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76)
꿈꾸는 재벌 76화(76/249)
76. 사전 작업
기하 자동차는 결국, 부도 유예가 되지 않았다.
원래라면 부도 유예 결과가 11월 초에 나온다.
하지만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의 로비로 7월이 지나기도 전에 기하 자동차는 부도가 났다.
곧바로 채권단에 의해 매각 결정이 났다.
* * *
꽈앙!
기하 자동차 심인섭 회장은 전화기를 책상에 던졌다.
산산이 부서지는 전화기.
“왜…….”
자구책으로 28개 계열사를 14개로 줄이며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급하게 내놓은 매물은 제 가격을 받지 못했다.
자구책에 필요한 자금은 1조 8천억 원.
계열사 14개를 팔고 확보한 자금은 5,400억 원.
제 가격을 받지 못한 것도 있지만, 부채 비율이 너무 높아 이것저것 다 떼고 나니 얼마 안 남은 것이다.
“나머지도 곧 해결한다고 했는데…….”
부도 유예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때문에 채권단과 통화한 것이었다.
채권단만 기하 자동차의 편을 들어주면 부도 유예는 가능했다.
돈 빌려준 곳에서 기다려 주겠다는데 부도 날 리가 없다.
“개새끼들…….”
들리는 소문에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이 정부와 채권단에 작업했다는 말이 있었다.
계열사 14개를 정리해 확보한 5,400억 원도 그동안 밀린 이자로만 2천억 원이 나갔다.
그래서 심인섭 회장은 더 화가 났다.
채권단은 이자만이라도 일부 갚으면 부도 유예가 될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부도여서였다.
“어떻게 키운 회사인데…….”
화가 나서 전화기를 부쉈지만.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남은 14개 계열사를 다 처분해도 2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을 수가 없었다.
남은 계열사는 더 제값을 못 받을 것이 분명했다.
심인섭 회장은 창문을 바라봤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모든 것이 끝날까?’
하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죽는다면 남은 사람들에게 모든 짐을 떠맡기는 것이다.
“내가 결정했으니… 책임도 져야겠지.”
무리한 확장에 따른 자금 압박.
그리고 내수 시장에서의 매출 하락.
이것이 기하 자동차의 부도 이유였다.
“모든 것이 끝난 후…….”
기하 자동차가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다른 회사에 인수되게 할 생각이었다.
남은 직원이라도 살아야 하니까.
심인섭 회장은 다시 창문을 바라봤다.
* * *
1997년 8월.
기하 자동차 매각이 정식으로 발표되고.
8월 말까지 인수 의향자를 받기로 했다.
너무 빠른 조치였다.
이미 모든 것이 정해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부는 기하 자동차를 인수하는 회사는 각종 혜택을 주기로 발표했다.
경영 정상화가 되기 전까지 법인세 인하는 물론, 원자재 수급 대금의 지급 보증 등이었다.
원래 이 조건은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에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기업에게 적용되게 된 것이었다.
* * *
“이거이 말이 된다 생각해?”
대현 그룹 정영 회장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그는 이환건 회장과 다시 만나는 중이었다.
“판은 임자하고 내가 벌려 놨더니… 어중이떠중이 다 몰려들게…….”
이환건 회장도 아쉬웠다.
“정부가 발표한 이상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어쩔 수 없다니! 다시 거둬들이게 해야지. 아니 그래?”
“이미 해 봤습니다. 정 회장님.”
이환건 회장은 정영 회장도 정부에 항의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이번 일이 왜 일어났는지도 알고 있다는 것을.
드림 그룹 총괄 사장인 김성웅 때문이었다.
“정부로서는 최선을 선택한 거죠.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 그리고 드림 그룹에만 혜택을 줬다는 것이 알려지면 문제가 된다.
정부는 고민 끝에 기하 자동차를 인수하는 모든 회사에 같은 혜택을 준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기래서. 차려 놓은 밥상 다른 놈들에게 줄 생각인기야?”
이환건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정 회장님은 자신 없나 봅니다.”
“내레 그럴 일은 없지비.”
정영 회장은 이환건 회장에게 상체를 숙였다.
“우리 둘에게 그럴 일이 없어야 하디 않갔어?”
이환건 회장은 정영 회장이 이것 때문에 자신을 만나자고 한 것을 알았다.
“무슨 생각인 겁니까?”
“채권단이 감면해 주는 돈은 5천억 정도 되지 않갔어?”
2조 원의 채권 금액 중 5천억 원을 감면해 주기로 되어 있었다.
1조 5천억 원의 이자도 5년 동안 감면된다.
“대부분 1조 5천억 원이 최대일기야.”
그럴 것이다.
