 않았다면 더 고민했을 거요.”
아깝고 아쉽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이선수가 제대로 가치를 인정해 줬다는 그런 생각.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이선수 회장이 우리 선견 그룹을 배려해 줬다는 것이지요.”
배려해 줬는데 삼두 그룹과 손을 잡고 제2이동통신에 뛰어드나?
뭐 그건 사업적인 판단이니까 뭐라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삼선 이동통신 지분 49%를 드림 그룹에 넘길 생각이오.”
“계약금은 만 원이고요? 인수 가격은요?”
“원래 계약금은 10% 아니오?”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10만 원에 49%의 지분을 넘긴다는 건가요?”
“지분뿐만이 아니라. 선견 통신기술까지 넘길 거요.”
최현욱 부회장이 또 놀랐다.
“형님! 선견 통신기술은 가치를 쉽게 정할 수 없는 회사입니다.”
나도 놀랐다.
최현욱 부회장의 말대로 선견 통신기술은 가치를 정하기 힘들었다.
최현종 회장이 10년을 준비한 통신기술의 모든 것이 선견 통신기술에 있었다.
솔직하게 제1이동통신 인수 협상 때 선견 통신기술도 가져오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그런 말을 꺼냈다가는 최현종 회장이 거부감을 가질 것 같아 하지 않았다.
“최 부회장! 어차피 통신 시장에서 손을 떼는 마당에 가장 필요한 곳에 주는 것이 맞지 않나?”
“아니, 그렇다고 해도 형님이 십수 년을 고생해서 만든 회사입니다. 반대하는 사람들 꺾고 호통쳐 가며 어렵게 만든 회사를…….”
“나도 아쉬워. 하지만 죽은 아들 불알 만지고 살 수는 없지 않나.”
나를 슬쩍 본다.
다른 의도도 있는 것 같았다.
“저기… 10만 원에 선견 통신기술까지 넘기신다고요?”
“그래요. 이선수 회장.”
“다른 조건이 있겠죠?”
“조건이라기보다는 이선수 회장이 승낙하면 하는 거고… 아니면 그냥 넘길 생각이오.”
삼선 이동통신 주식은 그렇게 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선견 통신기술은 아니었다.
이동통신망 기술부터 핸드폰에 적용될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어쩌면 드림 전자에서 더 성능이 좋은 핸드폰을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조건입니까?”
최현종 회장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만약에… 기회가 된다면 이동통신 시장에 우리 선견 그룹이 끼어들 수 있게 한 자리 정도 마련해 줬으면 해요.”
이건 해 줘도 된다 싶었다.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는 누구나 통신망을 빌려서 이동통신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전에 해 주는 것도 좋겠지.
드림 텔레콤과 엘진 이동통신 두 회사의 독과점 체계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인 물은 썩게 되니까.
드림 텔레콤이 1위 자리를 유지하면서 엘진 이동통신 그리고 선견 이동통신이 1위를 압박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렵고 힘들어도 드림 텔레콤은 계속 성장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야 하니까.
“그 정도는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해 주는 거요?”
“네. 하지만 서류로 남길 수는 없습니다. 대신 제가 드림 그룹을 이끄는 한… 약속하겠습니다.”
최현종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이선수 회장을 믿어요.”
최현종 회장의 믿음은 지난번 원유 거래에 근거했다.
“그리고 선견 통신기술은 제 가격을 주고 사겠습니다.”
아무리 신규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기술은 다른 문제였다.
이건 사업이 아니라 투자다.
“그건 아니지요. 내가 주겠다고 한 건데.”
“그럼 위약금 받고 거래 없던 것으로 하시든지요.”
이만 원을 내밀었다.
그것을 본 최현종 회장은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 내가 이래서 이선수 회장을 좋아하나 봅니다.”
언제부터 좋아했다고.
“좋아요. 이선수 회장의 말대로 합시다.”
“그럼 선견 통신기술은 기업 평가를 통해 제 가격에 사는 것으로 하고… 삼선 이동통신 주식은 10만 원에 인수했다가 선견 그룹이 원할 때 시장 가격으로 되파는 조건으로 하시죠.”
최현종 회장과 최현욱 부회장의 눈이 커졌다.
이선수가 이런 조건을 내걸지 몰라서였다.
최현욱 부회장이 입을 열었다.
“이선수 회장을 찾아오기 잘한 것 같습니다. 형님. 삼두 그룹 같았으면 그냥 삼켜 버렸을 텐데요.”
“그러니까. 내가 이선수 회장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니까?”
안 좋아했던 것 같은데.
“저도 지금부터 이선수 회장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것들 보세요.
10만 원이었던 삼선 이동통신 주식이 그때는 수백억 원 이상 할 겁니다.
“전 지금 10만 원에 사서 엄청난 차익을 내고 되팔겠다고 하는 겁니다.”
최현종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래도 선견 그룹이 다시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들 기회를 주겠다는 것은 변함없어요. 이선수 회장.”
“좋게만 볼 것이 아닙니다.”
“내게는 좋게만 보여요.”
말이 안 통하네.
“최 부회장. 선견 통신기술 기업 평가액이 얼마나 하지?”
