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68)
꿈꾸는 재벌 68화(68/249)
68. 외환 위기인가요?
이민욱 부회장이 어떤 생각을 하든 이선수는 상관없이 일에 집중했다.
다른 사람이 무얼 하든.
다른 회사가 어떤 일을 하든.
“드림 컴퍼니 가용 잔액이…….”
1994년부터 시작한 가스와 원유 판매.
일부 수익을 한국의 드림 그룹에 빌려줬다.
그리고 약간의 이자와 함께 돌려받았다.
거기에 드림 컴퍼니는 사업 확장까지 했다.
“80억 달러라…….”
가용할 수 있는 잔액이다.
여러 가지 나갈 돈을 뺀.
이정석 선배가 정확하게 계산해서 보내 줬다.
실질적인 잔고는 100억 달러 정도였다.
현재 환율로 8조 2천억 원 정도.
“연말까지 하면 120억 달러 정도 사용할 수 있겠네.”
1997년 말까지 120억 달러를 확보하는 것이다.
1998년에 환율이 2천 원을 넘어가면 최소 24조 원이 된다.
“그룹 계열사는 안정화될 테니까 문제없을 테고.”
드림 컴퍼니의 돈이 드림 그룹에 사용될 일은 없다.
은행 빚을 갚고 외상 거래를 하지 않는다.
부채가 줄어드는 것이다.
부채가 줄어들면 자기자본 비율도 높아진다.
또한, 20%를 넘어가는 엄청난 이자 때문에 손실이 나지도 않는다.
대출이 없는데 이자를 낼 일이 없지.
“대신 예금 덕분에 이자만으로도 돈을 더 벌 수 있지.”
드림 종합건설과 드림 텔레콤.
특히나 드림 텔레콤은 현금 장사나 다름없었다.
예금이 어마어마하게 쌓인다.
“아! 은행도…….”
안전한 은행을 찾아 거래처로 바꿔야 했다.
“어디였더라? 조은하고 외환은 안 되고…….”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김성웅 사장이 들어왔다.
“회장님.”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네.”
“조금 전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기하 자동차가 아무래도 위험한 것 같습니다.”
아!
맞다.
기하 자동차가 일이 이때쯤이었지.
“우리 그룹에 영향은 없지 않나요? 겹치는 업종도 없는데.”
김성웅 사장은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잘만 하면 우리 그룹도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나는 김성웅 사장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분명 신규 사업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텐데요.”
김성웅 사장은 이선수가 선견 그룹의 선견 통신기술을 인수한 것 때문에 기하 자동차도 드림 그룹에서 인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그룹도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자동차 산업입니다.”
김성웅 사장의 말도 맞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기하 자동차에 투자하자는 건가요?”
아직 부도가 나지 않은 기하 자동차에게 할 수 있는 것은 투자뿐이었다.
“투자를 지금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분명 기회가 올 겁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성웅 사장도 변하는 것 같았다.
안기부장이었던 시절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지금은 드림 그룹의 총괄 사장으로 기업인이 되어 갔다.
“그때가 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올해 말 아니면 내년 초쯤입니다.”
놀라웠다.
정확한 분석이다.
기하 자동차는 곧 28개 계열사를 14개로 정리하며 부도를 막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 10월쯤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엎친 데 덮친다고.
IMF가 터지면서 기하 자동차는 결국 다른 회사와 합병한다.
“김 사장님.”
“네. 회장님.”
“김 사장님은 지금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시나요?”
김성웅 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선수가 한 질문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서였다.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느냐니요?”
“한국 경제가 좋은 것 같나요? 나쁜 것 같나요?”
“글쎄요. 현재로서는 그렇게 좋지도 않은 것이 나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김성웅 사장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한본 제철을 엘아이 그룹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한본 제철 부도와 기하 자동차 사태로 한국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하지만 한본 제철의 문제를 엘아이 그룹이 가져가면서 달라졌다.
