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72)
꿈꾸는 재벌 72화(72/249)
72. 운전대 잡은 사람 마음대로
푸틴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취임식에서 전율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정석 선배는 물론, 김성웅 사장과 고정민 사장, 강만호 이사 그리고 임강민 대표까지.
그들이 말하기를 단상 위에 푸틴과 나란히 서 있는 내 모습이 그렇게 자랑스러웠다고.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서 취임식이 끝난 후 축제가 열렸다.
일반 시민은 광장 등에서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노래를 불렀다.
그나마 5월이라 날씨가 그렇게 춥지 않아서 그럴 수 있었다.
그리고 중요 인물들은 호텔에 모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고위 인사들.
지역 방어 사령관부터 신흥 재벌까지.
나 역시 푸틴에게 끌려가듯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과 인사했다.
인맥 쌓기인가 싶었다.
대부분 나에게 호의적으로 대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호의적인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흥재벌들.
그들은 나와 인사하면서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말투나 내용은 아니었다.
질투인가?
푸틴을 나에게 빼앗긴 것 같아서?
어쨌든 나는 가볍게 그들을 무시했다.
크게 부딪칠 일이 없다.
푸틴만 꽉 잡고 있으면 되니까.
그냥 인사만 하는 자리인 파티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빨리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푸틴을 잠깐 만나 계약서를 마무리 짓고 전용기를 이용해 싱가포르로 향했다.
* * *
“정말 대단하십니다. 회장님.”
“뭐가요?”
김성웅 사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끼리만 있어서 할 수 있는 말입니다. 하하.”
전용기 안이니까 우리끼리만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김성웅 사장과 나 둘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정민 사장과 강만호 이사는 이정석 선배에게 딱 붙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0억 달러짜리 2차 재개발 사업의 시행사가 드림 컴퍼니다.
이정석 선배는 드림 컴퍼니의 대표고.
예전에 한국에서 잠깐 본 것뿐이다.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임강민 대표는 전용기 안에서 긴장이 좀 풀렸는지 한쪽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니까 뭐가 대단하다는 건가요?”
“회장님이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괜찮습니다.”
말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김성웅 사장은 멈추지 않았다.
“푸틴과 관계가 좋은 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에게 그렇게 인기가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회장님.”
나도 몰랐다.
“그만하세요.”
조금 낯 뜨겁다고 해야 하나?
취임식에서는 전혀 느껴 보지 못한 느낌 때문에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푸틴 옆에 서서 손까지 흔들었어야 했나 싶었다.
“그래도 한국은 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회장님.”
“무슨 소리예요?”
“그 어떤 경우라도 한국에 남아 주십시오.”
김성웅 사장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내가 러시아로 갈 것 같아서 하는 말이에요?”
“그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합니다. 하지만 세상 일은 모르니까요.”
김성웅 사장이 불안해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선수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좋았다.
그만큼 이선수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어떤가?
강제로 한본 제철을 인수하게 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과 국세청의 조사까지 받았다.
“세상일을 모른다고 해도 한국을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김 사장님.”
“믿겠습니다. 회장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믿으세요. 그런데 왜 이런 생각을 한 건가요?”
김성웅 사장은 모든 우려를 다 말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드림 컴퍼니 이야기를 했다.
“드림 컴퍼니의 실질적인 주인은 회장님이십니다.”
초기에 이선수에 관해 조사할 때 이정석도 같이 조사했다.
항공순양함 들여오는 일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일이니까.
그 과정에서 이선수가 싱가포르에 드림 컴퍼니를 설립한 것도 알게됐다.
“드림 컴퍼니가 얼마나 버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번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서 본 것을 생각하면 꽤 많이 번다는 것을 알겠더군요.”
많이 벌기는 하지.
“어느 순간… 회장님께서 굳이 한국에서 사업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면…….”
나는 김성웅 사장이 할 말을 짐작해 먼저 말했다.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서 사업할 것 같아서요? 러시아 국적이라도 얻을 것 같나요?”
“그냥 우려입니다.”
어째 우려해도 될 것 같기는 했다.
이미 싱가포르 영주권을 얻게 됐다.