“기술 평가는 거의 반영되지 않아서 매출과 자산 등으로만 계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 중에는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 것도 있었다.
평가나 특허를 위해 드러냈다가 유출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아마. 1천억 원 정도 할 겁니다.”
선견 통신기술은 여러 회사를 인수했다.
기술 확보를 위해서였다. 그래서 1천억 원이나 하는 것이다.
1천억 원이 큰돈이긴 하지만, 선견 통신기술의 가치는 1천억 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선수 회장… 꽤 큰돈인데 1천억 원으로 인수할 거요?”
당연히 인수할 생각이다.
“돈은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자금 사정이 그나마 좋은 비비 인더스트리나 드림 텔레콤에서 인수하면 된다.
드림 텔레콤은 계속 이익을 내고 있었다.
가입자가 늘어나니 당연했다.
“문제는 삼선 이동통신 주식입니다.”
삼두 그룹이 보유한 51%의 주식 때문에 삼선 이동통신이 엘진 이동통신에 인수합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덕분에 49%의 주식을 다른 곳에 팔아도 상관없어졌다.
정부 승인받은 엘진 이동통신이 삼선 이동통신 인수합병하는 것은 변함없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드림 텔레콤을 계열사로 지닌 드림 그룹에서 49%를 인수해도 되느냐였다.
“어떤 것을 우려하는지 알고 있어요.”
최현종 회장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정부가 정한 것은 이동통신 회사 간의 인수 합병을 허락받으라는 것이지. 주식 거래를 허락받으라는 것은 아니에요. 이건 법적으로 따져도 문제없어요.”
그럴 것 같았다.
하지만 정부가 안 좋게 생각할 것은 분명했다.
뭐, 이종도 때문에 이삼영 대통령과는 이미 틀어진 것 같으니.
현 정부와도 틀어진 관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방위산업을 건드릴 수는 없다.
“그럼 드림 전자가 삼선 이동통신 주식을 인수하는 것으로 하죠.”
은행 대출과 어음 거래 변화로 혼란스러운 드림 건설에 이것까지 줄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해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해 봅시다.”
“잘해 보자는 말은?”
“드림 그룹과 선견 그룹은 원래 뗄 수 없는 거래 관계이지 않나요?”
무슨 말 하는지 알겠네.
“드림 그룹은 원유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이선수 회장이 원유 거래를 하니 그것이 곧 드림 그룹이 하는 것이지요. 허허.”
뭐 어떻게 보면 선견 그룹은 드림 컴퍼니의 소중한 고객 중 하나였다.
지금은 국제 가격대로 원유를 공급했다.
“그리고 이건…….”
최현종 회장이 테이블에 놓인 이만 원을 잡았다.
“차도 한 잔 안 준 의미로 가면서 커피라도 한 잔 사 마시겠소.”
“이거 미안합니다. 커피 드시겠어요?”
“주면 좋지요. 하지만 이만 원은 안 돌려줍니다. 아주 소중하게 간직할 겁니다.”
“하하. 그러세요.”
이 이만 원은 그냥 이만 원이 아니었다.
최현종 회장은 이선수가 약속을 지켜 이동통신 시장에 선견 그룹이 다시 뛰어들게 될 때 이만 원을 돌려줄 생각이었다.
쉽게 말해 약속의 증표였다.
* * *
“늙어서 노망이 났나! 미친 거 아니야?”
삼두 그룹 이민욱 부회장은 삼선 이동통신 주식 49%가 드림 전자에 인수됐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해했다.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려! 제1이동통신을 빼앗아간 놈이 이선수야!”
삼두 건설도 빼앗겼다.
잘만 했으면 삼두 무역의 것이 됐을지도 모를 러시아의 원유 사업도.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밟으려고 할 때마다 반격해서 삼두 그룹에 타격을 입혔다.
“이선수를 견제할 생각을 해야지. 날개를 달아주려고 해?”
이선수에게는 삼선 이동통신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불편한 관계가 된 엘아이 전자 고진웅 사장과 만나 협상까지 했다.
고진웅 사장은 삼두 그룹의 회사를 가져온다는 것 때문인지 협상 내내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것을 꾸욱 참았는데.
으득.
이를 갈았다.
하지만 이환건 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은 미래를 생각하고 힘을 비축할 때다. 그것만 생각해라.’
“후우.”
지금 화를 낸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것은 없다.
정부에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될 것 같지도 않았다.
현 정부와 삼두 그룹은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 그래 봤자 재계 30위에도 못 오른 드림 그룹이야.”
굵직한 회사인 드림 건설과 드림 텔레콤이 있다 해도 삼두 무역보다 규모가 작았다.
삼두 전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해 봐야 얼마나 하겠어. 격차는 더 벌어질 텐데.”
시간이 지날수록 드림 그룹과 삼두 그룹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을 위안 삼아 화를 다스렸다.
“하지만 이선수… 더는 삼두 그룹과 경쟁하지 마라.”
이민욱 부회장은 창밖을 보며 말했다.
“철저하게 밟아 줄 테니까.”
삼두 그룹의 약점이 될 만한 회사는 정리 중이었다.
이선수가 뛰어들 만한 업종은 없다고 생각했다.
경쟁 자체가 안 된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선수와 자꾸 부딪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