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69)
꿈꾸는 재벌 69화(69/249)
69. 협상 그리고 고민의 끝
“그럴 리가요.”
고척 총리가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이미 들켰다.
“총리님. 솔직하게 말하시면 저도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드림 컴퍼니는 싱가포르를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당연히 없다.
싱가포르는 앞으로도 최고의 금융 시장 중 하나이자 원자재 거래의 중심지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기껏 기반을 잡아 놓고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선수 회장이 그렇게 말하니 조금은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고척 총리의 표정이 조금 편안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완전하게 나를 믿고 말한다고 생각할 수 없다.
언제든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싱가포르에 외환 위기는 없을 겁니다.”
그럴 것 같았다.
이렇게 고척 총리까지 나서서 미리 대응하는 것을 보면.
“하지만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니 만반의 준비를 하려는 것뿐입니다.”
“그러시군요. 그런데 왜 우리 드림 컴퍼니입니까? 드림 컴퍼니보다 돈이 더 많은 기업도 많을 텐데요.”
싱가포르가 영토는 작아도 시가총액이 엄청난 기업은 많았다.
그리고 원자재 거래를 하니 은행에 달러도 많았다.
“돈이 더 많은 기업은 많지만, 은행에 120억 달러를 예치해 놓고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드림 컴퍼니뿐이니까요.”
이 말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다른 기업들은 돈이 수시로 빠져나갔다가 들어온다.
하지만 드림 컴퍼니는 내 지시에 따라 이익의 일정 부분을 계속 적립해 왔다.
그리고 사용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사용해야 해서였다.
싱가포르 입장에서는 120억 달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120억 달러가 빠져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외환 위기가 없다고 싱가포르 정부가 아무리 소리쳐도 듣지 않는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
“태국이 곧 IMF 신청을 할 것 같은가 보군요.”
내 말에 고척 총리의 눈이 커졌다.
“일부만 아는 사실을 어떻게…….”
싱가포르 내에서도 고척 총리와 일부만 아는 사실이었다.
너무 놀라 고척 총리는 자신도 모르게 진실을 말했다.
고척 총리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표정이 굳어졌다.
이선수가 너무 많은 것을 알아서였다.
“지금 상황을 분석해 보면 태국뿐만이 아닙니다. 말레이시아도 위험하죠. 그 여파가 싱가포르에 올 것은 당연하고요.”
정확한 분석이었다.
고척 총리는 이선수를 속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분석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선수 회장은 얼마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군요.”
분석은 무슨.
그냥 꿈에서 들은 것이다.
한국의 IMF가 태국과 말레이시아 외환 위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맞아요. 그래서 외환 보유고를 더 늘릴 생각으로 이선수 회장을 만나자고 한 겁니다.”
이제야 솔직해지네.
“만약에 드림 컴퍼니에서 싱가포르 정부를 믿지 못하고 다른 나라로 120억 달러를 보낸다면요?”
고척 총리의 이마에 줄이 생겼다.
“분명 못 보내게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순간 싱가포르를 누가 믿을까요? 믿지 못하는 기업들은 싱가포르를 떠나겠죠.”
고척 총리는 이선수에게 협박이나 거짓말은 안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솔직하게 범법 행위가 없는 한 기업의 자금을 동결할 수 없었다.
억지로 범법 행위가 있다고 주장해서 자금을 동결한다 해도 이선수가 말한 것처럼 부작용이 생긴다.
영토가 작아 주 수입원이 금융거래인 싱가포르다.
기업이 떠나면 금융거래도 줄어든다.
“이선수 회장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 같네요.”
“당연합니다. 법정 다툼은 물론, 언론에도 알릴 겁니다.”
내 돈을 묶어 두겠다는데 안 그러면 바보다.
“흐음.”
고척 총리는 이선수를 다르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림 컴퍼니 사무실에서 납치하다시피 해서 데려온 것도 다 계산이 있어서였다.
이선수가 겁 먹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하면 싱가포르 정부를 믿어 줄 수 있겠소.”
120억 달러를 빼지 말라는 말을 어렵게 하네.
이렇게 나오면 나도 좋다.
선심 쓰는 척하면서 얻을 것 얻어 내면 된다.