덕분에 이삼영 대통령 아들 이종도에 관한 수사도 흐지부지되는 중이었다.
“최근 동남아 외환 위기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건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우지 우리 한국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제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보다 단단합니다.”
지금 대부분이 이렇게 생각한다.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 정도 돼야 위기감을 느끼는 건가?
“한국은 아시아의 용 아닙니까.”
저놈의 용 타령.
알고 보니 지렁이였다는 것을 곧 알게 되겠지.
“기하 자동차는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선수가 딱 잘라 말하자 김성웅 사장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회장인 이선수가 안 하겠다는데.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렇다고 자동차 산업에 관심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슨 말이신지?”
“일단 그렇게 알고 계세요.”
내가 관심 있는 자동차 회사는 태평 자동차다.
대현 자동차가 아닌 태평 자동차를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잘만 하면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현 전자.
대현 전자는 꼭 손에 넣어야 했다.
삼두 전자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반도체를 제대로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김성웅 사장이 아쉬운 표정과 의아한 표정을 동시에 지으면서 나갔다.
기하 자동차가 아쉽고 내가 자동차 산업에 관심 있는 것이 궁금하겠지.
지금은 더 좋은 회사를 선택할 준비를 해야 할 때였다.
하지만 준비는 준비고.
싱가포르로 갈 일이 생겼다.
* * *
이정석 선배에게 연락을 받고 싱가포르로 갔다.
이정석 선배가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선배 다짜고짜 만나자고 한 거야?”
“그렇다니까. 그것도 내가 아닌 선수 너를 딱 지목하더라고.”
이정석 선배의 말을 들은 나는 같이 온 임강민 대표를 쳐다봤다.
“임 대표님 공항에서부터 따라오는 차가 있었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공무원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공항에서 드림 컴퍼니로 오는 길에 임강민 대표가 미행이 있는 것 같다고 했었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를 미행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이정석 선배의 말을 들으니 미행이 붙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고척 총리가 왜 나를 보자는 건지 안 물어봤어?”
“물어봤지. 하지만 선수 너와 만나고 싶다는 것 이외에는 말해 줄 수 없다고 하네.”
싱가포르에 온 이유.
싱가포르 총리인 고척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해서였다.
한국으로 생각하면 이삼영 대통령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피했지만, 싱가포르는 그럴 수 없었다.
싱가포르 은행에 120억 달러가 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IMF 신청을 하기 직전이다.
싱가포르는 잘 대응해서 IMF를 신청하지 않고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잘 대응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번에는 꿈을 안 꾸나?
싱가포르 고척 총리와 만나는 꿈을 꿨다면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텐데.
“드림 컴퍼니에 문제없지?”
“있을 일이 없지. 거래도 다 정상적으로 하는데.”
뭐지?
내가 궁금해하고 있을 때 드림 컴퍼니 사무실로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들어왔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경찰까지.
직원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경찰 때문이었다.
“뭐… 뭐야?”
이정석 선배가 깜짝 놀라 다가오는 양복 남자들을 막아섰다.
맨앞에 있던 남자가 이정석 선배에게 말했다.
“총리실에서 나왔습니다. 이선수 회장님을 데려가겠습니다.”
정중하지만, 정중하지 않은 태도.
이정석 선배가 소리쳤다.
“무슨 이유로 이러는 것인지 알려 주시죠.”
“그건 총리께서 말씀하실 겁니다.”
남자는 옆으로 비켜서더니 내게 말했다.
“이선수 회장님 같이 가시죠.”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
거부할 권한 같은 것은 없어 보였다.
“선배 같이 가죠.”
“나도?”
“드림 컴퍼니 대표잖아요.”
“그렇기는 하지.”
이정석 선배는 남자에게 말했다.
“우리 셋이 같이 안 가면 이선수 회장님도 안 갑니다.”
남자는 나를 쳐다봤다.
