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81)
꿈꾸는 재벌 81화(81/249)
81. 놀라게 해 볼까?
우주 은행 오환진 은행장은 이환건 회장의 부름에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달려왔다.
이환건 회장이 직접 만나자고 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계열사 사장이나 가끔 이민욱 부회장을 만났을 뿐이었다.
“회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오환진 은행장은 이환건 회장을 보자마자 깍듯하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런데 이환건 회장의 말투는 좋지 않았다.
“덕분에 안녕하지 못해.”
허리를 든 오환진 은행장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환건 회장이 이렇게 말할 줄 몰라서였다.
“왜 안녕 못하신지…….”
“오 은행장 당신 덕분에 안녕하지 못하다니까.”
“그러니까… 왜 저 때문에…….”
오환진 은행장은 이환건 회장 옆에 있는 이민욱 부회장을 쳐다봤다.
하지만 이민욱 부회장은 그냥 눈만 마주칠 뿐 그 어떤 표정 변화도 없었다.
“앉아. 앉아서 이야기하지.”
“네. 회장님.”
오환진 은행장은 바늘 방석 위에 앉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의자에 앉았다.
그가 앉자마자 이환건 회장이 말했다.
“드림 그룹에 이자 감면은 물론 원금까지 감면해 주겠다고 했다면서… 그게 사실인가?”
오환진 은행장은 아니라고 대답하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이렇게 묻는다는 것은 모든 사실을 다 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삼두 그룹 이환건 회장이다.
어떻게 해서든 진실을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야 했다.
“드림 그룹이 아니라 기하 자동차입니다. 회장님.”
“드림 그룹이 기하 자동차를 인수하게 됐으니… 기하 자동차가 곧 드림 그룹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인수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나하고 말장난하자는 건가? 논점을 흐려?”
“아… 아닙니다. 회장님.”
“뭐가 됐든 이자 감면과 원금 감면을 해 준다고 한 것은 사실 아닌가!”
호통치는 이환건 회장의 말에 오환진 은행장은 그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맞습니다.”
“우리 삼두 그룹과 드림 그룹이 어떤 관계인 줄 알면서 감히 그런 짓을 해?”
황당했다.
우주 은행의 일을 마치 삼두 그룹의 일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 불만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저 은행의 이익을 위해서 그렇게 한 것뿐입니다.”
“은행의 이익? 드림 그룹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닙니다.”
“내 생각에는 그런 것같이 보여. 안 그랬다면 7천억 원이 넘는 돈을 감면해 줄 수 없으니까.”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신 은행과 민국 은행에게 기하 자동차를 온전히 넘길 수는 없었습니다.”
“쯧. 끝까지 제대로 말하지 않는군. 이 부회장.”
“네. 회장님.”
“그룹 주거래 은행은 외화 은행이나 한신 은행으로 옮기는 것은 어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환진 은행장은 다급하게 말했다.
“회장님! 주거래 은행을 옮기시다니요!”
“왜? 드림 그룹은 주거래 은행 옮겨도 되고 우리 삼두 그룹은 주거래 은행 옮기면 안 되나?”
“갑자기 옮기시면 삼두 그룹에 많은 피해가 있을 것 같아 그럽니다. 회장님…….”
“우주 은행에 피해가 있는 것이 아니고?”
“같이 피해를 보지 않습니까.”
“삼두 그룹은 크게 피해 보지 않을 것 같은데? 주거래 은행을 옮겨 주겠다고 하면 다른 은행에서 대출 금리를 낮춰 주지 않을까?”
당연히 낮춰 줄 것이다.
삼두 그룹이 움직이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매월 월급날만 돼도 수만 명의 직원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
그리고 계열사와 거래처까지 생각하면.
“그래도 갑자기 주거래 은행을 바꾸시면 불편하실 겁니다.”
“내가 직접 뛰어다니면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담당 직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무슨 말을 해도 이환건 회장은 이런 식으로 계속 말할 것 같았다.
오환진 은행장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삼두 그룹이 주거래 은행을 바꿀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자신을 불러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바꾸면 된다.
그런데 주거래 은행을 바꿀 것처럼 말하면서 압박한다.
이환건 회장이 원하는 것이 있다.
“회장님…….”
오환진 은행장은 자신이 이환건 회장의 속내를 짐작하는 것보다 직접 듣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어설프게 말했다가 틀리면 더 상황이 나빠지니까.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그냥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최대한 해 드리겠습니다.”
“7천억 원을 감면해 달라고 해도?”
“…….”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기하 자동차의 경우 명분이 있었다.
드림 그룹의 예금을 유치하고 대출을 해 주며 관계 개선할 기회라는.
