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75)
꿈꾸는 재벌 75화(75/249)
75. 김칫국 마시는 이들
“아 새끼…….”
깜짝 놀란 정영 회장이 이선수를 아새끼라고 부르려다가 멈췄다.
“크흠. 너레 지금 뭐라 했니?”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환건 회장이 말했다.
“드림 그룹이 기하 자동차 인수에 뛰어들겠다고 한 말인 것을 몰라서 묻는 거요?”
“내래 그걸 몰라서 묻니? 지금 대현과 삼두 그리고 태평… 이 세 그룹과 싸우겠다고 한 거 아이니!”
정영 회장은 정말 황당했다.
하나도 아니고 재계 서열 5위 안에 있는 세 그룹과 경쟁하겠다고 한 것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말을 할 수 없지비.”
일반적으로 보면 미친 짓이지.
하지만 드림 그룹을 만들기까지 남들이 보기에는 미친 짓이었다.
“정 회장님 왜 그렇게 열을 내시고 그러십니까. 이선수 회장의 포부가 크지 않습니까.”
김우정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그것을 들은 정영 회장의 인상이 구겨졌다.
“포부? 포부 같은 소리하고 앉아 있네. 이 아새끼래 지금 나하고 이 회장이 고개 숙이는 것 보고 싶다는 것 아이가!”
결국, 정영 회장은 이선수를 다시 아새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김 회장에게는 밥 얻어먹겠다는 거고!”
“저야 밥 사는 것은 문제 없습니다.”
“기렇겠지. 하지만 나는 아이야! 이 새파란 아새끼에게 고개 숙일 생각 없지비!”
정영 회장이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이환건 회장은 생각보다 화가 많이 안 난 것 같았고.
“고개 숙일 일을 만들지 않으면 되지요. 정 회장님.”
내기를 하지 말자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자 정영 회장이 더 화를 냈다.
“이 아새끼래 두려워서 지금 발 빼자는 거이가? 임자는 이 아새끼 이길 자신 없어? 그럼 날래 빠지라우. 나가 상대하갔어!”
빠지라고 빠질 이환건 회장이 아니지.
내 예상대로 대답이 나왔다.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기 싫어서 그런 것인데… 어쩔 수 없군요. 연말에 있는 경제인 모임에서 모두에게 승자가 누군지 보여 주는 것으로 하죠.”
이환건 회장이 판을 키웠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승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라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것인데…….
“겁이 나시면 정 회장님은 빠지시든지요.”
이번에는 이환건 회장이 도발하네.
“지금 뭐라 했네? 겁? 내레 정영이야! 정영!”
불도저 같은 저 성격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성격의 내기는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하자우! 기래. 연말 경제인 모임에서 하자!”
갑자기 정영 회장이 나를 쳐다봤다.
“너레 동의하간?”
당연하지.
“내기에 동의합니다.”
“져도 이겨도 각오해야 할 기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지든 이기든 정영 회장의 눈밖에 났다고 말하는 것이겠지.
어차피 결과가 같다면.
무조건 이겨야겠지.
김우정 회장이 내게 말했다.
“나는 따로 밥 사는 것으로 괜찮겠어요?”
“물론입니다.”
나중에 태평 자동차 가져올 텐데 밥도 얻어먹게 생겼다.
“나중에 보자우!”
정영 회장이 기분 나쁘다는 듯 몸을 돌려 성큼 걸어갔다.
정확하게 말해서 모임에 더 있지 않고 돌아간 것이다.
이환건 회장은 내게 한 발자국 다가왔다.
“이선수 회장… 그동안 대단했다는 것은 인정해. 하지만 남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수저 얻는 것은 상당히 예의가 없는 것이지. 안 그런가?”
웃기고 있네.
“누가 밥상을 차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당한 돈을 주고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돈 안 주고 먹으려 하는 것이 예의가 없는 거죠.”
이환건 회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몸을 돌렸다.
나하고 대화하면 할수록 화를 참지 못하겠지.
이환건 회장이 가는 것을 볼 때 김우정 회장이 말했다.
“대단하네. 저 양반들과 말을 섞어서 한 번도 지려고 하지 않으니.”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재미있으면서도 무서워요. 그럼 나중에 봅시다.”
김정우 회장도 몸을 돌려 자신이 있을 곳으로 갔다.
그러자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최현종 회장과 고한평 회장이 내게 붙었다.
최현종 회장이 먼저 말했다.
“이 회장. 나도 끼면 안 되겠나?”
“뭐를요?”
“우리 선견 그룹하고 컨소시엄 어떤가? 이 회장 덕분에 자금 여력이 조금 있거든.”
이 양반이 어디서 숟가락 얹으려고.
“크흠. 엘아이 그룹과 컨소시엄하는 것도 괜찮을 듯한데…….”
이 양반은 갑자기 왜 끼어들어?
“내가 정영 회장하고 이환건 회장 고개 숙이는 것을 보고 싶어서가 절대 아니고… 자동차 산업에도 관심 있어서…….”
