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80)
꿈꾸는 재벌 80화(80/249)
80. 선택 그리고 인수
우주 은행과 한신 은행이 어떤 선택을 해도 좋았다.
우주 은행은 이자까지 1조 2,400억 원.
한신 은행은 이자까지 7,100억 원.
이것을 모두 감면 받는다면 무조건 이익이다.
우주 은행이 해 주면 가장 좋겠지만.
오환진 은행장의 표정을 보니 힘들 것 같았다.
한신 은행 양준모 전무는 그냥 포기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선수 회장님.”
오환진 은행장이다.
“기하 자동차의 대출금 절반인 4,500억 원과 이자 2,400억 원을 감면해 드리겠습니다. 민국 은행의 5,700억 원보다 더 많이 감면해 드리는 겁니다.”
맞는 말이다.
“나머지는 민국 은행과 똑같은 조건으로 하겠습니다.”
민국 은행과 한신 은행 대출금과 이자를 우주 은행에서 연 5%의 금리로 대출해 주겠다는 것이다.
우주 은행의 6,900억 원과.
민국 은행의 5,700억 원.
어느 은행을 선택해야 할지는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미안하지만 전 민국 은행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오환진 은행장이 당황하며 말했다.
“왜입니까? 민국 은행보다 천억 원 넘게 감면해 주는 겁니다. 대출도 더 적고요.”
민국 은행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우주 은행과 거래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 은행과 하는 거래는 모든 것을 옮기는 거래가 아니다.
기하 자동차의 채무만 조정하기 위해 하는 거래다.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돈을 갚고 빠져나올 수 있다.
“민국 은행과 같이 완전 감면이었다면 우주 은행을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정도는 진심이다.
1조 원 넘는 돈을 감면 받는 것이니까.
하지만 나중에는 대출만 남겨 놓고 다시 한신 은행이나 민국 은행으로 옮겼을 것이다.
“그런 조건은 힘이 듭니다. 절반도 무리한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주 은행을 선택하지 않는 겁니까?”
“나중에 제안했으니까요.”
거짓말이다.
1998년에 부실 은행으로 지정되어 다른 은행과 통폐합된다.
부실 은행으로 지정되면 드림 그룹의 자금에도 문제가 생긴다.
“양 전무님?”
양전모 전무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 일은 제 권한을 벗어난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한신 은행에 있는 모든 자금을 민국 은행으로 옮기겠습니다.”
양전모 전무는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오환진 우주 은행장은 화가 잔뜩 난 것 같았다.
그냥 무시했다.
“이정훈 부행장님.”
이정훈 부행장은 싱글벙글 웃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이선수 회장님.”
“한신 은행에서 자금 옮기기 전에 우주 은행과 한신 은행 대출금과 이자 먼저 정리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부행장이라 권한이 많아서 그런지 화끈하네.
“그럼 진행해 주시죠.”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제 채무 정리는 끝났다.
모두에게 말했다.
“기하 자동차 부도는 철회합니다. 채무가 없어졌으니까요.”
회의실 안에 있던 심인섭 회장과 기하 자동차 직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긴급 요청 회의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 가라는 의미를 못 알아듣는 이들은 없었다.
오환진 은행장은 나를 노려보며 나갔다.
한신 은행 양준모 전무는 나에게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 숙인 다음 나갔다.
민국 은행 이정훈 부행장은 나와 악수한 후 웃으며 나갔다.
거래처 대표단은 내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드림 그룹 그리고 기하 자동차 관계자들뿐이었다.
* * *
“회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심인섭 회장이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떻게 수천억 원을… 이렇게…….”
심인섭 회장의 눈에는 조금 전 상황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기하 자동차의 부도를 막기 위해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 어떤 노력도 통하지 않았다.
죽음까지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선수는 너무나도 쉽게 수천억 원을 감면받았다.
“운이 좋았습니다. 우주 은행이 불을 지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주 은행이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덕분이기는 해도 우주 은행의 편의를 봐줄 생각은 없었다.
한신 은행이 조금 아깝기는 했다.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해 더 신경 쓰지 않았나 싶었다.
뭐, 민국 은행이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울지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나중에 민국 은행이 우주 은행을 흡수 합병했을지도 모른다.