기하 자동차 인수할 수 있는 회사들의 자금 동원력을 이미 파악했다.
드림 그룹은 드림 건설과 드림 텔레콤의 자금을 동원할 것이다.
두 회사가 낼 수 있는 최대는 1조 2천억 원이었다.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수주한 재개발 사업의 대금을 합쳐도 그 정도밖에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사대금 10억 달러를 한꺼번에 받는다는 것은 예상할 수 없었으니까.
“태평 자동차가 우리 경쟁 상대가 될 것이 확실하디 않갔어?”
이환건 회장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정영 회장의 말대로 태평 자동차가 최대 경쟁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선수의 드림 그룹이 걸렸다.
“임자래 이번 일로 인수 금액을 높일 생각인 거 내게 드러났어.”
원래부터 인수 금액을 다른 이들이 상상도 못 할 규모로 책정해 놨다.
2조 원.
이환건 회장은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정영 회장이 인수 금액을 높일 생각이라는 것을 알아서였다.
“우리끼라도 비슷하게 경쟁해야 타격이 없지 않갔어?”
피식.
이환건 회장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담합 경쟁이라니.
“임자래 지금 웃네?”
“대현 자동차는 얼마를 생각하는 겁니까? 그러면 우리 삼두 그룹이 그 이상 쓸 것을 알지 않나요? 의미 없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흐음. 그건 기렇디.”
정영 회장은 이환건 회장이 최소 1조 5천억 원 이상 쓸 것을 알았다.
최소한의 목적은 이룬 것이다.
“내레 임자 생각은 알갔어. 기럼…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우.”
이환건 회장은 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 놓고 정정당당이라니.
“승자가 정정당당해지는 것이겠죠. 좋은 경쟁이 될 겁니다.”
“기래야디.”
이환건 회장과 정영 회장은 서로 인수 금액을 높일 것을 알았다.
* * *
“예상외의 결과가 나오게 돼어 죄송합니다. 회장님.”
김성웅 사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게 사장님 탓인가요? 정부가 부담스러우니까 그런 거죠.”
“그래도…….”
김성웅 사장의 목표는 드림 그룹이 삼두 그룹 그리고 대현 그룹과 똑같은 혜택을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제가 이제는 힘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이런 결과가 나온 것도 김성웅 사장님이니까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인정할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김성웅 사장이 안기부장이었다고 해도 그건 벌써 3년 전 일이다.
비밀과 약점을 잡고 있어도 그 효과가 손에 권력을 잡고 있을 때처럼은 나지 않는다.
“아닙니다. 회장님.”
“이 정도만 해도 정말 좋은 결과예요. 다른 변수를 제거했잖아요.”
“그렇기는 해도…….”
“괜찮다니까요.”
김성웅 사장은 살짝 한숨을 내쉰 다음 말했다.
“아무래도 기하 자동차 인수에 더 많은 기업이 뛰어들 것 같습니다.”
예상하기는 했지만, 김성웅 사장의 말을 들으니 씁쓸했다.
경쟁자가 많아지니까.
“어느 기업이 인수에 뛰어들지 아나요?”
“지금 파악된 기업은 엘아이 그룹과 효성 그룹…….”
김성웅 사장이 인수에 뛰어들 기업을 말했다.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 그리고 태평 그룹을 제외하고는 엘아이 그룹만 경쟁 상대였다.
“엘아이 그룹이 기하 자동차 인수에 뛰어들 여력이 있대요?”
“그룹 내 동원 가능한 자금과 자산을 모을 것 같습니다.”
삼선 이동통신 때문에 한본 철강을 인수했다.
그것도 1조 5천억 원에.
그리고 추가로 들어간 돈이 5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계속 손실만 보고 있었다.
삼선 이동통신의 이익으로는 한본 철강의 손실을 메꿀 수 없었다.
전국적인 통신망 공사가 끝나는 1998년 말쯤이나 돼야 큰 이익이 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엘아이 그룹도 무리하다가는 큰일 나겠어요.”
“큰일이요?”
“아닙니다.”
IMF가 터지면 엘아이 그룹도 어쩔 수 없이 알짜배기 회사를 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만약, 엘아이 그룹이 기하 자동차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면…….
인수하게 놔둬도 될 것 같았다.
어차피 기하 자동차를 포기할 상황이 올 테니까.
하지만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이 인수하면 그럴 일은 없다.
더 확실하게 기하 자동차를 인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사장님.”
“네. 회장님.”
“기아 심인섭 회장과 사전에 만나도 되겠죠?”
“만나는 것이야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럼 은밀하게 약속 좀 잡아 주시겠어요?”
“은밀하게라고 하심은?”