나는 웃으며 눈을 마주쳤다.
이정석 선배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음. 이선수 회장님만 갈 수 있다면 같이 가도 상관없습니다.”
나와 고척 총리의 만남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데.
“그럼 가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총리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이정석 선배 그리고 임강민 대표와 함께 움직였다.
* * *
드림 컴퍼니 사무실에 들어올 때 태도가 고압적이었다면 고척 총리를 만나러 갈 때 태도는 매우 정중했다.
총리 공관에 도착해서도 정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제대로 손님을 대접하는 것 같았다.
안 만난다고 했으면 손님 대접은 안 할 것 같았고.
그리고 드디어 고척 총리가 있는 방에 들어갔다.
고척 총리는 나를 보자 활짝 웃으며 반겼다.
“이선수 회장 이렇게 와 주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강압적으로 왜 데려왔느냐고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고척 총리가 이렇게 반기니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사과도.
“정말 미안합니다. 이선수 회장을 빨리 만나고 싶어서 이렇게 했습니다.”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나와 이정석 선배 그리고 임강민 대표는 그대로 앉았다.
하지만 고척 총리는 나만 보고 있었다.
“궁금하지 않나요?”
“정말 궁금합니다. 드림 컴퍼니의 대표는 여기 이정석인데 왜 나를 보자고 했는지도요.”
“드림 컴퍼니의 실질적인 주인은 이선수 회장 아닙니까.”
이건 주주 명부만 확인해도 알 수 있다.
“이선수 회장의 결정이 곧 드림 컴퍼니의 결정 아닌가요?”
“아닙니다. 이정석 대표의 결정이 곧 제 결정입니다.”
미안하지만, 정말 큰일은 이정석 선배가 결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고척 총리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런가요? 그럼 120억 달러에 대한 결정도 이정석 대표가 할 수 있나요?”
싱가포르 은행에 예치한 돈과 같은 금액이다.
이정석 선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돈은 이정석 선배가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돈이다.
20억 달러는 몰라도 100억 달러는 이선수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가스와 원유로 버는 돈의 일정부분을 적립금 형식으로 쌓아 두고 건드리지 말라고 이선수가 지시했으니까.
“총리님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 너무 심각한 말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마치 120억 달러를 묶어 두실 것처럼요.”
고척 총리의 시선을 내게 돌리려 말한 것이다.
그런데.
“묶어 둘 수도 있습니다. 이선수 회장.”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120억 달러가 싱가포르에 묶이면 한국에서 하려고 한 일을 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화도 나고.
“기업의 돈을 정부에서 마음대로 묶어 두겠다는 건가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좋은 말투로 말할 리가 없다.
생각해 보라.
자신이 열심히 모은 돈을 누군가 쓰지 못하게 묶어 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선수 회장. 진정해요. 그렇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장난하나?
“그 말이 그 말 아닌가요? 같은 말처럼 들립니다.”
고척 총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다른 말입니다.”
“어떻게 다른 말이죠?”
“이선수 회장의 선택에 따라 달라집니다.”
“말장난하지 마시고 정확하게 말해 주시죠.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겁니까?”
고척 총리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 입을 열었다.
“싱가포르 은행에 있는 120억 달러를 인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건 드림 컴퍼니가 결정할 일이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럼에도 120억 달러를 인출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겁니다.”
“인출하려고 한다면요?”
“막을 겁니다.”
고척 총리까지 나서면서 싱가포르 정부가 120억 달러 인출을 막으려는 이유가 뭘까?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봤다.
하지만 생각나는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잘하면 싱가포르 정부에 빚을 지우면서 꽤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알아내야겠지.
고척 총리가 이렇게 나서는 것과 싱가포르 정부의 상황을.
한마디만 하면 된다.
나는 고척 총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외한위기인가요?”
고척 총리의 눈이 흔들렸다.
표정은 애써 아닌 척했지만.
빙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