덩치가 더 작은 민국 은행이 우주 은행을 흡수 합병한 것이다.
“그랬다 하더라도 이선수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과찬이십니다.”
그런데 심인섭 회장 옆에 남자가 쭈뼛대며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
심인섭 회장은 그제야 옆에 있는 사람을 소개했다.
“김성진 노조 위원장입니다. 김 위원장 인사하게.”
노조 위원장이 이 회의에 참석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김성진입니다. 이선수 회장님…….”
얼레.
왜 허리를 90도까지 숙이나?
“이 사람아… 이선수 회장님 부담스럽게 왜 이래.”
허리를 편 김성진 노조 위원장은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선입견을 가지고 이선수 회장님을 봤던 것을 사과드리겠습니다.”
“선입견이요?”
무슨 말인가 싶었다.
심인섭 회장이 말했다.
“사실 김성진 노조 위원장은…….”
심인섭 회장은 김성진 노조 위원장과 했던 이야기를 내게 다 해 줬다.
“그래서 오늘 이선수 회장님에게 알리지 않고 회의에 참석한 겁니다.”
“그렇군요.”
나는 김성진 노조 위원장에게 말했다.
“그래서 결론은요?”
선입견을 가지고 봐서 사과한다는 말을 들었다.
결론은 짐작하지만, 김성진 노조 위원장의 입으로 듣고 싶었다.
“어쩌면 이선수 회장님을 믿고 따라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는 아니네.
어쩌면이라는 단어는 언제든지 다시 노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실망이네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렇게 당황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아직 김성진 노조 위원장에게 더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한 것 같아서 그런 거니까요.”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중에 인수가 끝나면 다시 말하겠지만, 내가 노조 폐지를 원하는 것은 노조가 필요 없는 회사가 되려는 겁니다.”
“노조가 필요 없는 회사라니요?”
“노조의 목적은 뭔가요?”
“그거야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하는 것입니다.”
“노동자의 권리가 구체적으로 뭐죠?”
김성진 노조 위원장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나는 노동자의 권리란 열심히 일한 대가를 제대로 받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회사는 노동자가 다른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일할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의무가 있고요.”
김성진 노조 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이선수의 말이 핵심이었다.
“회사가 이익을 내는 한 그 이익을 회사와 일부 주주만 가져가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감사하기 이릅니다. 반대로 회사가 어려울 때는 직원도 같이 힘을 합쳐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아직 기하 자동차는 이익을 낼 상황이 아닙니다.”
김성진 노조 위원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말씀은 우리 노동자도 회사의 어려움을 같이 감당하자는…….”
“당연하죠. 잘될 때는 권리를 요구하고 누리다가 어려울 때는 의무를 저버리면 누가 신뢰합니까. 어려움을 같이 겪고 이겨 내야 회사도 더 많은 것을 해 주죠.”
김성진 노조 위원장의 표정을 보니 생각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았다.
“드림 그룹은 기하 자동차에 정말 필요한 부분에만 자금을 투입할 겁니다. 하지만 기하 자동차가 노력하지 않으면 그 자금도 투입 안 합니다. 살아날 의지가 없는 환자에게 아무리 좋은 약을 줘도 소용없으니까요.”
김성진 노조 위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정확하게 이해했습니다. 저와 노조 그리고 기하 자동차의 직원들은 기하 자동차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면 좋죠. 심 회장님.”
“네. 이선수 회장님.”
“이제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언론에 알리시죠.”
“네. 회장님!”
드림 그룹이 기하 자동차를 인수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누군가는 길길이 날뛰겠지.
아니면 황당해하거나.
* * *
“뭐이가? 지금 뭐라 했니?”
대현 그룹 정영 회장은 신문과 뉴스에 기하 자동차 소식이 실리기도 전에 그 내용을 보고받았다.
“기하 자동차 부도 철회와 드림 그룹이 기하 자동차 인수입니다.”
“내레 잘못 들은 것은 아니지비?”
“그렇습니다. 회장님.”
“확실한 기야?”
“정보를 듣고 확인한 결과 확실한 것 같습니다. 채권단 회의가 그저께 기하 자동차에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하 자동차에서 열린 회의 내용을 정영 회장은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같습니다? 지금 같습니다! 라고 말한 거이가!”