선견 그룹 최현종 회장은 그냥 욕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엘아이 그룹 고한평 회장은 아니었다.
“고 회장님.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시겠다는 거네요.”
“무슨 말인가?”
“제가 이기면 정영 회장님과 이환건 회장님 고개 숙이는 것을 보는 것도 모자라 기하 자동차 지분도 챙기는 거죠.”
그냥 웃어?
“제가 져도 엘아이 그룹은 그냥 컨소시엄만 했으니 잃을 것은 거의 없고요.”
돈도 안 들어가고, 앞에 나서지도 않는다.
앞에 나서서 싸우는 것은 나와 드림 그룹이다.
“그러니 이기게 힘을 보태겠다는 것 아닌가. 엘아이 그룹의 힘이 모자란다 싶으면 선견 그룹의 힘도 합치고.”
지원군을 부르시겠다?
최현종 회장이 끼어들 것처럼 보였다.
“드림 그룹의 힘만으로 해 보겠습니다. 두 분 회장님의 제안만 들은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최현종 회장이 먼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 회장이 이길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발을 넣어 볼까 했는데…….”
고한평 회장은 그냥 웃으며 말했다.
“엘아이의 힘이 필요 없을 정도라면 할 수 없지. 그럼 다음을 기대합시다. 이 회장.”
고한평 회장도 몸을 돌렸다.
“최 회장님은 안 가세요?”
“어디? 집에?”
“아니요. 다른 분들하고 대화 안 하시냐고요.”
“재미있는 일은 다 본 것 같아서. 다른 사람하고 대화는 재미가 없을 것 같어. 우리 그냥 둘이서 술 한잔 어때요. 이 회장.”
거절하려는 데 팔을 잡는다.
“갑시다. 오늘은 내가 대접하지요. 그냥 술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나 하자고. 사업은 빼고!”
그렇다면야 술 마실 생각이 있다.
오늘 나는 삼두 그룹도 모자라 대현 그룹과 태평 그룹에 선전포고한 것이니까.
* * *
“회장님! 진짜 그러셨습니까?”
출근하자마자 김성웅 사장이 찾아와 묻고 있었다.
소문이 빨리 난 것 같았다.
“네.”
김성웅 사장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 손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내린다음 말했다.
“삼두 그룹도 모자라서 대현 그룹 정영 회장을 화나게 하셨고요.”
첫 번째 질문이 기하 자동차 인수에 뛰어든다고 말했느냐고 물은 것이고.
두 번째인 정영 회장을 화나게 했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화나게 한 것 아닙니다. 자기가 알아서 화를 낸 거죠.”
“회장님…….”
김성웅 사장은 이선수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하다 하다 재계 순위 1위와 2위 그룹에 싸움을 걸다니.
1위인 삼두 그룹과 2위인 대현 그룹은 솔직히 순위는 의미가 없었다.
큰 차이가 없어서였다.
가끔은 대현 그룹이 재계 순위 1위가 되기도 했다.
실적이나 그룹 규모 등은 바뀔 수 있으니까.
삼두 그룹의 이번 긴축 정책으로 재계 순위가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도 했다.
“대현 그룹까지 드림 그룹을 적대시하면 한국에서 사업하기 정말 힘이 듭니다.”
김성웅 사장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었다.
인맥이라는 것은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가 없다.
오랜 시간 천천히 쌓여 가는 것이 인맥이다.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이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인맥은 그 어떤 곳도 따라올 수 없었다.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의 영향력은 막상막하입니다. 두 그룹이 힘을 합치면 그냥 한국입니다. 회장님.”
삼두 그룹이 정부와 대화하는 것을 빠르게 알아내고 대현 그룹이 끼어들 수 있게 한 것을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냥 조용히 계시다가 오시지 그러셨습니까. 제가 은밀하게 준비해 놓고… 회장님은 결정적인 순간에 기하 자동차 인수에 뛰어드시면 되는데요.”
나 진짜 사고친 건가?
아니다.
“김 사장님.”
“네. 회장님.”
“남자가요. 자존심이 중요할 때가 있지 않나요?”
김성웅 사장은 갑자기 자존심 이야기가 왜 나오나 싶었다.
“중요하긴 하죠. 하지만…….”
나는 손을 살짝 들었다. 김성웅 사장이 말을 멈췄다.
“내 앞에 와서 약올리듯이 이환건 회장하고 정영 회장이 기하 자동차를 자신들이 인수할 것처럼 말하더라고요. 나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요.”
어?
김성웅 사장이 왜 주먹을 쥐지?
“이런! 빌어먹을 영감탱이들이 어디서 우리 회장님을 무시해!”
이런 반응을 원한 것은 아닌데.
그냥 자존심을 지키는 동시에 기하 자동차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는 정당성을 말하려는 것뿐이었다.
“우리 회장님을 무시한 것은 곧! 나를 무시한 것입니다. 두 그룹이 아무리 영향력이 있다 해도 저 역시 두 그룹이 무시 못할 영향력이 있습니다. 회장님!”