김성웅 사장은 이선수의 정확한 생각을 알고 싶었다.
“삼두 그룹이나 대현 그룹이 알아서는 안 되는 수준으로요.”
어려운 일이다.
삼두 그룹과 대현 그룹의 정보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마음만 먹으면 정부 정책도 미리 알 수 있다.
한국내 기업인의 움직임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관심 있는 기업인만.
“회장님이야 대역을 세워 놓고 움직이시면 된다고 하지만…….”
어려운 것은 기하 자동차 심인섭 회장이었다.
이선수와 심인섭 회장 둘 중 하나만 드러나도 은밀한 만남이 될 수 없었다.
“어려울까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회장님.”
“부탁드려요.”
“네. 회장님.”
김성웅 사장은 어떻게 하면 이선수가 기하 자동차 심인섭 회장을 은밀하게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 * *
“회장님, 미래 부품 오정수 사장이 다짜고짜 찾아와서…….”
비서실 직원은 심인섭 회장에게 더 말할 수 없었다.
이런 경우가 꽤 많았다.
기하 자동차 협력 업체 사장이 찾아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지고 갔었다.
처음에는 사장이나 전무 수준에서 만났다.
하지만 심인섭 회장과 직접 만나 대화해야겠다며 버텼다.
어쩔 수 없이 심인섭 회장이 직접 만나 달래야 했다.
“하아.”
심인섭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하게 지친다.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협력 업체에게 무엇을 약속할 수 있겠는가.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매각 반대! 정부의 행태는 기하 자동차를 버리는 것이다!]그리고 밖에서 시위하는 기하 자동차 직원들.
정확하게는 노조가 주동이 되어 시위하는 중이다.
[매각이 되면 무기한 파업으로 맞섭시다!]이 시위는 심인섭 회장이 그냥 묵인하는 것이었다.
노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수 기업이 알기를 바랐다.
그리고 협상 때 모든 직원의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노조를 잠재울 생각이었다.
“모셔 와.”
비서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비서가 나가자 심인섭 회장은 심호흡하며 오정수 사장을 기다렸다.
그거 어떤 말을 하든 참고 들어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욕을 해도 받아줄 생각이었다.
똑똑.
“들어와요.”
문이 열리고 오정수 사장과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미래 부품 유니폼을 입은 것으로 봐서는 젊은 직원 같았다.
왜 같이 왔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오 사장님 오래간만입니다.”
심인섭 회장은 오정수 사장이 화를 낼 줄 알고 기다렸다.
“네. 회장님. 힘드시죠?”
으응?
심인섭 회장은 오정수 사장의 반응에 당황했다.
욕부터 나올 줄 알았는데.
심인섭 회장은 당황한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오 사장님 앉으시죠.”
“네. 회장님.”
너무 공손하게 앉는다.
그리고 같이 온 젊은 직원이 자연스럽게 옆에 앉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오정수 사장이 신경 쓰여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 사장님 정말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회장님.”
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들도 심인섭 회장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어떻게 보면 답답한 마음에 심인섭 회장을 찾아온 것이다.
“항의하러 오신 것 아닌가요?”
“항의하러 오려다가 다른 일이 생겨서 이렇게 심 회장님을 찾아오게 됐습니다.”
“다른 일이요?”
오정수 사장은 옆에 앉은 젊은 남자를 가리켰다.
“드림 그룹의 이선수 회장님이 심 회장님을 만나고 싶어 하셔서요.”
심인섭 회장은 그제야 젊은 남자가 이선수라는 것을 알았다.
안경까지 쓰고 있어서 몰라 봤던 것이다.
“이선수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심인섭 회장님.”
심인섭 회장의 얼굴이 구겨졌다.
“드림 그룹도 우리 기하 자동차를 인수하려 하는 기업 중 하나인 거요?”
말이 좋게 나오지 않네.
“나는 대화할 생각이 없으니 가시오.”
옆에 앉은 오정수 사장이 말했다.
“회장님, 저를 봐서 이선수 회장과 잠깐 대화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더는 회장님과 기하 자동차를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심인섭 회장은 오정수 사장이 왜 이러나 싶었다.
하지만 그가 더는 자신과 기하 자동차를 원망하지 않겠다는 말이 크게 다가왔다.
마음속의 짐을 하나 덜어내는 것 같았다.
그럴 수 있다면 이선수와 대화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좋아요. 내가 오 사장님 봐서 대화하겠소.”
심인섭 회장이 나를 노려봤다.
마치 싸움을 하기 전 상대방을 살피듯이.
“이선수 회장. 말해 보시오.”
내가 할 말이야 뻔하지.
“노조 폐지해 주시면 고용 승계해 드리죠.”
뻔하지 않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