정영 회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너네들은 뭐하고 있었네! 이선수 그 아새끼가 뒷구녕으로 그런 짓을 할 동안 뭐하고!”
화를 내는 정영 회장에게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내레 뭐라 했간! 이선수 아새끼 잘 감시하라 하디 않았어?”
정영 회장은 드림 그룹이 기하 자동차를 인수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감시하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2조 2천억이야! 2조 2천억!”
정영 회장이 기하 자동차를 인수하기 위해 준비한 돈은 2조 2천억 원이었다.
물론, 다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인수 대금을 분할로 낼 생각이었다.
“긴디… 그 아새끼래 고작 1조 5천억으로 인수한 것 아이가!”
민국 은행이 채무와 이자를 감면해 주고 대출 1조 5천억 원으로 우주 은행과 한신 은행의 채무와 이자를 갚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른 채무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다른 채무를 합쳐도 2조 원이 안 되기는 하지만.
“너네들은 왜 이런 생각을 하디 못한 거이야!”
정영 회장도 하지 못한 생각이다.
부도가 났으니 경쟁해서 인수할 생각만 했다.
삼두 그룹만 신경 쓰다 보니 이선수를 얕잡아본 것이다.
“내레 창피해서 얼굴 들갔어? 그 아새끼에게 고개 숙여야 하디 않갔어?”
정영 회장은 기하 자동차 인수 실패보다 이선수에게 고개 숙여야 한다는 것이 더 화가 났다.
“방법을 찾으라우! 그 아새끼가 기하 자동차 인수 못하게 할 방법을!”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 * *
“허허.”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은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민욱 부회장은 허탈한 표정으로 앞에 서 있었다.
이환건 회장은 이민욱 부회장에게 말했다.
“우리가 또 당한 것이냐?”
“그런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선수가 이런 방법을 쓸지 몰랐던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더 죄송합니다. 대현 그룹만 상대하면 된다고 생각해…….”
이선수와 드림 그룹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현재는 대현 그룹과 상대가 안 된다.
삼두 그룹이 더 신경 써서 상대해야 할 곳은 대현 그룹이 맞았다.
“막말하는 영감 콧대 좀 눌러주려고 했더니.”
삼두 그룹은 대현 그룹이 인수 입찰 가격을 생각보다 더 높게 쓸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2조 5천억 원을 쓸 생각이었다.
“지금쯤 정영 회장의 막말을 듣고들 있겠군.”
“회장님… 이의를 제기할까요?”
“어떤 이의를? 부도의 원인이 된 채무 다 갚았는데…….”
이민욱 부회장은 너무 아쉬웠다.
이환건 회장이 기하 자동차를 얼마나 가지고 싶어 했는지 알아서였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환건 회장의 기분이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했다.
“드림 그룹도 어수선할 겁니다. 한신 은행에서 민국 은행으로 모든 계좌를 옮기려면 시간도 걸리고 업무도 지연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환건 회장은 이민욱 부회장을 빤히 쳐다봤다.
“왜 그러시는지.”
“이선수 회장이 그걸 몰라서 그렇게 했을까? 주거래 은행 한번 옮기고 5천억 원 이상 이득을 본다면 나라도 그랬을 거다.”
“…….”
“그리고 이선수 회장은 직접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지휘자이지. 직접 일하는 직원들이 열심히 움직이면 되는 것 아니냐.”
어떤 말을 해도 이환건 회장의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선수 회장 덕분에 우리도 좋은 것을 배우지 않았느냐.”
“좋은 것이라면?”
“경쟁하지 않고 회사를 인수하는 법.”
이민욱 부회장은 이환건 회장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우주 은행장 오라고 해라. 감히 우리 삼두 그룹에 알리지 않고 단독으로 행동한 책임을 물어야겠다.”
그런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하지만 이환건 회장의 지시다.
이민욱 부회장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궁금하기는 했다.
“어떻게 책임을 물으시려는지…….”
“나도 이자하고 원금 좀 감면 받으려고 한다.”
씨익 웃는 이환건 회장을 보며 이민욱 부회장은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