“싱가포르에 외환 위기가 오지 않게 할 확률을 높이는 데 120억 달러는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까요?”
질문으로 답하는 이선수를 보며 고척 총리는 보고서 내용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조금 더 안정적인 금융 구조를 만들려면 은행 통폐합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조금 흔들림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한위기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만약, 은행 통폐합 때문에 달러가 빠져나가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은행 통폐합 때문에 빠져나갈 예상 달러는 최대 100억 달러.
이선수의 드림 컴퍼니가 보유한 120억 달러만 든든하게 버텨 준다면 문제가 없었다.
“꽤 가치가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이 되는 것보다 이선수의 120억 달러 덕분에 안정적인 것이 낫다.
“그렇다면 싱가포르 정부는 드림 컴퍼니가 120억 달러를 인출하지 않는 대가로 무엇을 줄 수 있습니까.”
고척 총리의 표정이 밝아지네.
“120억 달러를 인출할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됩니까?”
“조건부입니다. 그리고 잘만 하면 200억 달러까지 가능합니다.”
나는 슬쩍 옆에 있는 이정석 선배를 쳐다봤다.
정확한 금액은 이정석 선배가 더 잘기 때문이었다.
이정석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입니까?”
다시 이정석 선배를 쳐다봤다.
그가 대답하라는 의미였다.
이정석 선배는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몇몇 투자와 거래를 뒤로 미루면 가능합니다. 총리님.”
고척 총리는 드림 컴퍼니의 200억 달러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달러가 필요했다.
“이선수 회장. 조건부라고 했죠? 어떤 조건입니까?”
“먼저 싱가포르 정부가 드림 컴퍼니에 해 줄 수 있는 것을 듣고 싶습니다.”
고척 총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법인세를 10년간 감면해 주겠소.”
“그것뿐인가요?”
“우리 하나씩 주고받읍시다.”
“드림 컴퍼니는 벌써 하나 줬습니다. 200억 달러로요.”
고척 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림 컴퍼니의 현재 대표와 그의 가족들에게 영주권을 주겠소.”
의외의 조건이었다.
이정석 선배와 가족은 아직 영주권을 받지 못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서였다.
“물론, 이선수 회장 당신에게도… 즉시.”
이정석 선배와 가족이 싱가포르에 편하게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법인세도 10년간 감면이니까.
하지만 이런 기회는 또 오지 않는다.
“감사한 조건입니다. 그런데 드림 컴퍼니가 싱가포르에서 더 오래 사업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고척 총리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고개를 갸웃댔다.
어려웠나?
“사옥을 하나 짓거나 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반쯤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제야 고척 총리가 웃으며 말했다.
“드림 컴퍼니 사옥에 한해서 단 한 번만 모든 세금을 면제해 드리죠.”
사옥 샀다가 팔고 다시 사옥 사는 것은 안 되네.
“추가로 드림 컴퍼니에서 영주권을 얻은 이들도 세금 면제입니다. 5명 한정입니다.”
고척 총리는 이정석 선배 가족 구성원까지 다 아는 것 같았다.
나까지 딱 5명이네.
“추가로 가족이 생기면요?”
내 말에 또 고척 총리가 웃으며 말했다.
“5명에게 추가로 가족이 생기는 경우라… 결혼 아니면 출산이겠군요. 내가 총리로 있는 동안은 새로운 가족까지 보장하죠.”
어차피 그냥 둬야 할 돈을 두는 대가로 받는 것이라면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돈을 무한정 싱가포르에 둘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200억 달러는 1997년 말까지 인출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안 된다고 하면 모든 조건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돈을 뺄 수밖에 없다.
스위스로 가야 하나?
아니면 케이먼 군도?
고척 총리의 대답을 긴장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고척 총리는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올해까지만이군요. 좋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도 이선수의 돈을 오래 잡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래야 한다면 싱가포르의 상황이 너무 안 좋은 것이다.
200억 달러가 있어도 외환 위기는 피할 수 없다.
지금은 약간의 시간을 벌면 된다.
연말까지면 충분했다.
싱가포르가 자체적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게 탈바꿈할 기간은.
“그럼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계약서는 총리실 직원을 보내 작성하게 하겠습니다.”