나를 빤히 쳐다보네.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당연하죠.”
“잘하셨습니다. 이환건 회장하고 정영 회장 고개 숙이게 해 드리겠습니다.”
내 편은 확실하네.
“고맙네요. 아주 든든합니다.”
“네. 회장님… 제가 든든한 방패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투지를 불태우네.
“정부가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에 준 특혜를 우리 드림 그룹도 똑같이 받게 하겠습니다.”
“힘들지 않겠어요?”
“힘들어도 무조건 해내겠습니다. 저도 만만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 악물고 덤비면 물러설 사람들이 많습니다.”
안기부장 시절 수많은 일을 했다.
그리고 보안이라는 명목으로 덮은 일도 많았다.
드러내면 양날의 칼이라 김성웅 사장도 다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도 다친다.
다치기 싫다면 어느 정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명분도 좋았다.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에게 준 특혜와 똑같은 특혜를 주라는 것.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회장님을 지지하는 정치인도 많습니다.”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저를 지지하는 정치인이요?”
“네. 회장님은 한국에 항공순양함을 2대나 만들어 준 분입니다.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회장님을 지지하는 국회의원도 꽤 됩니다. 야당이 더 많기는 합니다만.”
이삼영 대통령 정권이 첫 문민정부나 다름없었다.
야당 국회의원은 군출신이 많았다.
“군도 회장님을 지지하니 안 들어줄 수 없을 겁니다.”
김성웅 사장의 말을 들으니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김 사장님.”
“네. 회장님. 맡겨 주십시오. 이놈의 영감탱이들…….”
진짜 화가 많이 난 것 같네.
정부가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의 손만 들어주지 않는다면 좋은 일이다.
나머지는 자금력 싸움이다.
질 이유가 없다.
현재는 10억 달러가 8,200억 원이지만…….
1998년이 되면 최소 1조 8천억 원이 된다.
질 수가 없다.
* * *
“이 아새끼래… 진짜 난놈이야!”
정영 회장은 이선수에 관해 더 자세하게 알아봤다.
전에는 삼두 그룹을 물먹였다는 것에 재밌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대현 그룹과 부딪칠 일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기하 자동차 인수에 뛰어든다고 말한 순간 대현 그룹과 경쟁 관계였다.
적을 자세하게 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말이 재계 90위지. 거의 30위 아이가!”
매출 규모를 놓고 봤을 때의 드림 그룹은 재계 30위 정도였다.
자산 규모가 되지 않아 30위까지 못 올라간 것이었다.
“싱가포르에 회사가 또 있어? 원유? 가스?”
정영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완전히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싱가포르의 드림 컴퍼니가 만만하지 않은 회사인 것은 확실했다.
거래 규모가 상당했다.
“이거이… 쉽지 않갔어.”
이선수에 관한 자료를 읽을 때마다 위기감이 꿈틀거렸다.
“어이. 정주헌 사장.”
대현 자동차 사장이다.
“네. 회장님.”
“기하 자동차 꼭 가져야겠니?”
“가져야 합니다. 회장님. 기하 자동차를 가지는 순간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대현 그룹이 장악할 수 있습니다.”
“자신 있네?”
“자신 있습니다. 10년 안에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10년이라…….”
정영 회장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알갔어. 인수금 더 준비하라.”
“얼마나?”
“2조 원은 넘겨야 하지 않갔어?”
이미 기하 자동차 인수금을 1조 5천억 정도로 계획해 놨다.
“그건 너무…….”
“10년 안에 한국 자동차 시장 장악한다고 하디 않았어? 기럼 2조 원 정도는 아까워하지 말아야디! 삼두 그룹에 빼앗길 생각인 기야?”
“아… 아닙니다.”
“이 회장 그 임자래 분명 더 쓸 거야. 기러니까 아까워하지 말라우.”
“네. 회장님…….”
정주헌 사장은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런데 드림 그룹은 크게 신경 쓰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영 회장이 이선수의 자료를 보고 반응한 것치고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서였다.
“대단한 아새끼가 맞기만 한 거뿐이지. 별것 없어. 돈만 많다고 한국에서 다 되간? 삼두 그룹이야 정부와 척을 지는 실수를 해서 기런 거구.”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정부 관계자를 더 단단히 단속하겠습니다.”
“기렇지. 이제야 알아듣는구만. 기건 삼두 그룹하고 같이하라우.”
정주헌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삼두 그룹이 거절하지 않을 것을 알아서였다.
경쟁자를 떨쳐 내고 대등한 힘을 지닌 두 그룹이 경쟁하는 것이다.
태평 그룹은 정부에 로비 안 하기로 유명했다.
그리고 태평 그룹은 절대 1조 2천억 원 이상 인수금을 쓸 수 없었다.
태평 그룹 재무구조 때문이었다.
“아새끼래…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하.”
정영 회장은 이선수가 절대로 기하 자동차를 인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