하지만 삼두 그룹은 명분이 없었다.
“쯧.”
이환건 회장은 혀를 찼다.
오환진 은행장이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였다.
답답해도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삼두 그룹 대출이나 이자를 감면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야.”
“그럼…….”
“아무런 것도 없이 그냥 7천억 원을 감면해 달라고 하면 이 세상 그 누가 해 주겠나. 나라도 안 해 주지.”
오환진 은행장은 최대한 빠르게 생각했다.
이환건 회장이 원하는 것은 7천억 원의 감면.
드림 그룹 이선수 때문에 감면 이야기가 나온 것은 분명했다.
혹시.
“드림 그룹과 똑같은 혜택을 달라고 하시는 겁니까?”
“이제야 조금 말이 통하는 것 같군.”
조금씩 퍼즐이 맞춰져 가는 것 같았다.
드림 그룹과 같은 혜택.
그리고 삼두 그룹은 기하 자동차를 인수하려 했다.
그렇다면 생각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혹시 쌍웅 자동차를…….”
이환건 회장은 대답하지 않고 씨익 웃었다.
그의 웃음을 본 오환진 은행장은 자신이 정답을 맞췄다는 것을 알았다.
쌍웅 자동차의 최대 채권자는 우주 은행이었다.
현재 쌍웅 자동차도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오환진 은행장이 내 손에 쌍웅 자동차를 쥐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닌가?”
이환건 회장의 말대로였다.
쌍웅 자동차가 우주 은행에서 빌린 돈은 1조 7천억 원이었다.
만기가 돼도 돈을 갚기는커녕 연장으로 버티면서 추가 대출까지 받으려 하고 있었다.
추가 대출을 해 주느냐. 마느냐.
내부에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추가 대출을 거절하면서 기존 대출 만기 연장을 해 주지 않는다면.
쌍웅 자동차는 부도가 난다.
“왜 대답이 없나?”
오환진 은행장은 그냥 해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회장님 손에 쌍웅 자동차를 손에 쥐게 해 드리면 주거래 은행은 우주 은행에서 다른 곳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확답이 필요합니다. 회장님.”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닌가. 쌍웅 자동차를 내 손에 쥐어 주는 것도 모자라서 원금 감면에 이자까지 내려줄 것 아닌가.”
오환진 은행장은 칼만 안 든 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쌍웅 자동차는 삼두 그룹의 것이 될 겁니다. 그리고 7천억 원의 원금 감면도 있을 겁니다.”
“이자는?”
“최대한 낮춰 드리겠습니다.”
일부러 얼마라고 확답하지 않았다.
이환건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럼 빨리 가서 쌍웅 자동차를 내게 줄 준비를 하게.”
오환진 은행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났다.
더는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아서였다.
또 어떤 것을 달라고 할지 모르니까.
“그럼.”
오환진 은행장은 고개 숙이고는 빠르게 나갔다.
그러자 이민욱 부회장이 말했다.
“회장님 예상대로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 드림 그룹에 그런 제안을 한 순간부터 우주 은행은 우리 삼두 그룹에게 빌미를 줬으니.”
“그런데 회장님, 굳이 쌍웅 자동차를 인수해야 할까요?”
이환건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싸게 사는 것이지 않나.”
“그래도 대현 자동차나 기하 자동차와 경쟁이 쉽지 않을 겁니다. 이익을 내기까지 오래 걸릴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잘만 하면 자동차 시장에서도 삼두 그룹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봐라.”
이민욱 부회장은 이환건 회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자동차 회사를 갖고 싶어 하는 것과는 별개로 시장 상황이 변했다.
대현 자동차가 기하 자동차를 인수하게 되면 한국 자동차 시장은 대현 그룹이 독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드림 그룹이 기하 자동차를 인수했다.
대현 자동차와 경쟁하게 된 것이다.
그 틈을 쌍웅 자동차가 파고들 수 있다.
“꿩 대신 닭이지만, 아주 싸게 산 닭도 맛있을 수 있다.”
꿩보다 더 맛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건 나중이 되어 봐야 아는 일이니까.
“쌍웅 자동차를 인수할 준비나 해라.”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환건 회장은 웃음이 났다.
“쌍웅 자동차를 가지게 돼서 웃으시는 건가요?”
“아니다. 드림 그룹 이선수 회장이 어떤 반응을 할까 궁금해서 그런다. 하하.”
기하 자동차를 인수하지 못했지만, 원하는 자동차 회사를 인수할 수 있게 됐다.
이선수가 했던 방법대로 생각보다 싸게.