이것도 좋네.
정부가 알아서 계약서로 명시하니.
대부분 말로만 하고 몇 가지 약속은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감사합니다. 총리님.”
“오늘은 그렇고… 계약서 작성이 끝나면 식사라도 합시다. 이선수 회장.”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척 총리가 먼저 일어났다.
나와 이정석 선배도 일어났다. 임강민 대표는 옆에 서 있었다.
총리 경호원이 다가와 밖으로 안내했다.
고척 총리는 따라나오지 않았다.
* * *
안전하게 경찰 호위까지 받으며 드림 컴퍼니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난 이정석 선배에게 호텔에서 머물겠다며 사무실을 나섰다.
집으로 가자고 해도 생각할 것이 있다고 거절했다.
호텔 비즈니스 룸을 잡아서 들어갔다.
임강민 대표에게 방에서 혼자 있고 싶다고 했다.
그전에 룸 서비스로 술과 얼음을 주문했다.
곧 술과 얼음 그리고 간단하게 먹을 안주가 왔다.
그것을 방 안으로 가져간 후 문을 닫았다.
컵에 얼음을 채우고 술을 따랐다.
차가운 술잔을 들고 창문으로 갔다.
싱가포르 시내가 보인다.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홀짝.
술을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넘겼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짜릿함.
40도 정도 되는 술이니 당연했다.
“크으.”
얼음 때문에 덜 독한 것 같아도 이 소리는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술이 필요했다.
고척 총리와의 만남.
그와 대화할 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200억 달러.”
절대 작은 돈이 아니다.
“IMF를 막을 수 있을까?”
내가 말한 IMF는 한국이다.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외환 위기란 외국환,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의 유동성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쉽게 말해 달러가 부족해서다.
부족한 달러는 어디선가 빌려오든가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채우면 된다.
그렇게 해서 시간을 벌고 외환 위기가 오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 실행하면 된다.
이 생각이 왜 났느냐.
싱가포르의 고척 총리가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달러를 준비하려 한 것 때문이다.
한국도 준비한다면…….
“IMF를 막은 사람으로 역사에 남을까?”
홀짝.
술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다시 차갑고 뜨거운 느낌을 받으며 정신을 차렸다.
“아니겠지. 그냥 고맙다는 말 정도로 끝나고 자신들이 잘해서 IMF를 막았다고 생각하겠지.”
이 정도로만 끝나면 다행이다.
기업의 체질 개선 그리고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위험하면 또 똑같이 나나 다른 기업에게서 달러를 빌려 막을 수도 있다.
그것이 편하니까.
다른 나라에 말해서 달러가 없으니 ‘통화 스와프 해 주세요.’
아니면 ‘달러 좀 빌려주세요.’
이런 부탁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어쩌면 기업은 외환 위기를 대비해 수익의 일정 부분을 달러로 바꿔 한국은행에 예치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지도.
피식.
“어째 진짜 법을 만들 것 같냐.”
술잔을 비우며 고개를 흔들었다.
술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한국의 외환 위기를 막는다면 미래는 바뀐다.
하지만 그 미래가 정말 한국을 위한 것인가?
IMF라는 아픔 덕분에 한국은 성장했을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고.
하지만 내가 꿈에서 꾼 미래보다 나쁜 미래가 된다면?
“결정적으로 지금 정부를 도와주고 싶지가 않네.”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 것은 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내가 다 고통에서 해방시켜 줄 수는 없다.
빈 술잔에 다시 술을 채웠다.
그리고 살짝 잔을 돌려 차갑게 했다.
“이 잔을 끝으로 고민은 그만하자.”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한국의 IMF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같이 비웠다.
200억 달러를 지원해도 또 IMF가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바꿀 수 있는 것만 바꾸자.
따뜻한 물에 씻고 잠이나 자자.
나는 욕실로 향했다.
* * *
싱가포르 정부와 드림 컴퍼니 간의 계약은 빠르게 진행됐다.
이정석 선배도 약속한 200억 달러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거래를 조정했다.
하지만 나는 그 계약이 다 마무리되기도 전에 싱가포르를 떠나야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야 해서였다.
푸틴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