러시아 영주권도 푸틴에게 말하면 그냥 줄 것 같았다.
벌써, 몰래 해 놓은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런 우려 안 해도 됩니다. 난, 한국에서 할 일이 많거든요.”
엄청 많지.
회사 인수해야지…….
한국 재계 서열 1위 해야지…….
안 많은가?
“다행입니다.”
이선수가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아 안심하는 김성웅 사장이었다.
“피곤하실 텐데 좀 주무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저 때문에 회장님께서 못 쉬시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제 쉬면 되죠.”
너무 편안해서 그런가?
눈을 감으면 잠이 솔솔 올 것 같았다.
* * *
“그러니까 정부와 채권단 방침이 동종 업계에 매각하겠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김성웅 사장이 아쉬운 표정으로 내게 말하고 있었다.
이건 꿈이다.
“아무래도 삼두 그룹이나 대현 그룹 둘 중 하나에서 태평 자동차를 인수할 것 같습니다.”
태평 자동차를 인수하기 위해 기하 자동차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기하 자동차는 내수 시장에 집중했다면.
태평 자동차는 GM과 합작해 내수는 물론, 수출에도 유리했다.
“이것 때문에 삼두 그룹이 기하 자동차를 인수한 것일까요?”
내가 의문이 풀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을 보는 나는 다른 의문이 들었다.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은 분명히 계열사를 정리하고 힘을 비축하려 했다.
그런 이환건 회장이 왜 기하 자동차를 인수했을까?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환건 회장은 예전부터 자동차 회사를 소유하고 싶어 했습니다.”
이건 어느 정도 다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할 것이 아니면 안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태평 자동차를 인수하면 대현 자동차를 누르고 1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김성웅 사장의 분석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석이 맞든 안 맞든 상관없었다.
태평 자동차를 인수하려면 자동차 회사가 필요했다.
그리고 삼두 그룹이 기하 자동차를 인수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덜컹!
몸이 흔들린다.
이런…….
꿈에서 깨는 것 같았다.
* * *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이제는 일어나셔야 합니다.”
“네.”
비행기가 착륙할 때 느낀 충격 때문에 꿈에서 깼다.
자꾸 현실이 바뀐다.
정확하게 말해서 가장 먼저 꾼 꿈과는 다른 현실이 일어난다.
삼두 그룹은 기하 자동차를 인수하지 않았다.
기하 자동차는 대현 자동차에 인수된다.
“내리시죠.”
전용기가 완전히 멈췄다.
승무원이 나와 문을 열고 공손하게 기다렸다.
나는 굳은 표정으로 전용기에서 내렸다.
* * *
싱가포르에서 하루 더 머물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원래는 가장 빠른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올 일정이었다.
하지만 꿈에서 본 것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정석 선배는 가스와 원유 새로운 계약 때문에 바쁘게 됐고.
김성웅 사장과 고정민 사장 그리고 강만호 이사는 원래 계획대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남은 사람은 임강민 대표뿐이었다.
“회장님, 무슨 걱정이 있으십니까?”
임강민 대표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경호원의 임무만 하며 그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런 질문을 해요?”
“표정이 안 좋으셔서 그렇습니다.”
“너무 눈에 띄나요?”
“그렇습니다. 사실 김성웅 사장님이 한국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슬쩍 제게 회장님이 걱정되니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그냥 미소 지었다.
전용기 안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싱가포르에 도착하면서 표정이 안 좋으니 확대해서 생각한 것 같았다.
“제가 도움이 안 되겠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제 입 무겁습니다. 대나무 숲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피식.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치는 그 대나무 숲이요?”
“그렇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임강민 대표는 경호만 한다.
그룹 경영에는 그 어떤 참여도 하지 않았다.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어떨까?
“대나무 숲에 그냥 말해 볼까요?”
내 말에 임강민 대표가 활짝 웃었다.
“고민이 있으셨군요. 뭐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제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는 없지만, 말하는 것만으로 속이 시원해지실 수도 있습니다.”
너무 좋아하는데?
누군가가 자신을 의지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좋은 것 같았다.