“이선수 회장은 자신 덕분에 우리가 쌍웅 자동차를 인수하게 된 것을 알게 되면…….”
웃을지 울지 궁금했다.
* * *
1997년 9월 중순.
기하 자동차를 완벽하게 인수했다.
부도 철회가 됐으니 그 누구도 인수를 문제 삼지 않았다.
또한, 노조도 자진 해산했다.
하지만 기하 자동차를 인수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기하 자동차 심인섭 대표와 임원진 그리고 직원 대표와 함께 회의를 했다.
* * *
“오늘 회의는 새롭게 시작하는 기하 자동차의 미래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회장이 아닌 심인섭 대표가 말했다.
“우리 기하 자동차는 드림 그룹 이선수 회장님의 배려에 전 직원을 그대로 고용 승계했습니다.”
기하 자동차 임원과 직원 대표들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를 쳐다봤다.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하지만 고용 승계가 됐다고 해서 좋아만 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기하 자동차는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아서입니다.”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지네.
“그래서 저를 포함한 현 임원진은 기하 자동차가 정상화되어 수익을 낼 때까지 월급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건 내게 말한 것과는 다른데?
월급을 줄여서 동결하기로 하지 않았나?
내가 심인섭 대표에게 묻기도 전에 그가 말했다.
“그동안 적자가 나면서도 꼬박꼬박 월급을 받았습니다. 그런 혜택을 받았으니 월급을 반납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임원진 모두가 승낙했고 서명까지 했습니다.”
알아서 비용을 줄여주니 고맙네.
“그리고 전 직원 역시 월급을 20% 삭감하고 수익이 날 때까지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이것도 예상 밖이었다.
최대 15%까지 삭감하기로 했었는데.
“이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고용 보장으로 인한 비용 상승을 자신들도 책임지겠다는 것입니다.”
직원 대표 중에는 전 노조 위원장 김성진도 있었다.
아무래도 그가 심인섭 회장과 함께 주도한 것 같았다.
“임금으로만 연간 450억 원을 절감하게 됩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인 것 같았다.
비용을 절감해서가 아니다.
경영진과 직원이 똘똘 뭉쳐서 기하 자동차를 살리려 하는 것 때문이다.
“또한, 원가 절감을 위해…….”
심인섭 회장은 자동차 생산라인 조정과 불량률을 낮추는 방안도 말했다.
그리고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도 최소한의 이익만 얻는 방향으로 납품하겠다는 것도 있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 대표님. 협력업체가 진짜 그렇게 해 준대요?”
“그렇습니다. 이선수 회장님께서 해 주신 것을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제가 뭐를 해 줬는데요?”
심인섭 대표가 씨익 웃는다.
“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해 주시기로 하신 것 말입니다.”
“한 달 후 정산이니까 두 달 정도 걸릴 수 있습니다.”
월초에 납품하면 다음 달 말쯤 받으니 두 달이 걸린다.
하지만 월말에 납품하면 한 달 정도면 된다.
“어음보다는 나으니까요. 예전에는 최소 3개월은 기본이었습니다.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서 6개월이 기본이 됐었습니다.”
길게는 12개월짜리도 있었다.
“여러 가지 절감으로 예상되는 연간 절감액은 350억 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합치면 800억 원 정도다.
조금 모자라게 절감돼도 700억 원은 될 것이다.
민국 은행 대출 이자 정도 되네.
“비용 절감 방안 만드느라 고생하셨네요. 매출 증진 계획은요?”
자동차 회사가 매출을 올리는 방법이 뭘까.
당연히 자동차를 많이 파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자동차를 많이 팔 방법이 없었다.
“승용차는 신차를 개발해야 해서… 트럭 같은 상용차에 집중할까 합니다.”
트럭과 봉고는 대현 자동차와 기하 자동차가 1위와 2위를 다투며 경쟁하고 있었다.
태평 자동차가 3위로 치고 올라오며 두 회사를 위협하는 중이었다.
“선택과 집중이라. 좋은 방법이긴 하죠.”
심인섭 대표는 자신들의 계획을 이선수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죄송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조금 더 노력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방법을 찾는다고 해서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심인섭 대표님과 임원 여러분… 그리고 직원분들께서 회사를 위해 생각하고 포기한 것이 너무 좋네요. 모두가 힘을 합쳐 기하 자동차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모두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선물을 조금 준비해 봤습니다.”
사실 선물이 아니다.
기하 자동차의 매출 증대 방안이었다.
처음부터 준비한 것이다. 그냥 선물이라고 말한 것뿐이다.
이렇게 말하면 더 좋아할 것 같으니까.
그럼 조금 놀라게 해 볼까?