“회장님?”
임강민 대표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만으로 조금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좋아요. 그냥 푸념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줘요.”
임강민 대표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더 잘 들리게 했다.
“최근에 그룹에 더는 새로운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새로운 사업을 해야 할지도 몰라요. 내가 한 말을 어기는 거죠.”
내 말에 임강민 대표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언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어요?”
“회장님이 왜 그런 고민을 하시는지 몰라서요.”
“그런가요?”
하기는 누군가가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지.
그 사람 자신이 아닌 이상 그때 그 상황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당사자가 아니니까.
그런데.
“회장님께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냥 하시면 되는 것 아닌가요?”
나는 임강민 대표를 빤히 쳐다봤다.
임강민 대표는 계속 말했다.
“드림 그룹은 회장님이 이끄십니다. 운전대를 잡고 계시는 거죠. 처음에는 이 길로 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가다가 보니 다른 길로 가야 할 경우가 생깁니다.”
운전으로 예를 드니 귀에 쏙쏙 들어오네.
임강민 대표를 다시 보게 된다.
“그런데 그 길로 갈지 안 갈지는 운전대 잡은 사람 마음이죠. 옆에서 잔소리할지는 몰라도요. 그리고 제가 아는 회장님은 필요하다면 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네.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세상 일은 변수가 있다.
그 변수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꿈은 그 변수에 대응하라고 내게 보여 준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뭐 또 싸울 수밖에 없겠네요.”
“싸워요? 누구하고요? 그런 것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싸움에는 자신있습니다.”
풋.
“그런 물리적인 싸움이 아닙니다.”
“아! 죄송합니다.”
삼두 그룹과 부딪치게 생겼다.
어쩌면 내가 기하 자동차를 인수하려 한다는 것을 알면 포기하지 않을까?
그럴 경우는 없겠지.
이번에는 조금 단순하게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임 대표님.”
“네. 회장님.”
“아까 옆에서 잔소리할지도 모른다고 했잖아요?”
“네?”
“운전대 말하면서요.”
“아! 네. 그랬습니다.”
“혹시 아내분이 옆에 앉으셔서 잔소리하시나요?”
왜 당황하는데?
“하하. 아닙니다. 누가 제게 잔소리합니까! 큰일나죠.”
아닌 것 같은데?
“잔소리해도 운전대 잡은 사람은 임 대표님이라고 하면서 그냥 가시나 봐요. 나중에 잔소리 더 듣고요.”
표정 보니 맞나 보네.
“하하. 아닙니다. 그런 일 절대 없습니다.”
“네. 그렇다고 해 줄게요.”
“회장님 절대 아닙니다.”
“알았어요.”
“진짜 아닙니다!”
그렇게 아니라고 하니 더 진짜 같았다.
“내일 첫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가야겠어요.”
“네. 준비하겠습니다.”
왜 안심하는 표정으로 가는데?
임강민 대표의 말을 듣고 조금 무거웠던 마음이 편해졌다.
누가 뭐라고 하든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그룹 방침을 다시 정하는 것이라도.
삼두 그룹과 기하 자동차를 놓고 한판 붙게 생겼다.
단순하게 간다 해도 준비할 것은 준비해야겠지.
* * *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이정석 선배를 잠깐 만났다.
좋은 소식이 있었다.
아마존이 공개한 주식을 8%나 매입했다.
주당 가격은 조금 높은 2달러 수준.
그래도 괜찮았다.
담보로 제공한 주식 25%를 합치면 33%로나 되는 주식을 확보한 것이다.
아마존을 인수할 생각은 없다.
단지, 1999년에 팔아서 엄청난 이익을 낼 계획이다.
그리고 다시 사야지.
모토로라는 꿈에서 본 대로 주식가격이 떨어지고 있었다.
최고점에서 판 거지.
폴 사장이 땅을 치고 후회하려나?
어쨌든 한국에 돌아와 김성웅 사장을 불렀다.
단, 둘이서만 기하 자동차에 관한 일을 의논할 생각이었다.
먼저 김성웅 사장과 준비를 끝낸 후 본격적인 행동으로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